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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18화 (18/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018화

철컥! 탕!

연사라 보긴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장전 속도를 보여줬다.

총을 쏜 이후 총신 뒤의 손으로 볼트를 후퇴시켜 탄피를 빼내며 다시 손으로 밀어 넣어서 장전.

볼트 액션으로 개조된 머스킷 역시 과정이 번잡스러운 건 매한가지였으나,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에 비하면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이 병장님! 여기 넘어옵니다!”

신우의 다급한 외침에 곧바로 방어벽을 넘어오는 좀비를 조준했다.

철컥, 철컥, 탕!!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좀비의 머리가 터져 나간다.

어제와는 확연히 다른 사냥 속도였다.

단지 약간의 개조를 했을 뿐이었지만, 무시할 수 없는 화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전투에서 좋은 무기가 필수적인 이유를 절실하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 * *

[메인 퀘스트-무기의 중요성 1]

[머스킷을 이용해 몬스터 사냥 500마리-미완료 452/500]

퀘스트 완료까지 좀비의 수는 얼마 남지 않았다.

좀비 사냥을 시작한 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흐르고 있었지만.

어느새 느껴지는 이상함.

“좀비가 줄어들지 않고 있어…….”

“이 병장님도 느끼셨습니까? 이상합니다.”

어제와 그제, 아니 첫날과 비교해도 매일 밤 등장하는 좀비의 수는 전혀 줄어들고 있지 않았다.

매일 밤, 죽을 고비를 넘어가며 사냥을 진행할수록 점점 더 강해졌고, 그에 따라 사냥 속도는 더욱더 빨라졌다.

시체들은 갈수록 그 수가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었으나, 등장하는 좀비에는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음…….”

“…….”

첫 번째 메인 퀘스트의 진행은 순조로웠지만, 문제는 좀비의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혹시”

“이 병장님 무슨 생각 있으십니까?”

“응, 신우야. 아저씨 불러와. 오늘부터 작전을 변경한다!”

* * *

또다시 찾아온 저녁 하늘. 첫 번째 메인 퀘스트를 시작한 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끄어어억~”

“끄아어어억~”

수많은 좀비가 마을을 향해 들어오고 있다.

탄이 걸리지 않도록 총기 점검을 하며 이제는 익숙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장소는 그동안 구축했던 방어벽 안쪽이 아니었다.

철컥. 척.

좀비가 보이기 시작하자, 볼트를 후퇴시켜 탄피를 빼낸 후 탄알을 넣어 장전, 어깨에 견착을 시키며 가장 선두에 있던 좀비를 겨냥했다.

아직 우리를 발견하지 못한 듯 천천히 다가오는 좀비들.

반면, 시야석으로 인해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녀석들을 아주 가까이 있는 것처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준만 하고 있을 뿐, 어떠한 행동도 실행하지 않았다.

“끄으으크아아아아!”

점점 다가오기 시작하던 좀비는 그제야 우리를 발견한 듯 날카로운 괴성을 질렀다.

그리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선두의 좀비가 달리기 시작하자 약속이라도 한 듯 한꺼번에 달려오기 시작하는 녀석들.

“크아아아악~”

“그아아아악~”

“그르르르르르!”

“그라으라아아라!”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으나 동물의 소리를 내며 달리는 녀석들의 목표는 다름이 아니었다.

양쪽의 건물들을 사이에 둔 도로의 한복판에 홀로 머스킷을 든 채 서 있는 인간.

우두커니 조준을 하고 있는 나를 목표로 달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총구는 불을 뿜지 않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뿐.

‘와라…… 조금만 더!’

조준을 한 채 바라만 보고 있는 그 대상은 좀비가 아니다.

달려오고 있는 좀비 떼와 나 사이에 있는, 자세히 보지 않는다면 확인할 수 없는 미세한 줄.

수십 개의 세열 수류탄을 매달아둔 그 줄을 보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좀비들이 맹렬히 달려와 줄을 건드리는 순간.

“왔다!”

줄이 끊어지면 안전핀이 뽑히게 설치해 둔 수류탄이 터지기 시작했다.

콰쾅-! 쾅-! 쾅-! 쾅!

강력한 폭발과 함께 일어나는 연쇄 폭발!

일대의 모든 좀비의 피가 솟구치며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잔혹한 광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캬아아아아악!”

감정이 없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좀비들의 괴성 소리는 고통과 분노로 가득하였다.

죽었지만 죽을 수 없는. 온몸이 찢기고 구멍이 뚫린, 인간이라면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을 상처를 입었음에도 녀석들은 계속해서 달려오고 있었다.

“진짜배기는 지금부터다.”

탕!!!

콰쾅! 쾅쾅쾅-!! 쾅!!쾅!!

총구에 불이 붙으며 좀비에게 죽음을 선사해준 그 순간.

크레모아가 강렬한 폭발을 일으키며 지축을 흔들었다.

수백 개의 쇠 구슬이 좀비들의 무리를 무자비하게 꿰뚫기 시작했다.

손에 쥐고 있던 격발기를 당긴 건 다름이 아닌 신우와 승봉.

좀비가 없는 낮 동안 설치해 둔 크레모아를 총소리를 신호로 하여 폭발시킨 것이었다.

완전한 좀비 말살 작전!

그동안 좀비의 수를 조금씩 줄이려 하였으나, 무슨 이유에선지 좀비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한둘이 아니었기에. 이해하길 포기한 채 모든 좀비를 한꺼번에 죽이는 방식을 생각해 낸 것이었다.

“끈질긴 새끼들.”

철컥. 철컥. 척!

꽤 많은 좀비가 죽음을 맞이했음에도 기어코 자리에서 일어나는 녀석들이 보였다. 다시 한번 탄피를 빼내며 장전했다.

딸깍. 딸깍.

저 멀리 양쪽 건물 사이에서 불빛이 반짝인다.

위치를 이동하여 격발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신호였다.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선 안 되기에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그동안 메인 퀘스트 완료라는 목적에 얽매여 ‘머스킷을 이용하여 어떻게 좀비를 사냥해야 하나’를 생각했지만, 머스킷의 개조를 완료한 후 목적을 단순히 좀비 사냥으로 바꾸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부대를 나오기 전 털었던 수많은 보조 무기들이 있었고, 굳이 그것들이 아니라도 코인이 있는 한 얼마든지 무기를 만들 수 있었다.

퀘스트도 마무리되고 있었기에 무기고에 있던 지뢰와 수류탄, 크레모아 등을 제조해 부비 트랩을 설치한 것이었다.

탕!!

콰콰쾅! 쾅쾅쾅-!!!

다시 한번 신호에 맞춰 폭발되는 크레모아.

사각지대 없이 설치해 둔 크레모아는 어둠 속에서 적을 볼 수 없는 신우와 승봉이 사용하기에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저 신호 맞춰 들고 있는 격발기를 순서대로 터뜨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하핫! 이런 게 있었으면 진즉에 꺼냈어야지! 뭐 한다고 그따위 구식 총을 사용하고 있었던 거야?”

모조리 벌집이 되며 쓰러지는 좀비들을 보자 흥분한 듯 승봉이 소리쳤다.

구식 머스킷을 든 채 허튼짓한다며 혀를 차던 그는 온데간데없었다.

자신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화력을 보고 있자니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한 듯 존경의 눈빛마저 보내고 있는 그였다.

좀비들의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끝이 보이지 않던 좀비 떼는 그 수를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초라해져 있었다.

“가자! 마무리해!”

철컥, 탕!! 철컥, 탕!!

이제 남은 것은 얼마 남지 않은 좀비들을 사냥하는 것.

머스킷의 총구가 불을 뿜기 시작하자 숨어 있던 신우와 승봉도 각각 검과 칼을 들며 좀비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커어어억!”

너덜너덜한 몸을 이끌면서도 끊임없이 다가오는 녀석들.

인간을 먹고 싶어 하는 식욕인지 그저 단순한 적개심인지 목적을 알 수 없는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동 속도는 확연하게 줄어 있었고, 그동안 좀비를 사냥해온 우리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청소를 할 뿐.

…….

…….

……탕!!

[필드의 모든 좀비를 사냥하였습니다.]

[메인 퀘스트-무기의 중요성 1을 완료하였습니다.]

마지막 남아 있던 좀비를 머리를 쏘자 눈앞에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그 짧은 문장은 드디어 지긋지긋한 전투가 끝났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이게 완전한 끝이 아니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퀘스트의 제목부터가 이미 무기의 중요성 1이었기에, ‘무기의 중요성 2’가 있으리라는 것은 누구든 예측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부대에서 먼저 경험해보았던 튜토리얼을 완료한 후 보상을 얻었던 기억이 있었기에 아무런 보상을 주지 않는 지금은 끝이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저 멀리서 달려오는 신우.

“이 병장님! 메시지창 보셨습니까?”

“그래, 드디어 끝났다.”

“이봐, 군바리들! 수고했어.”

김승봉, 그 역시 메시지창을 확인한 듯 환한 미소를 띠며 다가오고 있었다.

“어……?”

그때 머리카락이 날리도록 달려오고 있는 승봉을 무심코 고개를 돌려 바라본 순간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뱉었다.

지금까지는 덥수룩한 머리카락에 의해 보이지 않던, 승봉의 이마에서 새빨간 점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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