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무기고 024화
깡!!
하지만 마치 칼끼리 부딪치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소리로 짐작은 했지만, 역시나 알의 표면에도 흠집 하나조차 나지 않았다.
“…….”
상상 이상의 알의 단단한 경도에 놀라기도 잠시.
신우가 단검을 움켜쥐었다.
“이야-얏!!! 깨져라!!”
깡! 깡! 깡! 깡!
“허억, 허억…… 이 병장님 도저히 무리입니다.”
신우가 숨을 헐떡이며 강하게 내리친 손목이 고통스러운 듯 인상을 찌푸렸다.
스킬을 사용했을 적에도 끄떡도 하지 않는 알을 보며 놀라움과 함께 아쉬움을 뒤로하며 다시 배낭에 집어넣었다.
이곳에 들어온 지도 벌써 3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소량의 식량은 이미 다 떨어졌으며 어디에도 먹을 만한 것은 없었다.
다행히도 거대한 나무줄기로 만들어진듯한 공간 곳곳에는 이슬이 맺힌 잎사귀가 있었기에 수분을 섭취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던전이라 칭해지는 이곳은 온통 몬스터로 가득하였다.
몬스터들은 던전 곳곳에서 소수의 무리를 이루어 서식하고 있었다.
“끄르르르.”
이곳에 와서 가장 골칫거리는 바로 저 웨어울프.
늑대의 머리를 가지고 있으나 인간처럼 이족보행을 하는 몬스터였다. 성인 남자에 비해 1.5배 정도 덩치가 크며 온몸이 털로 덮여 있었다.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늑대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신우와 나 모두 한 마리 정도는 어렵지 않게 사냥을 할 수 있었지만, 종종 마주칠 때마다 무리를 이루고 있었기에 상대하기에 까다로웠다.
던전이란 말 그대로 몬스터들이 다량으로 서식하고 있는 장소였다.
철컥.
“준비됐어?”
“예.”
잘 숨어 있었으나 알을 깨려고 하는 동안 소리가 울려 퍼졌는지, 인기척을 느낀 웨어울프가 다가오는 것으로 보였다.
장전하며 신우를 바라보자 자신의 흑도를 꺼내 들며 숨을 죽였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자 모퉁이에서 나온 신우가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그사이 웨어울프의 머리를 조준했다.
“크어어악!!”
확실히 후각이 발달한 웨어울프는 최대한 숨을 죽였을 적에도 뒤에서 다가오는 신우를 알아채며 소리쳤다.
사선으로 검을 올려 베는 신우의 검을 자신의 손톱으로 막아내며 물어뜯으려 하는 녀석.
“킁, 킁, 크크?”
그 순간 무언가 알아차린 듯 나를 바라보았다.
“늦었어. 인마!”
탕!!
[웨어울프를 사냥하여 5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알 수 없는 알의 생명 에너지가 1% 증가하였습니다.]
웨어울프의 머리에 총알이 관통함과 동시에 사냥에 성공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 녀석”
“못 먹는 녀석입니다.”
“……빨리 출구를 찾아보자.”
* * *
“여기가 마지막 남은 곳인가?”
던전 곳곳을 수색하며 나가는 길을 찾아봤지만 거대한 문이 막고 있는 이 방을 제외하고는 나가는 길을 찾을 수 없었다.
“혹시 마탄을 사용해야 할지도 모르니 단검을 준비해 둬.”
“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는 던전 내에서 웨어울프 말고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음산한 문 뒤에 어떤 몬스터가 있을지 알 수 없었기에 든 생각이었다.
신우의 흑도는 단검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리치도 길고 매우 강력했지만.
스킬을 사용하지 않으면 쓰러뜨리지 못하는 몬스터들이 존재했다.
신우가 단검을 들었을 때만 발동되는 시너지 효과인 ‘아군의 체력과 마나 10% 증가’가 있어야지만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기에 미리 언질을 해둔 것이었다.
“그럼, 들어가 보자”
끼이이익-
문고리에 힘을 주고 밀자 기분 나쁜 마찰음과 함께 커다란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웨어울프와 비슷하지만, 모습이 조금 다른 거대한 몬스터.
“크르르르!!”
“캬카으카!”
문이 열림과 동시에 방안의 모든 웨어울프들의 시선이 일제히 우리에게 향하였다.
지금까지 지나온 다른 장소와는 다르게 꽤나 넓은 방에 웨어울프는 총 일곱 마리, 그중 한 마리에 자연스럽게 눈이 갔다.
마치 그들의 대장이라도 되는 듯 자신보다 더 거대한 몽둥이를 들고 거만한 눈빛으로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다른 녀석들보다 몸집이 두 배는 거대하였으며, 얼굴보다 더 큰 팔 근육은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정보 확인!”
[라이칸스로프]
[웨어울프에게 인정받아 그들의 왕이 된 몬스터. 매우 흉포하며 욕심이 많다. 몸에서 오오라가 뿜어져 나오며 주위의 웨어울프에게 지배력을 발휘한다.]
던전을 탐색하며 새롭게 익힌 시스템이었다.
마치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할 때와 마찬가지로 몬스터의 정보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던전에서 만났던 웨어울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흉포하게 생긴 외모라 정보를 확인해 본 것이었다.
라이칸스로프의 몸에서는 기분 나쁜 오오라가 나오고 있었으며, 주위의 웨어울프 들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역시 보스가 있었어. 젠장”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기도 전에 웨어울프들이 때로 덤벼들기 시작했다.
신우와 나를 향해 손톱을 휘두르며 순식간에 공격해 왔지만, 공격을 피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동안의 수많은 웨어울프를 잡으며 그들의 패턴이나 습성은 너무나도 익숙했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나온 행동이었다.
“이얏!”
탕!
신우가 가장 먼저 달려온 웨어울프의 머리를 베어버리자 움찔하는 틈에 다른 웨어울프의 머리통을 날려 버렸다.
“크로로아아아!!!!!!”
동료들이 눈앞에서 당하자 분노한 듯 포효했다.
그대로 달려든 녀석의 공격을 몸을 숙여 그대로 한 바퀴 회전하며 피하였다. 그리고 수류탄을 꺼내 곧바로 안전핀을 제거했다.
어느새 눈치가 빨라진 신우는 수류탄을 꺼내기도 전에 반대쪽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나 역시 달리기 시작하며 따라오는 웨어울프들을 향해 수류탄을 투척했다.
콰광쾅!! 쾅!!
“크으아악”
순간 폭발음이 들리며 그대로 달려오는 웨어울프 무리를 화염이 강타했다.
순식간에 불에 타며 재가 되어 버리는 웨어울프들.
“오랜만인데?”
수류탄의 위력에 웨어울프 들이 불타는 것을 보며 새삼스레 놀랐다.
던전은 매우 좁은 공간으로 이어져 있었기에 그동안은 역으로 피해를 볼 수 있었기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넓은 공간에서 사용해 보는 수류탄 위력은 대단했다.
폭발을 감상하기도 잠시 어느 틈에 저 뒤에 있던 라이칸스로프가 달려오고 있었다.
“크로오오으와아악!”
라이칸스로프가 포효하며 들고 있던 몽둥이를 힘껏 내려쳤다.
반사적으로 옆으로 뛰어 피하자 그대로 땅을 내리치는 몽둥이, 여파로 동굴 안에 굉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엄청난 괴력을 가진 듯 땅이 움푹 파일 정도의 위력.
‘엄청난데, 저거에 맞으면 방탄 피부가 있다고 한들 죽을 거야…….’
쾅! 쾅! 쾅!
반격하려 했지만 라이칸스로프는 계속해서 몽둥이를 휘둘렀다.
조준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 녀석의 공격을 피하기에도 벅찰 정도로 빠른 속도로 공격을 해왔다.
타다다다다.
당혹스러운 그때 빠른 속도의 발소리가 들려왔고.
순식간에 다가온 신우의 흑도가 그대로 라이칸스로프를 향해 가슴과 배를 사선으로 베어버렸다.
그동안 웨어울프를 상대한 덕분인지, 신우는 다양한 움직임을 이용해 패턴의 변화를 주면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라이칸스로프가 몽둥이를 내려치며 공격을 하면 백스텝으로 뒤로 물러났고, 그 틈에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신우의 장점인 빠른 속도를 이용한 공격이었다.
치고 빠지는 공격에 매우 화가 난 듯 이성을 잃은 녀석이 몽둥이를 하늘 높게 들어 올렸다.
“크로아악”
“지금이야!”
“네, 알겠습니다!!”
그때 신호를 주자 알았다는 듯 신우가 소리쳤다.
자신의 머리를 향해 다가오는 몽둥이를 뒤로 백스텝을 이용해 피한 후 순식간에 단검으로 바꿔 들었다.
[시너지 효과가 적용 중입니다.]
[적용 중인 시너지-단검(1) 아군의 체력과 마나 10% 증가.]
탕!!
푹!!
시너지 효과가 눈앞에 뜸과 동시에 라이칸스로프의 머리에 마탄이 관통했고 신우의 빛나는 단검이 녀석이 복부를 깊숙이 찔러 넣었다.
“크르으으아아악!!”
괴로운 듯 소리를 치며 포효하는 라이칸스로프의 복부에서 칼을 빼어내자 그대로 피를 분수처럼 뿜어내며 쓰러졌다.
[최초로 라이칸스로프의 던전을 정복하였습니다.]
[퍼스트 클리어 보상이 우편을 통해 전달됩니다. ]
[라이칸스로프를 사냥하여 421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알 수 없는 알의 생명 에너지가 3% 증가하였습니다.]
끝을 알리는 메시지창을 살펴보며 주변을 천천히 살펴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몬스터를 직접 사냥하게 될 줄이야.’
몬스터를 사냥하고 스킬을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며 적응해가는 자신과 신우를 보며 적잖이 놀라고 있었다.
“그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지…….”
실소를 머금으며 곧바로 우편을 통해 전달된 보상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정보 확인!”
[라이칸스로프의 영혼석]
[라이칸스로프의 영혼이 들어 있는 영혼석. 한번 사용하면 소멸하며 사용하면 라이칸스로프의 영혼을 불러 소환할 수 있다.]
‘영혼석……? 음…….’
“신우야 너는 어떤 걸 받았어?”
“저는 이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