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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16화 (16/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016화

“좀비에게 물리고 어떻게 살아남은 거죠?”

“……해독제, 해독제가 있네.”

“해독제? 어떻게, 어떻게 구하신 겁니다.”

“……내 능력이네.”

김승봉, 그의 가게에 들어와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가 얻게 된 요리사라는 능력을 이용해 좀비에게 전염되지 않는 해독제를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그 해독제를 어떻게 알고 만드신 겁니까?”

“별거 아니라네. 그저 능력을 살펴보다 우연히 알게 된 것이지.”

“그 해독제를 나눠주실 수 있겠지요?”

“알겠네. 그렇게 하도록 하지.”

“좋습니다. 그럼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는 동안, 잠시만 함께 행동하도록 하죠.”

“그렇게 하도록 합세.”

‘잠시만’이라는 말에 잠시 주춤한 그였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계속해서 동료를 이루는 것이 우리에게도 더 도움이 될 수 있었으나 역시 아직 그를 신뢰하기 어려웠다.

대화를 이어나가는 도중 해독제를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실토한 그의 말은 곧, 장 씨 할아버지를 살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처음 그를 만난 것은 장 씨 할아버지의 가게였다.

당시에는 눈치채지 못했으나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는 장 씨 할아버지가 당한 이유를 너무나도 세세하게 알고 있었다.

직접 보지 않는다면 알 수 없는 내용의 이야기들.

내 예상이 맞는다면 그는 맞은편에 있는 자신의 가게에서 좀비들이 장 씨 할아버지를 해하는 동안 모두 지켜보고 있다가 누구보다 빠르게 식량을 챙기려고 한 것이었다.

물론, 소수의 좀비가 남아 있었기에 위기에 처했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장 씨 할아버지의 죽음을 외면한 채 오롯이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는 신뢰할 수 없다.’

언제 배신할지 모르는 이런 자는 진정한 동료로 삼기 어려웠다.

하지만 어찌 됐든 그와는 당분간 같이 행동하기로 하였기에 그가 잠시 부엌으로 간 사이 신우에게 그를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해두었다.

‘알았다’는 신우의 대답을 들은 그 순간 그가 음식을 내오며 자리에 앉았다.

“뭘 그렇게 속닥거리는 겐가? 우선 밥부터 먹도록 하지.”

“예, 감사합니다.”

“우와! 잘 먹겠습니다.”

“허허, 그래, 많이 먹도록 하게.”

밝게 인사하며 밥을 뜨는 신우를 보며 그가 호탕하게 웃으며 바라보았다.

왠지 서글프면서도 아련한 눈빛.

‘어째서……?’

그러고 보니 그가 내려놓은 반찬들 또한 대부분이 신우의 주변으로 내려져 있었다.

왠지 모를 차별을 느끼려는 찰나 입안 가득 음식물을 집어넣은 신우가 질문을 해왔다.

“우물우물, 아저씨는 퀘스트를 완료하면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계속 이 마을에 있을 생각입니까?”

“음…… 나는 대피소로 갈 생각이라네.”

“대피소…… 요?”

아무런 이야기 없이 식사하는 것이 적적했던 신우의 질문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놀라는 눈치를 보이자 그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넣어둔 종이를 꺼내 보여주었다.

“흠, 이걸 봐보게나. 저번에 말했었지 마을을 빠져나간 사람들이 있다고. 그자들이 나가고 난 후 마을에 구조 물자가 떨어졌네. 거기에 비상식량과 함께 들어 있던 메시지라네.”

“구조 물자가 떨어졌단 말입니까? 어떻게요?”

“글쎄, 무인 비행선 같았는데. 그게 뭔지는 나도 잘 모르겠네. 푸른 빛…… 미세한 푸른 빛이 주위를 감싸고 있는 비행선에서 떨어졌었지…….”

거짓말은 아닌 듯 그에게서 받은 대량으로 찍어낸 듯한 포스터에는 대피소라는 표시와 함께 약도가 그려져 있다.

이곳을 제외하면 주변의 지리까지는 잘 몰랐기에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으나, 확실하게 표시되어 있는 대피소.

그 밑에는 ‘White’라는 처음 보는 마크가 큼지막하게 찍혀 있었다.

“이 ‘White’는 무슨 표시입니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네. 구조 활동을 벌이는 기업이나 단체가 아닐까 생각하네.”

“기업이나 단체 말입니까?”

“응, 분명. 비행선과 구호 상자에도 큼지막하게 박혀 있던 마크이니 아마 맞을 걸세.”

“하지만 너무 이상한 부분이 많지 않습니까? 어째서 이곳으로 가려는 것이죠?”

“음…… 아들 때문이라네.”

“아들이요……?”

“맞네. 이곳으로 가면 아들을 만날 수 있을 거야…….”

“아들분이 대피소로 안 갈 수도 있지 않습니까?”

“……아니야. 만약 이 포스터를 본다면 그놈은 꼭 이곳으로 갈 게 분명하네.”

단호한 대답에 그제야 그의 행동이 이해가 갔다.

처음 만나는 날 무심코 지나갔던 그의 말.

그의 아들이 신우를 닮았다고 했던 그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신우에게 잘 대해주는 것이었나…….’

“그나저나 계획 같은 건 있는 겐가?”

“네, 있습니다. 바로 나오시죠. 퀘스트를 시작하기 전에 할 일이 있습니다.”

“아, 알겠네. 어서 시작하지. 뭐부터 하면 되겠나.”

* * *

“헉, 허억. 이렇게까지 해야겠나.”

“어쩔 수 없습니다. 죽기 싫으면 해야죠.”

세 사람 모두 온몸에 땀범벅이 되면서 만들고 있는 것은 다름이 아닌 참호.

진지하게 보자면 참호라 보기에는 어려웠지만, 무너진 집들의 벽돌, 폐타이어, 그리고 돌멩이와 바위 등을 쌓은 뒤 죽은 좀비들의 시체들을 그 위로 쌓아 올려 방어벽을 구축하고 있었다.

“최대한 무너지지 않게 하셔야 합니다. 무너지는 순간 다 죽을 겁니다.”

좀비, 녀석들이 무서운 이유는 그 수가 많아 몰리게 되었을 경우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약점은 너무나도 명백했다. 좀비들은 물어뜯거나 할퀴는 등의 근접 공격만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저격 총을 이용해 너무나도 손쉽게 사냥을 할 수 있었고, 지금 역시도 그런 원리를 이용해 방어벽을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아저씨의 퀘스트 무기는 뭡니까?”

“나는 이거라네.”

방호벽 구축을 완료하며 퀘스트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와중.

그가 얻은 무기가 궁금하여서 한 질문이었다.

두꺼운 사각형의 모양에 두껍고 무거운 날을 한 무기, 정식 명칭으론 클리버였지만, 보통 중식도라고 불리는 그 무기를 그가 들고 있었다.

“원래 그것을 들고 있지 않았습니까?”

“맞네. 원래 내가 사용하던 무기라네. 운이 좋았지.”

그를 처음 만났던 당시에도 같은 모양의 칼을 들고 있었던 것이 기억이 났다.

“혹시 이건 분류가 어떻게 됩니까? 단검? 도끼?”

“음…… 정확하진 않지만 크기에 따라 큰 것은 도끼로도 분류하고 작은 건 단검으로 분류하기도 한다네. 이 정도 크기면 단검으로 봐도 무방하겠구먼. 왜 그러나?”

“이걸 단검으로 분류한다고요? 잠시만요.”

혹시나 해서 물어본 것이었으나 의외의 대답에 흥분하며 시너지 효과 창을 열어 보았다.

[적용 중인 시너지-단검(1) 아군의 체력과 마나 10% 증가.]

[적용 중인 시너지-군인(2) 이동 속도 15% 증가. 군인 직업에만 적용.]

[요리사(1/3)]

“어! 정말이네!”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수확이었다.

신우가 빠루를 들고 있었기에 기대하지 않았던 단검 시너지의 효과를 승봉의 클리버를 통해 받고 있었던 것이었다.

단검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마나 10% 증가를 받아야지만 스킬인 마탄을 사용할 수 있었기에 여차하면 곧바로 사용할 수 있었다.

혹시나 다른 조합이 더 있을까 하여 살펴보았지만, 더 이상 추가되는 시너지는 없었다.

어느새 메인 퀘스트 시작까지 남은 시간은 3분 정도였다.

긴장하며 쉬고 있는 도중 각자의 눈앞에 커다란 시계 모양의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이제 곧 시작할 것 같습니다.”

“알겠네.”

[메인 퀘스트-‘무기의 중요성 1’을 시작합니다.]

[그룹의 인원이 3명입니다. 그룹의 수에 맞게 난이도가 조정됩니다.]

[머스킷을 이용해 몬스터 사냥 500마리-미완료 0/500]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홀로그램이 0시가 됨과 동시에 눈앞에 퀘스트가 등장했다.

“그어어어억~”

“그어어억억~~”

“온다! 자세 잡아!”

밤이 되자 좀비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주변을 견제하고 있던 와중 그것을 발견함과 동시에 완공된 방어벽 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신우와 승봉에게 알려주었다.

재빠르게 일어나며 미리 계획하였던 위치에 두 사람이 자리를 잡았다.

자신들의 퀘스트 내용인 빠루를 든 신우와 네모난 중식용 식칼 두 개를 승봉이 양손에 들었다.

뒤에 있던 나는 화약과 함께 탄알을 꺼내 들며 머스킷의 장전을 시작했다.

“그어어억!”

좀비들은 우리를 발견하자마자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랴앗~차!”

“죽어!”

무서운 속도로 가까워지기 시작했지만, 걱정은 없었다.

미리 구축해 둔 방어벽에 막혀 다가오지 못했고.

그저 머리만을 내어 주고 있었다.

그리고 신우와 승봉은 자신들의 무기를 이용해 좀비의 머리를 내리찍기 시작했다.

‘드럽게 오래도 걸리네…….’

예상은 했으나, 너무나도 오랜 시간을 잡아먹는 머스킷의 장전 속도.

머스킷의 해머를 살짝 뒤로 당긴 뒤 화약 접시에 화약을 옮겨 담고, 접시에 뚜껑을 닫은 뒤 총구를 뒤집어 다시 화약을 부어 넣는다. 그 후 다시 총구에 집어넣는 탄알.

하지만 아직도 발사하기에는 멀었다.

총신 하부에 끼워진 꼬질대(장전봉)를 뽑은 뒤 총신에 넣어 총열 아래쪽에 탄알을 단단하게 고정한 뒤, 다시 꼬질대를 총신 하부에 넣고 아까 살짝 당겨놓은 해머를 완전히 뒤로 당겨 주었다.

그리고 난 후 좀비의 머리를 조준.

쾅! 아아앙~

그리고는 계속해서 한 발 쏘기 위해 이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끄어어어억~”

“그어어어어어억~”

어둠 속에 모습을 숨긴 좀비들은 방어벽을 향해 끊임없이 몰려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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