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무기고 009화
[보스 몬스터 오크를 최초로 사냥하였습니다.]
[오크를 사냥하여 300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퍼스트 킬 보상으로 스킬-방탄 피부를 획득하였습니다.]
난폭하게 울부짖던 오크의 미간을 꿰뚫어 버림과 동시에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그 의미는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살았다.”
* * *
“이 병장님, 괜찮으십니까?”
“시, 신우야 이 돌부터 좀 치워줘…….”
“네, 알겠습니다. 으차!”
다리를 깔아뭉개고 있던 거대한 돌덩이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 신우의 도움으로 돌덩이를 치우고 나자 드디어 자유로워졌다.
긴장이 풀려서일까, 그제야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움직일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래…… 고통은 그대로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
신우의 도움을 받아 억지로 몸을 일으키자 온몸의 근육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새로 생긴 스킬 덕분인지, 힘이 들어가지 않던 다리는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움직일 수 있었다.
‘방탄 피부’ 스킬이 생겼다는 알림이 나타난 순간, 온 근육이 단단해지는 듯한 느낌이 듦과 동시에 다리 또한 움직였다.
오크를 사냥한 뒤 얻은 방탄 피부.
마치 현대 무기가 통하지 않던 녀석의 특징을 그대로 가져온 듯하였다.
모든 현대 무기가 통하지 않던 오크와는 정도에 차이는 있는 것 같았지만.
“신우야, 너도 이 방탄 피부라는 게 생겼냐?”
“잘못 들었습니다. 그게 뭡니까?”
하지만 어째서 같이 사냥한 신우에게는 스킬이 생겨나지 않은 것인지 설명하기 어려웠다.
유추할 수 있는 건 치명적인 데미지를 줬거나 마지막 공격을 했기 때문일 터.
아무래도 퍼스트 킬. 처음으로 죽인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제가 부축해 드리겠습니다.”
“아냐, 괜찮아.”
걱정하며 부축하려 하는 신우의 호의를 마다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뒤를 돌아본 곳에는 무너진 건물의 잔해와 뒤섞인 몬스터들의 시체가 가득했다.
흉측하게 널브러진 거대한 오크의 시체는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게 만들었다.
“끼끽끼끼!”
당장 주변의 고블린과 오크는 모두 처치하였지만, 저 멀리 몬스터들의 소리는 아직 들려오고 있다.
그리고 창문을 통해 보이는 몬스터들의 실루엣.
대부분의 몬스터를 사냥했지만, 아직 남아 있는 녀석들이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아직 부대를 나갈 수는 없었다.
* * *
[탄약 제작이 완료되었습니다.]
[탄약 제작이 완료되었습니다.]
[탄약 제작이 완료되었습니다.]
“탄약은 이 정도면 됐고…… 아이템 확인!”
[망가진 K2 소총]
[★]
[내부와 총구가 완전히 녹아 더 이상 사용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K2 소총.]
“마탄을 버티지 못하는 것인가…….”
총구가 완전히 녹아버린 소총을 무기고에 넣은 후 자동 권총을 다시 꺼내 들었다.
언제든 몬스터가 나타나면 꺼낼 수 있도록 준비한 뒤 PX 건물의 잔해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무너진 건물의 잔해들 속에 파묻힌 시체들.
살아남은 녀석들은 없어 보였다.
“끼긱끼끼끼!”
탕! 탕!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뽐내는 고블린 두 마리.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두려움에 떨게 했던 고블린이었지만.
무리를 이루지 않는 녀석들은 방아쇠를 당기는 것조차 귀찮은 존재일 뿐.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고블린들은 뭉쳐서 한꺼번에 몰려드는 그 습성이 위협적이었지, 지금처럼 단지 몇 마리 정도가 다가오는 것은 총알을 소비하게 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나마도 온전한 고블린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고블린은 시체가 되었기에 운 좋게 살아남은 소수의 고블린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탕! 탕! 탕! 탕!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총소리에 맞춰 하나둘 터지는 고블린들의 머리.
그 소리를 듣고 주위를 배회하던 몇몇 녀석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건물 안에 있던 녀석들인가, 돌파하자!”
“네! 알겠습니다!”
소수의 머릿수로는 위협조차 되지 않는, 우리에게 공격을 시도하기 위해 연신 달려들었지만, 근처에도 다가오지 못하였다.
부대를 빠져나가 밖으로 나가면 상황이 다를 것이라는 약간의 희망을 품고 있었지만.
반대의 경우 오히려 강력한 몬스터들이 존재할 가능성이 존재했다.
경험으로 볼 때 후자의 경우가 유력하다 판단되었고.
이제 상황은 변했다.
“끄로아아아!!”
탕-!
유일하게 골치 아팠던 오크라는 몬스터를 사살했고, 대부분의 고블린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는 이곳의 몬스터들은 나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
달려오는 녀석들에게 총알 세례를 박으며 계속해서 부대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 병장님, 어디로 가는 겁니까?”
“우리? 파밍하러!”
* * *
목적지는 무기고와 탄약고!
밖의 상황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준비를 철저히 해서 나쁠 것은 없다.
밖의 상황이 좋다면 그것대로 좋은 것이고, 만약 반대의 경우라면 무기와 탄약을 확보해 두었을 때 어디에든 사용할 곳이 있을 것이다.
무너진 PX 건물의 잔해를 지나 우선 무기고와 탄약고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무기고와 탄약고는 떨어져 있었기에, 먼저 도착한 곳은 가까이에 있는 무기고.
치열한 전투의 흔적으로 수많은 병사와 고블린의 시체가 그 앞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신우야, 일단 떨어져 있는 총기부터, 어……?”
“……이 병장님, 여기 강 상병…….”
싸늘하게 식어 있는 시체들이 들고 있던 총기를 먼저 수거하던 와중.
익숙한 명찰이 눈에 들어왔다.
강민철, 오랜 시간 동고동락하며 가장 친하게 지냈던 후임. 그가 이곳에 몬스터들과 함께 누워 있었다.
“…….”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소총과 십자가 목걸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그가 항상 목에 걸고 다녔던 은목걸이였다.
감정이 메마른 것인지 변해 버린 세상에 어느새 적응해 버린 것인지.
눈물을 흘리고 싶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가 손에 꼭 쥐고 있던 십자가를 챙기며 뜬 눈으로 싸늘하게 식어 있는 그의 눈을 조심스레 감겨주었다.
젊은 나이에 억울하게 죽은 그를 나라도 기억해 주기 위함이었다.
“이럴 때가 아니지, 시간 끌어서 미안하다.”
“아, 아닙니다.”
“우선 떨어져 있는 총기들부터 전부 챙기자.”
“예, 알겠습니다.”
순간 죽어 있는 강 상병을 보며 울컥하였지만.
복잡한 머릿속을 다잡으며 일어섰다.
이기적인 생갈일지 모르겠지만.
동료의 죽음을 애도하기보다 살아 있다는 것에 안도하며, 행동을 시작했다.
떨어져 있던 모든 총기를 주운 뒤, 무기고의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무슨 영문인지 무기고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이러면 곤란한데…….”
설마 누군가 이미 무기고를 턴 것일까. 불안감에 무기고의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다행히 수북이 쌓여 있는 무기들.
그 안에는 수많은 총기가 보관되어 있었다.
누군가 훔쳐 갔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무기.
전투 중에 총기를 보충하려다 몬스터에게 습격을 받은 것으로 보였다.
만약 누군가 이곳을 털기 위해 왔다면 고작 몇 자루의 총기만 가지고 갔을 리는 없다.
“신우야, 여기 있는 무기 전부 챙기자!!”
“네, 알겠습니다!”
무기고 안에 고이 보관된 K2, K1, K5 등등 수백 기에 이르는 총기들.
그것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스킬-무기고에 넣기 시작했다.
[K1 기관단총을 획득하였습니다.]
[K2 소총을 획득하였습니다.]
[K5 권총을 획득하였습니다.]
[K7 소음기관단총을 획득하였습니다.]
[…….]
[K11 복합소총을 획득하였습니다.]
[M60 기관총을 획득하였습니다.]
[K12 기관총을 획득하였습니다.]
[K14 저격 소총을 획득하였습니다.]
“신우야, 전부 가져와!”
“네 알겠습니다.”
“이제 부대에 있는 무기는 전부 챙긴 것 같습니다.”
“아니. 병사들이 사용하던 총기들도 전부 챙겨갈 거야.”
몬스터와 전투를 치른 병사들이 총기도 없이 싸웠을 리는 없었다.
실제로 대부분 병사의 시체는 모두 총기를 소지하고 있었기에, 그것마저도 전부 챙겨가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일단, 탄약고로 이동하면서 찾아보자.”
“네, 알겠습니다.”
최대한 떨어진 총기들을 주워가며 탄약고에 도착했다.
수십, 수백 개의 탄약과 수류탄 등등의 탄약이 보관되어 있는 장소.
다행히 탄약고의 잠금장치는 굳게 잠겨 있다.
탕!
푸 쉭-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총으로 잠금장치를 쏘아 잠금장치를 부쉈다.
탄약고의 문을 열자 내부의 압력 차로 인해 바람 소리가 들려왔고.
그와 동시에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에에엥~ 에엥~
강제로 문을 개방하려는 시도만 하여도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울리게 되어 있는 사이렌이었기에 예상했던 상황이었다.
“이, 이 병장님!! 사이렌이.”
“어. 서둘러. 고블린 잔당들이 바로 몰려들 거야.”
탄약뿐만이 아닌 세열 수류탄, 크레모아, 섬광탄 등 폭발물이란 폭발물은 죄다 모아둔 장소.
사이렌을 애써 무시한 채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는 탄약들을 신우와 함께 전부 무기고에 넣기 시작했다.
[무기고의 최대 용량을 초과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