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어다니는 무기고-43화 (43/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043화

숲을 빠져나와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을 걸어가길 지속했다.

현지와 신우, 그리고 나 역시 체력은 바닥이 나고 더군다나 숲에서 얻은 식량까지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 이 병장님. 더 이상은 무립니다.”

“……네. 저도.”

신우는 지친 기색을 내비치며 자리에 멈춰 섰고, 현지 역시 마찬가지인 듯하였다.

“후우…… 그래. 여기서 잠깐 쉬었다 가자.”

더 무리하게 이동해 봐야 의미는 없어 보였기에,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근처의 적당한 나무를 찾아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한 것이었다.

털썩.

나무 밑에 메고 있던 배낭을 내려놓자, 신우와 현지 역시 각자의 배낭을 내려놓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나저나, 식량이 문제야…… 체력이야 쉬면서 갈 수 있겠지만. 주변에 사냥할 만한 동물조차 보이지 않으니…… 이거 원.”

“그러게요. 숲에서 얻은 식량도 거의 바닥이 났어요. 물도 마찬가지고요.”

“음…… 그럼 우선 근처에 마을이나 하천이 있는 장소를 찾아볼 수 있겠어요?”

“네, 제가 탐색해 볼게요.”

옆에 앉아 있던 현지에게 말을 건넸다.

당장 마실 식수가 급하였기에, 구할 만한 장소가 있는지 알아봐달라는 부탁.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탐색 스킬을 활용하는 듯 땅바닥을 살펴보며 무언가를 찾는 듯하였다.

“저쪽에 하천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요? 휴, 다행이네요.”

그러던 중 그녀는 무언가 흔적을 찾은 듯 알려왔다.

물을 구할 수 있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된 듯 뻗어버린 신우를 바라보았다.

“신우야.”

“네, 이 병장님.”

“현지 씨랑 물을 구해올게. 이곳에서 쉬고 있어.”

“아, 아닙니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아니야. 괜찮으니까 쉬고 있어. 가방을 지킬 사람도 있어야지. 금방 올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네, 네. 알겠습니다.”

대피소에서 치료를 받고, 아직 컨디션이 완전히 나은 것 같지 않은 신우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시간이 지체된 것에 미안함을 느낀 것인지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나서서 자신이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빨리 체력이 소진된 것으로 보였기에 신우에게는 짐을 지키며 쉬고 있으라는 말을 하고는 물을 찾아 나섰다.

“도착했어요.”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물 색깔도 그렇고 이 정도는 마셔도 문제없을 것 같네요. 어서 담아 가죠.”

“네.”

현지의 안내에 따라 도착한 하천에서 물을 담고 있던 도중 저 멀리서 인기척이 어렴풋이 들려왔다.

“민혁 씨, 저기…….”

“네, 저도 봤어요.”

나만 느낀 것이 아닌 듯 현지는 다급하게 목소리를 낮추며 저 멀리 보이는 누군가를 가리켰다.

그는 무언가를 찾고 있는지 두리번두리번하며 돌아다녔다.

인간인지 몬스터인지 정확히 분간되지 않았기에 도망을 가야 할지,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던 찰나.

“크롸아아! 인간이다!! 인간!!”

그때 갑자기 우리를 발견하고는 소리치기 시작했다.

“크르르아아! 사냥!! 사냥!!”

그러고는 어디에 있었던 것인지 주위에 있던 그 무리가 일제히 우리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이미 도망치기에는 늦은 상황.

“젠장, 뭐지? 일단 싸울 수밖에 없는 건가.”

다가올수록 그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인간인 듯하였지만, 모두가 우스꽝스러운 가면을 쓴 채 손에는 무기를 들고 달려오고 있던 것이었다.

당황했지만, 본능적으로 총기를 꺼내 들었다.

“뭐…… 뭐야.”

“민혁 씨, 저 사람들 인간이 아니에요.”

“네……?”

“아무래도 수인들인 것 같아요.”

어느새 현지는 스킬을 이용해 그들은 파악한 듯 옆으로 다가와 글러브를 착용하며 전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크으라악!”

순식간에 다가온 가면을 쓴 그는 들고 있던 몽둥이를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공격을 보고 옆으로 몸을 날려 피했지만, 몽둥이는 어깨를 강타했다.

단 한 대를 맞았을 뿐인데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이에 질세라 녀석의 심장을 향해 총구를 겨눠 방아쇠를 당겼지만 두꺼운 가죽을 뚫는 것은 무리였다.

“끄로아아아아!!! 죽인다!! 인간!!!!”

오히려 자극만 한 듯 연신 괴성을 내지르며 허공에 몽둥이를 휘두르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들의 무리까지 도착하여 공격을 시도하려 하였다.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을 느꼈다.

수많은 녀석이 괴성을 내며 달려오는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을 뿐만 아니라, 이미 도망치기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것이었다.

“파이어볼!”

그 순간 뒤에서 들려온 음성.

순간 돌아보니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가 들고 있는 매우 큰 지팡이에는 불꽃의 입자들이 모이며 커지고 있었다.

슈우우욱! 퍼벙펑! 펑!

점점 커지던 불꽃은 큰 불꽃의 덩어리가 되어 순식간에 날아가 무리를 강타했다.

불꽃 덩어리에 순식간에 불타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는 녀석들.

”크르르으! 도…… 도망이다. 도망”

동료들이 불타는 것을 본 그들은 혼비백산하며 뒤도 안 보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강한 공격에 그대로 겁을 먹은 것이었다. 그들이 도망가는 순간에도 뒤의 남자는 개의치 않는 듯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죽…… 죽을 뻔했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아무런 생각이 들지도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온몸이 굳어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괜찮은가?”

남자는 자신의 키만 한 지팡이를 짚으며 천천히 걸어와 말을 걸어왔다.

백발의 머리카락에 선명한 이목구비, 낡은 로브를 걸친 중후한 목소리를 가진 노인.

강한 인상을 준 노인은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내뿜고 있었다.

“예, 감사합니다. 무리를 만나 큰일 날 뻔했습니다.”

“음 이런 곳에 모험가라니. 여행이라도 하는 건가?”

“예. 서울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곳에 와서 처음 보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경계가 되었다.

“흠. 둘이서 말인가……?”

무리를 단 한 번에 제압해 버리는 노인의 정체를 알 수 없었기에 경계를 풀지 않으며 대답했다.

노인은 생각에 잠긴 듯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눈을 부담스러울 만큼 강렬하게 쳐다보는 시선에 긴장이 되었다. 어서 빨리 이 부담스러운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고 있었다.

“왜…… 왜 그러십니까?”

“아무것도 아닐세, 이곳은 위험하네. 어두워지는데 일단 자리를 옮기도록 하지.”

“위험하다는 게……?”

“이곳은 약탈자들의 구역이라네. 무리를 지으며 다니는 녀석들이니 만나서 좋을 건 없을걸세.”

“약탈자…… 들이라면.”

“우리는 그렇게 부르고 있네. 자네도 방금 보지 않았나. 가면을 쓴 자들 말이야.”

“그 녀석들이 약탈자…… 아! 신우!!”

노인과 대화를 나누던 중 그늘 밑에서 혼자서 짐을 지키고 있을 신우가 생각이 났다.

설마 하는 마음에 다급하게 신우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곳이 자네 동료가 있다던 장소인가?”

“…….”

“신우 씨…….”

다급하게 달려왔지만, 짐과 함께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야 할 신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수많은 발자국과 반항한 흔적, 그리고 나무의 총알 자국이 전부였다.

“젠장…… 혼자 두는 게 아니었는데.”

“아니에요. 제가 어디로 갔는지 흔적을 찾아볼게요.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신우를 혼자 두고 온 것에 자책하고 있자, 현지가 그들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당장에라도 찾아갈 기세로 가려는 순간, 노인이 끼어들었다.

“음, 지금 약탈자들을 찾아갈 셈인가?”

“…….”

“말리진 않겠다만,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네.”

“녀석들에 대해 알고 계신 게 있습니까?”

“알다마다. 아주 골칫거리라네. 오늘 밤에 자네 동료가 다칠 일은 없을 거라네. 자네들도 많이 지친 것 같은데 우선 휴식을 취하고 내일 행동하는 걸 추천하네.”

“예……? 그게 무슨…… 따라오게나. 녀석들에 대해 알려주겠네.”

노인과 함께 주위에 몬스터가 없는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밤이 되면 몬스터들을 상대하기에도 까다롭고 어둠 속에 숨어 공격을 당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의심스럽지만 수상한 면이 있는 노인이 아니었기에 순순히 따라나섰다.

“이곳이 좋겠구먼”

노인은 지팡이를 들고는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주문이 끝나고 노인이 만세를 하듯 팔을 올려 드니 푸른빛이 땅에서 새어 나오며 작은 오두막집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두두둥. 두둥.

굉음이 울려 퍼지며 오두막집이 조금씩 땅에서 솟아 나오는 물체.

오두막 형태의 완전히 집이 나오자 푸른빛과 소리가 그쳤다.

놀랐지만, 더는 이 정도로 큰 반응은 하지 않았다.

이 정도 스케일을 마법을 본 것은 처음이었지만 실제로 노인이 약탈자들을 공격할 때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단발의 마법으로 엄청난 위력을 주는 노인이 강하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다.

“허기가 지는군. 자네들도 식사 좀 하겠는가?”

꼬르륵…….

나와 현지 모두 먹은 게 없었기에 배가 고파왔고, 동시에 뱃속에서 울려 퍼진 소리에 노인이 껄껄 웃으며 무언가를 가져왔다.

“낮에 잡아둔 사슴이라네, 불 정도는 자네들이 피울 수 있겠지?”

“아, 예. 제가 피우겠습니다.”

* * *

“후후, 불아, 붙어라.”

나무를 이용해 능숙하게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현지 또한 옆에서 연신 바람을 불어주며 도움을 주고 있었다.

노인은 돌멩이를 이용하여 장작에 불을 지피는 모습을 바라보며 불 옆에 앉았다.

현지 또한 역시 사슴고기가 익는 것을 지켜보며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래, 약탈자들에 대해서 알려달라고 했었지?”

“예. 뭐 하는 녀석들입니까? 어째서 신우를…….”

기다렸다는 듯 쏟아내는 질문에 노인은 차분하게 대답하기 시작했다.

“음, 우선 녀석들은 인간이 아니라네. 퀘스트의 실패로 수인이 되어버린 인간들이지.”

“…….”

“별로 놀라지 않는구먼.”

“예, 몇 번 본적이 있습니다.”

자신의 말에 크게 놀랄 것으로 생각한 것인지 표정을 살피던 그는 오히려 덤덤한 표정에 놀란 듯하였다.

“음,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구만.”

“수인인 것과 제 동료를 납치한 게 무슨 상관이 있는 겁니까?”

“그들은 약탈하며 살아가고 있다네. 대상이 누구든 상관없이 가지고 있는 식량이나, 무기 같은 것을 빼앗으며 말이지. 무엇보다…….”

“……?”

“능력을 빼앗는다네.”

“능력…… 을 빼앗는다?”

“그렇다네. 알고 있었나? 플레이어가 다른 악인이 된 플레이어를 살해할 경우 그 능력 중의 하나를 빼앗아 올 수 있다는 것을 말이야.”

노인의 말을 듣고 보니 기억이 떠올랐다.

신우 역시 승봉의 죽음으로 그의 능력이었던 스킬을 얻게 된 적이었다.

“어째서 그렇게 잘 알고 있는 겁니까?”

“……그들은 우리 마을의 사람들이었다네.”

“예……?”

“첫 번째 메인 퀘스트가 끝이 나고 변해 버린 마을 사람들이란 말일세. 자네가 겪어보았다고 한 수인들처럼 그들 역시 처음부터 그런 짓을 하고 다니지는 않았다네.”

“그럼, 어째서…….”

“자네는 생각해 본 적 있나? 수인들의 용모가 변했지만, 더욱 힘이 강해지고 체력이 늘어났지, 생존에는 더욱 유리하게 말이야. 그런데 어째서 ‘페널티’라 불리는지 말이야.”

“이유가 뭡니까?”

“아까도 말했다시피 플레이어들끼리 사냥을 통해 능력을 빼앗을 수 있지. 하지만 부작용이 존재한다네.”

“부작용?”

“그래, 멀쩡한 플레이어를 살해한다면 표식이 남게 되고, ‘악인이 된 플레이어’가 된다는 것이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겁니까?”

“어떤 의미도 없을 수 있지, 하지만 일반 플레이어가 ‘악인이 된 플레이어’를 살해할 경우 어떠한 페널티도 받지 않는다네.”

“그럼 표식이 있는 사람을 살해해도 능력만 얻게 될 뿐이라는 겁니까?”

“맞네.”

“하지만 그게 수인들과 무슨 연관이…….”

“수인들 역시 마찬가지라네.”

“……?”

“수인들 역시 ‘악인이 된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살해를 해도 능력만을 빼앗을 뿐 어떠한 변화도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네. 그게 마로 페널티인 것이지. 생각해 보게 생존이 중요해진 세계에서 능력을 빼앗아올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표적이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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