걸어다니는 무기고 061화
“해골 병사들이여 일어나라!”
나의 외침에 시체들을 양분 삼은 해골들로부터 검은빛이 흘러나오더니 목각인형처럼 삐걱거리며 일어나기 시작한다.
현재 마정석을 이용한 마나로 일으킬 수 있는 언데드는 9마리.
많은 수는 아니었으나 그나마도 리치인 아자토스의 오라에 의해 유지가 가능한 것이었다.
마나의 부족은 물론 시체를 병사로 살려야 했기에 시체 흡수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름이 아닌 성채로 들어가기 위한 공적을 쌓아야 했다.
아자토스의 시체를 흡수하라는 퀘스트를 받은 순간부터 계속해서 성채에 들어갈 방법에 대해 찾으려 노력해 보았지만 굳게 닫힌 성채는 하급 언데드인 스켈레톤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전투에서의 활약을 통해 성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성채로 들어가려는 것은 다름이 아니었다.
‘그 이야기가 사실일지 아닐지는 알 수 없지만…….’
아자토스군단의 성채를 지키고 있던 몬스터들의 이야기를 엿들은 적이 있었다.
성체에는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비싸고 귀중한 아이템이 많이 있다고 한다.
대부분이 언데드에 관한 아이템이었기에 부하들에게 나눠주거나 사치품이 대부분이라 하였다.
물론 아이템 때문만이 아니었다.
성체에는 리치의 라이프 포스 베슬(Life force vessel)이 존재한다는 것.
리치의 가장 큰 장점은 불사(不死).
일반적인 스켈레톤의 해골의 육체와 다를 것이 없는 리치는 그저 강한 마력을 가진 네크로맨서와 다를 바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리치가 까다로운 점은 죽지 않는 육체를 가졌다는 것.
아무리 몬스터지만 지성이 있다면 뒷담화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말단의 몬스터 두 마리가 시기와 질투에 멀어 욕을 하는 것을 자세히 들었기에 알 수 있던 정보였다.
물리적, 마법적 데미지를 가하여도 리치의 육체는 라이프 포스 베슬에 의해 육체가 재구성된다.
다른 말로 하자면 라이프 포스 베슬만 있다면 리치의 육체는 소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라이프 포스 베슬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성채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아자토스를 물리치는 것도 어렵지 않게 가능할 것이 분명 했다.
“역병 발생!”
계속해서 끊임없이 밀려들어 오는 몬스터들.
죽음의 대지를 점령한 언데드들에게 분노한 것인지 수많은 오우거와 트롤, 동물형 몬스터들이 덤벼들고 있었다.
직접적인 총기를 사용하는 전투가 아닌 부하를 이끄는 네크로맨서의 전투는 익숙한 스타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금방 적응을 하였다.
몬스터들이 밀집한 지역과 유리한 지형, 아군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경로를 파악해 빠른 속도로 다량의 코인과 공적치를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스텟창”
[직업-스켈레톤-네크로맨서][저주]
[보유 스킬]
[내 손 안의 무기고 LV1-당신이 원할 때 어디서든 무기고를 열 수 있습니다. 무기고에서 원하는 무기와 탄약을 꺼낼 수 있으며, 개발, 제조, 수리, 저장, 취급할 수 있습니다.]
[시체 흡수 LV2 (특별)-마정석에 각인된 스킬. 언데드 종족만이 사용 가능]
[아자토스의 언데드 오라 LV10 적용 중]
[해골 병사 소환 LV2 (역병 발생 LV1)]
[구울 소환 LV2]
[패시브 스킬 : 트롤의 생명력]
일반적인 사냥터와는 다르게 혼자 독식한다고 할 수 있다시피 한 이곳은 너무나도 좋은 사냥터였다.
심심치 않게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언데드를 소환하여 뒤에서 지켜보며 전투하는 것만으로 코인이 쭉쭉 올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몬스터들을 성공적으로 퇴치하자 지위가 올랐을 뿐만 아니라 언데드 전용 아이템 역시 얻을 수 있었다.
“들…… 어…… 와라…….”
이번 전투로 스켈레톤 메이지로 지위가 올라 성채로 들어올 수 있었다.
듀라한을 따라 들어오자 무슨 볼일이 있는 것인지 따로 불렀다.
“그대가…… 이번…… 전투에…… 서 큰 활약……을 했다…… 던데……?”
군단의 간부라도 되는 듯한 스켈레톤이 질문을 해 왔다.
거대한 덩치. 이미 썩어 빠진 해골이 드러난 육체. 퀭한 눈.
외모는 단순한 죽음의 기사. 데스 나이트처럼 보였으나, 그가 입고 있는 갑옷은 보통 물건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대부분의 언데드들이 입고 있는 낡고 허름한 갑옷이 아닌 검은색의 풀 플레이트.
최소 군단의 간부급은 될 것처럼 보이는 복장이었다.
“예”
“수고…… 했…… 다. 지휘…… 권을 내……린다…….”
[언데드 지휘자가 되었습니다.]
[해골 병사 60마리와 구울 40마리를 지휘할 수 있습니다.]
[마법서를 얻었습니다.]
언데드 특유의 느린 말투에 답답함도 잠시, 데스 나이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예상치 못한 메시지가 들려왔다.
스켈레톤으로 직위가 오른 것도 모자라 군단 소속의 해골과 구울의 명령권을 얻은 것.
강한 언데드들은 아니었으나 100마리의 부하를 나눠준 것이었다.
전장에서의 뛰어난 활약으로 인한, 후한 보상이었다. 병력을 외에도 특별한 마법서 또한 보상으로 얻을 수 있었다.
‘아자토스가 사용하고 있는 스킬인가.’
네크로맨서 전용 마법서. 데스 디멘션 스킬을 배울 수 있는 A급 마법서였다.
인간으로서는 가질 수 없었기에 누구도 가격을 매길 수 없을 정도의 마법서를 보상으로 받은 것이었다.
범위안의 시체를 시전자의 생명력을 지불하는 것으로 일정한 시간 동안 계속해서 언데드로 부활시킬 수 있는 스킬이었다.
소규모 전투에 있어서는 시체에 일일이 스킬을 사용하여 부활하는 것이 더욱 강한 언데드가 태어나기에 효율적인 면에서 좋았으나, 100마리 이상의 언데드들을 지휘하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스킬은 없었다.
‘아직은 1층에서만 활동이 가능한가 보군.’
현재의 지위로 성채를 드나들 수 있는 장소는 1층뿐.
다음 층으로 올라가기 위한 계단 앞에는 거대한 덩치의 데스 나이트들이 앞을 지키고 있었다.
잠도 자지 않는 데스 나이트 들이었기에, 몰래 지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리치의 라이프 포스 베슬은 4층…… 지위가 올라가면 갈 수 있을 거야.’
현재는 군단에서의 소규모 병력을 지휘하게 되었지만, 더욱 활약을 하다 보면 성채 내에서 이동할 수 있는 장소도 자유로워질 것이다.
[퀘스트-인간의 습격!]
[겁이 없는 인간들이 죽음의 대지에 발을 들였다. 언데드의 무서움을 알려주어 그들을 섬멸하라. 새롭게 임명된 지휘관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다. 결과에 따라 군단 내의 평가가 갈리게 될 것이다.]
[난이도-C]
‘습격? 그렇게 용기 있는 자들이 있다니…….’
내가 직접 눈으로 확인한 이 몬스터 군단은 그 누구도 함부로 쳐들어올 수 있을 만큼 초라하지 않았다.
인간으로 치면 군대와 비슷했기에 누군가 겁도 없이 유명세를 떨치기 위해 보낸 것으로 파악되었다.
‘언데드에 대한 정보도 없을 텐데…….’
제대로 된 언데드에 관한 정보도 없이 기회라고 생각한 어리석은 판단.
지체하지 않고 녹슨 지팡이를 들며 출정했다.
데스 나이트들의 말에 비하면 좋은 녀석은 아니었으나, 작은 언데드 말을 얻은 그 위에 올라타 위풍당당하게 죽음의 대지로 나아갔다.
뒤를 따르는 100마리의 언데드. 지지치 않는 몸을 가진 병사들이었기에 지나갈 것이라 예상되는 언덕 위에 자리를 잡고 그들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허. 정말 저게 다인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가오는 인간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헛웃음이 나올 정도의 병력. 어림잡아 100명도 안 돼 보이는 병력의 절반은 종교인이었다.
그들의 대장이라도 되는 듯 흰색의 백마를 탄 남자가 언데드들을 보자 급하게 발길을 멈추었다.
“사악한 언데드들이여! 우리 그대들을 처형하기 위해 우리 교단에서 달려왔다!”
웅변이라도 하듯 목청껏 떠들어 대는 그를 천천히 쳐다보았다.
그가 착용한 아이템을 훑어본 것만으로 그의 수준을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얼씨구, 어지간히 영웅놀음이 하고 싶었나 보구만.’
“역병 발생!, 데스 디멘션!”
더 이상 기다리기 힘들어 손을 뻗자 교단 병력의 중심에서 녹색의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데스 디멘션을 펼치자 나를 따라 병력들이 언덕 위를 빠르게 내려갔다.
순식간에 역병에 감염된 사제들과 전사들은 혼란에 빠졌고, 서로에게 축복을 걸어주며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당황하지 마라! 언데드들의 공격에 대비하라!”
생각보다 지휘 경력이 있는 것이지 침착하게 대응하며 병사들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이미 언덕 아래를 내려온 언데드들이 그들을 감싸오며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구울이 먼저 들어가라! 해골 궁수와 마법사는 뒤로 빠져서 원거리 공격 준비! 회복계열의 스킬을 사용하는 자들을 먼저 노려라!”
비교적 방어력이 더 높은 구울들이 병력 사이로 들어가며 무차별적으로 할퀴고 깨물기 시작했다.
뒤를 이은 해골 궁수와 해골 마법사의 원거리 공격.
교단의 전사들을 무시한 채 치료마법을 사용하는 인간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언데드들의 공격에 당황하기도 잠시, 공격 몇 번에 바스러지는 언데드들을 보며 자신감을 찾은 듯 보였다.
“계속해서 공격하라! 물러서지 마라!”
언데드의 입장에서 전사들의 공격은 무서운 것이 아니었다.
얼마든지 되살아날 수 있는 언데드들이었기에 사제들의 턴 언데드 마법을 최대한 맞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계속되는 전투에 양쪽의 병력이 비슷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화살과 마력이 떨어진 해골 병사들은 자신의 갈비뼈를 던지며 전투에 임하고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전투가 끝나가는 것을 직감했다.
치료 마법을 사용하는 인간들에게 집중 공격을 한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전사밖에 남지 않은 교단의 병력은 치료 마법을 사용하는 인간들이 모두 쓰러지고 나자 계속해서 되살아나는 언데드들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대장, 저 해골을 노려야 합니다!”
전투에서 밀리기 시작하자 누군가 내 쪽을 가리키며 외친 것이었다.
계속해서 살아나는 언데드들의 발밑에는 검은 오오라가 펼쳐졌고, 그 오오라가 곁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었다.
“알았다! 이랴!”
부하의 말뜻을 눈치챈 그는 백마를 발로 차며 작은 뼈로 된 말을 탄 해골을 향해 달려갔다.
예상외의 전개였으나 당황하지 않은 채 다가오는 그를 쳐다보았다.
“으랴랴랴랴!”
거대한 해머를 높이 들며 달려오는 그를 보며 말에서 내려왔다.
성스러운 빛이 감도는 그의 해머를 보고 자신의 말이 죽을까 걱정되었던 것이었다.
“이런. 건방진. 몬스터 따위가!”
계속해서 마법을 사용하던 해골이 말에서 내려오자, 자신을 무시한 것이라 생각한 그는 거대한 해머를 말에서 달려오는 채로 순식간에 휘둘렀다.
“무기고!”
“초…… 총?”
육체 강화도 성장을 통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루었기에 테스트도 할 겸 K2 소총을 꺼내 들었다.
인간일 때와 비교하면 무겁기는 하지만 익숙한 정도.
소환한 부하들에게 건네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나 혼자 사용하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총기를 꺼내 겨누자, 놀란 듯 그 자리에서 얼어버린 그.
탕!
마치 춤을 추듯 해머를 피한 후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며 그대로 말의 다리를 쏴버렸다.
순식간에 균형을 잃은 말에서 그가 떨어지는 순간 승부는 난 것으로 보였다.
계속해서 총을 겨누고 있자 그는 두려운 듯 사시나무처럼 떨며 뒷걸음질 쳤고.
이내 절뚝거리는 다리로 꽁무니 빠지게 도망가기 시작했다.
‘굳이 죽일 필요는 없겠지…….’
* * *
[퀘스트-인간의 습격!을 완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