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무기고 015화
철컥!
탕!!
노리쇠를 장전한 후 방아쇠를 당기자, 총구의 푸른 불꽃이 튀기며 좀비의 머리를 향해 정확히 마탄이 날아간다.
좀비의 약점인 뇌를 완전히 녹여 버리는 탄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공격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총구를 살펴보니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기는 하나 멀쩡한 총구.
3성으로 랭크업을 해서일까. 저번처럼 총구가 녹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으윽. 그래도 정신적인 데미지는 여전하구만.’
그래도 역시 가장 큰 문제는 한 번 마탄을 사용하고 나면 정신적인 데미지가 크다는 것이었다.
마치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기에 두 번을 연속으로 사용하기에는 무리였다.
고블린과는 달리 동료애는 없는지 눈앞의 좀비가 쓰러지더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좀비들.
그런 좀비들의 움직임 하나하나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철컥! 탕! 철컥! 탕!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좀비 사냥!
장거리, 더구나 처음 사용해 보는 저격용 소총이었음에도 마치 자로 잰 듯 정확히 좀비의 머리를 맞추고 있다.
철컥! 탕!!
좀비들의 머리를 노리는 것은 다름이 아니었다.
팔이나 다리, 몸통을 맞추더라도 속도를 늦추거나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할 수는 있었으나, 계속해서 움직였다.
그에 반에 머리를 정확히 관통하면 완전히 죽음을 맞이했다.
그들의 머리는 급소를 뜻하였다.
시간이 흐르고 몬스터를 사냥할수록 익숙해졌고 좀비들은 빠른 속도로 쓰러지고 있었다.
철컥! 탕!
얼마나 많은 좀비를 죽인 것일까. 어둠에 몸을 숨겨 배회하는 좀비들은 사냥하는 나의 총알을 피할 수 없었고, 그 어떤 반항조차 시도할 수 없었다.
칠흑 같은 밤하늘에 조금씩 햇빛이 비치기 시작했고.
어느새 아침이 다가온 듯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하며 무참히 학살당한 좀비들의 시체가 드러났다.
“끄어어어어억~~”
‘날이 밝아온다. 오늘은 저 녀석만 죽이고 여기까지만 할까.’
철컥! 탕!!!
[일정 수 이상의 플레이어가 튜토리얼을 완료하였습니다.]
[메인 퀘스트-‘무기의 중요성 1’을 진행합니다.]
마지막 목표로 했던 좀비의 급소를 터뜨리는 그 순간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지금까지 들려왔던 딱딱한 기계음이 아닌 부드러운, 따뜻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
‘메인 퀘스트……?’
갑작스레 나타난 홀로그램과 목소리는 퀘스트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옥상의 문을 지키며 졸고 있던 신우를 바라보자 나에게만 나타난 메시지가 아닌 듯 급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이, 이 병장님!”
호들갑을 떨며 다가오는 신우였으나, 일단은 계속해서 퀘스트의 내용이 흘러나오고 있었기에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하였다.
그러자 입술을 다물며 조용히 하는 녀석.
[첫 번째 메인 퀘스트-무기의 중요성 1]
[모든 플레이어는 동시에 퀘스트를 진행합니다.]
[퀘스트는 7일 동안 진행되며 그 안에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퀘스트를 완료하지 못한 플레이어는 페널티를 받게 됩니다.]
[그룹의 인원수에 맞게 난이도가 조정됩니다.]
[첫 번째 메인 퀘스트는 12시간 후에 시작됩니다.]
[메인 퀘스트-무기의 중요성 1]
[머스킷을 이용해 몬스터 사냥 ??마리-미완료 0/??]
“뭐? 이게 무슨…….”
음성과 함께 홀로그램이 사라지는 그 순간 무언가가 눈앞에 떨어졌다.
내 앞에 떨어진 한 자루의 낡은 총 한 자루와 신우의 앞에 떨어진 쇠 지렛대.
땡그랑. 땡그랑…….
두 개의 무기가 곧장 땅으로 떨어지며 쇠의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
어느새 완전히 밝아진 햇살로 인해 무기들은 더욱더 반짝거리고 있었다.
“……이걸로 좀비들을 잡으라고……? 미친.”
“이 병장님, 기운 내십시오. 어찌 됐든 총이지 않습니까?”
쇠 지렛대, 속칭 빠루를 손에 든 신우는 고민에 빠진 나를 보며 연신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
내가 넋이 나간 채 손에 들고 있는 것은 퀘스트를 통해 얻은 총.
지금껏 사용했던 소총들과는 그 모양도 분위기도 완전히 다른 무기였다.
“기운 내라고? 너 이게 뭔지 알아?”
“……총 아닙니까?”
“그래, 맞지…… 총. 이게 머스킷이라는 거야.”
“아, 그렇습니까? 역시 총기에 조예가 깊으십니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십니까?”
덤덤하게 총기를 보며 설명해 주자 연신 칭찬을 하는 녀석.
그러나 영혼 없는 칭찬이라는 것을 아는 나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군대의 선임들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 입에 베어버린 영혼 없는 칭찬.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속칭 X꼬를 빠는 모습이 오히려 더 약이 올랐다.
어떻게 빠루를 들고도 저렇게 밝을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되는 녀석.
“하아…… 너 조총 알지. 조총”
“조총 말씀이십니까? 가래떡에 찍어 먹는 거 아닙니까?”
“……조청 말고 새끼야. 조총!”
평소라면 웃어줄 법도 하였으나, 현재 상태로는 도저히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퀘스트의 정확한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이것을 이용해 몬스터를 죽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퀘스트를 완료하지 못한 플레이어는 페널티를 받게 됩니다.]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것은 퀘스트를 설명하며 쓰여 있던 이 문구였다.
“페널티를 얻게 된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
“설마 죽는다는 건가……?”
“……잘 모르겠습니다.”
정확한 그 의미를 파악하기는 어려웠으나, 만약 저 의미가 죽음을 의미하는 거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흔히 조총으로 알려진 이 무기의 유효 사거리는 100m 정도. 확실한 명중률을 보장하는 것은 고작 50m, 옥상에서 저격은 고사하고 바로 앞에서 총을 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화약을 이용한 화승총인 만큼 장전 속도가 매우 길다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똑. 똑. 똑.
그때 들려오는 노크 소리. 이해할 수 없는, 있어서는 안 될 노크 소리에 숨을 죽였다.
신우와 눈빛을 교환하며 머스킷을 들어 올리자, 신우가 자신의 빠루를 든 채 문 쪽을 향해 걸어나갔다.
갑작스러운 상황이었으나 자연스럽게 역할이 교체되며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군인 형씨들, 여기 있나?”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은 채 숨을 죽이고 있자 문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긴장이 풀리며 조준하고 있던 머스킷을 거둬들였다.
문을 열어주라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자, 문을 열어주는 신우.
탁! 철컥. 철컥. 끼이이익-
“아! 여기 있었구먼! 나네, 나 기억하는가?”
“무슨 일이십니까? 문을 막아 났는데 어떻게 들어왔고요?”
잠금장치를 풀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활짝 웃으며 한 남자가 서 있다.
장 씨 할아버지의 가게에서 우리가 구해주었던 바로 그 남자였다.
“어떻게 들어오긴, 출입구를 아주 단단히도 막아 놨더구먼, 근데 옆의 창문은 왜 안 잠가둔 건가? 거기로 들어왔네, 하하하!”
호탕하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남자. 그의 말에 뒤에 있던 신우를 째려보자 시선을 돌리며 고개를 피하였다.
“계속 이렇게 세워둘 건가? 안에서 이야기하지.”
“예? 무슨 용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막무가내로 들어왔다.
침대에 걸터앉은 그를 보며 황당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자 그가 다시 말을 건네 왔다.
“혹시, 밖에 좀비 시체들…… 자네들이 다 처리한 건가?”
아무것도 아닌 듯 지나가듯 물어오는 질문.
하지만 그의 질문을 듣자 이곳에 온 이유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메인 퀘스트 때문에 온 것인가.’
첫 번째 메인 퀘스트.
안내에는 분명 그룹에 따라 난이도가 조정된다고 하였기에, 그룹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모든 플레이어가 참가할 수밖에 없었으며, 퀘스트를 완료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있었기에 불안감에 온 것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지난밤 울려 퍼진 총성과 함께 말도 못 하게 쌓여 있는 좀비들의 시체를 봤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예, 저희가 한 게 맞습니다.”
“오! 역시 그랬구먼. 자네들 생각보다 더 강한 자들이었구먼!”
“그래서, 용건이 뭡니까?”
“흠흠, 왜 그렇게 쌀쌀맞게 구는가. 저번에 내가 너무 급하게 돌려보낸 건 아닌지, 아들 같은 군인들인데 걱정되어 와 본 거라네. 내 직접 밥이라도 대접하려고…….”
생각보다 차가운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것인지 그는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눈치를 보며 이미 신우에게 결정권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나만을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허허, 내 정신 좀 보게. 아직도 내 소개를 안 했구먼. 나는 김승봉이라고 하네. 반갑네.”
그제야 김승봉은 자신을 소개하며 악수를 청하였다.
“용건이 뭔지 물었습니다.”
“허허, 이 친구 성격이 급하구먼. 알았네. 내 사실 부탁이 있어서 왔네.”
“어떤 부탁입니까?”
“자네들도 첫 번째 메인 퀘스트가 떴겠지. 나를 좀 끼워 주면 안 되겠나? 나, 나 역시 좀비들을 죽여본 적이 있네. 플레이어가 된 걸 보면 알지 않나. 조금은 도움이 될 걸세.”
예상했던 그대로.
김승봉, 그가 찾아온 이유는 퀘스트를 같이 진행하길 원해서였다.
슬며시 번지는 미소.
그 순간 한 가지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좀비에게 물리면 좀비로 변한다.
그가 우리에게 알려준 정보였으나, 분명 그날 그는 좀비에게 물린 자국이 존재했다.
하지만 분명 장 씨 할아버지. 그는 좀비로 변하였다.
“좋습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저, 정말인가? 고맙네. 고마워.”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어떤 조건 말인가?”
“분명 그날 좀비에 물린 것을 봤습니다. 한 군데도 아니고 여러 군데를 물리셨었죠?”
“…….”
“좀비에게 물리고 살아남는 그 방법. 아저씨는 알고 계신다는 거겠죠. 그걸 알려주셔야겠습니다. 그럼 같이 퀘스트를 진행하도록 하죠.”
“……알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