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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150화 (완결) (150/150)

150화[완결]

150화

“요즘 하준이 고정 스케줄 있니?”

김복녀가 최선희에게 물었다.

“아뇨. 제가 알기론 없어요.”

“근데 왜 이렇게 집에서 보기 힘들어?”

“아, 곧 2학기 개강이잖아요. 그래서 미리 공부하나 봐요. 도서관 간다고 하는 것 같아요.”

“아, 그렇구나.”

김복녀는 하준의 얼굴을 자주 못 봐서 조금 서운한 눈치였다.

하준은 5월 칸 영화제부터 7월까지 각종 인터뷰에, CF에, 스케줄이 넘쳐나서 얼굴을 자주 보지 못했다.

그나마 8월이 되면 좀 나아지겠지 싶었는데, 지금은 또 2학기 예습을 하느라 자주 못 보니 서운했던 것이다.

최선희는 김복녀의 마음을 눈치채고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

“어머님, 그래도 며칠 후에 아범 생일에는 같이 모일 거잖아요. 그때 하준이가 근사한 밥 산대요.”

“그래, 그거라도 있으니 망정이지. 그날 저녁부터는 내내 아범 생일이니까 우리 하준이 오래 볼 수 있겠네.”

김복녀가 기대되는 얼굴로 답했다.

며칠 뒤, 드디어 윤기철의 생일이 되었다.

“안녕하세요!”

저녁 무렵 김유택이 하준의 집 앞에서 차 문을 열고 대기하다가 최선희와 윤기철, 김복녀를 보고 활기차게 인사했다.

“우리 하준이는 근데 왜 안 보여요?”

최선희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김유택에게 물었다.

“아, 어디 갈 데가 있다고 식당으로 바로 온대요. 저보고 세 분 모시고 먼저 식당에 가 있으랬어요.”

“아······ 네, 유택 씨가 저희 때문에 괜히 고생이네요. 미안해요.”

“아휴, 아닙니다! 전 영광이죠. 하하. 얼른 타시죠.”

김유택은 세 사람을 차에 태워서 어느 작은 식당으로 향했다.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여기 바에 나란히 앉으시면 됩니다.”

종업원 하나가 친절하게 웃으며 세 사람을 자리로 안내했다.

작은 식당은 스시 오마카세 식당처럼 요리하는 곳 바로 앞에 바가 마련되어 있었다.

다행히 의자는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푹신한 의자라서 세 사람은 불편하지 않게 앉을 수 있었다.

“근데 에미야, 여기 손님이 아무도 없다?”

“그러게요. 하준이가 식당을 통째로 빌렸나?”

“그런가? 하긴, 이제 윤 감독도 그렇고, 에미도 유명인사잖니. 호호.”

김복녀가 웃으며 말했지만, 최선희는 하준이 돈을 많이 썼을까 봐 걱정했다.

“그래도 이런 데 통째로 빌리려면 돈이 많이 들 텐데. 그냥 룸 같은 데 잡아서 먹으면 다른 사람들 있어도 신경 안 쓰이고······.”

“그러게. 근데 하준이는 왜 안 오지?”

윤기철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때, 갑자기 출입구 쪽에서 철컥 하면서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뭐, 뭐지?”

최선희가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데, 입구에서 들어온 건 하얀 눈사람 모양의 케이크를 든 하준이었다.

눈사람 옆에는 화이트 초콜릿으로 만든 작은 눈오리도 함께 모여있었다.

“어? 하준아?”

“아버지, 생신 축하드려요! 이건 제가 직접 만든 눈사람 케이크예요.”

“이걸 직접 만들었다고? 와, 그래서 늦게 왔구나! 아휴, 고마워라.”

“저 어릴 때 악몽 꾸고 일어나서 우니까 달래주시고 우리 같이 눈사람 만들었었잖아요. 그때 생각하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만들어봤어요.”

“아이고, 예뻐라.”

윤기철과 최선희는 하준의 어린 시절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하지만 이게 하준이 준비한 감동의 끝이 아니었다.

하준은 일단 케이크는 다시 냉장고에 넣어두고 이번엔 주방으로 들어갔다.

“하준아, 너 왜 거기 들어가? 얼른 나와! 셰프님들 화내실 거야.”

최선희의 만류에도 하준은 싱긋 웃으며 주방으로 들어가서는 까만 조리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어머, 하준아, 너 뭐야?”

“왜 조리복을······?”

“어떻게 된 거니? 너 갑자기 요리사가 된 거야?”

어리둥절해하는 세 사람에게 하준이 말했다.

“오늘은 제가 일일 셰프예요. 아버지 생신을 맞아, 세 분께 직접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서 요리를 배웠거든요. 그동안 제가 집에서 얻어먹기만 했잖아요. 진작 요리도 해드리고 했어야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잘 못해드려서 죄송해요.”

약 두 달 전 하준이 최 대표에게 부탁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윤기철의 생일상을 차릴 수 있도록 요리를 가르쳐줄 셰프들과 식당 자리를 알아봐 달라는 것.

최 대표는 당연히 하준에게 최고의 셰프들을 구해 주었고, 식당도 수소문해서 작지만 깨끗하고 모든 조리기구들이 세팅된 곳을 빌려주었다.

“어머······!”

“아니야, 네가 못해주기는! 얼마나 기특한 아들인데!”

“그래, 기특한 아들이 또 기특한 자리를 마련했네! 하하하.”

최선희와 김복녀는 감동을 받아 눈시울이 붉어졌고, 윤기철은 하준이 너무 기특해서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그럼 제가 오늘 풀코스로 대접하겠습니다! 잣타락죽부터 드릴게요. 저 어릴 때 어머니가 타락죽 해주시던 거보다는 못하겠지만, 맛있게 드셔주세요.”

하준은 일단 속을 달래줄 잣타락죽과 백김치를 내왔다.

“너무 고소하고 부드럽다. 내가 한 거보다 네가 한 게 훨씬 맛있어.”

“우리 하준이는 요리도 이렇게 잘하네!”

“어머니, 우리 하준이 요리사 시킬까요? 아하하.”

윤기철은 농담을 하며 좋아했다.

다음으로 나온 음식은 하트 피자.

하준이 어릴 적 최선희와 함께 만들었던 피자였다.

“어머······. 우리 하준이, 어릴 때 일 다 기억하네.”

최선희는 어릴 적 하준과의 추억이 생각나는지 두 손을 모으고 감동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럼요. 얼마나 소중한 추억인데요.”

하준은 추억이 떠오르는 몇 가지 음식과 부드럽고 고급스런 음식들을 냈다.

“이건 랍스터를 올린 비스큐 소스 파스타예요.”

“이건 참치 세비체라고 하는 건데요······.”

“조개국이랑 스테이크 덮밥이에요. 이건 같이 드시는 오이선이고요.”

하준은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준비해서 세 사람이 못 먹어봤을 음식들을 대접했다.

세 사람은 하준이 해주는 음식은 맛이 없어도 무조건 맛있다고 할 사람들이었지만, 하준이 주는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와, 하준아, 이거 어떻게 만든 거야? 소스가 진하고 고소한 감칠맛이······!”

“참치는 안 씹어도 입에서 살살 녹는구나.”

“스테이크는 어떻게 이렇게 야들야들하니? 우리 하준이가 요리도 정말 잘하네!”

하준은 세 사람이 맛있게 먹어주니 무척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마지막 디저트를 먹으면서 윤기철이 하준에게 물었다.

“아, 근데 너 언제 이런 걸 다 배운 거야?”

“사실은 저 도서관 가서 공부한 게 아니에요.”

하준이 미안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답했다.

그러자 이번엔 최선희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어머! 그럼 도서관 간다고 하고 요리를 배우러 다닌 거니? 우리한테 이 요리를 대접하기 위해서?”

“네, 거짓말해서 죄송해요.”

하준이 사과하자, 세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아이고, 죄송하긴! 고맙지.”

“맞아, 고맙다, 고마워.”

“이 할머니가 태어나서 먹은 음식 중에 오늘이 최고다!”

김복녀가 엄지를 척 세우며 말하자, 윤기철과 최선희도 엄지를 들어보이며 외쳤다.

“맞아! 오늘 먹은 음식들이 내 생애 최고로 맛있었어.”

“나도. 아들, 너무 고마워.”

하준의 식사 대접은 이렇게 성공적으로 끝이 났고, 하준은 종종 세 사람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준비한 편지가 있어요.”

“편지? 우리한테 쓴 편지야?”

“네, 읽어드릴게요.”

하준은 편지를 꺼내 펼친 후, 잠시 목을 가다듬더니 곧 입을 열었다.

“아빠, 그때 햄버거집에서 절 발견해서 집으로 데려가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아빠가 아니었다면 전 아마 길거리에서 얼어 죽었을지도 몰라요. 죽어도 보육원에는 다시 들어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차였거든요. 제 생명의 은인이자, 저를 배우로서 키워주신 아빠, 감사합니다.”

하준의 편지낭독을 들은 윤기철은 눈가가 촉촉해졌다.

다음으로 하준은 최선희에게 편지를 읽어주었다.

“엄마, 절 아들로 삼아 주셔서 감사해요. 엄마는 내가 원했던 이상적인 엄마 그 자체였어요. 저를 낳아준 엄마는 절 버렸지만, 완벽한 엄마가 저를 선택해줘서 저는 오히려 더 행복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렇게 잘 자란 건 엄마 덕분이 가장 커요. 감사합니다.”

최선희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김복녀는 편지를 듣기도 전에 앞선 두 편지에 이미 감동 받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하준은 다음으로 김복녀에게 쓴 편지를 낭독했다.

“할머니, 절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갑자기 생긴 처음 보는 손자를 이렇게 따듯하게 받아주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할머니는 정말 천사 같은 분이세요. 언제나 저를 친손자처럼 아껴주시고 예뻐해주셔서 저는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랄 수 있었답니다. 감사해요.”

편지 낭독을 모두 마친 하준은 세 사람을 보며 말했다.

“아빠, 엄마, 할머니, 평생 이 은혜 잊지 않고 효도할게요.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하준의 마지막 말에 결국 식당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세 사람은 눈물을 흘리며 하준을 와락 끌어안았다.

“넌 처음부터 우리 아들이었고, 영원히 우리 아들이야.”

“엄마도 하준이 너무 사랑해.”

“아이고, 귀한 내 새끼.”

하준도 피 한 방울 안 섞인 자신을 지금껏 사랑으로 키워준 세 사람에게 감사해서 눈물이 났다.

“감사해요. 정말 감사해요.”

“우리도 고맙다. 네 덕분에 우린 너무 행복했어.”

“우리 앞으로도 행복하게 잘 살자!”

하준 가족은 오늘도 행복한 추억을 하나 만들었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자고 약속했다.

***

몇 년 후, 하준은 대학을 졸업했고, 졸업하자마자 하준은 뜻밖의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너 한국 들어온다고?”

-응, 나 졸업했거든.

유학을 떠났던 김유나의 입국 소식.

“그럼 아예 들어오는 거야?”

-음, 그건 잘 모르겠어. 미국에서 아빠 일 도와드릴 수도 있거든.

“아하. 아무튼 그럼 언제 오는데?”

-다음 주 토요일에. 참, 그리고 소개시켜줄 사람이 있는데, 토요일 저녁에 만날래?

“소개시켜줄 사람? 누구?”

-그건 비밀이야. 그날 만나면 알려줄게.

“알았어. 넌 항상 그렇게 비밀이 많더라.”

-호호, 그게 내 매력이잖아. 원래 여자는 비밀이 많아야 하는 법이거든.

김유나는 웃으며 전화를 끊었고, 하준은 오랜만에 만날 김유나 생각에 기분이 들떴다.

며칠 후, 하준은 김유나가 오라고 한 세계 호텔 1층 카페로 향했다.

하준이 캡모자를 쓰고 조용히 한쪽 구석에 앉아 김유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여자가 다가와 그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하준이 고개를 들어보니 낯이 익은 여자였다.

‘어? 분명 어디서 본 여자 같은데······.’

하준이 기억을 더듬는데, 여자가 갑자기 활짝 웃었다.

여자의 미소를 본 하준은 그녀가 누군지 드디어 알아보았다.

“김유나?”

“응! 진짜 오랜만이다. 하긴, 난 너 TV에서 많이 봤긴 하지만.”

“와, 너······! 진짜 많이 변했다······ 머리도 잘랐네? 염색도 했고, 화장도······.”

“여자 됐지?”

“어? 응······.”

김유나는 고등학교를 올라갈 무렵 유학을 떠났고, 그 이후로 거의 9년 만에 보는 것이니 당연히 많이 변했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청소년이었고, 지금은 성인이니까 더더욱 그랬다.

“성공이네! 나 여자라는 거 잊지 말아줘. 아, 그리고······.”

김유나는 저 멀리서 걸어오는 훤칠한 미국인 남자에게 손짓했다.

하준은 순간 김유나의 외국인 남자친구인가 싶어 갑자기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남자친구라기엔 나이가 좀 있어 보였지만, 외국 마인드라면 나이 차이는 별 상관이 없으니까.

김유나는 미국인 남자와 함께 나란히 하준의 맞은편에 앉더니 말을 시작했다.

“이쪽은······.”

하준은 침을 꼴깍 삼켰다.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 ‘드림플랜’의 잭 팀장이야. 널 캐스팅하고 싶다고 다리를 놔달라고 하셔서 함께 왔어.”

“뭐? 할리우드?”

하준은 의외의 상황에 놀라 되물었다.

“응, 우리 아빠네 엔터 사업 쪽을 앞으로 내가 맡을 예정이라 내가 할리우드 제작사들이랑 좀 알거든.”

“오, 너 엔터 사업 쪽으로 진로 정한 거야?”

“응, 그게 나한테 잘 맞을 것 같아서. 아무튼, 잭이랑 한번 대화 나눠봐. 뭐, 억지로 할 필요는 없지만, 너한테 한국은 이제 좁잖아. 할리우드 진출해도 넌 충분히 가능성 있고.”

“응, 고마워. 좋은 기회를 잡을 수도 있겠다!”

하준은 잭과 할리우드 영화 출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그와 만남을 마치자마자 최 대표에게 향했다.

하준이 오늘 잭 팀장을 만난 이야기를 하자, 최 대표는 만세를 부르며 외쳤다.

“오! 하준아, 드디어 기회가 온 거야. 대학 졸업도 했겠다, 이제 할리우드로 가자! 좀 더 넓은 세계로 나가는 거야. 너에게 한국은 좁으니까!”

***

얼마 후, 하준은 최 대표, 김유나, 잭 팀장과 함께 LA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최 대표는 비행기에 타자마자 첫 할리우드 진출의 흥분된 마음을 옆에 앉은 하준에게 농담으로 표현했다.

“아, 하준아, 내가 우리 대배우 하준 님 가시니까, 알아서들 미리 꽃길 쫙 깔아놓으라고 할리우드에 연락해 놨어!”

“대표님도 참, 하하!”

“어, 이륙 방송 나온다. 이거 예전에 미국 가던 거랑은 느낌이 좀 다르네? 괜히 떨린다.”

창밖으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한국의 마지막 밤 풍경을 하준은 설레는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더 넓은 세상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연기, 나의 노래, 그리고 나의 꿈이 새롭게 펼쳐질 세상.

편견과 차별을 견뎌야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결코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 꿈을 향해 걸어나갈 거라고 다짐했다.

어릴 적 부모가 자신을 버렸을 때도 그에게 또 다른 손을 내어주었던 것처럼, 세상은 결국 언제나 자신의 편이었다.

하준은 꿈이 있어 행복했던 지난날들을 회상하며 눈을 감았다.

앞으로도 똑같이 행복한 날들만 펼쳐지기를 가슴 깊이 바라면서.

이윽고 하준의 새로운 꿈을 실은 할리우드행 비행기가 드높은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다.

-꽃길만 걷는 천재스타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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