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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39화 (39/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039화

장선오 그가 얻게 된 능력은 약사, 포션 제조 스킬에 특화된 직업이었다.

약국을 운영했던 그에게 가장 적합하고 어울리는 능력을 받게 된 것이다.

새로운 힘에 눈을 뜬 그는 신비한 능력의 포션을 제조하는 데 빠져들었다.

스킬을 이용해 빠르게 상처를 회복시키는 등의 엄청난 능력에 감탄했고, 더욱이 새로운 포션들을 계발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그들은 몬스터들에게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몬스터에게 당한 사람들을 구하는 데 부단히 힘을 썼다.

그러던 중 사건이 일어났다.

첫 번째 메인 퀘스트가 시작되었고, 모든 퀘스트가 마무리된 그때.

어린아이였던 자신의 딸인 민주와 아내가 흉측한 모습으로 변하게 된 것이었다.

퀘스트의 내용대로 마을 사람 모두가 힘을 모아 몬스터를 무찔렀지만, 어린아이였던 민주와 아내는 그러지 못했다.

“……내, 내 능력으로 민주를 고칠 수 있을 거야.”

절망에 빠지기도 잠시, 그는 민주를 원래대로 고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인간으로 되돌리는 포션’을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계속되는 실패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점차 몬스터들에게 자신이 만든 포션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끊임없는 노력에 그들의 포션은 점점 더 성공에 가까워져 가는 것만 같았다.

“됐다. 됐어! 이제 얼마 안 남았어.”

하지만 문제는 얼마 가지 않아 터졌다.

그의 포션을 먹은 몬스터들이 흉측한 모습으로 변하며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가 실험했던 벌레들이 폭주를 일으켰고, 그때마다 도시에는 큰 소동이 일어났다.

마을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했고 그를 수상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의심이 생기기 시작하자 주위의 보이지 않는 감시가 이어졌고 실험을 더는 진행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도시의 벌레들은 빠르게 개체 수를 늘려 나갔고, 더욱 강해졌다.

더는 그 누구도 도시에 살 수 없게 되자 그는 빠르게 도시를 빠져나와 대피소를 구축해나가기 시작했다.

더 이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대피소의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멀리 떨어진 동굴에 몬스터들을 유인했다.

그가 제작한 몬스터를 유인하는 포션으로 어렵지 않게 가능한 일이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그곳에서 실험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곳이라면 실험에 집중할 수 있을 거야…….”

얼마 지나지 않아 동굴은 폭주로 인한 몬스터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늘어나는 몬스터들이 모두 동굴에 가둬두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나둘 동굴을 빠져나가기 시작하는 폭주한 몬스터들.

“옜다, 먹어라.”

장선오가 포션 병을 심어둔 고기를 던져주자 의심 없이 집어삼키는 늑대.

얼마 지나지 않아 늑대의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고통스러운 듯 몸부림치던 늑대는 얼마 가지 않아 흉측한 모습으로 변하였다.

폭주가 일어난 것이었다.

크르르르! 아아아악!!!!

이성을 잃은 늑대는 동굴의 깊숙한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역시, 장선오 자네였어! 자네가 원인이었어!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이는 건가!”

그때 입구 쪽에서 들려오는 고함.

모든 것을 지켜본 이들이 소리친 것이다.

장선오를 수상하게 여긴 그들이 마을에서부터 그의 뒤를 밟으며 따라온 것.

모든 광경을 지켜본 그들은 추궁하기 시작했다.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장선오는 당황하지 않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자네들 언제 왔는가.”

“시치미 떼려 할 생각 말게. 우리 모두 똑똑히 봤네! 자네가 괴물을 만드는 모습을!”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이구먼.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보게.”

장선오는 양팔을 벌리며 진정하라는 듯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흥분한 그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한 행동이었다.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는 그들은 다가오는 장선오를 견제할 뿐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간 장선오가 품 안의 무언가를 꺼내 뿌렸다.

“으아악……! 포션……?”

얼굴에 포션을 맞고 소리를 지르는 남자들. 자신의 얼굴에 느껴지는 차가운 액체 당황한 것이었다.

기습 공격이라도 할 줄 알았던 그가 뿌린 것은 포션.

마력 폭주를 일으킨 늑대의 고기에 포션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모르는 그들은 어째서 그가 포션을 뿌렸는지 알지 못했다.

“장난이라도 치는 건가? 그만하고 따라오게 마을에 가서 모두와 이야기를 좀 해야겠네. 어……? 어? 어!”

정신을 차린 그들이 장선오를 끌고 가려는 순간, 몸 안의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는 오른손의 시계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아아악!! 크로아아아!!!”

얼마 지나지 않아 부풀며 커지기 시작하는 그들의 몸.

괴로운 듯 얼굴을 부여잡은 그들이 소리치기도 잠시 폭주가 일어난 그들의 몸은 미노타우로스로 변하기 시작했다.

“크로로로오!!”

“그러게 가만히 있을 것이지. 왜 설치고 그러나?”

장선오는 마을로 돌아가 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동굴에 가자 몬스터로 변했다.’

소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삽시간에 퍼졌고 동굴의 출입을 제한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문은 커지기 시작했고 동굴은 마굴로 불리며 아무도 오지 않는 장소가 된 것이었다.

사람들의 의심을 피하게 된 장선오는 더욱 실험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는 성과가 나타날수록 광기에 빠져들었다.

그의 아내는 그런 장선오의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무서울 정도로 포션에 집착하기 시작한 그는 모든 것을 제쳐놓고 포션 제조에만 힘을 썼다.

“당신 며칠째 이러고 있는지 알아요?”

“조금만…… 조금만 더 하면 완성이야…….”

모든 것을 아내에게 맡겨둔 채 실험에 집중하기 시작한 그에게 어떤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작은 텐트에 홀로 앉아 실험만을 계속할 뿐, 모든 것을 내팽개친 채 온 힘을 포션 제조에 쏟고 있었다.

“완성! 완성이야!!”

방 안에만 있던 그가 소리치며 기뻐했다.

아내는 오랜 침묵을 깬 그의 외침에 한걸음에 달려왔다.

오랫동안 씻지 않아 꾀죄죄한 그의 몽골에 텁수룩한 수염 꼬질꼬질한 그의 손에는 노란색의 포션을 들려 있었다.

“여보! 그동안 고생했어. 민주, 민주를 살릴 수 있을 거야.”

“수고했어요. 당신이 해낼 줄 알았어요.”

그는 달려온 아내를 껴안으며 기뻐하였다.

같이 기뻐해 주는 아내를 보며 완성된 포션을 건네주었다.

“믿고 기다려줘서 고마워. 당신이 없었다면 완성은 불가능했을 거야. 완성된 포션은 당신에게 가장 먼저 주고 싶어.”

아내에게 포션을 건네준 장선오는 어서 마셔보라는 듯이 손짓하였다.

왠지 모르게 섬뜩한 그의 눈빛.

“왜 그래? 당신 나를 믿지 못하는 거야?”

“아니, 아니에요. 좋아요.”

아내의 두 손에 들려진 포션 병.

잠시 고민한 그녀는 단숨에 포션을 들이켰다.

꿀꺽. 꿀꺽.

포션을 마셨음에도 잠잠할 뿐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기도 잠시, 온몸에 열이 오르며 화끈거리기 시작했고 깊숙한 어딘가에서 무언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모, 몸이 원래대로 돌아왔어요!”

포션을 마신 그녀의 신체가 인간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가 폭주 없이 인간의 몸으로 돌아오는 포션을 완성한 것이었다.

“그래. 재료를 모아야 해. 민주의 것도 만들…….”

장선오 그는 폭주가 발생하지 않은 아내를 보고도 기뻐하는 기색을 보여주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낯설게 느껴지는 담담한 그의 모습.

자신의 포션을 만들기 위한 재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동굴로 향하는 아내와 장선오.

“이얏!”

깨갱, 깽…….깽

한방에 나가떨어지는 폭주한 몬스터들.

전투에 익숙지 않은 그녀였지만 포션의 효과는 마굴 안의 몬스터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무언가 관찰을 하는 듯 아내의 전투를 바라보고만 있는 장선오.

그때 아내의 몸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여…… 여보!”

“음…… 아직 불안정한 건가…….”

장선오는 재료만을 챙긴 뒤 아내를 놔둔 채 동굴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여…… 여보. 어…… 어디 가요…… 으윽…… 으아아악!!”

순식간에 불에 타듯 뜨거워지는 그녀의 몸.

피부가 마치 용암이 끓듯 부글거리기 시작한 그녀의 몸이 폭발하듯 완전히 변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비명은 점점 몬스터의 울음소리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리에 솟아나기 시작하는 두 개의 커다란 뿔.

미노타우로스로 변화한 그녀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파괴하기 시작하였다.

* * *

장선오는 무언가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이야기를 들려주는 와중에도 오른손의 손목시계를 계속해서 확인하였다.

초조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서…… 설마 당신.”

“아악, 몸이 이상해…….”

순간 종현의 몸이 불덩이같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며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는 예상이라도 한 듯 그의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음…… 또 실패인가.”

“서, 설마…!”

“그래, 맞네. 내가 실험 중인 포션이라네.”

“뭐? 어째서”

민혁이 그의 멱살을 들어 올리며 따지듯이 말하였지만.

흥분한 민혁의 모습과는 반대로 별일 아니라는 듯 차분한 장선오의 표정.

“어째서라니, 지금까지 무엇을 들은 것인가. 나도 어쩔 수 없네. 민주를 구하기 위해서는 실험을 계속해서 할 수밖에 없어.”

뻔뻔하기 그지없는 그의 태도에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하지만 이미 폭주가 시작된 듯 그의 용모가 변하고 있었다.

“제발. 내 동생을 살려줘. 해독제, 해독제를 줘”

“후, 해독제라니 그런 걸 만들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이미 한쪽 머리에 뿔이 생기기 시작한 종현.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 순간 동굴을 빠져나가려는 그를 잡은 채 빌기 시작했다.

한숨을 내 쉰 그가 한심한 듯 현지를 내려다보았다.

충격적인 사실에 좌절한 듯 앉아 있었다.

으어어억!!

그 순간 몬스터의 울음소리로 변해가는 그의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거대해진 그의 타격과 동시에 무너지기 시작하는 동굴.

-콰광쾅! 쨍, 쨍그랑!

동굴을 나가 몸을 숨기려던 장선오의 앞을 천장이 무너지며 길을 막았다.

마치 콜로세움처럼 모든 입구를 포함한 사방을 막기 시작하는 무너지는 잔해들.

크오오와악!

당황하기도 잠시 귀에 끔찍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다리에 힘이 풀린 현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젠장.”

장선오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동굴의 입구가 막혀 나갈 수가 없었다.

갑자기 지진이라도 난 듯 건물이 붕괴하며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천장이 무너져 내려 뻥 뚫린 천장. 잔해로 인해 사방이 막힌 벽.

폭주로 변해 버린 미노타우로스는 장선오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젠장. 젠장, 나는 여기서 죽을 수 없어.”

포션의 효력만 확인하고 동굴 밖으로 나가 안전하게 피신하려 했던 그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조, 종현아. 아저씨야. 아저씨.”

이미 사람이라 부르기는 어려운 끔찍한 모습.

도망칠 방도가 없자 미노타우로스를 보며 설득을 시도하려 하였다.

하지만 그는 이미 이성이 존재하지 않는 완전한 몬스터.

양쪽의 머리에 돋아난 뿔. 소의 외형을 한 머리.

근육과 털로 뒤덮인 그녀는 1m가 넘는 거대한 도끼를 들고 그의 앞에 섰다.

서걱!

순식간에 그의 목이 날아갔다.

벽에 흩뿌려지는 그의 선혈. 사방으로 튄 피로 인해 온몸에 피 칠갑을 한 미노타우로스는 목이 떨어져 고꾸라지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자로 잰 듯 반듯하게 잘린 그의 목은 미노타우로스가 얼마나 강한 힘을 가졌는지 알기에 충분해 보였다.

“욱, 우욱.”

메스꺼움.

모든 광경을 지켜본 민혁은 자극적인 모습에 토가 나올 것만 같았다.

폭주로 변해 버린 그의 모습에서 이미 현지의 동생을 찾기란 불가능했다.

그 순간 온몸에 돋아나는 소름.

뒤를 돌아본 미노타우로스는 민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서 죽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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