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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58화 (58/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058화

콰광쾅쾅!!!!

두두두두두!

커다란 로브를 뒤집어쓴 녀석의 손끝에서 검은 오오라가 퍼져 나간 그 순간 곧바로 유탄을 발사함과 동시에 총기를 난사하기 시작했다.

다급함을 느낄 정도로 그 위압감은 대단했기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나같이 자신의 스킬을 사용하고 있었다.

“…….”

한바탕 공격을 쏟아낸 후 먼지가 자욱하게 그곳을 그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고 쳐다만 보았다.

숨 막힐 듯 고용한 적막에 먼지만이 걷히기를 기다리고 있던 그때, 다시 한번 연기 속에서 음침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자토스 님의 영광을 받아드려라.]

그 순간 사방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삐걱거리는 해골들이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덜그덕. 덜그덕.

삐걱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며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 해골들은 마치 자신들이 살아 있다는 것을 어필하듯 텅 빈 눈에서 붉은빛을 뿜어냈다.

이윽고 연기가 걷히며 로브를 뒤집어쓴 녀석의 모습이 보였다.

“저것에 몸을 숨긴 건가.”

사방에 널려 있는 거대한 철덩어리들에 몸을 숨겨 공격을 피한 녀석은 전혀 피해를 입지 않은 듯 생채기 하나 없이 멀쩡했다.

“해골들이…… 수가 너무 많아요!”

채영이 잔뜩 겁에 질려 소리쳤지만, 그 누구도 대답할 수 없었다.

눈 앞에 펼쳐진 그곳엔 수십 구의 해골들이 몸을 일으켰고, 지금 또한 계속해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불평할 시간 없습니다!”

“……대지의 여신이여 악의 무리를 처단할 힘을! 속박!!”

그나마 다행이라면 해골들을 미리 상대해 본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몬스터를 길들여 자신의 동료로 사용하는 한석 또한 골렘을 상대할 때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것과는 반대로 해골들을 자신의 동료로 만들고 있었다.

찬미의 속박 스킬에 땅속에서 나무줄기들이 뻗어 나와 해골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고, 그러면 어김없이 시은의 화살이 날아갔다.

타당탕탕!

쉴새 없이 방아쇠를 당기며 해골들을 부수기 시작했고, 움직임이 느린 녀석들은 감당할 수 없었다.

“숫자는 많지만 상대하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에요. 모두 공격을 쏟아부어요!”

한석의 말처럼 해골 병사들의 숫자는 압도적이었지만 그 실속은 그러하지 못했다.

단단하지 못한 녀석들의 육체는 총알과 화살을 버텨내지 못했고, 방아쇠와 활시위를 당기는 족족 부서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리스토어!”

그렇다고 한들 완전히 피해를 입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발악이라도 하듯 자신의 갈비뼈를 부러뜨려 던지거나 무기로 사용하는 해골들에 의해 데미지를 입기도 하였다.

그때마다 자신의 특기인 회복 스킬을 이용해 그때그때 회복을 시켜주는 채영이 있었다.

[영광을 받아드려라!]

할 만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피어오르던 그때, 음침한 목소리가 또다시 울려 퍼졌다.

하늘 높이 두 손을 올린 녀석의 온몸에선 다시 한번 검은 오오라가 해골 병사들을 향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나의 생각을 비웃듯 순식간에 퍼져나간 오오라는 쓰러진 해골들을 일으켰고, 그 외관 또한 변화시켰다.

한눈에 봐도 더욱 단단해진 녀석들은 녹슨 검을 뽑아 들고는 다시금 다가오기 시작했다.

“스켈레톤으로 변화했어요…….”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한석이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스켈레톤, 당장은 설명해 달라고 할 수 없었지만, 그 의미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강해졌다.’

타당탕! 탕!

단순히 검을 집어 들 정도로 완력이 강해진 것뿐만이 아닌 그들의 해골 또한 단단해져 총알 한 발에 픽픽 쓰러지던 녀석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젠장.”

“속박!”

“리스토어!”

찬미의 나무줄기는 스켈레톤의 이동속도만 늦출 뿐이었고, 채영의 회복 스킬 역시 계속해서 사용하기에는 마나가 부족했다.

마탄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마탄을 사용한다 하여도 당장 몇 마리의 스켈레톤만 처리할 뿐 상황에는 변화를 줄 수 없었다.

“따딱딱딱”

뼈들의 마찰음이 들리며 진군해 오는 녀석들을 더 이상 총이나 화살만을 가지고 상대하기에는 무리였다.

“잠시 시간을 끌어줘!”

계속해서 존댓말을 하는 사이였지만 다급함에 저도 모르게 말이 짧아졌다.

하지만 그런 것을 따질 만한 여유는 없었기에, 곧장 뒤로 빠지며 달려갔다.

“무기고!”

한석과 시은, 찬미가 시간을 끌어주는 사이, 무기고를 열어 강력한 무기를 찾기 시작한 것이었다.

‘수류탄은 역부족이야…… 이건 설치하기에 시간이 없고, 이건 파괴력이…….’

“그래, 이거다!”

무기고를 뒤져 찾아낸 것은 길이 1,524㎜에 구경 89㎜, 중량 6.4㎏에 이르는 M20이었다.

최대 사거리 823m에 유효 사거리 275m, 보병들의 대전차 화기, 즉 전차도 박살 내버린다는 바주카포를 꺼내 든 것이었다.

“파괴력은 믿을 만하겠지.”

거대한 만큼 파괴력도 엄청난 이 녀석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사수와 탄약수 두 명이 필요한 것이 정석이었지만 무기고가 있는 만큼 혼자서 사용하는 것 역시 문제가 없었다.

곧장 바주카를 어깨에 올리며 징글징글하게 몰려오는 스켈레톤들을 향해 조준한 뒤 소리쳤다.

“비켜!!”

시간을 끌어달라는 부탁에 한창 스켈레톤들을 상대하며 정신없던 모두가 소리를 듣고는 뒤를 돌아봤다.

“힉!”

“자, 잠시만요!”

거대한 바주카의 위협적인 모습에 말문이 막힌 듯 찬미의 입이 벌어진 채 닫힐 줄 몰랐다.

“그런게 어…… 어디서……!”

“갑니다!”

한석과 찬미, 채영, 시은 모두 내가 총기를 사용하는 줄은 알고 있었으나, 무기고 스킬의 유무는 모르고 있었기에 갑자기 꺼내든 거대한 바주카를 보고는 당황한 듯하였다.

일일이 설명해줄 여유는 없었기에 비키라는 듯 소리치자 다급하게 길을 터주었다.

슈우우욱- 텅!!

슈우우욱- 텅!!

슈우우욱- 텅!!

슈우우욱- 텅!!

전차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기이니만큼 그 위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아무리 단단하게 강화된 해골들이라고 한들 바주카의 3.5인치 로켓 탄두를 버틸 만한 깜냥이 되질 않았다.

밀집해 있던 녀석들은 순식간에 조각나며 전세가 뒤바뀌기 시작한 것이었다.

‘저 녀석은……!’

연속되는 폭발 속에서 스켈레톤들은 우후죽순으로 쓰러져 나갔고, 그 순간 그 틈에 숨어 있던 로브를 뒤집어쓴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야석 반지를 가지고 있는 나에게 녀석의 모습은 아주 선명하게 보였지만, 녀석은 그렇지 못한 듯 아직 자신의 모습을 들켰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 듯하였다.

쓰러져 가는 스켈레톤들을 보며 당황한 것이 눈에 뜨였기에, 곧장 다시 한번 바주카를 장전하며 조준했다.

‘기다려 주지 않는다.’

녀석이 손을 들어 올리려는 행동을 취하려는 순간 망설이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순식간에 위압감을 내뿜으며 날아가는 로켓 탄두에 녀석이 눈치를 챈 듯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슈우우욱- 펑!!!!!!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먼지를 일으킨 폭발 속에서 녀석이 비틀대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

‘저건……!’

바주카를 정통으로 맞고도 살아 있다는 것 자체도 놀라웠지만, 그 모습은 처참했다.

역시 인간은 아니었던 듯 거대한 로브가 군데군데 불에 타며 비친 녀석의 모습은 해골이었다.

그 해골마저도 부서져 녀석의 몸속에 감추고 있던 빨간 보석이 눈에 들어왔다.

‘마정석!’

이곳에 온 이유였던 마정석, 역시 녀석이 그 마정석을 얻고는 강력한 힘을 얻은 모양이었다.

‘하긴…… 이 정도 스킬이라면 마정석 없이 마나가 있진 않을 테지…….’

[네놈…….]

분노한 듯 있지도 않은 눈을 가지고 째려보는 녀석에게 다시 한번 바주카를 날리려는 그 순간.

녀석이 옆에 있던 해골의 머리를 한 손으로 움켜 들었다.

‘……뭘 하려는 거지?’

[시체 흡수.]

의문이 끝나기도 전에 답을 알려주려는 듯 녀석이 나지막이 외치자 들고 있던 해골이 바스러지며 가루가 되었다.

자포자기해 자신의 부하를 죽이는 것인가 의문이 들려는 순간 녀석의 몸을 자세히 보니, 폭발로 인해 부러지고 망가졌던 뼈들이 원래대로 돌아가고 회복이 되고 있었다.

“젠장, 다시 한번.”

녀석을 향해 다시 한번 바주카를 날리려는 그때 녀석이 한 손을 들어 올렸다.

붉은빛의 오오라가 사방에 퍼지기 시작하며 퍼져갔다.

“…….”

순식간에 퍼진 붉은빛에 스켈레톤들을 살펴봤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을 뿐.

바뀐 것은 없었다.

두두두두둥!!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고 사방에 널려 있던 거대한 철덩어리들이 진동하며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만들어진 것은 거대한 철 골렘들.

총 열기의 철로 된 골렘들이 온몸에 붉은빛을 내뿜으며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 * *

거대한 골렘은 주먹을 내뻗었고 반격을 할 새도 없이 어깨에 메고 있던 K2와 바주카가 땅에 떨어지며 10m가 넘는 거리를 날아갔다.

“쿨럭.”

머리가 띵한 것을 넘어 사고가 정지됐고, 피를 토하며 앞을 바라보았다.

10기의 골렘들.

이곳을 들어올 때 보았던 돌로 만들어진 그것보다 배는 크고 강력했다.

그런 골렘들이 10기가 있었고, 더 이상 헤쳐 나갈 자신이 없었다.

“끼요오, 끼유우!”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그때 피노가 다가와 걱정하는 듯 울음소리를 내었다.

“피, 피노야…… 너라도 살아 어서 도망쳐…….”

몸을 움직이기는커녕 말을 하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골렘에게서 구해줄 힘이 없었기에 도망치라고 하였지만 피노는 계속해서 주위를 맴돌았고, 이윽고 떨어졌던 소총을 물어왔다.

어서 일어나 싸우라는 듯 총기를 머리로 밀며 재촉했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피노야…… 도…….”

말이 끝나기도 전에 더 이상 눈을 뜰 힘조차 없어 눈을 감은 그 순간.

귀가 의심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와그작. 와그작.

“……?”

천천히 눈을 뜨고 앞을 바라본 곳에는 K2를 씹어 먹고 있는 피노가 보였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놀라기도 잠시, 순식간에 자신의 몸보다도 거대한 쇳덩어리를 마치 대나무를 씹듯 씹어먹은 피노의 몸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끼오오…… 끼우욱…… 끄르르……끄라랴랴!”

총기를 씹어먹은 피노의 몸집이 커지다 못해 거대해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조그맣고 소심했던 피노의 울음소리 또한 날카롭고 흉포하게 변화했다.

“피…… 피노?”

“꺄야야약!!!”

완전히 달라져 버린 피노는 다가오는 골렘을 향해 순식간에 뛰쳐나갔다.

거대해진 피노는 날렵하다 못해 재빨랐고, 느린 골렘들은 그 속도를 감당할 수 없었다.

“끄로롤아아악!!”

연신 포효하며 거대해진 코로 골렘들을 들이박고, 녀석들의 몸을 잘근잘근 씹어먹었다.

철을 먹을수록 몸집은 더더욱 거대해지고 강력해지고 있었다.

“민혁 씨!!”

무슨 상황인지 영문을 몰라 그저 멍하기 바라보고 있던 그때, 채영과 한석이 뛰어왔다.

“제가 회복해 줄게요. 움직이지 마세요! 리스토어!!”

골렘들에 의해 다가오지 못하고 있던 채영이 피노가 날뛰기 시작하자 달려온 것이었다.

같은 이유로 오지 못하던 한석 역시 뛰어왔고, 나지막이 말했다.

“역시…….”

“한석 씨 무언가 알고 있는 겁니까?”

피노를 감격스럽다는 듯이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는 한석은 무언가 알고 있는 듯하였다.

“저번에 피노의 정체가 무엇인지 물었죠? 피노는 불가사리입니다!!”

“……불가사리 말입니까?”

어째서인지 흥분한 한석의 외침이었지만 그 뜻을 알 수 없었다.

“모르시겠어요? 불가사리요!!”

“……그게 뭔가요?”

“하…… 전설의 동물, 불가사리 말입니다! 저번엔 터무니없는 얘기라 설명할 수 없었지만, 보세요! 곰의 몸에 코끼리의 코, 코뿔소의 눈에 호랑이의 발! 황소의 꼬리까지!! 무엇보다 철을 먹으면 거대하고 강력해지는 것까지! 불가사리가 확실합니다!!”

“……전설의 동물, 불가사리…….”

열변을 토하며 설명하는 한석의 말에 그제야 피노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무언가 다른 동물들과는 다른 생김새에 철을 섭취하면 거대해지는 특성까지.

그동안 음식을 먹지 않았던 것도, 총기를 좋아한다고 생각이 들 만큼 졸졸 쫓아다닌 것도 전부 이해가 되었다.

* * *

“크르르르…… 끄르르…… 뀨르르!”

혼자서 10기의 골렘들을 상대하다 못해 완전히 묵사발로 만들어 버린 피노는 시간이 지나자 다시 귀엽고 조그만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사이 채영에게 회복을 끝마치고 피노가 저지른 주변을 살펴보니 완전한 아비규환.

해골이며, 골렘 심지어 로브를 뒤집어쓴 녀석까지 혼자서 일당백을 한 피노를 들어 올리며 칭찬해 주었다.

“피노!! 잘했어!”

“뀨우웅.”

피노 또한 기쁜지 애교를 떨며 어리광을 피우며 울음소리를 내었다.

“그럼 이제 마정석을……!”

피노를 땅에 내려주며 발걸음이 향한 곳은 거대한 피노의 발길질에 망가질 대로 망가진 로브를 뒤집어쓴 해골의 시체였다.

혹여나 마정석이 부서지지는 않았을까 걱정스러웠지만, 걱정과는 달리 마정석은 붉은빛을 더욱 강렬하게 뿜어내고 있었다.

“후…….”

이곳에 온 목적이었기에 더욱 설레였다.

“저…… 붉은색 마정석은 처음 봐요.”

“저도. 마정석은 전부 푸른색인 줄 알았는데…….”

“어서 확인해 봐요!! 무슨 특별한 능력이라도 있는 것 아니에요?”

찬미와 채영, 한석까지 마정석을 얻는 그 순간을 지켜보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처음부터 이곳에 오는 목적에 대해 말하였기에 마정석을 내가 가지는 것에 그들은 불만을 품지 않았고, 그저 색이 다른 마정석에 대해 궁금한 모양이었다.

“그럼, 가져오겠습니다.”

뜸 들일 이유가 없었기에 곧장 로브를 뒤집어쓴 해골의 부서지 갈비뼈 안에 놓여 있는 마정석을 향해 손을 뻗었다.

붉은빛을 강렬하게 내뿜는 마정석에 손을 가져다 댄 그 순간.

죽었던 해골의 손이 나의 팔을 붙잡았다.

[어리석은 인간이여. 내 모든 힘을 다해 저주를 내리노라. 아자토스 님의 영광에 응답하리라.]

그 순간 눈앞이 깜깜해지고 몸속으로 무언가 빨려들어 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온몸이 타들어 가듯 뜨겁고 메말라 가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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