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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32화 (32/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032화

몸통이 가늘고 길며 나뭇가지나 나뭇잎으로 의태하는 곤충.

30㎝만 되도 크다고 분류되는 그 곤충은 3m가 넘는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크기가 커진 만큼 나뭇가지가 아닌 나무의 형태로 의태한 것이었다.

대벌레는 위협을 하듯 다리를 벌리며 몸을 일으켜 세워 자신의 몸을 더욱 커 보이게 만들었다.

으드득. 으드득.

그것은 우리를 가만히 응시한 채 입만을 움직이고 있다.

단순히 몸집만 커진 게 아닌 듯 대벌레의 입속에서 뼈가 바스러지며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녀석의 입속에 흘러나오는 피와 생생하게 들려오는 소리는 공포를 심어주기에는 충분했다.

“으, 으아악!”

“도…… 도망가!”

한 명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공포심에 얼어 있는 사내의 머리를 통째로 씹어버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근접 공격을 담당하기로 했던 그들은 뒤도 보지 않고 뛰어가기 시작했다.

“이, 이봐 도망가지 마!”

이미 패닉에 빠져 넋이 나간 그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고 현지와 나를 지나쳤다.

약을 구하는 것 따위는 더 이상 안중에도 없는 듯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었다.

옆을 힐끔 바라보자 현지 역시 표정이 굳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서 두려움이나 공포심이 보이지는 않았다.

‘탐지 스킬을 사용하고 있는 건가…….’

저 나무가 몬스터라는 것을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그녀였기에 추측한 것이었다.

무엇이 더 튀어나올지 알 수 없었기에 집중하고 있는 그녀를 놔둔 채 나 역시 K2를 꺼내 들었다.

“후…….”

철컥. 척.

한숨을 내뱉으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저기 있는 거대한 벌레를 자극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개머리판을 어깨에 견착시켰다.

우리를 그저 가만히 응시하며 입을 움직이는 녀석을 조준하는 순간.

두둥둥두둥.

“으, 으으악~~~”

지진이라도 난 듯 땅이 흔들리며 뒤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도망을 가던 대피소 청년들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뒤를 돌아본 그곳에 사내들은 없었다.

“살려줘!! 제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은 아래쪽!

어느새 만들어진 것인지 땅이 꺼지며 깔때기 모양의 구덩이가 점점 그 면적을 넓혀가고 있었다.

그곳에 빠져 허우적대며 살려달라며 외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점점 더 구덩이의 중심부를 향해 빨려 들어갔다.

“개미지옥…….”

“네?”

무어라 중얼거린 현지를 쳐다보자, 그녀의 동공이 한없이 커지기 시작했다.

다시 그들에게 시선을 돌리자 이미 가장 깊은 가운데 부분까지 도달해 있었다.

콱!

그리고 그곳에서 튀어나오는 거대한 뿔.

매복해 있던 그것이 튀어나오며 사슴뿔처럼 생긴 거대한 턱으로 그들을 붙잡았다.

얼마나 단단하게 붙잡혔는지 더는 발버둥조차 치지 못하는 그들은 늪에 빠지듯 점점 더 땅속으로 끌려들어 갔다.

“저게…… 뭐야?”

“개미귀신이에요…….”

다시 한번 나타난 거대한 곤충에 놀라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현지가 대답해 주었다.

곤충에 대해 아는 게 많아 보여 질문을 하려 하였으나 그 순간 곤충이 구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무언가를 구덩이 밖으로 던져냈다.

툭.

구덩이에서 튀어나온 건 완전히 말라버린 시체.

체액만을 빨아 먹은 듯 껍데기만 남은 대피소의 사내들이었다.

거대한 곤충은 다시 땅속으로 유유히 몸을 숨겼다.

넓게 팬 거대한 구덩이 자체가 녀석이 만든 함정.

개미지옥에 빠진 개미들을 사냥하듯 거대해진 녀석은 인간을 사냥하고 있었다.

“민혁 씨!”

다급한 목소리로 현지가 나를 불렀다.

느껴지는 기척에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이동한 것인지 대벌레가 조금 더 가까워져 있었다.

하지만 역시 거대한 몸집으로 햇빛을 등지며 우리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그때 여섯 개의 가늘고 긴 다리를 연속으로 교차하며 한층 더 징그러운 모습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

팅! 팅! 팅! 팅!

‘총알이 먹히지 않아!’

조정간을 연사로 바꾸며 다가오는 녀석을 향해 난사했으나 녀석의 피부를 뚫지 못하였다.

총알은 녀석의 피부에 튕겨 나갈 뿐이었고, 현지의 화살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탄을 사용해야 해.’

지금까지 신우가 없는 경우에는 마나가 부족해 사용하지 못하던 마탄이었으나.

마나의 총량을 30% 증가시켜주는 꽃반지가 있었기에 문제는 없었다.

“현지 씨, 잠시 견제 좀 부탁할게요.”

“네!”

힐끔 바라보며 대답하는 현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마탄을 꺼내 들었다.

현지가 연신 활시위를 당기는 사이 푸른빛을 머금은 마탄을 결합했다.

철컥.

척.

탕!!!

“끼에에엑!!!”

최대한 빠른 속도로 장전한 마탄을 녀석을 향해 발사했다.

총구에서 터져 나온 푸른빛이 녀석의 몸통에 정확히 꽂혔으나.

괴로운 듯 소리칠 뿐 죽지 않았다.

‘마탄으로도 안 되다니…….’

마탄으로도 뚫지 못하는 대벌레의 피부.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음? 저기다!’

하지만 마탄이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녀석의 피부를 뚫지는 못했으나 눈에 보일 정도로 확연하게 상처를 입혔다.

“현지 씨! 저 상처를 맞춰요!!”

“네? 네!”

설명할 시간이 없었기에 그렇게만 말한 뒤 녀석을 다시 조준했다.

철컥, 두두두두두!

목표는 방금 마탄으로 낸 상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연속적으로 녀석의 상처에 집중되고 있었다.

상처는 조금씩 더 넓어져 갔고, 녀석은 괴로운 듯 자리에 멈춰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고개가 꺾이도록 올려다봐야 하는 거대한 녀석.

탕!!

“끼에에엑!!!”

드디어 집중된 총알과 화살이 녀석의 급소를 꿰뚫자, 입을 벌리며 괴로움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죽지 않고 끈질기게 살아 있었다.

‘급소를 꿰뚫었는데도 안 죽어…… 혹시……?’

“현지 씨, 혹시 담배 태우세요?”

“네?”

“혹시, 불 피울 만한 거 있나요?”

“아, 그렇구나! 네, 있어요.”

놀란 토끼 눈을 하며 자신의 옷의 냄새를 확인하던 현지는 그제야 의도를 간파한 듯하였다.

내가 견제를 하는 사이 품속에서 라이터를 꺼내 화살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대벌레를 향해 불이 붙은 화살을 당겼다.

-끼에에에에엑!!

화살촉에 불이 붙은 화살은 대벌레의 몸속에 불을 옮겨붙었고,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야얏!!”

다시 한번 현지가 화살촉에 피어 있는 불꽃을 녀석을 향해 조준했다.

활시위를 놓자 이미 온몸에 불이 퍼지며 고통스러워하는 대벌레의 몸에 화살이 꽂혔다.

불을 끄기 위함인 듯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녀석은 점점 우리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옆으로 피해요!”

탕!! 탕!! 탕!! 탕!!

조준이 오래 걸리는 현지를 옆으로 밀어내고, 대벌레의 다리를 향해 정조준하였다.

이번에도 역시 정확히 다리를 관통했고, 녀석의 다리를 하나씩 끊어내기 시작했다.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점점 구덩이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는 녀석.

불이 붙은 대벌레는 그대로 미끄러지듯 깔때기 형태의 구덩이로 떨어졌다.

빠른 속도로 중심부를 향해 빨려 들어갔고 여지없이 다시 나타나는 거대한 사슴뿔 모양의 턱.

불이 붙은 대벌레를 그대로 땅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나는 홀로그램.

[몬스터 대벌레 사냥에 성공하였습니다.]

* * *

거대한 개미귀신에 의해 도시의 밖으로 나갈 퇴로가 완전히 막혀버렸다.

점점 영역을 넓히는 깔때기 모양의 구덩이는 그 깊이만 최소 아파트 3층 높이에 다다랐다.

그곳에 발을 디디기만 하여도 미끄러운 경사로 인해 점점 그 안으로 빨려들어 탈출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생각대로야. 벌레들한테는 불이 약점이다.’

마탄만으로 거대한 대벌레를 죽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확실히 불의 효과는 녀석들에게 쥐약이었다.

물론 나의 아이디어였지만, 현지를 통해 확인해 본 바로는 확실했다.

“아까 어떻게 하신 거예요?”

“뭐가요?”

“계속 똑같은 곳을 맞춘 거요. 움직이는 대상을 어떻게 그렇게 정확히…… 그것도 스킬이에요?”

“아니요. 그냥 되던데요.”

“네? 장난치시는 거죠! …….”

현지가 옆에 쪼그리고 앉아 귀찮은 질문을 쏟아내었다.

그녀 역시 활을 이용해서일까. 조금 전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였다.

완전히 스킬이라 생각하는 듯하였으나, 나의 스킬 중에 사격 실력을 올려주는 효과는 없었다.

오롯이 나의 실력이었고, 어째서 인지 나 역시 그 실력이 점점 늘어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하긴, 매일같이 움직이는 녀석들을 쏴대는데 실력이 안 올라가는 것도 이상하지…….’

실제로 선수 시절에도 이 정도로 사격훈련을 거세게 한 적은 없었다.

이제는 일상을 넘어 생존을 위한 것이기에 매일같이 사격하고 더 정밀하게 쏘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실력이 향상하고 있는 것이었다.

개미지옥에 의해 퇴로가 완전히 막혀 나갈 수 없었기에 우선 안쪽으로 이동했다.

현재 위치는 몬스터가 보이지 않아 그나마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골목길.

도심에는 곤충처럼 생긴 몬스터들이 가득하여 돌아다니고 있었다.

무엇보다 쓸 만한 무기를 제작하기 위해 잠시 몸을 피한 것이었다.

[M2A1-7 화염 방사기 제작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때 무기고에서 들려오는 알람 소리.

벌레들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무기는 화염 방사기였다.

현재는 수많은 무기의 등장으로 도태되어버린 무기였지만, 직접적으로 화염을 내뿜는 이만한 무기도 없었다.

거대한 곤충 모습을 한 녀석들이 불에 약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공략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이게 뭐예요?”

무기고에서 제작이 완료된 화염 방사기를 꺼내자 의아한 듯 물어보았다.

김현지가 가리키고 있는 것은 금속으로 제작된 독특한 모양의 가방이었다.

그것은 연료통으로 2갤런짜리 휘발유 연료통 2개와 연료 분사제로 질소 탱크 1개가 붙어 있는 배낭이다.

분사기와 연결되어 있어 연료를 분사한 뒤 점화하면 불이 붙게 만들어주는 장치였다.

“약국까지는 얼마나 걸립니까?”

“여기서 1시간은 더 가야 해요.”

물론 몬스터의 방해가 없을 경우의 1시간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대벌레나 개미귀신처럼 숨어 있거나 함정을 만들어 놓는 등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튀어나오는 녀석들이니 얼마나 더 걸릴지는 알 수 없었다.

후두, 두두두!

그때 들려오는 거대한 소리에 벽으로 몸을 밀착시켰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엄청난 수의 몬스터들이 날아가고 있다.

뒷다리가 발달한 나에게도 매우 익숙한 곤충.

“배고프면 저 녀석들이라도 잡아먹으면 되겠네요.”

“…….”

크기가 얼마나 큰지 하늘을 가득 메운 메뚜기 떼를 보며 이야기하였다.

질겁하며 대답하지 않는 현지였지만, 농담은 아니었다.

메뚜기야말로 단백질 덩어리의 완벽한 생존 식량 아니겠는가.

“이제 출발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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