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무기고 010화
그때 예상치 못한 메시지창이 들려왔다.
무기고의 용량이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용량 초과를 알리는 홀로그램에 당황하기도 잠시.
무기고에는 총기와 탄약, 각종 수류탄, 크레모아 등의 폭탄 등으로 가득해졌다.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 이상 욕심을 부린다고 해도 특별한 방도가 없었다.
“그래, 이만하면 됐다. 가자!”
“나머지 탄약이랑 폭탄들은 전부 두고 가는 겁니까?”
“아니. 터뜨릴 거야.”
“끼끾끼끼끼!!”
“끼끾!”
그 순간 밖에서 점점 다가오는 몬스터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자, 잘못 들었습니다? 터뜨린다는 게…….”
“지금부터 앞만 보고 달려!”
탄약고에 있던 시한폭탄을 작동시킨 뒤 남아 있는 폭탄들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그리고 벌써 신우는 뛰어가기 시작했다.
나야 방탄 피부 스킬을 얻었고 효과를 확인해 본 결과 폭발물에 큰 데미지가 입지 않을 걸 알고 있었기에 스킬을 얻지 못한 신우를 먼저 보낸 것이었다.
‘내가 이곳을 터뜨리게 될 줄이야…….’
과거에는 경계 근무를 섰던 장소였지만 지금은 폭발물을 설치한다.
근무를 스며 심심할 때 한 번쯤 해보았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일어날 상황은 꿈에도 모른 채 괴랄 하게 울려 퍼지는 사이렌 소리에 이끌린 고블린들이 우후죽순 모여들기 시작했다.
“더 빨리 뛰어!!”
그리고 작동되는 시한폭탄의 타이머를 확인 후 반대편으로 전속력으로 뛰었다.
앞에 지친 듯 뛰고 있는 신우를 보며 소리쳤다.
퍼벙 펑! 펑! 펑!!
미리 설정해 둔 30초가 지나자 시작되는 폭발.
연쇄적으로 폭발되는 폭발물들의 소리는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펑!! 펑!!!! 퍼펑!!! 펑!!!!
말 그대로 초전박살!
“윽.”
스킬 덕분에 폭발 따위에 피해를 당하지는 않았지만 날리는 모래와 뜨거운 열기만큼은 어찌하지 못했다.
하지만 완전하진 않은 듯 빨갛게 그을어진 피부. 덤으로 폭발음에 귀가 먹먹해져 한동안 중심을 잡는 것조차 어지러웠다.
“퉤, 퉤!”
정신을 부여잡으며 입안에 들어간 모래를 뱉어내기 시작했다.
꽤 멀리 달렸기에 다행히 피해를 입지 않은 듯 터벅터벅 걸어오는 신우.
“이 병장님, 전부 사라졌습니다!”
“……그래”
뒤를 돌아가려던 순간, 신우가 폭발한 탄약고 쪽을 가리켰다.
얼마나 강한 폭발이었는지 아직도 불타고 있는 잔해들.
고블린들은 순식간에 재가 되어 사라져 있었다.
“따라와, 아직 끝나지 않았어.”
“네…… 알겠습니다.”
부대를 샅샅이 뒤지며 부대 안에 남아 있는 모든 무기란 무기는 하나도 남기지 않고 전부 무기고에 넣었다.
또한, 부대를 돌아다니며 얻은 군장에 식량이 될만한 음식들을 찾아다니며 전부 챙겨두었다.
* * *
“이 병장님, 이제 어디로 가야 합니까?”
“밖으로…… 부대 밖으로 나가자.”
부대를 전부 파밍하고 나자 마땅히 갈만한 곳이 없었다.
안전한 장소로 대피를 하고자 하였으나, 그 어디에도 안전한 장소는 떠오르지 않았다.
나의 대답에 안절부절못하는 신우.
“부대 밖 말입니까?”
“그래, 이제 부대에서 할 건 없어, 밖으로 나가자.”
“……그러면 탈영 아닙니까?”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현재 일병인 신우든, 말년 병장인 나든 전역을 하지 않은 똑같은 군인 신분이다.
부대 밖으로, 더군다나 총기까지 가지고 나간다는 것은 명백한 탈영.
신우는 그것을 걱정하는 것이었다.
“얌마, 당장 죽게 생겼는데 탈영이 문제냐. 어서 가자.”
“그…… 그래도 아깝지 않습니까…….”
“야, 이 씨. 군 생활 만기 채우고 탈영해야 하는 나는 오죽하겠냐?”
“…….”
“빨리 와, 일병 나부랭이야.”
“네…… 알겠습니다.”
* * *
신우와 함께 부대의 입구까지 도착했다.
사회로 나가기까지 단 한 발. 한 발자국만 옮기면 부대를 나가는 그 순간 신우가 그 자리에 우뚝 섰다.
“병장님, 사회라고 안전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야 모르지…… 왜 겁나냐?”
“……겁납니다. 병장님한테 의지해도 되겠습니까?”
“징그러워. 안 돼, 인마.”
“……알겠습니다.”
신우는 사회에 나가길 겁내고 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결심한 신우를 따라 발걸음을 떼며 부대 밖으로 나간 그 순간.
[튜토리얼 퀘스트-‘부대를 빠져나가라!’를 완료하였습니다.]
[튜토리얼을 완료하였습니다. 직업이 플레이어-군인으로 변경됩니다.]
[이제부터 코인을 이용하여 스킬을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무기의 랭크를 올릴 수 있습니다.]
[튜토리얼 완료 보상으로 튜토리얼 한정 보급 상자가 지급됩니다.]
연속적으로 뜨는 홀로그램과 함께 작은 우편 모양의 아이콘이 반짝거렸다.
“……튜토리얼?”
“정보창!”
[이름-이민혁]
[직업-플레이어- 군인]
[보유 스킬]
[내 손 안의 무기고 LV1-당신이 원할 때 어디서든 무기고를 열 수 있습니다. 무기고에서 원하는 무기와 탄약을 꺼낼 수 있으며, 개발, 제조, 수리, 저장, 취급할 수 있습니다.]
[방탄 피부 LV1-피부로 일반적인 총탄이나 파편을 막을 수 있습니다.]
“직업이 군인으로 바뀌었어.”
“저도 바뀌었습니다.”
‘스킬 레벨을 통해 효과가 높아지는 것인가…… 무기의 랭크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은 무슨 말이지?’
“무기고!”
생각만 한다고 하여 알 수 없었기에 곧바로 무기고를 펼쳤다.
무기고에서 보관 중인 총기들을 살펴보기 위해 목록을 띄우자 수십, 수백 기에 이르는 총기들이 펼쳐졌다.
[TIP-동일한 종류의 총기를 이용해 무기의 랭크를 올릴 수 있습니다.]
[★★★무기-★★무기 3개 소모]
[★★무기-★무기 3개 소모]
[랭크가 오를수록 무기의 데미지와 내구도 숙련도가 크게 증가합니다.]
[무기고 안의 모든 총기의 랭크를 올리시겠습니까?]
그리고 생성되는 메시지창.
그 내용을 읽어보며 잠깐의 고민을 해보았지만, 어려운 결정은 아니었다.
“전부 랭크 올려줘”
대답과 동시에 무기고의 동일한 종류의 총기들이 세 개씩 짝을 이루며 합쳐지기 시작했다.
[K1 기관단총 ★★★을 획득하였습니다.]
[K2 소총 ★★★을 획득하였습니다.]
[K5 권총 ★★★을 획득하였습니다.]
[K7 소음기관단총 ★★★을 획득하였습니다.]
[…….]
순식간에 현저하게 줄어든 무기고의 총기들을 보고 있던 와중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와, 대박!!”
고개를 돌려보니 그 역시 랭크업을 한 모양인지 자랑스럽게 군용단검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묘기를 부리듯 빠르고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마치 검과 하나가 된 듯 군더더기 없는 신우의 모습.
“오! 뭐야, 너 검을 그렇게 잘 썼었나?”
“아, 이 병장님. 무기의 랭크를 올리니 검을 더욱 잘 쓰게 된다고 나오기에 확인해 본 겁니다.”
“부대에서 얻은 군용단검들로 올린 거야?”
“네 맞습니다. 혹시나 해서 챙겨두길 잘했습니다. 그것보다 우편으로 온 보상 열어 보셨습니까? 대박입니다!”
“그래? 잠시만.”
[튜토리얼 한정 보급 상자를 열어보시겠습니까?]
“네.”
반짝거리는 편지 모양의 아이콘에 손을 가져다 대자 음성이 흘러나왔다.
조그마한 반지로 눈을 돌렸다.
[시야석 반지]
[시야석이 박힌 반지. 남들보다 2~3배 더 먼 거리를 볼 수 있게 해주는 반지.]
“이 병장님도 반지가 들어 있었습니까? 저도 같습니다.”
“너도?”
“예, 저는 방어력이 향상하는 반지입니다.”
손가락에 낀 붉은 보석이 박힌 반지를 자랑하듯 신우가 보여주었다.
나 역시 녹색의 반지를 손가락에 끼워 넣었다.
“우욱, 욱!”
“이, 이 병장님!”
손가락 치수에 맞게 자동으로 변경되는 반지.
그와 동시에 시야가 넓어지며 멀미가 몰려왔다.
적응되지 않는 시야. 만약 내가 몽골인이라면 이런 기분일까.
시야와 함께 시력까지 향상된 듯 아무리 멀리 있는 건물도 또렷이 보였다.
“괜찮으십니까?”
“어, 어 조금만 적응하면 될 것 같아.”
“무리하지 마시지 말입니다.”
“괜찮아, 그것보다 일단 쉴 곳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