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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37화 (37/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037화

“신우라고 했던가? 몸 상태는 좀 어떤가?”

“네, 덕분에 많이 좋아졌습니다.”

텐트 안으로 들어온 장선오가 가까이 다가오며 질문했다.

“잠깐 보도록 하지.”

그러고는 상처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확실히 약효가 있었는지 눈에 띄게 좋아진 상태.

욱신거리던 통증 또한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 더는 고통스럽지 않았다.

“음, 다행이네. 내일이면 완전히 회복하겠어.”

“네, 감사합니다.”

“아닐세, 우리 때문에 미안하게 됐어. 자네 동료가 약품까지 가져온 덕분에 오히려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었네.”

“……그렇군요.”

“자네들은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원한다면 이곳에 더 머물러도 좋네.”

“……아닙니다. 저희는…….”

“음, 뭔가 계획이 있는 모양이군. 알겠네.”

치료가 끝나가자 그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왠지 모르게 이곳에 남아줬으면 하는 눈치.

아마 이민혁 병장의 강함을 확인하였기에 그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럼 먼저 일어나겠네. 내일까지는 무리하지 말게.”

“아, 예.”

거절의 의사를 내비치자 무안했는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밖으로 나갔다.

‘후…… 내가 너무 민폐만 끼치는 것 같아. 빨리 나아서…….’

부스럭.

“응?”

* * *

“오늘은 이쯤하고 들어갈까요?”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현지가 사냥을 마무리하고 들어가자고 제안했다.

밤이라 하여 사냥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밤에도 사냥하는 사람은 없었다.

밤이 되면 인간은 앞을 보기 어려웠지만 몬스터 중에는 밤에 더욱 활발하고 익숙한 녀석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사냥을 정리한 후 마을에 들어와 오늘 얻은 코인을 나누기 위해 모인 자리.

사냥하며 자동으로 저장된 코인을 모두가 꺼내 모았다.

“지혁이랑 경아, 민혁 씨까지 공평하게 1/4로 나눴어.”

“으, 으악 이렇게 많이? 한 사람 몫 맞아?”

“응, 정확히 나눈 거야.”

“허…… 허, 하긴 그렇게 쉬지도 않고 사냥했으니…….”

코인을 나눠 받은 지혁이 피곤한 듯 어깨를 두드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후, 이제는 서 있을 힘도 없어…… 난 먼저 들어갈게.”

“나도 마찬가지야.”

한껏 엄살을 피운 경아와 지혁은 자신의 텐트로 돌아갔다.

현지와 둘만 남게 되자 왠지 모르게 어색해진 느낌.

누구도 선뜻 말을 건네지 않고 알 수 없는 적막만이 감돌았다.

“저기…… 오늘 고마웠어요.”

“아니요. 저도 코인도 벌고…… 정보 확인.”

[알 수 없는 알]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는 희귀한 알. 생명 에너지가 가득 차면 부화한다.]

[생명 에너지-96%]

코인도 코인이었지만 무엇보다 목적은 알을 부화시키는 것이었다.

그동안 꾸준히 사냥해오며 알의 생명 에너지가 100%에 가까워져 있었기에, 빠르게 부화시키려는 의도였다.

무엇이 나올지는 알 수 없었으나, 분명 생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였기에 한시라도 쉴 수 없었다.

앞으로 남은 생명력은 단 4%.

지혁과 경아, 현지의 도움으로 알의 부화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음, 이 정도면 부화를 할 줄 알았는데…….’

신우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알을 부화시키려는 계획이었으나, 생각보다 느리게 채워지는 생명력으로 인해 완전히 부화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안 들어가세요?”

“아, 저는 조금만 더…….”

하지만 무슨 일인지 더는 늑대는 고사하고 다른 몬스터들조차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하필 부화까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두 눈을 크게 뜨고 찾아도 어디에도 늑대를 찾을 수는 없었다.

하필 부화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대상인 몬스터들이 보이지 않아 밀려드는 답답함.

콰광쾅쾅!

그때 마을 반대쪽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뭐, 뭐야!”

“……!!”

갑작스러운 폭발음에 놀라기도 잠시, 현지를 바라보자 안 그래도 큰 눈을 더욱 크게 뜨며 놀라 했다.

숨을 고르던 현지가 말을 이어갔다.

“저, 저기는…….”

“……?”

“왜 그래요?”

“동굴이 있는 곳이에요.”

“동굴이요?”

“네, 너무 강한 몬스터들이 살아서 사람들의 출입을 금지해 놓은…….”

말끝을 흐리는 현지의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몬스터들이 있다고요?”

“네…… 왜 저기서 폭발음이…….”

일명 마굴.

대피소의 사람들에게 정보를 수집하면서 들어본 적이 있는 곳이었다.

왜 그런지 알 수 없었지만, 마굴에 들어간 몬스터들은 폭주해 더욱 흉포하고 사납게 변한다는 소문이 있는 장소.

그렇기에 대피소에서 공식적으로 출입을 금지한 장소였다.

그제야 현지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이유를 눈치챘다.

마굴은 폭주한 몬스터들이 있는 곳.

그곳에서 폭발이 일어나 대피소에 피해를 일으킬까 걱정을 하는 것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곧바로 떠날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어…… 어디 가세요?”

“방금 말한 그 동굴이요.”

“네? 거길 혼자 가겠다고요?”

폭주한 몬스터들이 위험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현지나 다른 사람들에게 같이 가 달라 부탁할 수는 없었다.

“저…… 저도 같이 갈게요.”

“네? 아뇨. 그럴 수는 없어요. 너무 위험해요.”

“제가 이곳에 더 오래 있었어요. 마굴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그래요?”

“……어째서.”

“저도 무슨 일인지 알아봐야 해서 그래요. 자칫하다간 대피소에 큰 피해를 줄 수도 있으니…….”

역시 그녀에게 말로 이기기란 쉽지 않았다.

따라오라는 듯이 앞장을 서서 가기 시작하는 현지를 못 이기는 척 그녀의 뒤를 따라 마굴로 향하기 시작했다.

“여기가 그 마굴…….”

현지의 안내에 따라 도착한 곳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동굴이었다.

한눈에 봐도 음침한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동굴에는 누군가 실수로라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안내판이 서 있었다.

누가 봐도 위험한 장소라는 것을 뜻하는 거로 보이는 해골에 엑스 표시를 그려놓은 표지판이 그것이었다.

“폭발은 안쪽에서 일어난 건가…… 들어가 보죠.”

쭈뼛대는 현지를 지나 먼저 앞장서 동굴의 안으로 들어섰다.

무서움을 느낀 듯 그녀는 나의 뒤에 바짝 달라붙어 따라오고 있었다.

‘몬스터는 잘 잡으면서 의외로 어두운 건 무서워하는 건가…….’

바들바들 떨며 연신 주위를 살피며 따라오는 그녀의 의외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르르르

“까아아악!”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무언가의 붉은 두 눈동자가 빛을 뿜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울음소리가 들려온 그곳에는 흉측하게 변해 버린 토끼가 두 발을 든 채 우리를 주시하고 있었다.

놀란 현지의 비명이 동굴 속에 메아리치며 울려 퍼지기 시작하자 하나둘 형체만 보이는 무언가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동물이라 보기보다는 흉측하게 변한 몬스터에 가까웠다.

현지와 나를 둘러싸며 티가 나도록 적대심을 드러내는 녀석들.

일반적인 동물보다 1.5배 정도 더 거대하고 기분 나쁜 남색의 털을 가진 몬스터들이었다.

“현지 씨, 전투 준비해요.”

순식간에 둘러싸인 채 서로 등을 맞대며 몬스터들을 견제했다.

무기고에서 소총을 꺼내 들자 현지 역시 정신을 차리며 글러브를 착용하였다.

“이얏!”

“하앗!

다행히 폭주한 토끼와 사슴들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폭주로 인해 강해졌다곤 하나, 워낙 약한 녀석들이었다.

굳이 총을 쏘지 않더라도 달려들어 소총을 휘두르자 한순간에 쓰러지는 녀석들.

현지 역시 쉬지 않고 그녀의 특기인 연계기를 활용하여 공격하기 시작했다.

“휴. 이 정도면 할 만한데?”

얼마 가지 않아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몬스터들을 모두 처리할 수 있었다.

와중에 드는 한 가지 의문.

서식지가 다른 토끼나 사슴 등의 몬스터들이 어째서 이 동굴에 모여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민혁 씨, 이거…….”

현지가 무언가 발견한 듯 소리쳤다.

“빈 병?”

“네. 선오 아저씨가 포션을 담을 때 사용하는 병인데. 이게 왜 동굴에…….”

“인간의 포션을 훔쳐 먹었나?”

지금껏 대피소 주위에서 사냥해 오면서 단 한 번도 빈 병을 발견한 경우는 없었기에 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마을 사람들이 포션을 들고 다니지는 않았다.

상처를 한 번에 채워주는 등 효과가 매우 좋았지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장선오가 유일하였고, 그 재료 역시 풍족하지 않아 곤란을 겪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는 상처를 치료하는 포션을 판매한다고도 하였는데, 한 병에 100코인 정도였으니 웬만한 사람들은 구경조차 힘들었다.

-크르르르! 컹!컹!

“현지 씨, 조심해요!”

그 순간 앞에서 늑대가 나타났다.

폭주로 인해 흉측하게 변한 늑대.

늑대 역시 폭주로 인해 1.5배 덩치가 더 거대했으며 양쪽의 눈 외에도 이마에 눈이 하나 더 달린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꺄아악!”

앞에 나타난 늑대에 집중한 사이 비명에 놀라 쳐다보니 현지가 발목을 물려 쓰러져 있었다.

어둠에 숨어 뒤쪽에서 나타난 늑대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순식간에 현지의 발목을 노린 늑대는 엄청난 치악력으로 물고 늘어졌다.

현지의 발목은 이미 피가 흥건했고, 앞에 나타난 늑대를 견제하느라 이동하지 못하는 탓에 현지와 늑대를 번갈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악! 이 자식이!”

현지는 넘어진 채로 자신의 다리를 물고 있는 늑대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얼굴을 얻어맞은 늑대는 물고 있던 다리를 놓은 채 뒤로 피신하였다.

“괜찮아요?”

“저를 두고 도망가요! 두 마리는 무리에요.”

그녀는 움직일 수 없는 듯 다리를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사냥을 하듯 어슬렁거리며 주위를 빙빙 돌고 있는 두 마리의 괴물 늑대들.

-크르르르.

위협적인 거대한 이빨을 드러내며 압박을 하기 시작했다.

달리는 속도가 빠른 늑대들을 뚫으며 걷지 못하는 현지를 데리고 도망치기는 어려워 보였다.

‘싸울 수밖에 없다.’

이기든 지든 현지를 버리고 갈 수는 없었기에 선택권은 없었다.

-크아아악!

순식간에 달려들어 이빨을 내미는 늑대.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오른쪽으로 몸을 틀어 소총을 내리쳤다.

‘일반 늑대와 공격 패턴이 같아.’

다행히도 그동안 늑대를 상대하며 익힌 패턴에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행동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늑대가 한 마리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늑대들은 우리가 공격하기 시작하자 완전히 적으로 인식한 모양이었다.

다시 한번 거대한 앞발을 들어 올리며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늑대의 발톱이 어깨를 스치며 지나갔다.

스쳤음에도 불구하고 꽤 깊게 박힌 듯 욱신거리며 피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무기고에는 강력한 폭발 무기들이 많이 있었지만, 동굴이 무너질 확률이 높았기에 사용하지 못했다.

만약 동굴이 무너진다면 움직이지 못하는 현지는 물론 나 역시 죽게 될 것이 분명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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