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어다니는 무기고-25화 (25/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025화

[라이칸스로프의 뼈 팔찌]

[라이칸스로프에게 웨어울프들이 왕을 인정하며 만들어 바친 팔찌. 꼼꼼하지 못한 웨어울프들에 의해 조악하게 만들어진 팔찌. 근력 상승.]

“근력 상승? 힘을 늘려주는 모양인데. 너한테 딱 좋은데?”

“하하, 감사합니다.”

반면에 라이칸스로프를 소환하게 해준다는 영혼석의 경우에는 쓰임새가 애매했다.

녀석을 다시 소환하게 되면 다시 공격해 올 것이 뻔해 보였다.

사용할 데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흔한 아이템으로 보이지는 않았기에 챙겨두었다.

신우는 근력을 증가시켜주는 효과가 있다는 뼈 팔찌를 곧바로 착용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라이칸스로프가 죽고 나서 방 안을 살펴본 결과 녀석이 앉은 것으로 보이는 의자 뒤에 나가는 곳으로 보이는 문을 확인했다.

어디로 통하는 문인지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까지 온 던전을 샅샅이 뒤져본 결과 문이라고는 이것이 유일했다.

‘……저기가 나가는 문이겠지?’

한시라도 빨리 이 던전을 나가고 싶었다. 며칠뿐이었지만 햇빛도 못 보고 습기가 가득한 동굴에서 웨어울프 들과 매일 같은 전투가 이어져 이골이 날 지경이었다.

무엇보다 배고픔, 약 나흘 동안 물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에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이 녀석들, 이곳을 통해 밖과 왕래를 했던 건가…….”

“아마, 식량을 구할 때만 이곳으로 이동했을 겁니다.”

“……몬스터 주제에 집에서는 밥을 먹지 않는다니.”

“이곳에는 녀석들이 먹을만한 게 없었으니…….”

“밖에, 밖에는 먹을 게 있겠지?”

“분명합니다…….”

신우의 대답을 들으며 던전으로 나가는 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끼이익-

‘응?’

하지만 손이 닿기도 전에 저절로 문고리가 돌아갔고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이 열리며 강렬한 햇빛에 눈을 찡그리며 물러났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햇살에 포근한 느낌도 잠시 강렬한 빛이 너무 눈이 부신 탓이었다.

‘눈부셔…….’

잠시 빛에 적응하기 위해 멈춰 있던 눈에 조금씩 희미한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꽤 많은 수의 사람의 형체와 조금씩 들리는 웅성거림.

‘드디어 사람…… 사람을…….’

조금씩 또렷해져 가는 사람들의 형체를 보고 있던 와중, 신우가 소리쳤다.

“이 병장님!!!”

신우의 다급한 외침에 순간적으로 총구를 겨누며 견제하는 자세를 취하였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들려온 것은 힘없는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히이익! 살…… 살려주십시오.”

바라본 곳에는 15명 정도의 사람들이 바짝 엎드리며 살려달라고 빌기 시작했다.

웨어울프와 라이칸스로프의 피에 뒤범벅이 된 모습과 함께 들고 있는 총기에 겁을 먹은 것으로 보였다.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

“누…… 누구시죠……?”

“저…… 저희는 사람입니다. 정말입니다.”

무리의 대표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앞으로 나오며 알 수 없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혹시 웨어울프들을 모두 퇴치해 주신 겁니까?”

“예, 예…….”

실수로 들어오게 된 던전이었지만, 나가는 길을 못 찾아 결과적으로 라이칸스로프까지 사냥하게 된 것이었다.

어르신 뒤로 작은 꼬마 아이가 몸을 반쯤 빼꼼 내밀며 쳐다보고 있었다.

“어…… 귀…… 귀?”

무서웠는지 온몸을 떨면서도 앞으로 나와 말을 건네는 할아버지의 뒤에 숨어 있었다.

세상이 변한 뒤 처음으로 보는 어린아이였기에 살펴본 것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머리에 동물 귀로 보이는 것이 나와 있었다.

“…….”

철컥.

그제야 신우가 다급하게 소리쳤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거둬들였던 총구를 다시 겨누며 사람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니 다들 머리에 각종 동물의 귀처럼 보이는 것이 달려 있었다.

그러자 다시 납작 엎드리며 노인이 다급하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저, 저희는 인간입니다. 정말입니다. 믿어주십시오!”

“인간이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옆을 바라보니 잔뜩 긴장한 신우 역시 나와 같은 의견인 듯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을 나가려는 순간 문을 열고 들어온 동물의 귀를 가진 자들.

이미 두 발로 걸어 다니던 웨어울프까지 만난 마당에 이자들을 인간이라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방아쇠를 당겨야 하나 고민하던 와중 노인의 입에서 뜻밖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퀘스트 실패의 페널티를 받은 겁니다. 저희 마을 사람 모두요!”

“……!”

퀘스트 실패의 페널티.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플레이어라면 모두가 진행했었던 첫 번째 메인 퀘스트.

그 퀘스트의 조건에는 실패했을 경우 페널티가 있다고 하였다.

내 예상이 맞는다면 노인은 첫 번째 메인 퀘스트의 실패로 마을 사람 전부가 몬스터처럼 변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메인 퀘스트…… 말입니까?”

“예, 맞습니다. 첫 번째 메인 퀘스트에서 웨어울프를 사냥하라는 내용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저희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누구 하나 그럴 용기도 없었습니다. 그 결과 이렇게 변했고요.”

“……아 그렇군요. 모두 일어나셔도 됩니다. 이곳의 몬스터는 제가 모두 처리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천천히 고민하다 다시금 총구를 거둬들였다.

그의 말을 100% 신뢰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무엇보다 그들을 쏠 이유는 없었다.

몬스터의 경우에 우리를 공격하거나 생명에 위협을 받으면 공격을 하는 것이었지 우리는 학살자가 아니었다.

공격 의사가 없는 그들을 견제할 이유도 공격할 이유도 없었던 것이다.

아직도 고개를 못 들고 있는 그들을 최대한 밝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납작 엎드려 눈치를 보고 있다가 그제야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사람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연신 감사하는 이야기를 하며 신우와 나의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그들을 보며 약간은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저희한테 감사할 이유가…….”

“아닙니다. 웨어울프들을 전부 죽여준 것만으로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저희는 그저…….”

“마을의 은인이십니다. 마을에서 대접하고 싶은데 마을로 같이 가주실 수 있으십니까?”

“아닙니다. 대단한 일도 아니었는데요.”

“같이 가주세요…… 풍성한 요리들을 한번 대접하겠습니다.”

마을을 위해 몬스터들을 퇴치한 것도 아니었을뿐더러, 어쩔 수 없었지만, 그들에게 총구를 들이대는 무례를 저질렀기에 한사코 대접은 거절하려 하였다.

“요, 요리요……?”

“네, 어차피 먹지 않으면 전부 썩어버릴 음식들입니다. 오늘 같은 날 확실히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꼬르륵~

그때 신우의 뱃속에서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고.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 * *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맛있게 즐겨주세요.”

요리를 직접 한 것으로 보이는 한 앞치마를 두른 그녀가 음식이 가득 든 접시를 내려두며 이야기하였다.

따끈따끈한 빵과 육즙이 가득한 다양한 고기들.

마을 사람들 각자가 자신 있는 요리들을 만들어오며 식탁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은 음식을…….”

“모두 웨어울프들에게 빼앗기고 먹지도 못할 음식들이었습니다. 부담스럽게 여기지 말고 즐겨주십시오.”

“자, 잘 먹겠습니다.”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신우가 게걸스럽게 음식들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처, 천천히 먹어. 체하겠다.”

“우걱, 우걱, 넵 알겠습니다. 컥. 컥.”

노인이 다가와 옆에 앉으며 이야기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두 분이 아니었으면…….”

불행하게도 던전의 바로 앞에 위치한 마을은 평화롭게 살던 작은 마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이 변한 뒤 점점 늘어난 웨어울프들에 마을 사람 대부분이 당했다고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얼마 남지 않는 사람들에게 웨어울프를 사냥하라는 첫 번째 메인 퀘스트가 주어졌고.

결과는 당연히 실패.

페널티로 마을 사람들 전부가 몬스터처럼 변했다는 것이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두 분이 아니었다면 저희 마을 모두 웨어울프에게 잡아먹혔을 것입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근데 하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네, 두 분의 질문이라면 무엇이든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무엇이죠?”

“던전에는 왜 왔던 겁니까?”

사실 처음부터 궁금했던 질문이었다.

노인의 말에 따르면 웨어울프에 엄청난 피해를 받았고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무서워했다.

웨어울프를 당해낼 수 없었기에 몬스터의 모습으로 변해 버린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신우와 내가 웨어울프의 던전을 빠져나오는 순간 마주친 그들이었으며.

던전의 문을 연 것은 마을 사람들이었다.

웨어울프를 두려워하고 피해를 본 자들이 그들의 소굴에 찾아왔다?

노인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이 든 것이었다.

“음…… 하긴 이해가 되지 않으시겠지요.”

“마을 사람들 모두 무장을 하고 있었지요? 갑자기 싸울 마음이 생긴 겁니까?”

“네, 맞습니다. 각자 집에서 무기가 될 만한 것들을 가지고 갔었지요…….”

던전의 출구를 열었을 때 마을 사람들은 쟁이나, 삽, 부엌칼, 각목 등등 나름대로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 무기들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노인은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웨어울프를 당해 낼 수 없어 이런 흉측한 모습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

“어디서부터 설명해 드려야 할지…… 첫 번째 메인 퀘스트가 끝이 나고 하루아침에 모두의 모습이 변한, 그날은 정말 끔찍했습니다.”

“그렇군요…….”

“사실 얼마 되지는 않았지요. 아직도 그날의 일은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퀘스트 실패를 알리는 홀로그램과 페널티를 알리는 적색의 문구들. 순식간에 괴물처럼 변해가는 사람들을 보며 패닉에 빠졌습니다.”

“…….”

“…….”

“하지만 페널티라고 한들 그렇게 끔찍한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네? 좋은 부분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맞습니다. 모두가 절망하고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모습은 약한 우리가 변화된 세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이라는 그것을 말이죠.”

“그게 무슨……?”

“저희는 모습만 변한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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