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무기고 008화
나와 신우는 양쪽에 거리를 벌린 뒤 문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다.
옥상의 하나밖에 없는 출구를 바라보고 있다 고블린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자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투다다다다다!!!
투다다다다다!!
쉬지 않고 불을 뿜는 총기, 조준할 겨를도 없이 날아가는 총알은 이미 누적된 충격을 받고 있는 고블린들을 무참히 처리하기 시작했다.
철컥, 착!
순식간에 비워지는 탄창을 그 즉시 갈아 끼웠다.
이어플러그 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맨 귀에 울려 퍼지는 총성으로 인해 이명이 들려오고 있다.
연속해서 갈겨대는 탓에 붉게 달아오르다 못해 뜨거워진 총기는 언제 고장 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
타다다다다…… 탕!
풀썩.
수를 짐작할 수도 없던 엄청난 수의 고블린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인해 전술은 점점 그 바닥을 드러냈다.
마지막 남은 고블린을 향해 총을 쏘자 더는 살아 있는 괴물은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알 수 없는 침묵과 옥상을 가득 메운 녹색의 피. 산처럼 쌓인 고블린들의 시체뿐.
“끝…… 났나?”
…….
쿵! 쿵! 쿵!!!
그 순간 다시 발걸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누구인지는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묵직한 발소리의 소유자.
거대한 몸집으로 인해 건물의 안쪽으로는 들어오지 못하고 있던 그 몬스터가 분명했다.
현대 무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그 녀석이 계단을 타고 옥상을 향하고 있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이윽고 녀석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끄로아아악!”
옥상의 문 넘어 우리를 발견하자, 위협이라도 하는 듯 상체를 숙인 뒤 이빨을 드러내며 포효하는 몬스터.
이어 굶주린 맹수가 먹잇감을 사냥하듯 전속력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어떤한 계획도, 행동도 떠오르지 않는 위압감.
두려움을 넘어 이 정도면 나름 선방했다며 자위하며 눈을 감는 그 순간.
퍽!
“끄오오오악!”
괴로운 듯 녀석의 비명이 들려왔다.
이해하기 힘든 그 소리에 눈을 뜨자 입구에 몸이 끼어버린 몬스터의 초라한 모습이 펼쳐졌다.
몬스터의 엄청나게 큰 덩치에 비해 옥상의 입구는 일반적인 문보다도 더 작았다.
자신의 몸집을 생각하지 못한 녀석이 그대로 달려와 그곳에 껴버린 것이었다.
“이, 이 병장님?”
“쏴!”
신우는 황당함에 어떻게 해야 하냐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정신을 차리며 곧바로 그 녀석을 향해 총구를 들었다.
타다다다다당!
타다다다당!
“끄어! 끄아! 끄로아아아!!”
신우의 말대로 녀석의 피부는 집중되는 총알에도 끄떡없어 보였다.
총알을 튕겨내듯 흠집 하나 없는 녀석이었지만 미세한 충격조차 없는 것은 아닌 듯 불쾌한 감정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타당 탕탕! 틱! 틱!
계속해서 쏘다 보면 언젠가는 죽을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손가락으로 허전함이 느껴졌다. 재고도 없는 총알이 모두 바닥이 나버린 것이다.
쩌저저적…….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길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연신 안간힘을 쏟고 있던 녀석의 몸이 점점 펴지는가 싶더니 이내 곧 웅크렸던 몸을 활짝 폈다.
콰광쾅쾅!
그와 동시에 부서져 버리는 입구와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금.
빠른 속도로 발밑까지 뻗어 나온 금은 건물을 붕괴시켰다.
“으아아악~”
“끄아아가아가각!”
“으악!!!”
건물의 잔해와 함께 떨어지기 시작하는 두 명의 인간과 한 마리의 몬스터.
누구의 목소리가 더 큰지 대결이라도 하듯 소리를 질러대며 속절없이 땅을 향해 곤두박질 처졌다.
* * *
불쾌하고 역겨운 냄새. 온몸을 타고 흐르는 끈적끈적한 이질적인 느낌에 감았던 눈을 떴다.
“살았나……?”
안심하기도 잠시 머리에 충격을 받은 듯 가벼운 뇌진탕 증상에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그리고 이제야 보이는 역겨운 냄새들의 출처.
떨어지며 깔고 앉은 것도 머리를 보호한 것도 전부 고블린의 시체였다.
떨어지는 순간 시체가 쿠션 역할을 하며 살아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비릿하고 역겨움을 참기에는 힘들었다.
“시, 신우야…….”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신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무너진 건물의 잔해와 여기저기 끔찍하게 널려 있는 녹색의 시체들.
그 사이에 혹시 신우가 있을까 하여 조심스럽게 부르고 있었다.
부스럭.
“신우…… 니?”
바로 앞에서 움찔하며 움직이는 무너진 잔해. 그 속에 깔린 누군가가 있는지 들썩이기 시작했다.
점점 기운을 차리며 잔해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는.
“끄르르”
몬스터.
모습을 드러낸 것은 몬스터였다.
거대한 몸집과 무게가 무색하게 아무런 데미지가 없는 듯한 녀석은 손쉽게 잔해 속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정확히 나를 쳐다보는 거대한 눈동자.
녀석과 눈이 마주친 그 순간 온몸이 얼어버렸다.
하반신은 아무리 힘을 줘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무너진 잔해에 깔린 다리는 필사적으로 움직이려 애를 쓰고 있었지만.
꼼짝하지 않는다.
“끄오오”
녹색의 피부에 돼지의 면상을 한 녀석은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돌덩이에 깔려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눈치를 챈 것인가.
독 안에 든 쥐 정도로 생각한 것인지.
아주 서서히 짧고 뚱뚱한 다리를 뒤뚱거리며 다가왔다.
“…….”
“…….”
도망치지 못한 채 자리에 앉아 있는 나를 아무런 말 없이 내려다보고 있는 거대한 녀석.
우월감에 취한 것일까. 햇빛을 등지고 서 있는 녀석의 표정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다.
이대로 모른 척 지나가길 바라는 헛된 희망.
하지만 보란 듯이 거대한 몽둥이를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젠장”
그대로 있는 힘껏 몽둥이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머리통을 한 번에 날려버릴 생각인 듯, 강한 풍압이 느껴지는 그 순간.
싹-뚝!
쫙아아악-
빛이 나는 단검이 몽둥이를 쥔 손을 잘리며 녹색의 액체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얼굴 전체에 끈적끈적한 액체를 뒤집어쓴 채 바라본 그곳에는 짧은 단검을 손 쥔 남자가 서 있었다.
“크아아아아악!!!!!”
어찌 된 영문이지 상황이 채 파악되기도 전.
괴로운 비명을 질러대는 몬스터에 의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몬스터의 손목을 잘라버린 남자는 신우.
고문관 후임 신우가 분명했다.
“너…… 어떻게?”
“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황당함도 잠시 시선은 자연스레 신우가 들고 있는 단검으로 옮겨졌다.
은은한 빛을 띤 군용 나이프.
짧은 리치로 인해 총기에 밀려 사용되지 않았던 그 단도였다.
[시너지 효과가 적용 중입니다.]
[적용 중인 시너지-단검(1) 아군의 체력과 마나 10% 증가.]
그때 눈앞에 다시 한번 알 수 없는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시너지 효과가 적용 중이라는 이해하기 힘든 내용의 알림.
자연스레 그 내용을 읽어가던 도중 ‘마나 10% 증가’라는 문구가 시선을 끌었다.
‘설마……?’
강철같이 단단한 몬스터의 피부.
총알이나 수류탄으로도 상처 하나 낼 수 없던 녀석의 팔목을 신우의 단검이 두부 자르듯 잘라 버렸다.
그다지 특별해 보일 것 없는 그저 평범한 검과 다름이 없다. 그렇다면 어째서 단검에는 상처를 받는단 말인가.
“스킬! 강신우! 너 스킬을 사용한 거야?”
“그, 그런 것 같습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곧바로 신우에게 질문하였다.
방금 몬스터의 손목을 자를 때 신우의 단검에서 희미한 빛이 뿜어졌다.
이해하기 힘든 파괴력과 절단력, 내 예상이 맞는다면 그건 스킬의 효과로 보였다.
하지만 그전부터 신우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아무리 스킬을 사용하려 해보았지만 사용할 수 없었다.
‘시너지 효과로 인해 마나가 증가했기 때문인가.’
시너지 효과가 무엇인지, 마나가 무엇인지 알 방법은 없었으나, 그전과 달라진 것이라고는 그것 말고는 없었다.
유추할 수 있는 것은 그동안은 마나가 부족해서 스킬을 사용할 수 없었으나, 시너지 효과로 인해 마나가 증가했다는 것.
신우처럼 직접적인 스킬은 아니었으나, 마나를 요구하는 무기는 나에게도 있었다.
바로 마탄(魔彈).
확신이 듦과 동시에 마탄을 꺼내 들었다.
‘사용 불가 메시지가 뜨지 않아!’
전과 다르게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는 탄약.
알 수 없는 강대한 힘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몸속에서 기가 빠져나간 듯한 정신적인 충격이 가해졌다.
“으윽, 이거라면…… 먹힐지 몰라”
충분히 설득력 있는 가설이었다.
신우가 내리친 단검은 마나를 이용한 스킬을 이용한 것이다.
단검에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게 아니라면, 저 녀석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던 이유는 마나를 이용한 스킬에 있을 것이다.
만약 신우의 스킬이 저 녀석에게 통하는 것이라면?
마나를 이용한 이 마탄 역시 통할 것이 분명했다.
“신우야, 시간을 조금만 끌어줘!”
“예? 네! 알겠습니다.”
확신에 찬 목소리에 신우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바로 몬스터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K2의 탄창을 꺼내, 노리쇠 후퇴 고정 후 비어 있는 탄창에 마탄을 집어넣은 뒤 결합했다.
철컥.
노리쇠 전진 후 조정 간 단발.
꿀꺽.
마른침을 삼킨 뒤, 어깨에 개머리판을 견착했다.
조준하는 그것은 몬스터의 머리. 아니 그보다 더 정확히 그 녀석의 미간을 조준했다.
“끄로아아아아!!!”
“벼, 병장님!!”
요리조리 공격을 피하는 신우에게 약이 올랐는지 포효하는 몬스터.
한쪽 팔만 남은 몬스터는 계속해서 공격을 시도하지만, 신우는 요리조리 잘도 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더는 무리인 듯 나를 바라보는 녀석.
그 순간 준비가 완료됐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순식간에 푸른빛을 품은 총알이 발사되며 녹아버리는 총구.
직선을 이루며 날아간 푸른빛은 녀석의 미간을 관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