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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21화 (21/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021화

본능적으로 내 쪽을 바라본 벌크 좀비가 마탄을 피하고자 하늘 높이 점프했다.

“그로어아아!”

머리를 조준했으나 그 순간 점프라며 피하려 한 녀석의 등을 스쳤고 고통에 소리치는 몬스터의 포효가 들려왔다.

순간 마나가 전부 바닥나 머리를 쥐어 잡고 있는 사이 뒷걸음질 치며 고통을 호소하는 벌크 좀비를 향해 신우가 달려갔다.

“으아악!!”

하지만 녀석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다가오는 신우를 감지한 녀석은 순식간에 뒤로 돌아 신우를 물어버렸다.

등조차 근육으로 가득 찬 벌크 좀비의 등에는 마탄이 빗나가 찢어진 상처에서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르르르르!”

“으아아아악!!!”

팔을 물린 상태였으나 신우는 기합을 지르며 참아냈고, 자신의 해독제를 마시며 빠루의 한쪽이 갈라져 구부러진 끝을 뒤를 돌아 있는 벌크 좀비의 상처 속에 집어넣었다.

“크아아아아아!!!!”

그것마저 통하지 않는 것은 아닌 듯 고통을 토해내는 좀비.

본래 못을 빼는 역할을 위해 만들어진 빠루는 녀석의 상처를 벌리기 위해 사용되고 있었다.

“이야앗!”

벌크 좀비가 주춤한 사이, 승봉이 자신의 클리버를 들고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아래에서부터 사선으로 칼을 베었다.

흩뿌려지는 핏물, 요리사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꽤 수준급의 동작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러러러억!”

앞쪽에서는 승봉의 클리버가, 뒤에는 신우의 빠루가 집요하게 공격을 하고 있자 벌크 좀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당황하였다.

하지만 이내 과부하가 걸린 듯 신음을 지르던 녀석은 자신의 등에 꽂혀 있는 빠루에 손을 옮겼다.

“신우야, 피해!”

뒤에서 공격하고 있던 신우에게는 그 모습이 보일 리 없었고.

자신의 등에 꽂혀 있던 빠루와 함께 신우를 움켜쥔 벌크 좀비는 승봉을 향해 던져 버렸다.

“으, 으악…….”

그리고 거대한 양팔로 자신의 머리를 가린 뒤,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더 이상 근접전으로는 무리라 판단한 것으로 보였다.

승봉과 신우에게서 떨어진 녀석은 빠른 속도로 거리를 벌리며 봄버를 향해 갔다.

“신우야!!”

“으윽, 이 병장님…….”

“괜찮아?

“윽, 예. 괜찮습니다.”

신우는 온몸에 피를 흘리면서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눈에 봐도 몸 상태는 괜찮아 보이지 않았고, 날아온 신우와 부딪힌 승봉 역시 꽤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녀석은 회복할 시간 따위는 주지 않았다.

이미 충분히 거리를 벌리며 달려간 벌크 좀비는 다시 한번 봄버를 들어 올렸다.

거대한 몸집에 봄버는 원래 그런 용도인지, 벌크 좀비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으나 어떠한 반항도 하지 않았다.

근접 공격을 하던 녀석이 작전을 바꾼 듯 봄버를 사정없이 던지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신우야! 아저씨! 피해요!”

봄버는 튕겨 나간 승봉과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신우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승봉과 신우를 향해서 사정없이 날아가는 봄버.

콰쾅쾅!쾅!

날아간 봄버는 인정사정없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고, 다시 한번 보랏빛의 연기와 함께 부산물을 사방으로 터뜨렸다.

다급하게 외쳤으나 두 사람은 피할 수 없었다.

연기가 걷히며 서서히 보인 두 사람의 피부는 보랏빛으로 변해 있었다.

“시, 신우야!!! 승봉 아저씨!!!”

“…….”

외침에 그는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아무런 말 없이 해독제를 꺼내 들었다.

“…….”

승봉의 몫으로 남은 마지막 남은 해독제였다.

그때 다시 한번 나를 향해서도 봄버가 날라왔고, 어쩔 수 없이 날아오는 봄버를 피해 앞으로 몸을 날렸다.

쾅! 쾅!!

“젠장, 신우 너 해독제가 없…….”

중독된 신우에게 해독제가 없다는 것을 눈치채며 소리치던 그 순간.

폭발에 의한 연기가 걷히며,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어떻게…….”

중독으로 인해 보랏빛으로 변해 버린 승봉과.

양손에 빠루를 쥐고 있는 신우.

신우의 무기는 승봉의 머리를 관통하고 있었다.

* * *

벌크 좀비에 의해 날아가 승봉 아저씨와 부딪힌 그 순간.

저 멀리서 이 병장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을 차리며 앞을 바라본 그곳에는 이미 봄버가 날아오고 있었다.

“아.”

피하기에는 늦었다는 생각에 짧은 신음을 내뱉은 순간.

누군가 달려들며 감싸 안았다.

콰쾅!!쾅!!

피할 새도 없이 이어진 폭발은 정확히 우리를 향해 떨어졌고, 그는 필사적으로 나를 보호하고 있었다.

폭발이 멈추고 바라본 그는 김승봉이었다.

그의 등에는 폭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어…… 어째서…….”

“시간 없네. 자네 해독제 남아 있나?”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보랏빛으로 변한 그는 해독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나를 쳐다보았다.

“자네, 해독제가 없는 건가?”

“…….”

아무런 대답이 없자 그는 무언가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해독제를 건네왔다.

“이걸 마시게.”

“아, 안됩니다. 그럼 아저씨가…….”

“나는 여분이 있네. 시간이 없어! 어서!!”

계속되는 거절에 그는 품 안에서 해독제와 같은 모양의 병을 꺼내 들었다.

그것을 입안에 전부 털어 넣으며 해독제를 건네주었고, 그제야 아무런 의심 없이 해독제를 받아 입안으로 흘려 보냈다.

“꿀꺽, 꿀꺽. 감사합니다. 언제 여분을 만들어 두신 겁니까?”

“…….”

순식간에 중독으로 인해 변했던 보랏빛의 피부가 원상태로 돌아오는 것을 보며 안심한 것도 잠시.

무언가 이상했다.

나보다도 먼저 해독제를 마셨던 승봉 아저씨의 피부가 돌아오지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설마 해독제가 아니었던 겁니까?”

“…….”

“……어째서 저를…….”

“……자네는 꼭 우리 아들을 닮았거든…… 부탁 하나 들어주겠나?”

“…….”

“저런 끔찍한 모습으로 생을 마감하긴 싫구먼. 자네가 좀 도와주게나. 마지막 부탁일세.”

그 말을 끝으로 승봉은 변해갔다.

“그어 억, 으겅억…… 그어어어억~”

순식간에 온몸이 썩어들어 가며 머리카락이 전부 빠지고 살가죽만 남긴 채 말라가기 시작했다.

피가 돌지 않아 보랏빛이 도는 피부와 핼쑥해진 얼굴은 그가 좀비가 되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어어억!어억!! 시간이 없네, 어서!!”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하던 그는 재촉하듯 소리를 질러댔다.

변해가는 그를 보며 더는 고민만을 할 수 없었고, 놓여 있던 빠루를 움켜쥐었다.

푸욱!

“……고, 고맙네…….”

[플레이어를 살해하였습니다.]

[악인이 된 플레이어를 살해하였기에 페널티를 받지 않습니다.]

[처치한 플레이어의 스킬 중 하나를 무작위로 획득합니다.]

[스킬-식자재 탐구를 획득하였습니다.]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기도 전에 벌크 좀비는 이미 다시 한번 공격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마치 폭탄을 연상케 하는 봄버 좀비의 모습.

그것을 던지기 위해 자세를 잡은 벌크 좀비를 쳐다보며 다시 한번 총기를 꺼내 들었다.

철컥. 철컥.

총기를 장전하며 조준경을 통해 녀석을 노려보았다.

표적은 벌크 좀비가 아닌 녀석의 손에 들려 있는 봄버.

봄버의 커다랗게 부푼 배를 정확히 조준하며 숨을 멈춘 그 순간.

탕!!!

쾅콰쾅쾅!!

“끄로아아아아!!!”

정확히 날아간 총알은 봄버의 몸을 사정없이 터뜨렸다.

손 위에서 그대로 폭발이 일어나자 고통스러운 듯 괴성을 지르며 날뛰기 시작했다.

“효과가 있다……!”

철컥, 탕!!!

콰쾅쾅!! 크로아아아아!!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봄버를 들어 올리는 그 순간.

놓치지 않고 다시 한번 봄버를 터뜨렸다.

자신의 머리 위에서 봄버가 터지자 괴로워하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토해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벌크 좀비가 봄버의 자폭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이제는 학습한 것인지 벌크 좀비는 던지는 것을 포기하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철컥, 탕!! 철컥, 탕!!

여전히 단단한 몸에 총알은 박히지 않았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내 쪽으로 와라.’

단순히 이 총알은 관심 끌기를 끌기 위한 것. 쓰러져 있는 신우가 아닌 내 쪽으로 달려들게 하려는 것이었다.

계획대로 총알이 거슬렸는지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하는 녀석.

지체하지 않고 뒤뚱거리며 걷고 있는 봄버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거나 먹어라!!”

탕!!

“끄으으악!!”

다가오는 나를 공격하기 위해 봄버가 몸을 기울였다.

하지만 녀석의 느린 공격을 피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목적은 봄버를 죽이는 것이 아니었다.

따라오고 있는 벌크 좀비를 확인하며 봄버를 지나쳐 계속해서 달려갔다.

벌크 좀비가 봄버의 자폭 사정거리에 들어오는 그 순간.

철컥, 탕!!! 콰광쾅!! 쾅! 쾅!!!

총알이 봄버를 터뜨렸다.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이제는 버티지 못한 채 연기 속에 무릎을 꿇었다.

봄버의 자폭 연기 속에서 온몸이 바스러지며 사라졌다.

[보스 몬스터 벌크 좀비를 사냥하였습니다.]

[벌크 좀비를 사냥하여 500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퍼스트 킬 보상으로 스킬-지치지 않는 체력을 획득하였습니다.]

[첫 번째 메인 퀘스트-무기의 중요성을 완전히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은 모든 플레이어가 퀘스트를 완료한 시점에 차등 지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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