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무기고 012화
“무기고의 레벨 올려줘!”
[내 손 안의 무기고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1,000코인이 필요합니다.]
[레벨을 올리시겠습니까?]
“그래!”
밖의 좀비 같은 생물들을 확인함과 동시에 무기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전투가 다가올 것을 예상한 것이었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면 오크를 사냥하며 사용했던 마탄.
신우가 단검을 들어야만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며 사용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실제 사용 중이던 K2에 장착해 마탄을 발사한 순간 총구가 녹아 버렸다.
총구 외에도 내부가 전부 녹아버려 전혀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망가진 무기를 고칠 수 있는 무기고에 넣어놨으나 그 효과는 발휘되지 않았다.
총기의 랭크를 올려 그것은 해결하였으나.
더 큰 문제는 마탄을 사용하는 순간 온몸의 기가 빨려 나간 듯 진이 빠져버리는 것이었다.
서서히 회복되기는 하였으나 마탄을 사용한 직후에는 마치 혼이 빠져나간 듯 완전히 전투 불능 상태가 되었다.
‘한 번 밖에 사용할 수 없다라…….’
매우 강력한 스킬임은 틀림없었으나, 그 한계는 명확했다.
마탄을 이용한 연사는 불가능했기에, 한 번 공격했을 경우 만약 몬스터가 죽지 않는다면 더욱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이었다.
해결 방법을 찾던 중, 부대를 빠져나오며 튜토리얼이 끝났다는 메시지와 함께 스킬을 레벨업 할 수 있다고 했던 것이 생각이 났다.
다행히 오크와 고블린들을 사냥하며 얻은 3,244코인이 들어와 있었기에 코인은 충분했다.
[내 손 안의 무기고 LV2-당신이 원할 때 어디서든 무기고를 열 수 있습니다. 무기고에서 원하는 무기와 탄약을 꺼낼 수 있으며, 개발, 제조, 수리, 저장, 취급할 수 있습니다.]
[무기고에서 제작할 수 있는 무기의 종류가 추가되었습니다.]
[무기고에서 개발할 수 있는 무기의 종류가 추가되었습니다.]
[무기고에서 수리할 수 있는 무기의 종류가 추가되었습니다.]
[무기고에서 제작한 무기의 공격력, 내구력이 상향되었습니다.]
[무기고를 통한 개발, 제조, 수리의 시간이 단축됩니다.]
스킬의 레벨을 올리자 연속적으로 울리는 음성과 함께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손안에 펼쳐져 있던 작은 창고 모습을 하고 있던 홀로그램 역시 약간 크기가 커지며 변화했다.
자동 권총에 소음기를 장착하며 신우를 바라보았다.
눈앞의 홀로그램을 바라보는 듯 허공을 보는 동시에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었다.
“스킬 검객에 모든 코인 사용해서 레벨 올려줘!”
그 역시 스킬의 레벨을 올린 듯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뿌듯해했다.
“어때?”
“아, 이 병장님! 좋습니다. 이제 검 쓰는 게 편해졌습니다.”
“그래? 그 정도 솜씨면 앞으로는 총 안 쓰고 검을 사용해도 되겠는데?”
“안 됩니다! 저…… 저런 녀석들을 어떻게 가까이서…… 말 나온 김에 아음속탄이랑 소음기 좀 만들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소음기가 저번에 완전히 망가져 버려서…….”
“그래, 혹시 저 녀석들도 현대 무기가 안 통할 수 있으니까. 단검 잘 챙겨 둬.”
“네, 알겠습니다.”
“쉿!”
“으어어어어~”
그 순간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반사적으로 입에 손을 가져다 대자 신우가 입을 틀어막았다.
문밖에 느껴지는 느린 걸음걸이로 지나가는 생명체.
좀비로 유추되는 그 생명체는 매우 천천히 불쾌한 앓는 소리를 내며 점점 멀어져 갔다.
“방금 막 문 앞을 지나갔어.”
“저도 들었습니다.”
방문을 지나 점점 그 소리가 희미해지자 그제야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만약 이미 경험해 보았던 고블린이었다면 소리가 들려온 즉시 문을 열고 나가 총으로 쏴버렸을 테지만, 저 생명체에 대해선 아는 것이 없었다.
고블린처럼 소리나 빛에 민감하다거나 오크처럼 현대 무기가 통하지 않는 등 좀비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에 함부로 나설 수 없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마을이 이렇게 된 건 저 녀석들 짓인 것 같지?”
“제 생각도 같습니다.”
“일단, 저 녀석들에 대해 알아볼까?”
“네, 예? 잘못 들었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뒤에서 엄호해 줘.”
철-컥.
영문도 모른 채 어리둥절한 신우를 뒤로 한 채, 바닥에 굴러다니던 소주병을 들고 문의 잠금장치를 열었다.
끼이익-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어쩔 수 없이 들려오는 문소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문을 살짝 연 뒤, 고개만 살짝 내밀어 복도를 확인하자 아직 그다지 멀리 못 간 녀석이 앞만을 바라보며 이동하고 있다.
녀석을 제외한 몬스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신우야, 너는 나오지 말고 거기에 있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도와주고.”
“예, 알겠습니다.”
뒤에 있는 신우를 향해 들리듯 말 듯 조용한 소리로 이야기한 후 완전히 복도로 나왔다.
그리고는 손에 들고 있던 소주병을 있는 힘껏 투척했다.
목표는 좀비가 아닌 좀비보다 더 먼 복도 끝.
쨍그랑!
날아간 소주병은 좀비라 추정되는 생물체보다 조금 더 먼 곳으로 떨어졌고, 그 즉시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졌다.
그리고 신우를 향해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와 함께 소음기가 달린 자동 권총을 꺼내 들었다.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아무런 말 없이 좀비의 행동을 관찰했다.
“끄어어억!”
좀비는 듣기 거북한 앓는 소리를 내며 깨진 소주병을 향해 달려갔다.
막상 깨진 병 조각이 있는 곳으로 달려간 녀석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제야 서로 눈이 마주쳤다.
“끄어어어어~”
나를 발견하자마자 흥분한 듯 더욱 기괴한 소리를 내며 달려오기 시작하는 좀비.
지켜보고 있던 신우는 녀석이 달릴 거라는 생각을 못 한 듯 문을 박차고 나오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런 신우를 제지하며 덤덤하게 권총을 들어 올려 달려오고 있는 좀비를 조준했다.
빠르게 다가오는 좀비를 향해 총구를 들이대며 신중하게 숨을 골랐다.
텅!
“끄어어어!”
그리고 당겨지는 방아쇠.
순식간에 날아간 총알은 좀비의 허벅지를 관통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잠시 주춤할 뿐 계속해서 다가오는 녀석.
텅!
이번에는 심장.
두 번째 총알은 심장을 꿰뚫었고 각종 장기와 부산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생명에 지장이 없는 듯 계속해서 뛰고 있다.
마치 사격 대회에 출전한 듯 사선으로 서서 오른손으로 조준하고 있던 자세를 더욱 신중하게 고쳐 잡았다.
왼손을 들어 올려 양손으로 권총을 조준하는 ‘썸 포워드 그립’, 일명 ‘엄지 앞으로’ 자세를 취하였다.
텅!!
마지막으로 발사된 총알은 좀비의 머리통을 갈겨 버렸다.
그리고 머리통이 터져 버리며 뒤로 넘어가는 생명체.
[좀비 사냥을 완료하였습니다.]
[2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녀석이 확실하게 죽었다는 것을 알려줌과 동시에 정체를 알려주는 홀로그램과 코인이 획득되었다는 알림이 들려왔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곧바로 신우가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이 병장님, 뭐 하신 겁니까? 까딱하면 위험할 뻔했습니다!”
“응? 그런가? 그래도 쓸 만한 정보는 조금 얻었어.”
“정보…… 말입니까?”
나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듯 신우가 걱정을 해왔다.
하지만 아무 이유 없이 그런 미친 짓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모두 좀비의 특징을 알아보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래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신우를 위해 조금 전의 상황을 통해 알아낸 것들을 일일이 설명해 주었다.
좀비라는 녀석은 소리에 반응한다는 것과 살아 있는 생명체, 즉 인간을 시각적으로 반응한다는 것.
무엇보다 중요한 머리를 공격해야만 쓰러뜨릴 수 있다는 정보였다.
“그러니까 일단 저 녀석들한테는 마탄이나 네 스킬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통한다는 말이야.”
“와, 역시 대단하십니다. 짧은 시간에 그런 걸 다 알아채셨습니까?”
“그어어어~”
“그어어어어어~”
“그러어어어어~”
그 순간 좀비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겨우 한 마리나 몇 마리 정도의 소리가 아니었다. 수십 아니 수백 마리는 될 만한 수많은 좀비의 소리가 이중 삼중으로 겹치고 겹쳐 들려오고 있었다.
“이, 이 병장님!”
당황한 신우가 나를 바라보았다.
위협적인 소리에 넋이 나가기도 잠시, 정신을 차리며 창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블라인드를 살짝 열어 밖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말 그대로 좀비 떼.
그 수를 파악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수의 좀비들이 한쪽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 저렇게 많은 녀석이 나타난 거야?”
낮에는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던 좀비들이었다.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숨어 있었는지 이해되지 않을 만큼 엄청난 규모의 녀석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숫자에 압도당한 우리는 창문을 통해 바라보며 보이지도 않는 녀석들의 행보를 지켜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