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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17화 (17/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017화

수가 줄고 있는지 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신우와 승봉에게는 말 그대로 끊임없는 공포.

온몸이 땀과 좀비의 머리를 터뜨릴 때마다 터져 나오는 부산물과 피로 뒤덮여 쉴 새 없이 칼과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최대한 신속하게 장전을 하며 쏘고 있었지만, 머스킷의 장전 속도는 1분에 1발이 최선이었다.

“화약 접시에 화약을 넣고…….”

“이봐! 너희가 어제 좀비들 죽인 거 맞아? 넌 뭐 하는 거야! 총을 만들어서 쏘냐?”

“아이, 순서 헷갈리게. 아저씨 정신 사납게 하지 맙시다. 제가 표적을 헷갈려서 아저씨를 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세요?”

“뭐…… 뭐?!”

답답한 듯 소리치는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 역시 답답했으니, 지금까지 써왔던 총들과는 다르게 발사하는 과정이 너무 많고 순서 역시 복잡했다.

더군다나 몰려드는 좀비와 그들의 끊임없는 괴성이 울려 퍼진다.

튼튼하게 만든다고 만들었으나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방어벽에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이 상황이 답답한 것은 나 역시 매한가지였다.

“에이! 제기랄, 안 써!”

머스킷의 총구를 향해 화약을 집어넣는 그 순간 답답함이 폭발했다.

그리고 꺼내 든 것은 세열 수류탄.

머스킷이 아닌 이상 퀘스트의 진행도는 오르지 않겠지만, 이대로 가다간 퀘스트는 고사하고 목숨이 위태로울 판이었다.

“이 개새끼들!”

짧은 시간이었지만 머스킷을 사용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적지 않았다.

신우가 빠루의 날카로운 뒷면을 이용해 좀비의 눈알을 관통한 뒤 빼내자 사방에 피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좀비가 가까이 오는 순간 빠루를 내리치고 휘두르기 시작했다.

“신우! 아저씨! 방호벽 뒤로 숨어요!!”

열심히 눈앞의 좀비들을 상대하고 있던 두 사람은 나의 외침에 뒤를 돌아봤고.

내 손에 들려 있는 수류탄 다발을 보며 기겁하며 방호벽 뒤에 몸을 숨기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뭉쳐 있는 좀비 떼들을 향해 수류탄을 던져 넣었다.

콰쾅!!! 쾅! 쾅!

좀비의 급소를 표시하고 있는 빛은 어둠 속에서도 그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었고 뭉쳐 있던 녀석들은 전부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좀비에게 스트레스를 풀고 있는 것이었다.

계속되는 전투에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해가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점점 밝아지는 하늘.

어느새 줄어들기 시작한 좀비는 눈에 띄게 보이지 않고 있었고, 시체로 가득 쌓인 방어벽 주위의 몇 마리만이 남아 있었다.

콱! 뿌직.

“후우, 후우. 끝이 나긴 나네,”

신우가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좀비의 머리에서 빠루를 빼내자 흐르는 차가운 핏물이 흘러내렸다.

방어벽 앞에 쌓인 좀비들의 시체는 처참했던 지난밤의 전투를 다시 한번 떠오르게 했다.

좀비가 쓰러지며 시체들은 방어벽 앞에 쌓이기 시작했고, 그런 시체들로 인해 방어벽은 더 높고 튼튼해졌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좀비들이 시체를 밟고 넘어오는 일이 생기곤 했던 것이다.

어둠 속에서 방어벽을 넘어오는 좀비들을 상대하기는 쉽지 않았다.

신우와 승봉 두 사람은 적을 파악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어둠 속에서도 적을 파악할 수 있는 내가 모든 상황을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햇빛을 봐서일까, 긴장감이 풀려서일까, 일순간 피곤함이 몰려오는 기분.

온몸에 각종 오물과 피가 굳은 신우와 승봉 역시 마찬가지인 듯 아무런 말도 없이 터벅터벅 가게로 돌아갔다.

* * *

고단한 몸을 이끌고 가게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고 있던 그때 승봉이 화를 내듯 소리쳤다.

“이봐! 이건 미친 짓이야. 젠장 이런 말도 안 되는 퀘스트라니!”

답답한 듯 소리치는 그 대상은 우리가 아니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대한 분노로 보였다.

우리 역시 이 정도의 고난이 있으리라 예상하지 못했기에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싫으시면 빠지셔도 됩니다. 강요한 적 없어요.”

“……쳇.”

하지만 그가 표출하는 분노를 가만히 눈치를 보며 지켜볼 생각은 없었다.

그와는 오가며 스쳐 지난 적이 있을지언정 일면식도 없던 사이.

어찌 됐든 아쉬운 건 그였기에 굳이 그의 불평이나 불만 따위를 들어줄 필요는 없었다.

확실한 우위 선점.

그의 언행이나 행동은 언제나 자신의 이득을 위해 배신을 할 수 있다고 판단되었기에, 더욱 강경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이었다.

“퀘스트 확인.”

[메인 퀘스트-무기의 중요성 1]

[머스킷을 이용해 몬스터 사냥 500마리-미완료 182/500]

‘하룻밤 동안 겨우 이만큼 사냥한 것인가…….’

퀘스트 창을 통해 표시되는 어젯밤 진행한 퀘스트의 진행도.

꽤 많은 좀비를 사냥했음에도 머스킷과 신우의 빠루, 그리고 승봉의 중식도를 이용한 사냥은 182마리밖에 되지 않았다.

팔과 다리, 온몸에 근육통이 욱신거리고 아파져 왔다.

그런데도 아직 쉴 수는 없었다.

‘이 머스킷…… 어떡하지……?’

도저히 실전에서 사용할 수 없을 거라 판단되는 머스킷.

처음부터 이 머스킷을 사용하였다면 나았을지 모르겠으나, K2 소총과 자동 권총에 익숙해져 있는 지금의 상태로는 도저히 사용하기 어려웠다.

상상 이상으로 느린 장전의 속도는 답답함을 넘어 울화통이 터질 지경에 이르렀다.

“아무래도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 * *

“정보창!”

[이름-이민혁]

[직업-플레이어-군인]

[보유 스킬]

[내 손 안의 무기고 LV2-당신이 원할 때 어디서든 무기고를 열 수 있습니다. 무기고에서 원하는 무기와 탄약을 꺼낼 수 있으며, 개발, 제조, 수리, 저장, 취급할 수 있습니다.]

[방탄 피부 LV1-피부로 일반적인 총탄이나 파편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좀비를 사냥하며 인벤토리에 차곡차곡 모인 코인은 2,024코인.

이공간 목걸이의 효과로 인해 코인을 일일이 줍지 않아도 되었기에 자연스레 신경을 쓰지 않는 사이 꽤 많은 코인이 모여 있었다.

신우나 승봉 역시도 마찬가지였고, 신우가 다시 좀비 사냥을 나가기 전에 스킬 레벨을 올리자고 제한하였다.

“내 손 안의 무기고 레벨 올려줘!”

[내 손 안의 무기고의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1,500코인이 필요합니다. 현재 LV2]

[내 손 안의 무기고의 레벨을 올리시겠습니까?]

“응”

[내 손 안의 무기고 LV3-당신이 원할 때 어디서든 무기고를 열 수 있습니다. 무기고에서 원하는 무기와 탄약을 꺼낼 수 있으며, 개발, 제조, 수리, 저장, 취급, 개조할 수 있습니다.]

[무기고에서 제작한 무기의 공격력, 내구력이 상향되었습니다.]

[무기고를 통한 개발, 제도, 수리의 시간이 단축됩니다.]

“……그럼 방탄 피부의 레벨도 올려줘!”

[방탄 피부의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300코인 필요합니다. 현재 LV1]

[방탄 피부의 레벨을 올리시겠습니까?]

“응”

[방탄 피부 LV2-피부로 일반적인 총탄이나 파편을 막을 수 있습니다. 스킬의 레벨이 오를수록 내구력이 높아집니다.]

저번과 달리 특별히 달라지지 않은 스킬의 설명창.

무심코 스킬의 설명을 천천히 읽어보던 중 달라진 무언가를 발견하였다.

“음…… 어!”

발견한 것은 무기고의 설명. 무기를 개발, 제조, 수리, 저장, 취급, 개조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개조라는 문구.

지금까지는 적혀 있지 않던 개조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 추가되어 있었다.

“혹시…… 무기고!”

손을 펼치자 생겨나는 홀로그램.

처음 보았을 때의 초라한 창고의 모습이 아닌, 이제는 그럴듯한 무기고 모양의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그리고 머스킷을 꺼내 들었다.

“머스킷, 개조 가능해?”

[머스킷을 개조하시겠습니까?]

[현재-매치락 머스킷-화승총]

[개조 가능-휠락 머스킷-치륜식, 소모 재료: 5코인, ★성 총기 1자루]

[개조 가능-플린트락 머스킷-수석식 , 소모 재료: 50코인, ★성 총기 3자루]

[개조 가능-퍼커션 캡 머스킷-뇌관, 미니에탄 사용 가능, 소모 재료: 150코인, ★★성 총기 5자루]

[개조 가능-볼트 액션 머스킷, 소모 재료: 200코인, ★★★성 총기 3자루]

“……이게 가능하다고? 볼트 액션이면 이미 머스킷이 아니지 않나……?”

도화선에 불을 붙여 점화하는 방식이었던 현재의 화승총.

마치 라이터처럼 스프링과 바퀴를 이용한 치륜식을 넘어 화승을 버린 뒤 부싯돌의 마찰을 이용한 수석식.

강선이 생기고 뇌관을 이용한 뇌관 총까지, 마치 머스킷의 발전과정을 모두 모아 놓은 듯한 개조 리스트가 펼쳐졌다.

여기에 노리쇠를 젖히고 당겨 탄피의 배출과 장전을 수동으로 하는 볼트 액션이 어째서 들어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무렴 좋았다.

개조를 통해 답답할 만큼 느린 장전의 속도를 개선하고 사거리와 정확도 등을 대폭 늘릴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만족스러웠다.

‘코인과 총기를 소모해서 개조를 하는 건가.’

총기들과 코인을 소모해 개조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코인은 비교적 소량을 소비하지만, 꽤 높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총기의 조건들.

볼트 액션의 경우에는 3성 무기가 3자루나 소비된다.

1성으로 친다면 27자루의 총기를 소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봐도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비효율적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없다.

나에게 3성 무기는 K2만 치더라도 먼지가 쌓일 만큼 가지고 있었기에,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볼트 액션 머스킷으로 개조해 줘!”

[머스킷 개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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