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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5화 (5/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005화

“뭐야? 이게?”

긴장 반 설렘 반의 마음으로 열어 본 초심자의 보급 상자.

그곳에는 낡은 줄 하나가 들어 있었다.

‘줄?’

먼저 낡아 빠진 줄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들고 있던 소총을 옆으로 집어 던지며 신우가 다가왔다.

“야, 너, 총을…….”

“이 병장님, 저도 이거 가지고 있습니다.”

“이거? 어디에 쓰는 물건인데?”

“확인해 보세요. 어서요!”

“요?”

“화, 확인해 보시지 말입니다…….”

이 낡아 빠진 새끼 줄 같은 것이 무엇인지 아는지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이제는 친해졌다고 생각하는지 거침없이 다가오는 녀석이었다.

“이게 뭐길래 그렇게 오두방정을 떨어? 확인!”

[이공간 목걸이]

[착용자의 용모에 따라 형태가 변하는 목걸이. 착용자가 얻게 되는 코인을 자동으로 저장할 수 있다.]

“이공간?”

목에 착용하자 빛이 나며 즉각적으로 변화하는 목걸이의 디자인.

매우 익숙한, 은색의 반짝반짝 빛이 나는 군번줄로 변하였다.

“아…… 디자인 참 뭣 같네…….”

“크크 잘 어울리시지 말입니다.”

[이공간 목걸이를 활성화합니다.]

[43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총 코인 43개]

빵빵하게 가득 차 있던 바지 주머니가 순식간에 꺼지며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마땅히 보관할 곳이 없어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코인들이 모두 이공간 목걸이가 활성화되면서 이동된 것이다.

군번줄 디자인을 한 목걸이를 옷 속으로 집어넣은 뒤 신우를 바라보았다.

“그 검은 뭐야?”

“아, 이건 고블린이 들고 있던 겁니다.”

신우가 주섬주섬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날카로운 빛이 은은하게 피어나는 짧은 단검.

고블린들이 들고 다니던 군용 나이프였다.

“저는 스킬이 검을 사용하는 거라 혹시 몰라 주워 뒀습니다.”

“상태 좋아 보이는데? 어때 쓸만해?”

“하하, 써보지는 못했습니다.”

신우는 뒷머리를 긁으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자신이 얻은 스킬인 검객은 총기로는 사용할 수 없었기에.

혹시 몰라 검을 얻었지만, 매우 짧은 리치 거리로 인해 사용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도저히 몬스터를 상대로 가까이 다가가 싸울만한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음, 그러네. 소총이 있는데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지.”

* * *

한 손에 무기고 모양의 작은 홀로그램을 띄우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조심스럽게 신우가 다가왔다.

자신을 제외한 다른 이에게 보이지 않는 홀로그램 탓에 허공에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이상하게 보였던 모양이었다.

“이 병장님, 뭐 하고 계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어? 어, 여기 앉아. 그리고 말 편하게 해도 돼.”

“아닙니다. 저는 이게 편하지 말입니다.”

“그래? 네 맘대로 해. 대신 그 ~말입니다. 좀 안 쓰면 안 되냐? 도대체 누가 알려준 말투야? 영화 보고 따라 하는 거야?”

“……주의하겠습니다.”

전부터 조금씩 거슬렸던 말투. 장난삼아 한두 번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주 몇십 년 전에 사용했다고 하는,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말투에 어색하고 오글거려 말한 것이었다.

금방 시무룩해 하는 것이 티가 나는 신우.

자신은 그러지 않을 거라 다짐했지만, 말년 병장의 꼬장을 부린 것 같아 순간 미안함이 밀려왔다.

“됐다. 자, 선물.”

분위기도 풀 겸 무언가를 던져주었다.

무거운 쇳덩이를 받아 든 신우는 이게 무엇이냐는 듯이 쳐다보았다.

“K2용 소음기랑 스코프야.”

“……잘 못 들었습니다?”

“총기 소음 줄여주는 소음기랑 멀리 있는 적을 가까이 볼 수 있는 스코프.”

“아니, 그게 아니라. 이걸 왜 주시는 겁니까?”

“일단 받아둬.”

그동안 만들고 있었던 것은 소음기와 스코프.

스킬, 내 손안의 무기고에서 스코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지체하지 않고 바로 신우의 것까지 포함해 제조한 것이었다.

[스코프]

[총기에 부착하여 먼 곳에 있는 목표를 정확하게 조준할 수 있게 해주는 광학 장비. 망원 조준경으로도 불리며, 자동으로 영점 조절이 된다. 요구 코인 3개.]

“우와! 저 소음기랑 스코프 처음 봅니다. 정말 저 주시는 겁니까?”

“응, 설치해 봐, 혼자 할 수 있지?”

“네, 알겠습니다.”

신우는 스코프와 소음기를 장착하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왠지 뿌듯함을 느끼며 나 역시 스코프와 소음기를 장착하기 시작했다.

“소음기를 달았으니 이제 소리가 안 나는 겁니까? 귀마개도 없어서 지금까지 고막 터지는지 알았습니다.”

“아니. 조금 줄어들긴 하는데. 체감상 나한테 들리는 소리는 비슷하던데?”

“잘못 들었습니다? 영화처럼 미~세 하게 소리 나는 거 아닙니까?”

“너 영화 좀 그만 봐야겠다. 이거나 받아!”

오른손에 펼쳐진 홀로그램에서 무언가 다 되었다는 표시가 나오자, 곧장 꺼내어 던져주었다.

다시 한번 신우가 날아오는 쇳덩이를 잡아들었다.

“이거 탄약도 만드실 수 있는 겁니까?”

“응.”

“우와 근데 탄약이 왜 이렇게 무겁습니까?”

“오! 너 예리하구나? 그거 아음속 탄이야.”

[아음속탄]

[탄두의 중량을 늘려 만든 탄환, 무거워진 탄두인 만큼 탄속과 사거리가 줄어든다. 총기에서 소닉붐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여 소음을 감소시킨다. 탄피 2개. 요구 코인 2코인.]

“이걸 쓰면 소리가 거의 안 날 거야. 그래도 영화나 게임에서만큼은 아니니까 조심해야 해.”

“……저희 뭐 합니까?”

“아, 내가 말 안 했나? 우리 사냥할 거야!”

“……잘못들었습니다?”

“사냥 말이야, 사냥. 밖에 몬스터들!”

* * *

“무기고!”

[내 손 안의 무기고를 활성화했습니다.]

외침과 동시에 손 위에 작은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진 홀로그램과 음성에 어색함이 없었다.

“어디 보자. 쓸 만한 무기가…….”

남이 본다면 허공에 손가락을 허우적대며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겠지만.

지금 살펴보고 있는 것은 ‘무기고’를 통해 제작할 수 있는 목록을 살펴보는 중이었다.

스코프와 아음속탄을 만들고도 코인이 많이 남아 있었기에 쓸 만한 것이 있나 보는 것이었다.

‘이건 코인이 부족하고. 이건 쓸모가 없고. 음…….’

[마탄(魔彈). 요구 코인 30개.]

[마나를 이용한 마력 탄약. 내구도가 다 할 때까지 무한정 사용이 가능하다.]

[자동 권총. 요구 코인 8개.]

[사용자의 손에 가장 안정적인 형태로 제작되는 자동 권총.]

“탄약을 무한정 사용할 수 있다고……?”

목록을 살펴보는 와중 눈에 띈 두 개의 무기.

그중에서도 마탄이라는 무기의 설명은 놀라웠다.

마나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탄약의 소비 없이 이것의 내구도가 다할 때까지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탄피만 있다면 얼마든지 탄약을 만들 수 있었기에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었지만,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탄약을 무한정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내구도가 허락하는 한 탄약을 갈아 끼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으며, 그것은 곧 계속해서 총기를 연사할 수 있다는 것.

총기를 이용하는 데 있어서 총알이 떨어짐과 동시에 갈아 끼우는 동안 무방비상태가 되는 치명적인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마탄과 자동 권총 제작해 줘!”

[마탄(魔彈)과 자동 권총 제작을 시작합니다.]

‘시간이 좀 걸리는 것인가? 음…….’

코인을 사용함과 동시에 무기들이 제작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무기고에 시계 모양의 타이머가 생성되었다.

제작까지 남은 시간을 뜻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다행히 당장 필요한 것들은 아니었기에, 멀뚱거리는 신우를 보여 소리쳤다.

“신우야, 가자!”

소총을 든 채 주뼛주뼛 다가오는 신우.

무언가 불만이 있는 듯 어물쩍거리며 눈치를 보고 있다.

“이, 이 병장님. 질문 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안 돼.”

“…….”

“알았어. 안 하면 안 되겠냐는 질문만 빼고 말해.”

“…….”

어린아이처럼 하기 싫어하는 티를 팍팍 내는 신우였지만, 그런 응석을 받아 줄 마음은 없었다.

신우를 데리고 억지로 이동하는 장소는 PX의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얼마 전 생존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가 있을까 하여 뒤져보다 발견한 계단이었다.

뚜벅. 뚜벅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매우 작은 창고 같은 건물에 만들어진 PX였기에 얼마 걸리지 않고 곧바로 옥상으로 향하는 문에 도착했다.

굳게 닫혀 있는 옥상의 문.

“몬스터가 튀어나올 수도 있으니까 내가 엄호할게. 신호 주면 문 열어.”

“네! 알겠습니다.”

문을 향해 다가가는 신우의 뒤에서 혹시 튀어나올지 모를 몬스터에 대비하며 문을 향해 조준했다.

행동하라는 의미로 고개를 까닥이자 신우가 곧바로 문고리를 잡을 준비를 하고 있다.

고개를 끄덕이자 재빠르게 문고리를 젖힌 후 물러나는 녀석.

쾅!!

그리고 문을 발로 차며 옥상으로 신속하게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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