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어다니는 무기고-55화 (55/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055화

“이곳을 넘어가면 중간 보스방이야.”

“준비됐지? 들어가자!”

질문을 한 한석은 대답도 듣기 전에 중간 보스방의 문을 열었다.

그에게는 처음 와본 것도 아니었고, 지금까지의 우리의 전력이라면 아무리 강해졌다 한들 간단히 쓰러뜨릴 수 있는 중간 보스 ‘해골 기사’라고 생각했기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행동한 것이었다.

“저 녀석이 해골 기사 맞나요?”

“엇! 어떻게 된 거지…… 분명 해골 기사가 있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간 곳에는 한 마리의 몬스터가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하지만 ‘기사’라고 하기에는 그 어디에도 말이 보이지는 않았다.

들은 바에 의하면 보통의 해골 기사는 유령마를 소환하여 타고 다녔기에 속단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저 녀석의 머리는 ‘해골’이긴 하였지만 불타고 있었기에 한눈에 봐도 ‘해골 기사’로는 보이지 않았다.

[인간들이여 너희들의 세상은 끝날 것이다.]

괴기스러운 음성이 흘러나오며 서서히 그가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활활 타오르던 해골의 불이 그의 몸까지 번지며 더욱 괴기스러운 모습으로 변하였다.

“모두 피해요!”

[헬 파이어!]

그가 두 손을 들자 거대한 화염 덩어리가 날아왔다. 피할 생각조차 하기 전에 날아온 거대한 화염 덩어리는 무차별적으로 매섭게 폭발했다.

“다들 괜찮아?”

“찬미, 찬미가 폭발에 당했어요.”

계속되는 폭발에 시야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사이 해골이 공격한 화염 덩어리에 최찬미가 휘말려 쓰러져 있었다.

일반적인 해골과는 다르게 마법을 쓰는 저 녀석의 공격은 매우 빨랐을뿐더러 처음 보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한 최찬미가 당한 것이었다.

“생명의 여신이여 고통받는 자를 위해 힘을 빌려주소서. 리스토어!”

채영이 폭발을 헤쳐 나가며 재빨리 최찬미에게 회복 마법을 걸어주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데미지가 큰 듯 최찬미의 다리에서 피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뭐, 뭐야…… 저 자식! 정보 확인!”

[본버닝-지옥의 군주를 섬기는 하수인. ‘해골 기사’가 아자토스의 힘을 받아 더욱 강력해졌다. 아직 완전한 힘을 찾지는 못하였다. 그의 강력한 화염은 무엇이든 태워 버린다.]

“젠장!”

한석이 조종하는 해골 병사들이 ‘본버닝’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시은 역시 더 이상 지켜보지 않고 연속적으로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한눈에 봐도 엄청난 속도로 한 번에 세 개의 화살을 시위로 당겨댔다.

그녀의 공격은 오차 없이 모두 명중했고 ‘본버닝’은 그녀를 확실히 적으로 인식했다.

민혁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었기에 총을 들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찬미 씨! 속박 마법 부탁해요.”

최찬미의 회복이 거의 완료된 듯하였기에 부탁하였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법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대지의 여신이여 악의 무리를 처단할 힘을! 속박!”

최찬미의 주문이 끝나자 땅속에서 굵은 나무의 뿌리들이 솟구치며 ‘본버닝’의 몸을 사정없이 옭아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무뿌리에 불이 붙으며 재가 되어 사라졌다.

‘통하지 않는 건가.’

그사이 민혁이 그에게 다가가 총을 갈겨댔다.

그러나 본능적인 것인지 공격하던 마법을 거둔 녀석이 민혁에게 집중했다.

[죽으러 온 것인가…… 인간이여…….]

공격을 피한 ‘본버닝’은 자신의 갈비뼈를 뽑아 반격했다.

몇 차례 공격을 주고받은 와중에 점점 공격이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전투에 집중하는 사이에 시은의 화살 공격이 들어왔고, 화살을 맞을 때마다 빈틈이 생겨났다.

“민혁 님! 피하세요!”

한석의 외침이었다. ‘본버닝’이 약해진 틈을 타 한석이 조종하는 해골 병사들이 모여들었다.

자폭. 조련사의 대표적인 스킬로 조종하는 몬스터를 자폭시켜 공격하는 기술이다.

조종하는 몬스터가 강할수록 강력한 폭발을 내지만 한번 터뜨리고 나면 자신을 지킬 수 없기에 최후의 수단으로 쓰이는 것이었다.

한석의 외침과 동시에 그 뜻을 알아듣고 시은의 옆으로 피신했다.

퍼벙펑펑-!

안심할 수는 없었기에 폭발 속으로 모든 공격을 쏟아부었다. 시은도 계속해서 화살을 쏘고 있었다.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품어져 나와 주변의 공기가 연기로 가득 채워졌다.

[어리석구나!]

‘죽었나’라는 생각을 할 때쯤 연기 속에서 그가 떠올랐다.

그의 몸이 떠오르며 일으킨 바람이 주변의 새카만 연기를 거둬내며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꽤 많은 데미지를 입은 듯 해골의 불꽃이 작아져 있었고 분노에 찬 목소리가 떨려왔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공격을 쏟아부었지만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았다.

그를 둘러싼 불꽃이 시은의 화살은 물론 마탄, 최찬미의 마법까지 모두 막아냈다.

[지옥의 군주시여 저에게 더욱 강력한 힘을 내리시어 저들을…@[email protected]#!#@!]

‘본버닝’이 무언가 강력한 공격을 하려는 듯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도망가요!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채영의 외침과 동시에 그의 주문이 끝난 듯 앙상한 뼈마디를 뻗었다.

뼈밖에 없는 그의 손에 불꽃들이 모여들며 ‘구’의 형태로 모여들었다.

‘저 스킬은……!’

그의 손에 뭉쳐진 화염구는 점점 작게 뭉쳐지더니 시은을 향해 발사되었다.

순식간이었다.

압축된 화염의 덩어리. ‘화염의 구’는 주위를 모두 녹일 기세로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펑!!

눈 깜짝할 새 없이 시은을 향해 날아온 ‘화염의 구’가 터지자 주변의 공기마저 태워 버릴 듯한 열기가 터져 나왔다.

얼마나 강력한 화염인지 짐작할 수도 없을 정도로 ‘화염의 구’가 지나간 자리에도 불길이 일어났다.

“피해요!!”

시은에게 공격이 날아오자 본능적으로 몸을 날렸다.

간발의 차로 가까스로 녀석의 공격을 피했으나 폭발과 동시에 엄청난 바람이 일어났고, 그녀의 후드 역시 풍압을 견디지는 못하였다.

“수…… 인……?”

새하얀 피부, 금발의 머리, 녹색의 눈동자, 길쭉한 귀. 후드가 벗겨진 그곳에는 매우 아름다운, 하지만 차가워 보이는 수인이 앉아 있었다.

* * *

폭발에 의한 연기로 인해 민혁과 시은 둘 외에는 아무도 볼 수 없었다.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두는 제스처. 비밀로 하라는 듯 시은은 다시 후드를 뒤집어썼다.

“تأخذ البرد من الموت”

뒤이어 시은이 일어서 활시위를 당겼다.

민혁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읊조리자 그녀의 화살에 투명한 서리가 피어났다.

활시위를 놓자 연기를 꿰뚫으며 ‘본버닝’의 심장을 꿰뚫었다.

[억!]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기도 전에 심장을 꿰뚫은 화살에서 한기가 새어 나오며 그의 몸을 완전히 얼려 버렸다.

[아자토스의 부하 ‘본버닝’을 쓰러뜨렸습니다.]

“민혁 님 괜찮으세요?”

“어떻게 된 거예요?”

채영과 최찬미, 한석까지 모두 폭발이 사라지자 민혁과 시은의 곁으로 다가왔다.

폭발 직전에 민혁이 ‘화염의 구’를 맞는 것을 보았기에 걱정이 돼서 뛰어온 것이었다.

바로 치료 마법을 준비하던 채영은 믿을 수 없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엄청난 공격이었고, 주변에 있는 것만으로 열기에 피부가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민혁이 살아 있을지 죽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폭발이 지나간 후 그의 몸에는 어떠한 외상조차 보이지 않았다.

“저 녀석은 어떻게 된 거예요?”

채영이 가리킨 곳에는 뼈다귀밖에 없는 몸이지만 심장 부근에 화살이 꽂힌 채 꽁꽁 얼어붙은 ‘본버닝’이 있었다.

모두 시은을 일제히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익숙한 듯 시은을 바라보던 시선들은 민혁에게 옮겨 갔다.

“……힘을 다해서 스스로 죽어…… 버렸을까요?”

비밀로 하라던 시은의 제스처가 생각이 나 아무런 변명이나 지껄였다.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매우 강한 힘을 숨기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기에 함부로 행동할 수는 없었다.

“어휴, 저희 그룹은 비밀이 참 많네요.”

“그새 두 분이 친해졌나 봐요?”

이내 더 이상 캐물어 보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었는지 뒤 돌아 얼어붙은 ‘본버닝’곁으로 다가갔다.

‘본버닝’이 죽자 나온 우편을 통해 얻은 아이템은 작은 열쇠 하나와 펜던트.

“이 열쇠로 숨겨진 문을 열 수 있을 거야. 그곳부터가 진짜야.”

“이거 화염 내성 30%가 붙은 펜던트인데?”

채영과 최찬미 한석까지 모두 눈을 반짝였다.

속성에 내성을 가진 펜던트는 흔한 아이템이 아니었고, 팔기만 하더라도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 있었기에 탐이 났다.

“시은 님, 민혁 님. 어떻게 할까요?”

이번 전투에 있어서 시은과 민혁이 가장 큰 역할을 해주었기에 자연스레 결정권을 넘겨주었다.

최찬미의 경우에는 속성상 상성이 막혀 버렸고, 채영의 경우에도 딱히 큰 역할을 하지는 못하였다.

유일하게 한석만이 데미지를 주었지만, 그나마도 민혁과 시은이 없었다면 시도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저는 상관없습니다. 필요하신 분이 가지시죠.”

민혁이 시은을 쳐다보자, 그녀 역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 온 목적은 마정석이 가장 큰 이유였기에 굳이 다른 아이템이라 한들 욕심을 부릴 이유는 없었다.

무엇보다 그들 또한 얻는 것이 있어야 그룹의 존재 이유가 되기에 선뜻 양보한 것이었다.

한석과 최찬미, 채영이 가위바위보를 통해 펜던트를 가지기로 결정한 듯 서로의 손을 모았다.

“가위, 바위, 보!”

“아자! 한석 님, 채영 님 이번에는 제가 가질게요. 다음에 더 좋은 아이템이 나올 거예요.”

최찬미가 이긴 듯 펄쩍 뛰며 기뻐하였다.

상성에 불리한 ‘화염 계열 내성’은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아이템이었다.

그녀의 특기이자 유용하게 사용하는 ‘속박’ 기술의 경우에도 ‘화염 계열 내성’이 적용이 되기 때문에 지금처럼 쉽게 불타 버리지 않을 것이기에 그 어떤 아이템보다 그녀에게 갑진 것이었다.

한석과 채영 역시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아이템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비밀 게이트를 향해 걸어갔다.

“이곳이 숨겨진 문에요.”

‘본버닝’이 죽고 나자 문의 모습이 나타난 것을 한석은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다.

원래 ‘해골 기사’가 있어야 할 중간 보스방에 ‘본버닝’이 있는 것을 보고 본인이 겪었던 정보가 틀렸을까 걱정하여 계속해서 방을 관찰하였기에 금방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준비되셨나요? 이 안의 정보는 전혀 없어요. 저도 이곳 넘어서는 가본 적이 없습니다.”

긴장되는 듯 한석의 떨리는 목소리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한석이 ‘작은 열쇠’를 넣고 돌리자 문이 열렸다.

[숨겨진 던전 : 골렘의 무덤에 입장하였습니다.]

그룹원들과 함께 민혁이 발을 내딛자 익숙한 메시지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게이트의 문이 닫히며 사라졌다.

“이제 되돌릴 순 없겠네요.”

쿵, 쿵, 쿵-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도 없이 던전 안에 진동이 울릴 정도로 큰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전투 준비를!”

“네!”

던전에 들어오자마자 들려온 거대한 소리는 그룹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한석이 앞으로 나서자 뒤로 시은과 찬미 그리고 민혁이 그리고 채영이 보조를 해주는 진형을 갖추었다.

“어떤 몬스터일까요?”

“소리는 심상치 않네요.”

점점 다가오는 발소리에 모두 숨을 죽이기도 잠시, 곧이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한순간 그림자가 모두를 덮었다. 거대한 벽.

아니, 자세히 보니 거대한 돌로 이루어진 몬스터였다.

“고…… 골렘?”

골렘은 높이가 5미터로 온몸이 철이나 돌로 이루어진 거대한 몬스터였다.

바위보다도 거대해 보이는 두 손을 높이 치켜든 골렘은 그대로 땅을 내려찍었다.

“다들 피해!”

골렘이 땅을 내리찍자 땅이 흔들리며 모두의 발밑에서 날카로운 돌들이 튀어나왔다.

발밑에서 불규칙하게 튀어나오는 돌은 그룹의 진형을 무너뜨리며 피해를 입혔다.

“이런 몬스터가 어떻게 이곳에 있는 거야?”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었기에 공격을 피한 최찬미가 소리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룹원 모두 다시 진형을 바로잡았을 수 있었다.

“속박 마법을!”

“네! 대지의 여신이여 악의 무리를 처단할 힘을! 속박!”

최찬미가 주문을 외우자 땅속에서 거대한 나무줄기가 나와 골렘을 붙잡았다.

다음 공격을 하려고 한 듯 손을 높이 쳐든 골렘은 그 상태로 움직이지 못하고 뒤척이기 시작했다.

민혁 역시 때를 놓치지 않고 달려 나갔다.

시은의 화살이 보조를 해주었고, 민혁의 검은 골렘의 팔, 다리, 머리를 정확히 노리며 공격하였다.

‘너무 단단해, 느낌이 없어.’

우둑! 우두둑!

최찬미의 속박에 발버둥 치던 골렘은 완력으로 나무줄기를 뜯어버렸다.

민혁의 공격은 물론 시은의 화살에도 전혀 데미지를 입지 않은 듯 그대로 주먹을 내뻗었다.

공격을 하느라 정신없던 민혁을 향해 주먹이 날아왔고,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

퍽!

그저 주먹을 휘둘렀을 뿐이었지만, 거대한 골렘이 휘두른 주먹에 맞은 민혁은 마치 ‘달려오는 덤프트럭’에 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비명을 지를 수도 없는 고통.

그대로 민혁은 최찬미와 채영이 있는 장소까지 날아갔다.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아…… 어떡하지?”

민혁을 치료하기 위해 채영이 다가왔고 옆에선 다시 한번 속박 주문을 최찬미가 외우기 시작했다.

전투에 들어가면 길들인 몬스터가 없는 조련사의 특성상 아무것도 할 수 없던 한석이 답답한 듯 계속해서 무언가 외치고 있었다.

“몬스터여 나의 종이 되어라!”

연신 주문을 외우고 있었지만, 실패가 계속되는 듯 보였다.

그런 한석을 눈치챈 듯 골렘은 한석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속박!”

마침 주문이 완성되자 다시 한번 거대한 나무줄기가 골렘을 덮쳐왔다.

순간적으로 멈춘 골렘이었지만, 시간은 얼마 없어 보였다.

“한석! 피해!”

최찬미의 외침과 동시에 골렘의 속박이 무참히 부서졌다.

어찌할 새도 없이 골렘은 한석을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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