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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19화 (19/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019화

“아부지, 그럼 이제 가보겠습니다.”

“그래. 언제 또 올 거냐?”

“다음 주에나 오겠습니다.”

“알았다. 조심해서 가라.”

“……아부지, 그냥 이참에 장사 그만하시고 우리 집으로 들어오시지요. 바로 옆 마을인데요.”

“또 그 소리. 됐어! 이놈아! 이만큼 장사 되는 곳이 또 있는 줄 아냐?”

“다 군인들 바가지 씌우는 것 아닙니까. 저희가 모실게요. 이제 그만하시는 게…….”

“이놈이!”

“그럼 군인들한테 친절하게라도 대해주세요. 불쌍하지도 않습니까. 한창 꽃피울 나이인데.”

“됐다. 잔소리 그만하고 어서 가라.”

“……잘 생각해 보세요. 이만 갑니다.”

* * *

“……흠.”

자리에서 눈을 뜬 승봉이 한참을 그 상태 그대로 생각에 빠져들었다.

이틀째 똑같은 꿈. 세상이 변하기 전 하나밖에 없는 아들과 나눴던 대화가 한참을 머릿속을 되뇌었다.

“빌어먹을 자식. 잔소리는…….”

괜한 울컥하는 마음에 욕설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의자와 책상, 모든 가구를 이용해 막아놓은 가게의 문과 창문들로 인한 어두운 내부.

그리고 얼마 남지 않지 않은 식량들까지.

똑. 똑. 똑.

그때 누군가 가게의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 누구요!”

“접니다. 어르신. 옆 가게, 정육점이요.”

“흠, 흠 무슨 일인가?”

“문 좀 열어주시지요. 상의드릴 게 있습니다.”

“무슨 상의! 힘으로 식량이라도 빼앗으러 온 것이라면 다른 데 가보게!”

“그런 거 아닙니다. 모두 힘을 모아서 마을을 빠져나가려고 그럽니다! 그것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러 온 겁니다.”

철컥! 끼이익-

그의 말에 홀린 듯 잠금장치를 풀어 가게의 문을 열었다.

“마을을 빠져나간다고……?”

“예, 문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르신.”

* * *

“밤마다 밖에 저런 것들이 돌아다니는 마을에서 살 수는 없습니다. 마을을 나가야 합니다!”

“누가 그걸 모르는가! 자네들이 말해주지 않았나. 낮에는 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는 그것들을 말이야.”

“그러니까 힘을 합치자는 거지요. 어르신 가족들도 옆 마을에 살지 않습니까. 계속 여기에 계실 겁니까?”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저 녀석들 생각보다 숫자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마을 사람들을 전부 모으면 충분히 저희가 승산이 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마을을 지키고 서 있는 좀비들의 수는 약 30마리 정도.

마을 사람의 수는 그보다 배는 많으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무엇보다 젊은 녀석들이 좀비들을 죽이고 나자 이상한 능력들이 생겼다며 자신만만하며 자신들만 믿으라며 큰소리를 쳤기에 안심이 되었다.

물론, 그 말을 믿기는 어려웠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이 마을을 벗어나 아들을…….

* * *

“모두 모이셨습니까?”

마을의 광장에서 이야기하는 저 남자는 갈비탕집 이 씨의 아들내미다.

새파랗게 어린 저놈이 마을 사람들을 모집한 것인가.

어떻게 설득했는진 몰라도 가게나 집에 꼭꼭 숨어 있던 사람들이 이렇게밖에 모여 있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모두 무기들 준비하셨죠? 저 새끼들을 향해 마구 휘두르면 됩니다. 저것들은 인간도 동물도 아닙니다. 죄책감을 가질 필요 없습니다.”

저 녀석의 말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사람도 동물도 아닌 존재들.

처음, 저 녀석들이 나타난 그 날 사람을 뜯어 먹는 녀석들을 생생하게 보았다.

그리고 가게 앞에 쓰러져 있던 그 시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일어나 무차별적인 살육을 즐겨댔다.

마을 사람들 모두 두려움에 떨며 숨어 있었지만, 더는 아니다.

마을 사람 대부분이 모였으니 어렵지 않게 이 마을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바로 마을 입구로 출발하겠습니다.”

그의 말에 따라 손에든 중식도를 꽉 움켜쥐었다.

긴장을 한 것인지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려오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도망갈 수는 없다.

“어이! 김 사장 긴장했는가~? 무슨 로봇처럼 걷는구먼. 허허허!”

말을 걸어온 것은 고깃집을 하는 박 사장이었다.

온몸이 떨려 이상해 보이는 걸음걸이를 놀리는 말투였지만, 애써 무시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긴장은 누가 긴장을 해!”

“허허! 아니면 됐네. 왜 화를 내고 그러는가?”

“장 씨 영감은 나오지 않은 모양이구먼.”

“문도 안 열어 줬다더구먼. 거기서 혼자 뒤질 생각인가 보지.”

“허허! 그 영감도 한 고집 한다니까. 그건 그렇고 자네는 마을 나가서 어디로 갈 생각인가? 갈 데는 있는가?”

“당연히 있지. 아들한테 가야지. 어디로 가겠나.”

“호오~ 맞는구먼. 그래. 매일 같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는 그 아들내미가 있다고 했지.”

“그럼, 있고말고.”

“아들내미 걱정은 안 되는가? 세상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 말이야.”

“걱정은 무슨! 그놈은 알아서 뭐든 잘해낼 놈이야. 일절 걱정은 없네.”

“허허허! 그렇구먼. 대단한 아들 사랑 나셨어.”

그와 대화를 나누며 약간의 긴장이 풀어지려는 찰나.

마을 입구에 거의 다다랐고, 박 사장 역시 긴장을 숨길 수는 없는 듯 날카로운 불쏘시개를 들고 있는 그의 손도 떨리고 있었다.

“모두 목소리 낮추세요. 이제 저 앞에 좀비들이 보입니다. 하나둘 셋 신호하면 전부 뛰쳐나갑시다.”

꿀꺽.

“하나!”

“둘!”

“셋!! 모두 덮치세요!!”

“으아아악!! 이 새끼들!!!”

“이 제기랄 새끼들아!!!”

대장 노릇을 하는 갈비탕집 이 씨 아들의 신호에 맞춰 모두가 무기를 든 채 달려가기 시작했다.

긴장을 풀기 위한 것인지 욕설을 내뱉으며 좀비들을 향해 각자의 무기를 휘둘렸다.

승봉 역시 눈앞의 좀비를 향해 중식도를 내지르는 그 순간.

[좀비 사냥을 완료하였습니다.]

[스킬-식자재 탐구를 배웠습니다.]

[스킬-불피우기를 배웠습니다.]

[퀘스트-‘마을을 빠져나가라!’를 진행합니다.]

“이…… 이건……!”

[이름-김승봉]

[직업-실력 없는 요리사]

[보유 스킬]

[식자재 탐구-식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불피우기-어디서든 원할 때 불을 피울 수 있습니다.]

“으어어억!!!”

“으어어어어억!!!”

눈앞에 알 수 없는 홀로그램이 펼쳐졌지만, 승봉은 그것을 확인할 정신이 없었다.

동물의 소리도, 인간의 소리도 아닌 끔찍한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고, 쉴 새 없이 칼을 휘둘렀다.

하나둘 좀비들이 쓰러지고 있던 그때.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 저게 뭔가!!”

“이봐, 이사장!! 갈비탕! 저 녀석들은 뭔가! 말이 다르지 않은가?”

누군가의 외침에 마을 사람들을 주동했던 젊은 녀석들을 찾아보았지만,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것은 거대한 생명체들.

일반적인 좀비가 아닌 온몸이 근육으로 뒤덮인 거대한 좀비와 뚱뚱한 좀비 열 마리가 승봉과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어어어!! 다들 피해!!!”

거대한 모습에 온몸이 얼어 움직이지 못한 것도 잠시.

근육으로 뒤덮인 거대한 좀비는 뚱뚱한 좀비를 한 손으로 들어 올려 사람들을 향해 던졌다.

모두가 필사적으로 마을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지만.

콰쾅!! 쾅!! 쾅!!!

등 뒤에서 느껴지는 폭발에 몸이 날아가 넘어졌다.

“콜록, 콜록. 다들 괜찮은가?”

폭발로 인한 흙먼지에 기침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자세히 보이지 않는 시야.

흙먼지가 가라앉으며 앞을 바라보니 보랏빛의 연기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연기를 마심과 동시에 좀비로 변하는 사람들.

처참한 광경에 멍하니 바라고 있던 그때 한동안 보이지 않던 젊은이들이 나타났다.

“그래! 거기 있었구먼! 어서 해결 좀 해 보게. 자네들 무슨 특별한 능력이 생겼다고 하지 않았나!”

절망에 빠진 그때 해결사들이 나타났다는 반가운 마음에 소리쳤지만, 그들은 이쪽을 힐끔 바라볼 뿐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언가 고민하는 듯 주춤거리던 정육점의 그가 입을 뻐금거렸다.

-죄. 송. 합. 니. 다.

가게까지 찾아와 꼬시던 그의 입 모양을 읽는 순간 좌절감이 몰려왔다.

그들은 마을 사람 대부분이 모여 있는 이곳에서 꽤 많이 떨어져 있었고.

저기 있는 거대한 좀비와 좀비 대부분은 전부 우리에게 이목이 쏠려 있었다.

그리고 그 틈에 우리를 선동했던 그들은 마을을 빠져나갔다.

“이봐, 김 사장! 이러고 있을 시간 없네. 어서 뛰어야 해!”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그때 박 사장이 다가와 어서 달리라며 몸을 잡아끌기 시작했다.

“……우리 모두 여기서 죽을 걸세. 소용없네.”

“자네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아들을 보러 간다고 하지 않았나! 여기서 이렇게 포기할 건가!!”

“…….”

그의 호통에 정신이 번쩍 들었고, 그와 함께 뛰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잘 생각했네! 어서 뛰게.”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90%는 이미 좀비로 변하였고, 그들은 우리를 쫓아오고 있었다.

더 이상 뛰기에는 늙은 육체는 너무나도 벅찼으며, 좀비들에게 따라 잡히기에는 단 한 뼘 정도가 남아 있을 뿐이었다.

“으어어어억~~”

”으아어어어어!!”

그들에게 잡히기 일보 직전 죽음에 다다랐다고 느끼자 아들이 떠올랐고 해서는 안 되는 생각을 떠올렸다.

“김 사장! 포기하지 말게!”

옆에서 뛰고 있는 박 사장은 계속해서 용기를 북돋아 주었지만 더는 가망은 없어 보였다.

손에 힘을 줘 들고 있는 중식도가 부서질 듯 움켜쥐었다.

“박 사장, 미안하네!”

“……김승봉 자네! 이게 무슨…….”

콱-

“으아악!!”

“미안하네, 나는 아들을 봐야겠네…….”

[플레이어를 살해하였습니다.]

[스킬-해독제 제조를 습득하였습니다.]

[직업이 악인이 된 플레이어-요리사로 변경됩니다.]

[악인이 된 플레이어는 페널티로 이마의 점이 생성됩니다.]

[일반 플레이어는 악인이 된 플레이어를 살해해도 페널티를 받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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