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어다니는 무기고-52화 (52/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052화

“하나!”

“하나!”

대표 격으로 보이는 남자가 선창하자 뒤이어 수련생들로 보이는 자들이 후창을 하며 목검을 휘둘렀다.

2m가 넘는 키에 우락부락한 근육, 눈가의 상처는 누가 봐도 강력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외모를 가진 그는 수련관을 운영하는 이대근이었다.

“뭣 하는 거야! 그거 하나 제대로 못 하나!”

대근은 수련생에게 다가가 거칠게 발길질을 하며 욕설을 내뱉었다.

걷어차인 수련생은 넘어졌지만 금세 다시 일어나 자세를 다 잡았다.

주위의 수련생들 역시 이런 상황이 처음이 아닌 듯 눈치만 보며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그는 태생부터 완전한 무도인.

어린 시절부터 합기도, 검도, 태권도, 유도 등등 어떤 종목이든 가리지 않고 평생을 수련하며 살아온 인물이었다.

세상이 변한 그 날 또한, 수련하던 그는 어렵지 않게 위기를 극복해 나갔고, 오랜 친구였던 심현섭 그와 함께 사람들을 이끌고 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사람들을 수련시키고 단련하는 것뿐이었고, 거친 그의 방식대로 수련장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것이었다.

“씁…… 그 전투만 떠오르면 쓰려오는 구만…….”

오른쪽 눈이 아려오는 듯 손을 가져다 대며 인상을 찌푸렸다.

첫 번째 메인 퀘스트를 깨던 그 날 수십, 수백 마리의 몬스터를 상대하던 그 날 다친 상처였다.

그때 누군가 수련장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평범한 외모에 꽤 희귀해 보이는 장도(長刀)를 쓰는 듯 긴 칼집을 옆구리에 차고 있는 남자와 총기를 어깨에 메고 있는 남자 그리고 글러브를 착용한 여성이었다.

“누구냐! 네놈들은!”

눈 깜짝할 순간, 순간적으로 시야에서 사라진 이대근이 수련장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마을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눈에 익었고, 수련생이라면 자신이 모를 리 없었기에, 수상한 자들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었다.

“수련생은 이제는 받지 않는다. 썩 꺼져라!”

“예?”

“아, 저희는 이곳에 마정석을 받으로 왔습니다.”

뜻밖의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예상치 못한 대답에 멈칫한 대근은 이내 분노하였다.

자신을 놀리는 것으로 생각한 이대근은 겨누고 있던 검을 그들을 향해 휘두르려 하였다.

“혀, 현섭 님 서신입니다…. 이곳으로 가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는 다급하게 노인이 써준 편지를 꺼내 앞으로 내밀었다.

휘두르려고 했던 검을 이대근이 멈추며 편지를 살펴보았다.

마을의 대표인 심현섭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고유 문장이 편지에 각인 되어 있었다.

휘두르던 검을 멈춘 이대근은 떨리는 손으로 내밀고 있는 편지를 낚아채었다.

‘음…… 틀림없는…….’

이대근은 편지를 읽은 뒤 민혁과 그의 일행들을 아무 말 없이 한참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들을 향해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약탈자들을 자네들이 소탕했다고? 이곳에 마정석을 받으러 왔고?”

“예? 아, 예. 어쩌다 보니.”

“음.”

다시 한번 이대근은 민혁을 아무 말 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무언가 불만이듯 인상을 연신 찌푸리며 생각을 하는 듯한 그의 표정.

“따라와라. 모두 자율 연습하도록!”

이대근은 자신의 말만 하고는 수련생들에게 소리친 후 그대로 수련장의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개인 사무실인 듯 작은 책상과 테이블이 놓인 방에 그를 따라 들어왔다.

“너는 총기를 사용하고, 너는 글러브, 너는 검을 사용하는 거냐.”

“예.”

“지금까지 자네들끼리 다녔다고?”

“……예.”

“몬스터는 얼마나 상대해 봤지?”

“……어느 정도 상대해 봤습니다.”

“마나를 사용하는 스킬을 사용해 본 적은 있는가?”

“예…… 조금이지만.”

대답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한숨만 내쉬었다.

“동료가 죽은 적은 있나?”

“……없습니다.”

“동료가 몬스터로 변한 적은?”

“…….”

과거 미노타우로스로 변해 버린 동생의 모습을 생각한 현지의 표정이 굳어졌다.

당시의 우울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놓치지 않은 대근은 다시 한번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있나 보군. 여러모로 한심한 놈들이구만. 동료조차 지키지 못한다니.”

“그게…… 무슨!!”

“지금까지 용케 살아남았구만. 마정석이 있으면 전부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는 건가? 너희들은?”

“…….”

“나약한 놈들투성이군.”

필터 없이 쏟아내는 독설에 발끈한 민혁이 소리쳤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됐고, 수련을 받아라.”

낙심한 현지의 말에 이대근은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지금은 수련생을 받지 않지만, 골칫거리들을 해결해 주었다니 특별히 수련을 시켜주도록 하마, 선택은 자네들이 하도록.”

민혁과 동료들은 당황스러웠다.

편지에는 분명 마정석을 받을 수 있을 테니 이대근을 찾아가 보라는 이야기가 쓰여 있었는데, 갑자기 수련을 받으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단지, 노인에게 마정석을 받은 후 서울로 떠나는 것이 계획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그것을 얻어 이곳을 떠날 생각이었기에 수련하며 시간을 빼앗길 이유 따위는 없었다.

“거절합니다. 저희는 시간이 없습니다. 약속했던 보상만 받고 가겠습니다.”

“그래? 알겠네. 마정석을 나눠주도록 하지. 기다리게.”

신우 그리고 현지와 잠시 의견을 나누었지만, 모두 의견은 일치했다.

당연하게도 거절의 의사를 비친 것이다.

의외로 간단하게 의사를 받아들인 이대근은 약속했던 마정석을 꺼내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련하면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 겁니까?”

궁금증을 참지 못한 신우가 돌발적으로 질문하였다.

문을 나서려던 이대근은 고개를 돌려보며 잠시 쳐다보았다.

“육체적인 능력 향상과 더불어 스킬 효율 또한 늘어날 거다. 운이 좋으면 새로운 스킬로 얻을 수 있겠지”

“……예? 정말입니까?”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그의 말에 셋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수련이라 하였기에, 좀 전에 본 목검 정도나 휘두르는 것을 상상하였기에 그의 대답이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었다.

“왜 관심이 생겼나? 결국은 기본적인 것에서 판가름이 나는 것이지. 총기를 사용하는 자네를 제외하고는 걸음걸이만 봐도 알 수 있네. 자네와 자네는 기본기부터가 문제야.”

이대근은 나가려던 몸을 돌려 돌아왔고, 다시 자리에 앉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총기, 즉 사격에 대해서는 무지한 듯 그는 나를 제외한 현지와 신우를 가리키며 지적했다.

“확실한 방도가 있는 겁니까?”

“그래, 나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네. 수련을 받는다면 자신들의 노력에 따라 크게 성장할 것은 보장하지. 자네들은 서울로 가겠다고 했던가?”

노인에게 받은 서신에 적혀 있었던 듯, 그가 질문해 왔다.

“예. 맞습니다.”

“음…… 아마 가족을 만나기 위해서겠지.”

“……예”

“이해하네. 여기에도 몇 있었으니.”

“……그렇습니까”

“하지만 그들 모두 서울에 도착하기도 전에 죽었네.”

“……!”

“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싸늘하게 발견된 녀석들이 대부분이었지.”

“그런…….”

“시간이 없는 것 아네. 하지만 자네들은 어느 정도 실력은 있는 것 같으니 단기간에 속성으로 수련해 주도록 하지, 위험하긴 하지만 말이야. 어떤가? 효과는 보장하네.”

단기간에 빠르게 수련을 받는다.

솔깃한 내용이었고, 이내 고민을 하며 질문을 이어나갔다.

“위험하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말 그대로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네. 다만, 극복한다면 강한 힘을 얻을 수 있을걸세.”

“그 방법이 무엇입니까?”

“그건 직접 경험해 보도록. 어떻게 할 겐가?”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신우와 현지를 한 번씩 번갈아 보며 의견을 물었다.

“어떻게 하고 싶어?”

“저는 수련을 받고 싶습니다. 어서 빨리 강해지는 게 우선입니다.”

“……너무 위험해요. 목숨을 걸면서까지 수련을 받을 이유는 없어요.”

찬성하는 신우와 반대하는 현지.

각각의 의견 모두 일리가 있었기에 결국 나의 의견에 따라 선택권이 결정될 것 같았다.

“이 병장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네, 저도 그렇게 할게요.”

잠시 고민하는 듯 눈을 감은 그는 결심한 듯 대답했다.

“수련, 받겠습니다.”

당장 마을 밖에만 나가도 강력한 몬스터들이 득실거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트롤에 당해 목숨을 잃을 뻔하였고, 지금까지 위기가 없었던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게 살아남았다 한들 앞으로 장담할 수는 없었다.

어떤 몬스터, 얼마나 강한 몬스터를 만날지도 알 수 없는 상황.

서울로 가기 위해서는 강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세계였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하는 세계.

‘강해지지 못하면 집으로 가지 못한다…….’

마을을 굳히고 대답하자, 신우와 현지 역시 수긍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팔짱을 끼며 바라보고 있던 대근이 손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한 사람당 2.000코인이네. 자네는 내가 가르쳐 줄 건 없을 것 같네. 이 두 사람만 수련을 받도록 하지.”

“예?”

갑작스러운 뜬금없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하자, 그는 어이없다는 듯 반문했다.

“그럼 공짜일줄 알았나? 수련장은 공짜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네. 약탈자들을 처리했다기에 절반으로 깎아준 거니 어서 내놓게.”

“하지만…… 그럼 저는 왜 빼는 겁니까?”

“자네는 총기를 쓴다고 하지 않았나? 내가 가르쳐 줄 게 없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데는 취미가 없어서 말이야.”

“장, 장난감…….”

* * *

“코인은 확실히 받았고, 좋아. 둘은, 내 확실하게 수련시켜주도록 하겠네.”

“……저 마정석은.”

“잠시만 기다리게.”

신우와 현지가 그에게 수련을 받기로 결심하며 코인을 건네자, 그는 어울리지 않게 밝은 웃음을 지으며 다시 한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무언가 찾는 듯 뒤적거리던 그가 종이 박스를 들고 돌아왔다.

“……화이트.”

박스에 큼지막하게 적혀 있는 화이트라는 문구와 로고.

한번 본 적이 있는 그것과 일치했다.

화이트라는 알 수 없는 단체에서 나와 마정석을 나눠줬다는 게 거짓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대근 그는 박스를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안에 있는 무언가를 꺼내 나눠 주기 시작했다.

“자네부터 받게, 여기 있네.”

“네, 네. 감사합니다.”

우선 신우에게 하나, 그리고 현지에게 하나를 나눠 준 그는 무언가 당황한 듯 상자 안을 다급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어…… 음.”

“왜 그러십니까?”

신우와 현지가 마정석이라 추정되는 돌멩이를 하나씩 받고 내 차례가 되어 싸한 느낌에 질문하자, 그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마정석이 더 이상 남은 게 없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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