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무기고 038화
혼자서 폭주한 늑대 두 마리를 상대하기는 쉽지 않았다.
피투성이가 된 채 견제하며 움직이지 않은 채 서로를 주시하며 숨을 죽였다.
나에게는 늑대의 공격이, 늑대에게는 나의 공격이 서로에게 치명적이라는 것을 서로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체력이 얼마 남지 않은 늑대들과 나 모두 본능적으로 단 한 순간을 노리고 있었다.
-크르르르! 컹컹! 크엉!
늑대가 위협이라도 하듯 울부짖기 시작한 그 순간 땅을 박차고 뛰어들어 늑대의 목을 향해 총을 조준해 방아쇠를 당겼다.
마무리를 지을 생각으로 한 공격이었으나 폭주로 변화한 늑대의 가죽은 생각 이상으로 너무나도 단단했다.
마탄이 아닌 이상 녀석의 가족을 뚫기는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더는 마탄을 사용할 수 있는 마나가 없었다.
늑대의 가죽을 뚫지 못한 탄은 조그마한 상처를 내었을 뿐 한 번에 처리하지 못하였다.
주춤한 사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 다른 한 마리의 늑대가 허벅지를 거대한 이빨로 물어뜯기 시작했다.
“크크, 헉! 으아아악.”
커다란 늑대의 이빨이 허벅지를 관통하자 온몸에 고통이 전해졌다.
이미 오른 다리는 감각이 없었지만 여기서 죽을 수는 없었다.
이판사판.
이제는 패턴을 분석하거나 작전을 짜는 행동 따위는 의미가 없었기에 마구잡이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허벅지를 문 늑대의 머리통을 도망가지 못하게 움켜잡은 후.
계속해서 희미해져 가는 정신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총알을 연속적으로 쑤셔 넣기 시작했다.
목표는 늑대 이마에 있는 눈.
탕! 탕! 탕! 탕! 탕!
확인해 볼 겨를도 없이 공격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늑대의 눈에는 빛이 사라지고 없었다.
온몸과 얼굴에 늑대의 피로 범벅이 된 채 남은 늑대에게 절뚝이며 천천히 걸어갔다.
-컹컹!
어느새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낀 것인지 늑대는 다가오지 말라는 듯 짖어대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곧 다시 한번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들었다.
털썩.
그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며 넘어지고 말았다.
목을 노리고 힘껏 뛰어든 늑대의 시선에 사라져 버린 나의 모습.
나을 향해 달려든 늑대가 갑자기 쓰러져 버린 내 위로 넘어가고 있었다.
노린 것은 아니었으나 늑대의 공격 타이밍과 동시에 쓰러지며 피한 것이었다.
운 좋게 늑대의 공격을 피한 순간 위를 보니 보이는 것은 몸을 날린 늑대의 배.
“배! 배가 녀석의 약점이에요!!”
그 순간 스킬을 활용해 계속해서 약점을 찾고 있던 현지가 소리쳤다.
폭주한 늑대의 단단한 가죽이 덮이지 않은 유일한 곳.
때를 놓치지 않고 늑대의 무방비한 배를 향해 총알을 난사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내 곧 늑대는 비명을 지르며 걸레짝이 된 늑대가 땅바닥에 내팽개쳐졌다.
“허억, 허억. 으윽.”
일어나는 것조차 힘이 드는 상황.
별개로 다리를 다친 현지 역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곳을 나가야 하는데…… 현지야, 현지야 일어나야 해!”
눈앞의 늑대들을 모두 물리쳤지만, 동굴의 다른 몬스터가 오기라도 한다면 꼼짝없이 당할 것이 분명했다.
목표를 완수했으니 빨리 현지를 데리고 동굴 밖으로 나가는 것이 시급했으나 민혁 역시 허벅지 부상으로 걷기는 힘들어 보였다.
“일단, 대피소, 대피소로 가야 해…….”
현지와 나 모두 치료가 시급했기에 당장 동굴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크르르르! 컹컹! 컹컹!!
동굴 입구 쪽에서 울부짖는 몬스터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자신 동족들의 소리를 들은 것인지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이는 녀석들.
이대로 밖으로 나간다고 한들 살아남기는 어려워 보였다.
“젠장…….”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녀석들이 동굴 안으로 들어오는 듯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방법이 없습니다. 일단 동굴 깊숙이 들어가서 몸을 숨기죠.”
현지 역시 그것을 느낀 듯 목소리가 떨려왔다.
오래 고민할 수 없었기에 내린 판단은 동굴 안으로 더 들어가는 것.
운이 좋다면 반대쪽으로 통하는 길을 찾을 수도 있었고, 여차하면 몬스터를 피해 몸을 숨긴 후에 회복한 후 빠져나올 계획이었다.
* * *
터벅. 터벅.
동굴의 안을 향해 계속해서 걸어가기도 잠시.
동굴의 끝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어렴풋한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리 안 들려요……?”
“……네”
현지 또한 느꼈는지 매우 낮은 목소리로 물어왔다.
숨을 멈춘 채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더욱 선명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세…… 요.”
알 수 없는 그 소리에 절뚝거리던 발걸음은 더욱더 빨라졌고.
동굴의 끝에 다다른 순간 익숙한 실루엣이 그곳에 있었다.
“……어?”
흰색의 가운을 입은, 백발의 머리를 한 남성의 모습.
우리를 보고 놀란 듯 어울리지 않는 놀란 표정으로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네하고…… 현지가 어떻게…….”
“아, 아저씨가 왜…… 이곳에…….”
현지 또한 놀란 듯 말을 잇지 못하였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사이 장선오는 현지와 나를 힐끔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자네들 다쳤나보구만, 이쪽으로 오게 내 치료해 주겠네.”
“…….”
어찌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현지를 보며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순간 그의 뒤에 있는 밧줄로 단단히도 포박한 누군가가 눈에 들어왔기에 가지 말라는 의미였다.
“그…… 아이는……?”
“어……!! 종…… 현……? 종현이가 왜?”
손가락으로 그것을 가리키며 한 질문에 대답한 것은 현지였다.
아는 사이냐는 의미로 그녀를 쳐다보자 눈을 떼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제, 동생이에요…….”
움직이지 못하도록 완전히 포박되어 있는 그 아이를 자세히 바라보자 그제야 나 역시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가 매번 이야기하던 그 아이.
귀와 꼬리, 온몸에 털이 자라난 그 아이는 현지의 동생인 듯하였다.
“종현이가 어째서…… 그 모습은 대체”
장선오는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표정이 굳은 채 어떠한 말도 내뱉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색한 침묵 끝에 그가 입을 열었다.
“마굴에는 무슨 일로 왔지? 출입 금지라고 했을 텐데.”
추궁이라도 하는 듯 눈을 얇게 뜨며 해온 질문.
대피소에서 마굴에 가는 것을 금지해 놓은 것을 이야기하는 듯하였다.
“……폭발 소리가 나서요.”
“……그런 건가…….”
부담스럽기도 잠시. 뒤에서 뒤척이던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 누나……?”
“응, 그래. 괜찮아.”
어디인지 몰라 당황스러워하는 아이가 질문하자.
그가 친절한 미소를 띠며 대답해 주었다.
현지는 무언가 불안한 듯 그를 번갈아 바라보며 눈치를 보았다.
“어떤가? 이곳 마굴에 다른 특별한 건 없었나?”
“이, 빈 병. 포션이 들어 있던 것 같은데 맞죠?”
그의 질문에 빈 병을 꺼내 보여주었다.
그의 책상에서 본 적이 있는 특이하게 생긴 병이었다.
“음…… 다른 사람에게 이곳에 온다고 말 한 적 있니?”
“아니요. 갑작스럽게 마굴에 온 거라…….”
손에 들려 있는 빈 병을 뚫어지라 쳐다보던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안경을 추켜올린 그는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고민하였다.
“현지야. 내가 왜 대피소에서 약이나 만들면서 지내고 있는지 아니?”
“네? 대피소 사람들을 위해서…….”
“아니, 아니야…….”
갑작스러운 그의 태도 변화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현지야, 저번에 내 아내는 어디 있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지?”
“아주머니는 사고로…….”
“거짓말이란다. 그녀는 죽었어.”
“……?!”
“나는 많은 것을 포기하고 왔다. 겨우 이곳에서 멈추기 위한 행동은 아니었지.”
“…….”
“하지만 현실은 가혹하더구나.”
“…….”
“이 아이의 모습을 봐. 난 괴물이 되어버린 이 아이를 꼭 고쳐주고 싶을 뿐이야!”
흥분한 듯 소리치는 그의 말과는 대조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포박되어 있는 종현의 상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네도 지금까지 살아 있으니, 이렇게 된 사람들을 본 적이 있겠지.”
“…….”
“자네 표정은 내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 같구먼. 그럴 테지.”
“…….”
“나 역시 처음에는 오히려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네. 신께서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한 것으로 생각했단 말이네. 어리석게도 말이지.”
“…….”
“하지만 말이야. 그거 알고 있나. 수인이 된 인간들은 점점 몬스터로 변해간다는 것을 말이야. 물론, 육체뿐만이 아닌 정신까지도 말이야…….”
“……?! 말도 안 되는…….”
“그렇게 생각하나? 나 역시 그랬으면 좋겠네만.”
“…….”
“우리 아이 역시 마찬가지였지, 한 번씩 이성을 잃고 무차별적인 살육을 저질렀어.”
“……우리…… 아이……?”
장선오가 누군가를 떠올리는 듯 허공을 바라보며 말하던 중 씁쓸한 표정을 내비쳤다.
현지를 바라보자 무언가 알고 있는 듯 입술을 물어뜯으며 말하였다.
“선오 아저씨의 딸, 민주 역시 수인이 되었어요…….”
“…….”
안타까운 일이었다.
어린아이들이었기에 사람들이 힘을 모아 퀘스트를 진행했다고 한들 결국 페널티를 얻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현지의 동생이 장선오와 함께 이곳에 있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기서 뭘 하고 있었던 거지? 현지의 동생은 왜 데리고 있고. 어서 놔줘!”
“……그럴 순 없네.”
“……뭐?”
“음…… 어디에서부터 말을 해야 할지. 그래. 첫 번째 메인 퀘스트가 종료하던 날 기억하나?”
“…….”
“나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네. 우리 민주가 괴물 같은 모습으로 변하던 그 날을 말이야…….”
“…….”
“첫 번째 메인 퀘스트의 실패로 꼬리와 동물의 귀가 생기고 털이 자라났지. 하지만 본래의 인격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저 외관만 변했을 뿐이라 생각했었네. 더 큰 힘과 체력을 가지게 되었기에 오히려 생존에 있어서는 더욱 유리해 보일 지경이었지.”
“……?”
“내 착각이었네. 민주는 조금씩 변해갔어…….”
“…….”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았네. 모든 것을 고칠 수 있는 이 신비로운 능력으로 민주를 고칠 수 있을 거로 생각했고 실험을 해나갔지.”
“……실험?”
“그래. 맞아. 실험. 나는 계속해서 실험했어. 동물, 식물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서…… 설마, 당신! 인간한테도?!”
“……어쩔 수 없었네.”
그 순간 가만히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있던 현지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서, 설마 우…… 우리 종현이한테도…… 아…… 저씨…… 아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