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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40화 (40/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040화

아무렇지 않게 장선오의 머리를 날려 버린 미노타우로스는 도끼를 들어 올리며 몸을 돌렸다.

거대한 몸을 천천히 움직이며 민혁에게 다가오는 몬스터.

마치 사형을 집행하듯 거대한 도끼를 들어 올리며 천천히 걸어왔다.

두려움? 아니, 그보다는 어렴풋이 느껴지는 어린아이의 눈동자에 그 모습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급하게 총기를 꺼내 들고 옆에 있던 현지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흉측하게 변해 버린 자신의 동생을 보며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어느새 앞까지 다가와 거대한 도끼를 머리 위로 크게 들어 올리는 미노타우로스.

마치 나무 장작이라도 패려는 듯한 자세.

중력에 이끌리듯 빠른 속도로 도끼를 내려찍었다.

슈우우욱. 쾅!!!

단숨에 내려찍은 도끼가 바람을 가르며 일으키는 강력한 풍압!

미노타우로스가 괴력으로 도끼를 내려치자 울리는 엄청난 굉음.

“이 병장님!!! 고개 숙이십시오!”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 사이,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익숙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순간 자신도 모르게 음성을 따라 머리를 숙이자 그 위로 미노타우로스의 도끼가 멈춰졌다.

“시, 신우?”

익숙한 실루엣의 음성의 주인공.

“너 어떻게……?”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질문할 새도 없이, 신우는 미노타우로스의 공격을 막아낸 검을 튕겨냈다.

“설명하기에는 깁니다. 저 녀석은……?”

“……현지 씨의 동생이야.”

“예……?”

미노타우로스로 변해 버린 현지의 동생, 혼란스러워 보이는 신우였지만 이내 좌절하고 있는 현지를 보며 알겠다는 듯 검을 움켜쥐었다.

“다치신 겁니까? 일단,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래.”

“제가 상대하고 있겠습니다. 준비되면 말씀해 주십시오.”

폭주로 몬스터가 되어버린 그는 지능까지 떨어져 버린 듯 땅에 깊숙이 박혀버린 도끼를 빼내기 위해 힘을 주고 있었다.

때를 놓이지 않고 신우는 미노타우로스에게 전속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도끼에 정신이 팔려 눈치채지 못한 사이 흑도가 미노타우로스의 사지를 꿰뚫었다.

손끝을 통해 느껴지는 감각.

그런데도 강한 생명력을 가진 미노타우로스는 쓰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화만 돋은 듯 더욱 난폭한 소리를 질러대는 미노타우로스.

아차 싶은 순간 도끼를 놓아버린 미노타우로스의 주먹이 신우를 향해 날아왔다. 미처 뒤까지 생각하지 못한 실수였다.

퍽!

주먹에 맞아 날아가며 벽에 부딪히는 신우.

정신 못 차리는 사이 미노타우로스는 땅에 박힌 도끼를 빼내 들었다.

신우의 공격이 의미가 없지는 않았던 듯 잠시 주춤한 미노타우로스는 다시 한번 신우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크로아아아아!

분노 섞인 포효를 내지르며 도끼를 가로로 휘두르는 미노타우로스.

벽에 기대어 있던 신우가 일어나기 위해 땅에 발을 디디는 순간 돌멩이의 잔해가 느껴졌다.

절묘한 타이밍에 돌멩이를 밟은 그가 넘어지며 그 위를 미노타우로스의 도끼가 지나갔다.

“어, 어!”

슈우우욱!

아슬아슬하게 도끼에 스치는 신우의 머리카락.

미노타우로스가 허공을 가른 도끼의 원심력에 중심을 잃은 사이 신우가 재빨리 몸을 일으켜 세웠다.

신우는 곧바로 미노타우로스를 향해 달려갔다.

가벼워진 몸은 느려터진 미노타우로스의 도끼가 따라오기에는 벅찼다.

얄미울 정도로 도끼를 피하며 미노타우로스의 심장 부근을 집요하게 공격하기 시작하는 신우.

집요한 공격에 생명력이 거의 다다른 미노타우로스의 움직임이 서서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마지막이다!”

공격한 순간 칼날이 부러지는 검.

그와 동시에 신우가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는 순간,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아, 안 돼!!”

눈물로 뒤덮인 현지의 외침에 잠시 멈칫한 순간.

미노타우로스는 눈앞의 신우를 밀치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조, 종현아!!”

“…….”

신우는 순식간에 동굴 밖으로 뛰쳐나가는 미노타우로스를 보며 다급하게 쫓아가려고 하기도 잠시, 다쳐서 움직이지 못하는 우리의 곁으로 다가왔다.

“제가, 부축하겠습니다. 일단 나가시죠.”

“그, 그래…… 그나저나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알고.”

“그게, 저 아이가 자신의 아버지를 막아달라고…….”

한쪽 팔을 들어 부축해 주려는 신우에게 질문하자, 입구 쪽을 바라보며 설명하는 신우.

그곳엔 어린아이가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일단…….”

“회복 포션을 가지고 왔습니다. 일단 치료부터…….”

자신의 아버지인 장선오의 끔찍한 사체를 보아서인지, 자신의 아버지가 일으킨 사건에 대해서 실망을 한 것인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아이를 뒤로 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였다.

그러자 신우가 다급하게 다가오며 장선오의 텐트에서 가지고 온 것으로 보이는 포션을 꺼내 들었다.

곧장 빠져나간 미노타우로스와는 다르게 몬스터가 가득한 마굴을 빠져나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다만, 신우의 회복 포션 덕분에 무리 없이 그곳을 빠져나올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현지와 장선오의 아이.

둘은 좌절한 듯 패닉에 빠져 있었고,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없었다.

“현지 씨…….”

“……대피소, 대피소로 가야 해요!”

용기를 내어 말을 건네려는 순간 그녀를 무언가 깨달은 듯 소리쳤다.

갑작스러운 외침에 당황하기도 잠시, 다급한 표정을 한 그녀는 재촉하기 시작했다.

“종현…… 종현이가 대피소로 향했어요……!!”

탐색 스킬을 사용한 듯 그녀는 대피소의 방향을 가리키며 소리쳤고, 그제야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대피소라면…….”

“지금 사냥 조가 없어요……! 사람들이…….”

“어, 어서 갑시다. 신우야 바로 출발하자!”

“네, 알겠습니다.”

* * *

“끄로로로아아아아!!!”

마굴을 빠져나온 뒤 곧바로 향한 대피소.

곧장 달려온 그곳은 아주 처참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완전히 부서진 텐트와 격렬한 전투가 있었던 듯 쓰러진 사람들.

선혈이 낭자하고 무너진 대피소의 중심에는 미노타우로스가 그 중심에 있었다.

“지, 지혁 씨…… 경아 씨……!”

아직 만족을 못 한 듯 무차별적으로 난동을 부리는 미노타우루스를 뒤로한 채, 눈에 띈 그들을 향해 달려갔다.

같이 사냥을 한 경험이 있던 두 사람이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으…… 윽! 가, 갑자기 몬스터가…….”

“너무 강해요…… 저희로서는…….”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진 그들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지만 고통스러운 듯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갑작스럽게 미노타우로스가 대피소에 쳐들어왔고, 무차별적인 대학살이 벌어졌다고 했다.

사냥 조, 즉 전투 인원이라고는 두 사람이 전부였기에 최대한 저항을 해보았지만, 무용지물.

대피소는 완전히 무너지고 사람들은 대피소를 버린 채 도망가거나 희생된 것이었다.

“이 병장님……!”

신우는 그런 미노타우로스를 쳐다보며 어서 빨리 결정을 바라는 듯 자신의 검을 움켜쥘 뿐이었다.

우리야 완전히 회복을 했고, 이미 많은 상처를 입은 녀석을 쓰러뜨리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역시 마음에 걸리는 것은 현지. 그녀였다.

“현지 씨…….”

“…….”

“현지 씨……! 선택해야 합니다!”

그 와중에도 미노타우로스는 계속해서 대피소를 부수고 있었고.

그녀는 그런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며 어떠한 선택도 할 수 없었다.

“크로아아아!!!”

그 순간 우리를 발견한 듯 미노타우로스가 도끼를 움켜쥐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녀석은 영락없이 살육을 원하였고.

더 이상 그녀의 선택을 기다릴 수는 없어 보였다.

“이, 이 병장님. 녀석이 옵니다!!”

“……가자!”

복잡해 보이는 그녀를 뒤로한 채 미노타우로스를 대적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달려와 도끼를 휘두른 녀석의 공격을 신우가 앞에서 막아냈고, 뒤쪽에서 저격 라이플을 꺼내 들어 녀석을 향해 조준했다.

녀석의 심장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는 그 순간.

“급소는 그곳이 아니에요…… 제가 할게요.”

떨리는 목소리의 현지가 다가왔다.

손에는 지혁의 활을 든 채 무언가 결심한 듯하였다.

무언가 되묻기도 전에 그녀는 미노타우로스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고 화살은 빠른 속도로 녀석의 머리를 꿰뚫었다.

털썩.

미노타우로스의 거대한 몸집이 땅을 향해 곤두박질쳤고, 그제야 주변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대피소, 아니, 이제는 대피소라 부를 수도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부서진 그곳에 살아 있는 사람이라곤 현지와 나 그리고 신우가 전부였다.

어느새 같이 있던 장선오의 딸 역시 도망간 듯했고, 더 이상 이곳에서 살아갈 수는 없어 보였다.

그런 주변을 둘러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훔치는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앞으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장선오에 의해 동생과 사람들을 잃은 그녀의 처지가 안타깝기는 하였으나, 어쩔 수 없는 질문이었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했고.

더 이상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저도 두 분과 함께 가겠어요.”

“네?”

돌아온 의외의 대답에 놀라기도 잠시, 이미 완전히 결심한 듯 단호한 그녀의 표정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좋습니다.”

어느새 다가온 신우에게 의견을 묻는 눈짓 하자 동의했고, 나 역시 다른 의견은 없었다.

몬스터의 급소를 파악하고, 길을 찾는 그녀의 능력은 탁월했고, 사냥 실력 역시 뒤처지지 않았다.

생존에 있어서, 목표가지 도달하기에 있어서 좋은 동료가 분명했기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떠나기 전 신우 그리고 현지와 함께 재정비했다.

신우는 칼날에 검은빛이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검을, 나는 K201 유탄 발사기가 장착된 K2 소총을 제작 완료한 상태였다.

현지는 자신의 글러브와 동료였던 지혁의 컴파운드 보우를 등에 메며 필요한 물건들을 챙긴 뒤, 그렇게 대피소를 빠져나왔다.

씨이이잉~

신우가 검을 휘두르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날카롭게 들려왔다.

철컥. 척.

무기고를 이용해 만든 것은 40㎜ 유탄 발사기-K201, 가장 익숙하기도 하였으며 편리하게 사용하기 좋다는 이유 때문이다.

부가적으로 K2 소총에 장착하는 액세서리인 40㎜ 유탄 발사기-K201을 장착하였다.

현지의 탐색 스킬을 이용해 길을 찾아 나갔고, 길을 따라가던 역의 입구에 다다랐다.

“이곳을 빠져나가려면 이곳을 통하는 게 가장 빨라요.”

“준비됐어? 들어가자”

“네, 알겠습니다!”

양손에 검을 든 신우가 앞장을 서고, 가운데에서는 현지가 길을 찾았다.

가장 뒤에서는 내가 사주 경계를 하며 조심스럽게 계단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뚜벅. 뚜벅.

당장에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았지만, 군홧발 소리만 울릴 뿐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우리가 긴장했기 때문인지, 실제로 계단이 긴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한참을 내려가도 계단의 끝은 나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빛이 들어오지 않아 점점 더 주변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손전등 켠다. 더 조심해.”

“예!”

“네.”

딸…… 깍!

전방에 손전등을 비추며 이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우가 말했다.

“계단이 끝났습니다.”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계속해서 앞으로 나갔다.

계단이 끝나고 나온 것은 여타 평범한 지하철역과 다르지 않은 장소. 다만 불이 들어오지 않고 사람 소리가 들리지 않아 익숙하지만 낯선 모습이 연출되고 있었다.

“계속 가보자.”

이동하기 위해 불빛을 비춘 곳곳에는 시체들이 널려 있었다.

유니폼을 입고 있는 시체부터 평범한 옷차림의 시체까지, 하나같이 그 시간이 오래된 듯 역겨운 냄새가 올라왔다.

“시체 건드리지 않게 조심해.”

“예, 알겠습니다.”

총이나 칼에 당한 상처가 아닌 물어뜯긴 상처들이 대부분인 시체들이었기에, 이곳에도 몬스터가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이미 좀비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에 이들이 좀비에게 당했다면 이들 역시 좀비가 되었을 가능성이 컸다.

지금처럼 누워 있는 좀비를 본 적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내 뜻을 이해한 듯 신우는 시체들을 피해 걸어갔다.

“잠깐, 무슨 소리 안 들려?”

“……소리요?”

순간 머리가 지끈거려 왔다.

“끼아아아악!!!!”

“막아!!”

“머리를 노려!!”

그때 들려온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어딘가에 들려오는 몬스터와 사람의 소리, 전투 중인 듯 긴박한 소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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