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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7화 (7/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007화

옆을 바라보자,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다급해 보이는 신우의 모습.

“야! 총기 내리고 대가리 숙여!”

점점 커지기 시작하는 소리에 조준하고 있던 총을 내린 뒤 넋 놓고 있는 신우의 머리를 강제로 숙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대한 바닥에 밀착시켰다.

“끼기기긱!! 끼에에엑!!”

“꾸에에엑!!!”

고개를 들었다간 들킬 거라는 우려에 움직이지도 못한 채 그저 식은땀을 흘리며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분노한 듯 몬스터들의 울음소리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벼, 병장님. 그게 아니라…… 몸통을 맞췄는데 안 죽어서…….”

“알았어. 쉿. 일단 알았으니까.”

“흡, 흑, 흑흑, 읍읍.”

뜻하지 않은 상황에 당황한 듯 신우는 울음을 터뜨리며 억울함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울음을 참지 못하는 신우의 입을 연신 막으며 초조함에 입술만을 물어뜯었다.

한 방에 고블린을 사살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 역시 자신 있게 고블린을 저격한 신우.

사격 훈련 시간에 배운 그대로 목표물의 몸통을 조준한 뒤 격발을 하였으나, 죽지 않고 오히려 잠을 깨워버린 것이었다.

그리고는 당황하며 연속해서 격발시킨 총알들로 인해 주위의 고블린 역시 깨워 버려 야기된 지금의 상황.

‘젠장, 내 실수다. 미리 말을 해 줬어야 했는데.’

사격에서만큼은 자신 있던 나는 항상 몸통이 아닌 급소인 머리를 노려 조준했다.

보통 머리를 조준하게 되면 빗나갈 가능성이 높기에 몸통을 조준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었으나, 일반적이지 않은 나로서는 신우의 사격 실력을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나와 신우가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음속탄.

거대한 총성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특수탄 이었으나, 사거리와 함께 속도가 줄어든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데미지가 줄어든다는 것.

한 번에 죽이지 못하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려준다는 것을 잊어버린 것이다.

물론, 알려 준다고 해도 그가 해낼 수 있을 거라는 것은 의문이었으나.

“병장님, 저희 어떡합니까?”

“…….”

쿵!

쿵!

쿵!

“끄오오오악!!!!!!!!!!!”

그때 고블린과는 다른 이질적인 울음소리와 함께 흔들림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위험함을 느껴 옥상 밑을 내려다보자, 수많은 고블린과 거대한 몬스터가 PX의 건물을 향해 몸을 부딪치고 있었다.

“쿠로오오오로아!!”

쾅! 쾅!

PX의 건물을 향해 몬스터들은 계속해서 몰려들고 있었다.

분노하며 포효하는 그들의 소리는 어떠한 희망도 품을 수 없게 만들었다.

오로지 인간을 살육하기 위해 행동하는 녀석들의 행보.

어두운 새벽, 옥상 밑을 바라본 그곳에는 그 수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의 새빨간 눈동자들이 모여들었다.

“시, 신우야 일단……!”

당황하기도 잠시, 이상하리만큼 조용한 녀석.

평소의 행동과 달리 두려움에 떨며 비명을 지르지도 살려 달라며 울고불고 떼를 쓰지도 않는 모습에 불안감이 엄습해 뒤를 돌아보자 초점을 잃은 채 앉아 있다.

“병장님, 죄송합니다…….”

이미 눈동자의 반 이상이 흰자위로 뒤덮인 녀석은 총구를 자신의 입에 물고 있었다.

모든 걸 포기한 듯 영락없는 자살을 위한 자세.

“이런, 미친!”

탕!!

연기와 불을 뿜으며 발사되는 총알.

순식간에 발사된 총알은 신우의 것이 아니었다.

찰나의 판단으로 권총을 꺼낸 후 총을 쥔 신우의 손을 향해 쏜 것.

“으, 으악!!”

퍽!

“야, 이 새끼야. 너 미쳤어?”

방아쇠를 당기기 전 한 발 빠르게 날아간 총알은 그의 손을 스쳤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뜨거운 고통에 반사적으로 소총을 놓아 버리는 그 순간.

웅크리고 있는 신우에게 달려가 분노를 실은 군홧발 그대로 걷어찼다.

“흑, 흑…… 흑…….”

“야! 정신 차려! 야!”

짝!

온 얼굴에 콧물이며 눈물이며 온갖 것들을 짜내며 서럽게 울어 대는 녀석.

이미 반쯤 정신을 놓아 버린 신우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다.

“이, 이 병장님. 죄송합니다. 흑흑”

“이제 정신이 들었냐? 이 이기적인 새끼.”

부욱- 쫙쫙-

정신을 차린 것을 확인하자 소매를 찢어 피가 나는 신우의 손을 감아주었다.

“살 수 있어. 걱정하지 마. 형만 믿어!”

“이, 이 병장님…….”

“야, 앞으로 형이라고 불러.”

“……이 병장님.”

“어서 새끼야!”

“혀…… 형!”

“그래, 이제 일어나서 나 좀 도와.”

울고 있는 녀석을 어르고 달래 일으켜 세운 후, 묵직한 쇳덩어리를 꺼내 들었다.

동그란 모양의 쇳덩어리는 다름이 아닌 수류탄.

그동안 구석에 앉아 탄창만 주야장천 만들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현재 상황이 올 것이라 예상한 것은 아니었으나, 만들어두면 어디에든 쓰이리라 생각했던 무기.

살상 무기인 세열 수류탄을 제작해 둔 것이었다.

“자, 받아. 수류탄 훈련은 받은 적 있지?”

“예, 있습니다.”

“신호 주면 전부 까서 밑을 향해서 던져!”

살상 반경 10M~15M를 가진 세열 수류탄.

효율적인 공격을 위해서는 뭉쳐 있는 곳을 정확히 조준하여 던지는 것이 좋았지만, 현재 그럴 필요는 없었다.

이미 모여들기 시작한 몬스터들은 나와 신우가 있는 건물을 주변으로 사방에 밀집해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로 던져도 몬스터들이 뭉쳐 있지 않은 곳은 없었다.

“여기 있는 수류탄 전부 밑을 향해서 던진 뒤에 소총으로 무장하고 있어, 소음기 떼버리고 탄창은 이걸로 바꿔 조정 간 연발로 바꾸고”

“이, 이 병장님은 어디로 가십니까?”

“새끼, 형이라 부르라니까. 나는 할 게 있지.”

지금까지 만들어둔 세열 수류탄은 모두 30여 개.

모든 수류탄과 여분의 탄창을 인벤토리에서 꺼내 신우에게 인계했다.

“지금 시작해!”

“네, 네. 알겠습니다!”

신우는 수류탄의 안전클립을 제거한 뒤 안전핀을 뽑아 건물의 아래로 던지기 시작했다.

총에 스친 손 등이 쓰린 모양이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정신을 차렸는지 다른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신우가 제대로 던지는 것을 확인한 후 곧바로 계단을 타고 아래층으로 이동했다.

* * *

쾅! 쾅!!

“끼에에엑!”

“끄오아아아악!!”

수류탄을 제대로 던지고 있는지 엄청난 굉음과 함께 지면이 흔들리고 있었다.

연속해서 떠지는 폭발음과 함께 괴로워하며 죽어가는 몬스터들의 비명.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였다.

“이곳이 제일 적당하겠지…….”

도착한 장소는 옥상을 올라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입구였다.

흔들리는 지면으로 인해 비틀거리며 작은 플라스틱 재질의 상자를 꺼내 들었다.

앞이 볼록하게 나온 그것에는 ‘적방향’이라 적인 문구가, 반대인 뒤편에는 ‘대인지뢰’라는 문구가 커다랗게 적혀 있다.

바로 대인용 지향성 산탄 지뢰, 크레모아를 설치하기 위해 이곳으로 내려온 것이다.

쾅! 쾅!

“서둘러야겠는데…….”

연속해서 터지는 폭발음에 긴박해지는 속도.

건물의 입구가 얼마나 버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은 분명했다.

“벌집으로 만들어주마”

옥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나갈 수밖에 없는 가장 좋은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몬스터들이 올 것으로 예상되는 입구 방향으로 앞쪽이 향하게 한 뒤, 크레모아의 양쪽에 접힌 지지대 다리를 폈다.

그리고 격발용 전선을 길게 연결한 후 계단을 올라 대기했다.

전쟁에서 크레모아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적에게 들키지 않기 위한 위장이 필수겠지만, 저 녀석들이 이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쾅! 쾅! 쾅!

폭음과 흔들림은 쉬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졌다.

억지로 막아 놓은 건물의 입구들도 조금씩 사이가 벌어지며 열리기 시작하였다.

쾅!

콰지직, 쿵!

“끼에에엑!!”

“끄로아아악”

신우의 마지막 수류탄이 터짐과 동시에 입구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순식간에 물밀 듯이 녹색의 피를 뒤집어쓴 고블린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미 수류탄을 얻어맞아 온몸 구석구석에 파편이 박혀 있는 녀석들. 수류탄의 살상 범위에 있던 녀석들은 모두 그 자리에서 즉사.

운 좋게 동료를 방패로 삼았거나 살상 범위를 넘어 반경 범위 안에 있던 고블린들이었다.

무엇 때문에 저 녀석들이 이토록 처참할 정도로 광기에 사로잡혀 다가오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여기까지 온 이상 피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 * *

“조금만, 조금만 더…….”

크레모아와 전선으로 연결된 격발기를 손에 꼭 쥔 채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고블린들은 30발의 수류탄을 맞았지만, 아직 꽤 많은 수가 유지되고 있었다.

순식간에 PX 건물의 1층을 가득 채우기 시작한 그들은 내가 있는 계단으로 발길을 이동하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쾅!!

고블린이 밀집된 그 순간 스위치를 있는 힘껏 눌렀다.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전방을 향해 수백 개의 쇠 구슬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크레모아 안에 들어 있던 것은 다름이 아닌 쇠 구슬 700여 개.

더불어 세열 수류탄 약 4개 분량에 조금 못 미치는 컴포지션 폭약이 함께 들어 있었다.

“끼에에에에에에에에엑!!”

“끄로아아아악!!”

“끼아어어억!!!”

폭발과 동시에 마하 3의 속도로 전방 120도 각도와 높이 2M의 범위로 250M 앞의 모든 고블린을 향해 쏟아져 나간 것이다.

갑작스럽게 빠른 속도로 날아든 쇠 구슬은 모든 고블린의 온몸을 찢고, 뚫어버리기 시작했다.

“이 병장님!”

“오지 마! 바로 사격 준비해!”

안에서 들려오는 폭발음과 몬스터들의 비명에 놀란 신우가 달려오려고 하였다.

그럼에도 아직 살아 있는 고블린들이 있는 것을 확인하며 신우에게 소리치며 옥상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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