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무기고 023화
딸-깍.
신우에게 작전을 설명한 뒤, 거대한 늑대들이 보이지 않는 틈을 타 소리가 들리지 않게 문고리를 조심스럽게 당겼다.
긴장한 듯 단검을 손에 꼭 쥐고 있는 신우를 뒤로하며 문을 닫은 뒤, 차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무기고에서 묵직한 쇳덩이 두 개를 꺼내 들었다.
K-M18.
예전부터 한 번쯤 사용해 보고 싶었지만 마땅한 사용처가 없어 아쉬웠던 수류탄이었다.
수류탄 중에서도 일반적인 수류탄이 아닌 연막 수류탄.
다양한 색상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자색 연막 수류탄을 꺼내 들었다.
‘지속 시간이 105초에서 150초였지…… 아! 색깔 있는 건 50초에서 90초였나?’
“알아서 빨리 달리겠지, 뭐.”
신우에게 말은 하지 못했지만 알아서 잘할 거라 믿었기에 걱정은 없었다.
무엇보다 이제 와서 다시 차로 돌아가기에는 위험했기에 곧바로 행동을 계시했다.
안전 고리에 인지 손가락을 집어넣고 힘을 주어 반대편으로 힘차게 당겨 안전핀을 제거한 후 두 개 모두 전방을 향해 투척했다.
치이이익-
정처 없이 떠돌고 있는 거대 늑대 앞에 떨어져 압력이 빠져나오며 뱅글뱅글 돌아가는 수류탄.
그것이 무언인지 알 리 없는 거대 늑대는 자신의 앞에 떨어진 수류탄을 보며 연신 좌우로 고개를 까닥이고 있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보라색의 연기가 빠져나오기 시작하며 사방으로 연기가 확산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소음기가 장착된 자동 권총을 꺼내 들었다.
슉, 슉.
“끼깅낑낑!!!”
“끼낑!!!”
거대 늑대들은 당황한 것인지 흥분한 것인지 기괴한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뛰기 시작했다.
신호로 했던 보라색의 연기를 확인하며 차에서 나온 신우를 보고는 곧바로 눈앞의 거대 늑대들을 제거해가며 무작정 앞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크에에에에엑!!!”
신우 역시 잘하고 있는지 늑대들의 고통 어린 앓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연기를 빠져나옴과 동시에 길게 이어진 도로의 중간에 멈춰 서서 자동차와 거대 늑대들을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무기고를 뒤적이고 있자 신우가 연기를 빠져나오는 것이 보였다.
“이, 이 병장님! 이게 무슨 작전입니까!!”
“왜? 잘 나왔구만. 위험하니까 도로 아래로 내려가.”
“예? 그, 그게 뭡니까?”
“이거? 어때 근사하지? 꼭 한번 써보고 싶었거든!”
무기고에서 꺼내 든 것은 바로 고속 유탄 기관총!
수류탄의 파괴력을 가진 40㎜ 유탄을 초당 최대 6발씩 쏟아내는 무기로 장갑차도 타격한다는 바로 그 무기였다.
“하하 묵직하구만!”
“자, 잠시 저 아직 안 피했습니다!”
쪼그리고 앉아 조준하자 신우가 기겁하며 도로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격발기를 지그시 누르자 굵직한 40㎜ 탄환이 튀어 나가면서 묵직한 반동이 팔 전체로 전해져왔다.
퉁! 퉁! 퉁! 퉁!
펑! 퍼어어어펑!! 펑! 펑!
보라색의 연기가 거의 다 걷혀가자 남아 있는 것은 수십 마리의 거대한 늑대들. 그곳을 향해 유탄이 연속적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늑대를 사냥하여 23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알 수 없는 알의 생명 에너지가 1% 증가하였습니다.]
‘생명 에너지가 증가했다고? 몬스터를 잡으면 생명 에너지가 올라가는 것인가.’
그리고 유탄이 떨어지며 이어지는 거대한 폭발과 함께 메시지창이 생성되었다.
코인 획득을 알리는 메시지와 배낭에 넣어둔 ‘알 수 없는 알’의 생명 에너지가 조금이지만 증가하였다는 것이었다.
“늑대라…… 저 거대한 늑대들…….”
퉁! 퉁! 퉁! 퉁!
펑! 펑! 퍼버펑펑!!
[늑대를 사냥하여 31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늑대들이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유탄에 의한 폭음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어리둥절한 늑대들은 수십 대의 자동차와 함께 폭발에 휘말려 불타기 시작했다,
“이, 이 병장님. 그 정도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뭐라고? 잘 안 들려!!”
퉁! 퉁! 퉁!
“전부! 죽었습니다!!”
정신없이 유탄을 퍼붓는 와중 신우가 소리쳤고 그제야 격발기에서 손을 놓았다.
그리고 폭발이 멈추자 바람에 연기가 걷히며 익숙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킁. 킁.
“이…… 이건…….”
꿀꺽.
틀림없는 고기의 냄새.
거대 늑대들의 시체가 폭발에 의한 화염에 구워져 맛있는 냄새가 나고 있는 것이었다.
“…….”
신우 역시 그 냄새를 맡았는지 나의 눈치를 보며 안절부절못하였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분명 맛있는 냄새가 나고 있었으며, 우리는 배가 고팠지만.
저것은 엄연한 몬스터.
무엇인지도 모르는 생명을 냄새에 취해 아무거나 먹을 수는 없었던 것이었다.
“그…… 그래! 스킬! 신우야 네 스킬을 사용해 보자!”
“……식자재 탐구 말씀이십니까!? 좋습니다.”
그 순간 떠오른 것이 바로 신우의 새로운 스킬인 ‘식자재 탐구’였다.
신우의 말에 따르면 그것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판별할 수 있는 스킬이라 하였기에 사용해 보자 한 것이었다.
터벅. 터벅.
신우와 함께 거대 늑대 고기가 타고 있는 도로의 중앙을 향해 조금씩 걸어갔다.
유탄에 의해 폭발한 자동차들에 의해 깊숙이 갈 수는 없었으나, 불길의 피해가 가지 않을 정도까지만 다가가 늑대고기 앞에 멈춰 섰다.
“하, 하겠습니다.”
“그래.”
“식자재 탐구!”
쩌적저적. 우두두두. 우두두.
신우가 거대 늑대에 손을 가져다 데며 스킬을 사용했고.
신중하게 자신의 앞에 뜬 메시지창을 읽고 있는 와중.
심상치 않은 진동과 함께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 병장님! 이거 먹을 수…… 으아아악!!!!”
두두둥, 쾅!! 쾅!!!
“시, 신우아아아아악!!”
신우가 뒤돌아보며 외치는 순간.
도로의 아스팔트가 갈라지며 그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으아아아악~”
쿵! 쿵!!
순식간에 신우와 함께 떨어지며 난 쿵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꽤 깊은 듯 몸 여기저기가 아려왔다.
[인스턴스 던전에 입장하였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던전이라니.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직감했다.
“으윽. 이, 이 병장님…….”
“아악, 괜찮아?”
“저는 괜찮습니다.”
꽤 높은 곳에서 떨어졌지만, 스킬 덕분인 듯하였다.
무엇보다 밑에 깔린 거대 늑대들의 사체들이 쿠션 작용을 한 것으로 보였다.
방금까지만 해도 왕성했던 식욕은 던전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다시 나가려고 해도 동굴 천장에 있는 입구에 손조차도 닿지 않는다.
높이가 꽤 되어 사다리가 없으면 올라갈 수 없는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하. 던전이 있다니…….’
이곳에 들어온 이상 언제 나가게 될 줄 몰라 가방에 있는 식량부터 확인했다.
잠깐이나마 쭉 둘러보니 동식물이 서식하는 것 같지는 않아 식량을 구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거대한 나무줄기로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든 것처럼 느껴지는 거대한 공간.
아무리 봐도 일반적인 도로 밑에 있을 만한 곳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식량이 거의 없습니다…… 이곳을 나갈 수 있겠습니까……?”
“설마 굶어 죽진 않겠지…… 어딘가에 나가는 입구가 또 있을 거야.”
꼬르륵~
“이 병장님, 도저히 안 되겠습니다…… 배가 너무 고픕니다.”
신우가 체력을 모두 소진한 듯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내가 메고 있는 배낭을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굶주린 배를 움켜쥔 신우의 의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 먹자!”
“지, 진심이십니까?”
아깝긴 하였으나 나 역시 더 이상 참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깜짝 놀란 듯 소리치는 신우의 표정에는 왠지 모를 기쁨이 공존하고 있었다.
그런 녀석을 바라보며 매고 있던 배낭을 내려놓으며 입구를 열어젖혔다.
그리고 배당에 넣어두었던 ‘알 수 없는 알’을 꺼내 들었다.
“내가 잡을게. 네가 내려쳐!”
“괘,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래도 메인 퀘스트에서 얻은 보상…….”
“마음 바뀌기 전에 빨리!”
무엇이 부화할지 확인도 못 해본다는 것이 안타깝긴 하였으나, 어쩔 수 없었다.
우리는 너무나 배가 고팠고, ‘알’ 속에 가득할 것으로 예상되는 단백질이 너무나도 필요했다.
“주, 준비 다 됐습니다.”
“후, 하나, 둘, 셋 하면 내려쳐!”
“알겠습니다.”
“하나!”
“둘!”
“셋!”
“이랴앗!!”
신우 역시 너무나 참기 힘들었던 듯 있는 힘껏 단검을 내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