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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35화 (35/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035화

“어! 명중률이 높아지는 반지다.”

현지가 보상으로 받은 상자에서 나온 것은 특수 능력이 있는 반지였다.

그녀 또한 이러한 아이템을 처음 본 것이 아닌 듯 반지를 보며 기쁜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보상이다.

꽤 그럴듯한 보상을 받은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확인!”

[루핀의 반지]

[등급-S] [귀속 아이템]

[착용 제한-플레이어]

[특수 효과-은신, 밤에만 사용 가능]

[착용자의 기척을 지우고 모습을 투명하게 만드는 액세서리. 밤에만 사용할 수 있으며 은신 상태에서 공격을 받으면 효과가 사라진다.]

“헉!”

반지를 꺼내 천천히 설명을 읽어가다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상상도 못 했던 희귀 아이템, 제한이 있기는 하였으나 누구나 한 번쯤 꿈꾸었던 투명 인간이 될 수 있게 해주는 반지가 나온 것이었다.

등급 역시 지금껏 본 적이 없는 S등급, 나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귀속이 붙어 있는 설명은 아무리 봐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

말 그대로 대박을 건진 것이었다.

[아이템 효과에 의해 은신이 발동됩니다.]

마침 밤이었기에 손가락에 반지를 착용하자 온몸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착용하고 있던 옷과 무기까지 전부 효과를 받으며 완전히 사라졌다.

“응? 어디 가셨지? 방금까지 있었는데…….”

자신의 반지를 구경하던 현지가 내가 서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정면에서 나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내가 보이지 않는지 두리번거리기 시작하였다.

장난기가 발동해 주변을 뛰어다녔지만, 그 또한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굳이 밝힐 필요는 없겠지.’

그녀가 나에게 해코지를 하거나 배신을 할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완전히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것도 아니었다.

조심해서 나쁜 것은 없다.

은신을 풀지 않은 채 두리번거리고 있는 그녀를 지나 식료품들이 있는 매대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반지를 빼내자 모습이 드러나는 육체.

고개를 살짝 뺀 뒤 그녀를 불렀다.

“뭐 하세요? 어서 약을 찾으러 가보죠.”

“언제 거기로 가셨어요?”

“약국으로 이어지는 문을 찾고 있었어요.”

그녀가 의심하려는 찰나, 이곳에 온 목적인 약국 쪽으로 화제를 돌렸다.

약국으로 통하는 문을 찾고 있었다고 하자 의심을 거두었다.

순간적으로 생각해낸 변명이었지만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일단 이곳에 온 목적은 중독 포션의 재료들을 찾는 것이었기 때문에 장선오가 숨겨놓았다고 하는 약국으로 들어가는 것이 급선무였다.

“창고에 음식들을 쌓아놨었나 봐요.”

“그러게요. 일반적인 음식보다는 한약재나 약들의 재료인 것 같기는 하지만…….”

건물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기에 습도가 높고 내부가 따뜻해지며 음식들은 상해 있었다.

아마 그것이 거대 바퀴들이 이곳에 들어오게 된 이유였을 것이다.

이곳을 가득 메운 녀석들은 상한 음식이건 단단하게 밀봉된 통조림이건 가리지 않고 섭취했고, 그나마 남아 있는 것은 얼마 보이지 않았다.

“저것들을 식량으로 사용하기에는 어려워 보이네요.”

“네…….”

“……어서 문부터 찾아보죠.”

난장판이 되어버린 창고를 뒤지며 약국으로 가는 문을 찾던 도중.

어색함을 참지 못하고 먼저 말을 건넸다.

“대피소에는 언제부터 있었던 겁니까?”

“처음부터요. 세상이 변한 그 날부터 함께했던 사람들이에요.”

“가족들도 같이 있는 겁니까?”

“…….”

“……아,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가족은 동생이 한 명 있어요.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아이인데, 그날 이후 더 악화되었어요. 그나마 선오 아저씨가 계속해서 치료를 해주셔서 다행이죠.”

“……그렇군요.”

“그것보다, 저번 일은 정말 죄송해요. 말린다고 말렸지만…… 아니, 그랬다고 해서 그게 옳았다는 게 아니고…… 뭐라 변명의 여지가 없네요.”

“아뇨, 괜찮습니다. 지나간 일이기도 하고.”

현지는 박건과 그의 일행이 나에게 총을 빼앗으려 했던 것을 사과하는 듯하였다.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그녀였지만 이미 그들에게 별다른 감정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총기를 구한다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고, 무엇보다 이미 죽음이라는 더 큰 벌을 받았기에 무어라 말을 잇기가 곤란했다.

“찾았어요! 여기에 문이 있네요.”

“네.”

탕-!

끼이익.

잠겨 있는 문고리를 부수고는 약국으로 들어갔다.

“콜록, 콜록.”

“후, 먼지가 장난이 아니네요.”

피어나는 먼지를 손으로 휘저으며 약국을 쭉 살펴보기 시작했다.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긴박했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어질러져 있는 내부의 모습.

말 그대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약들을 모아두었다고 했죠?”

“네, 꼭 필요한 약들만 보따리에 따로 모아두었다고 했어요.”

“빨리 찾아보죠.”

“저는 이쪽을 찾아볼게요.”

“네, 그럼 제가 사무실 쪽을 찾아볼게요.”

현지와 나는 자연스럽게 구역을 나눠 찾아보기로 하였고, 먼저 개인적인 공간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여기도 난장판이구먼.”

사무실로 사용한 듯 장선오의 이름이 새겨진 명패는 떨어져 깨져 있었고, 바닥 여기저기에 종이들은 흩뿌려져 있었다.

먼저 서랍을 살펴보기 위해 서랍들을 하나하나 열어가며 찾기 시작했다.

끼이익.

“여기도 없…… [회복 포션 제조 성공] 이게 뭐지?”

책상 옆의 서랍을 열어 확인하는 그때 종이에 적힌 익숙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서랍에 들어 있던 두터운 종이 뭉텅이를 꺼내 들었다.

누군가 펜으로 끄적인 듯한 빼곡한 글자들.

그것을 천천히 읽어보기 시작했다.

[20xx년 x월 x일]

[세상에 괴물 같은 것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일기? 같은 건가…….’

가장 첫 장에 쓰여 있는 것은 내가 군대에 복귀하기 전날의 날짜였다.

그날의 일을 적은 듯한 글자들을 훑으며 다음 장으로 넘겼다.

[포션 제조라는 능력은 신의 능력이 분명하다. 스킬의 설명을 따라 회복 포션을 제조했다. 어떤 상처도 곧바로 회복되지만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

‘포션을 처음 제조한 날을 기록한 건가 본데.’

아무래도 이것을 적은 것은 과거의 장선오인 것은 확실해 보였다.

[마나, 마나가 부족하다. 한 시간에 한 병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마나가 늘어난다면…….]

‘마나에 집착하는 것은 이때부터였나…….’

“이럴 때가 아니지. 남의 일기나 훔쳐볼 시간이 없어.”

턱.

약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들고 있던 종이 뭉텅이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눈길을 돌리려는 순간 뒷장에 써진 글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왜 뒤에 써놨지?’

종이 뭉텅이에는 여백이 대부분이었고, 적힌 글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오래 사용하기 위해 용지들을 일부러 모아둔 듯하였는데, 약국을 떠나게 되면서 더는 써내려가지 못한 게 원인으로 보였다.

앞에 몇 장 정도만 빼곡하게 적혀 있었기에 굳이 뒷면에 적은 이유가 궁금하였다.

호기심을 참지 못해 뒷면에 적힌 글자들을 읽었다.

[스킬에 적힌 제조법이 아니더라도 효력이 생긴다는 것을 확인했다. 벌레를 통해 실험해 보았다. 동물을 통해 실험을 시도했다. 실험체가 부족하다.]

시간의 순서대로 작성된 듯 작성된 문장들을 띄엄띄엄 읽으며 지나갔다.

다음 장에 무언가 심각한 내용이 나올 것 같은 예감에 긴장하며 종이를 넘기려는 순간.

“숨겨놓은 약들, 찾았어요! 이제 가죠!”

현지가 약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보따리를 들고 들어왔다.

황급히 들고 있던 종이 뭉텅이를 숨기며 그것을 가방에 집어넣었다.

“네, 어서 가죠!”

* * *

도시를 다시 빠져나가기 위해 입구에 다다랐다.

하지만 거대한 구덩이는 여전히 입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대피소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곳을 지나가야 한다.

툭…… 콱!

실험 삼아 주위에 있던 돌멩이를 던지자 그 안에 숨어 있던 거대한 개미귀신이 튀어나와 그것을 잡았다.

그리고 돌멩이를 가지고 땅속으로 자취를 감추는 녀석.

벌레를 사냥하기 위해 개미귀신이 만들어 놓은 함정이었다.

“잠시 뒤로 좀 물러주세요.”

현지를 뒤로 보낸 뒤 그새 만들어 놓은 소이 수류탄을 꺼냈다.

작동시킨 뒤 구덩이를 향해 던지자 다시 한번 낚아채 땅속으로 들어가는 개미귀신.

콰광쾅! 쾅!

[몬스터-개미귀신을 사냥하였습니다.]

땅이 울리며 소이 수류탄이 폭발하며 화염과 함께 모래바람이 일어났다.

“컥, 컥. 아이고, 모래야.”

“근데 저 구덩이는 어떻게 지나가죠?”

날리는 모래에 정신없는 와중에 현지가 다가와 질문했다.

그녀가 가리키고 있는 것은 개미귀신이 만들어 놓은 거대한 개미지옥.

그곳에 빠지면 속절없이 중앙 가장 깊숙한 곳까지 미끄러지는 깔때기 형태의 구덩이였다.

“저기를 전부 채워야죠.”

“네? 저렇게 깊고 넓은 데를 채울 만한 게 있을까요……?”

“저기 있네요.”

내가 가리킨 것은 이곳까지 오면서 사냥했던 거대한 벌레들의 시체였다.

벌레의 몸집이 커진 만큼 함정의 크기도 매우 컸고, 일반적인 흙이나 모래 따위로 채울 만한 양이 아니었다.

한다면 못할 것도 없었지만, 그곳을 채울 만한 재료도 낭비할 체력도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수없이 널브러져 있는 거대한 벌레들의 사체.

크기도 부피도 큰 만큼 둘이서 이곳을 채운다면 빠르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저것들을 맨손으로 옮기자고요?”

“후딱 해치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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