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어다니는 무기고-13화 (13/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013화

점점 날이 밝아오기 시작하자 좀비들이 하나둘 흩어지기 시작했다.

혹시 모텔로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뜬 눈으로 모든 상황을 지켜봤다.

완전히 해가 뜨고 아침이 되자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린 좀비들. 그제야 안심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우야, 이제 그만 봐도 돼. 다 간 거 같다.”

“이 병장님, 저기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뭐? 잘 못 본 거 아니야?”

“아닙니다. 분명 사람입니다.”

반신반의하며 창문을 통해 다시 한번 밖을 살펴보았다.

신우가 착각을 하였을 것이라 생각이 들려는 그 순간.

“으아아악~~”

틀림없는 인간의 비명이 들려왔다.

창밖을 바라보았지만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선 안 보이는 곳인가? 가보자!”

“네, 알겠습니다.”

부대를 빠져나온 뒤 처음으로 보는 밖을 돌아다니고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마을에 무슨 일이 생겼었는지, 저 좀비들은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등 물어보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무엇보다 다급해 보이는 비명이었기에 더욱 속도를 냈다.

철컥, 끼이이익.

방문을 연 뒤, 복도에 좀비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 곧장 계단을 통해 내려갔다. 그리고 밤새 보았던 좀비들이 이동하고 있던 그곳을 향해 시선을 이동하였다.

모텔에서는 시야가 막혀 보이지 않았던 그 장소.

“어! 저기는…….”

“이 병장님! 저기 사람이……!”

그곳은 다름이 아닌 장 씨 할아버지의 구멍가게였다.

완전히 부서져 버린 문과 가게 앞에 흥건한 피 웅덩이.

난장판을 넘어 완전히 박살이 나버린 가게의 내부에는 어떤 남자가 좀비에 둘러싸여 있었다.

“으어어어~~”

“으어어어~~”

족히 열 마리는 넘어 보이는 좀비들은 그를 둘러쌓고 점점 압박해 나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결과는 뻔했기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신우와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신우야! 네가 왼쪽으로 가!”

“네, 알겠습니다.”

장 씨 할아버지의 가게에 처음 와보는 것이 아니었기에 내부는 너무나도 익숙했다.

좁디좁은 가게의 내부에는 중앙에 매대가 놓여 있었기에 양쪽으로 흩어지며 이동한 것이었다.

“크아아악!!”

좀비에게 둘러싸인 남자는 포기하지 않은 듯 연신 괴성을 질러대며 칼을 이용해 공격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에 질세라 총기를 꺼내 좀비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타당! 탕탕탕!!

탕탕탕!!!

[시너지 효과가 적용 중입니다.]

[적용 중인 시너지-군인(2) 이동 속도 15% 증가. 군인 직업에만 적용.]

그 순간 다시 한번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였다.

체감하기에는 어려운 수치였으나 빠른 속도로 좀비들을 처리하며 남자에게 다가갔다.

“저기요. 어떻게 된 겁니까?”

“허억, 허억…… 군인들인가 고맙네…… 허억, 허억.”

온몸이 좀비들의 부산물로 추정되는 오물들로 뒤덮인 그가 숨을 가쁘게 쉬며 말하였다.

매우 힘이 드는 듯 숨을 몰아쉬는 그를 천천히 기다리는 와중에 눈에 띄는 그의 상처.

팔과 다리에 좀비들에게 물린 것으로 추정되는 자국들이 보이었다.

“마을에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마을 사람이 아닌가 보군.”

“아, 예. 보다시피 부대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부대를 빠져나왔다고? 그럼 너희 플레이어인가 보군!”

“……그걸 어떻게!”

“많은 일이 있었지…… 일단 장소를 좀 옮기세. 좀 쉬고 싶구먼. 요 앞에 내 가게가 있네.”

“예, 저기 장 씨 할아버지는 어디 계시죠? 여기는 장 씨 할아버지 가게 아닙니까?”

“장 씨 할아버지를 아는가? 음…… 저기 있구먼.”

“네? 그게 무슨…….”

신우의 질문에 잠시 쓰러진 좀비들을 살피더니 그가 손가락질하였다.

그의 손가락을 따라가자 보이는 것은, 이마 가운데 총알이 박힌 좀비의 시체.

자세히 시체의 살펴보니 틀림없는 장 씨 할아버지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이상한 그의 얼굴.

불과 어제만 해도 멀쩡했던 그는 마치 몇십 년 동안 썩어 부패한 듯한 육체를 하고 있었다.

“이, 이게 어떻게…….”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구먼. 일단 이것들이나 들고 따라오게. 설명해 주지.”

당황한 듯한 신우를 보며 대수롭지 않은 듯 가게를 둘러보는 남자.

다짜고짜 그곳의 식품들을 집어가기 시작했다.

“쯧쯧. 영감탱이 많이도 쌓아뒀구먼. 식량 좀 나눠달라 그럴 땐 쌀 한 톨도 없다고 한 인간이. 퉤!”

“이걸 가져가시려는 겁니까?”

“응? 당연하지. 이걸 얻으려고 위험을 무릅쓰고 온 건데. 아, 걱정하지 말게 자네들이 도와줬으니 같이 배분하도록 하겠네.”

“…….”

그의 말을 들으며 이미 죽어버린 장 씨 할아버지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주인이 없는 식량들.

윤리적으로 어긋날지는 모르겠으나 저 식량은 우리가 생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은 분명했다.

우리가 가져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누군가 가져갈 것은 당연할 터.

결정을 바라는 듯 쳐다보고 있는 신우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하하하! 좋아. 당분간은 걱정 없겠어. 고맙네! 군바리들. 자네들 덕분이니 원하는 만큼 가져가도 상관없네.”

며칠 동안 씻지 못했는지 이마를 완전히 덮은 머리카락과 덥수룩한 수염을 한 남자의 얼굴에 싱글벙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의 집에 들어와 구멍가게에 있던 식료품들을 모두 내려놓자, 세상 떠나갈 듯 좋아했다.

식당으로 보이는 그의 집은 꽤 많은 수의 식탁과 의자, 그리고 주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좀비들을 막기 위함인지 모든 창문을 가린 뒤 식탁과 의자로 막아두었다.

“계속 여기서 생활하시는 겁니까?”

“그래, 밖에 저 괴물 같은 것들이 나타난 이후부터 쭉 이곳에 있었어.”

“아까 장 씨 할아버지한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꽤 시끄러웠을 텐데 못 들었나? 어젯밤에 어디에 있었나?”

“저희는 모텔에 있었습니다.”

“아, 그럼. 이곳까지는 안 보였겠구먼.”

“그럼 어제 좀비들에게 당한 겁니까?”

“맞아. 영감탱이 운이 없었지.”

밤거리를 정처 없이 떠돌던 좀비가 우연히 구멍가게를 건드렸고, 문에 달린 방울에서 소리가 나 좀비들이 몰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왜 문에 달린 방울을 제거하지 않은 겁니까? 그 정도는…….”

“그 노인네가 무슨 힘이 있어서 그 높이 있는 방울을 제거하겠나.”

“그럼 마을 사람들이 그 정도는 도와…….”

“크크크, 마을 사람들? 자네들 어제 왔다고 했나? 이곳에 와서 나를 제외한 사람들을 본 적 있나? 마을에 남아 있는 사람들도 거의 없거니와 밖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네.”

“…….”

“다들 자신이 가진 식량들로 버티다가 서서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거지. 이곳에 남은 사람이라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용기가 없는 인간들뿐이라네. 오히려 장 씨 영감이 부러울 지경이야. 지옥이 있다면 여기겠구먼.”

그는 주방에서 무언가를 하며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그럼, 장 씨 할아버지가 어째서 좀비가 된 겁니까?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응? 자네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먼.”

“물리거나 손톱에 긁히면 그렇게 되는 겁니까?”

“뭐, 비슷하네. 정확히는 녀석들 치아에 있는 독이 체내로 들어가면 그렇게 변하는 것 같네만.”

“하지만 그쪽도…….”

턱!

남자는 주방에서 만들고 있던 무언가를 가지고 나왔다.

중간에 말은 끊은 그가 식탁에 내려놓은 것은 따끈따끈한 요리.

방금 구멍가게를 통해 얻은 것으로 보이는 참치와 김치를 넣고 만든 김치찌개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배고플 텐데, 먹으면서 말하게.”

“저희도 주시는 겁니까?”

“그럼, 도와준 답례라네.”

알 수 없는 의도.

시시각각 변하는 남자의 태도에 머뭇거리고 있자 그는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 혼자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옆에서 눈치만 보며 군침을 흘리고 있는 신우.

음식에 이상은 없어 보였기에 먹어도 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걱우걱. 이 병장님, 맛있습니다. 완전 집밥입니다!”

“허허허, 꼭 우리 아들내미 같구먼. 자네도 어서 들지 그러나.”

기다렸다는 듯이 숟가락을 뜨는 신우를 보며, 오랜만에 보는 따뜻한 찌개와 밥에 홀린 듯 자리에 앉았다.

“불이 안 나올 텐데. 요리는 어떻게 하신 겁니까?”

“왜? 독이라도 탔을까 봐 겁이 나나?”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스킬이라네. 자네들도 부대를 빠져나왔다고 하니 무슨 말인지는 알 테지.”

“플레이어신 겁니까?”

“그래, 평생 해온 거라곤 맛대가리 없는 요리 실력으로 군바리들 등쳐먹은 것뿐이라, 요리 스킬이 생겼어. 그래서 이곳을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갇혀 버리고 있는 거지.”

“갇혔다는 게 무슨 소립니까?”

“아, 아직 모르나? 밤에 나타나는 좀비들 전부 어디로 갔을 것 같은가. 수십, 수백 마리나 되는 녀석들 전부 낮에는 마을을 나가는 길목에 숨어 있어. 나 같은 놈은 절대 못 빠져나간다는 소리지.”

맛있게 식사를 하는 남자와 신우의 모습에 밥을 한술 가득 떠 입에 넣었다.

그 순간 남자가 허공을 바라보았다.

평소 신우가 홀로그램이 뜬 것을 확인하는 모습과 동일한 자세였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란 손은 본능적으로 권총의 손잡이를 집어 들었다.

“이봐, 이봐 그 손 내려놓게. 벼, 별거 아니야. 그저 단순한 서브 퀘스트라네.”

“서브…… 퀘스트라면?”

당황한 남자가 안심하라는 듯이 허공에서 이공간 목걸이를 꺼내 들었다.

경험해 보았던 초심자의 보급 상자를 통해 나오는 일종의 기본 아이템이었다.

“이거야, 이거. 자네들도 있을 거 아닌가.”

“……밥을 먹이는 게 퀘스트였습니까?”

“그래, 하지만 진심으로 고마워서 밥을 대접한 것이니 오해하진 말게.”

“…….”

“자네들도 따뜻한 밥을 먹어서 좋고, 나도 퀘스트를 완료해서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일석이조 아닌가. 어서 그 손 내려놓게.”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서였을까.

말투는 그대로였으나 그동안 군바리라며 무시하는 듯한 태도는 한층 누그러져 있었다.

남자의 만류에 총을 놓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아무래도 다른 의도는 없어 보이는 남자.

“그동안 서브 퀘스트를 못 깨고 있었던 겁니까?”

“그래, 남들 다 완료할 때 다른 사람에게 요리를 대접하라는 퀘스트가 나왔는데, 의심하며 먹어주는 사람 한 명이 없었지, 젠장.”

옛날 생각이 났는지 화를 주체 못 하며 욕지거리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남자의 태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마을에 서브 퀘스트를 완료한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마을에 플레이어가 더 있다는 말입니까? 그럼 왜 저 좀비들을 그냥 두는 겁니까? 아무리 수가 많아도 힘을 합치면…….”

신우의 질문에 헛웃음을 지으며 남자가 대답했다.

“오늘 자네들에게 꽤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충고 하나 해주지.”

“…….”

“너무 사람을 믿지 마.”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