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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149화 (149/150)

149화

149화

하준 가족은 <솔로>의 여주인공 유은영과 극중 주인공을 도와주는 아는 형 역할을 맡은 박정훈과 함께 레드카펫을 밟았다.

<솔로> 팀은 많은 취재진들로부터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감독, 어머니는 각본, 주연은 아들이 맡은 영화는 희귀했고, 거기다 그런 영화가 칸 영화제에 공식 초청이 되어 모두가 경쟁 부문 후보에 오른 것은 최초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며칠 전 공식 상영회에서 10여 분 동안 기립박수를 받는 등 관객들의 반응도 무척 좋았기에, 모두들 이 세 사람이 과연 수상을 할 수 있을까 무척 궁금해했다.

“하준아, 엄마 손 좀 잡아줄래? 너무 떨리는구나.”

레드카펫에서 최선희가 하준에게 손을 잡아달라고 슬쩍 말했다.

최선희는 이렇게 많은 취재진 앞에 서는 것도 떨리고, 또 곧 시상식이 진행될 것이라는 사실에도 심장이 마구 요동쳐왔던 것이다.

물론 그녀는 자신이 각본상을 탈 확률이 매우 낮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주 아주 어쩌면 탈 수도 있다는 새끼손톱만 한 기대가 저 깊은 마음 속에서 그녀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하준은 그런 최선희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그녀의 손을 힘있게 잡아주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윤기철도 슬그머니 하준의 손을 잡았다.

사실 윤기철도 속으로 무척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후보에 오르지 않은 <솔로>의 여주인공 유은영과 조연인 박정훈은 떨리는 모습이 아니라 매우 행복해하는 모습이었다.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다는 사실이 너무 기쁜 모양이었다.

하준의 감정 역시 떨리기보다는 행복한 쪽이었다.

후보에 올랐지만 상에 그렇게 연연하지는 않았으니까.

받으면 좋지만 못 받으면 앞으로 계속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잠시 후,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최선희는 여전히 떨리는지 하준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칸 영화제의 시상식은 시상하는 부문도 적고 뜸을 들이거나 하지도 않았기에 한국의 시상식보다 훨씬 스피디하게 진행되었다.

그래서 금방 각본상 시상 차례가 되었다.

시상자는 곧바로 발표했다.

“각본상 수상자는, <솔로> 최선희!”

최선희는 자신의 이름을 듣자마자 너무 놀란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어머······!”

최선희는 감격했는지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해졌고, 하준과 윤기철은 최선희를 안아주며 축하를 건넸다.

“어머니, 축하드려요!”

“여보, 정말 축하해!”

<솔로>의 다른 배우들 또한 환호하며 최선희를 축하해주었다.

시상식장의 관객들도 우렁찬 박수를 보내는 가운데, 드디어 최선희는 무대에 올라 상을 수여받았다.

최선희는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서 눈물을 쏟아내며 수상소감을 시작했다.

“음······ 우선 <솔로>를 영화로 멋지게 만들어 준 제 남편이자, <솔로>의 감독인 윤기철 감독님, <솔로>를 완성해준 유은영 씨, 박정훈 씨, 그 외 많은 배우분들, 스태프 여러분······ 모두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 아들이자 <솔로>의 주인공 하준이에게 가장 고마워요. 하준이가 아니었다면 이 작품은 아마 영원히 만들어지지 못했을 거예요. 하준아, 고맙고 사랑해.”

최선희의 말에 카메라가 하준을 비췄고, 하준은 손가락으로 작은 하트를 만들어 보이며 활짝 웃었다.

최선희는 중간중간 울먹이며 수상소감을 이어갔다.

“사실 저는 원래 배우였습니다. 신인배우 시절, 언젠가는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겠다는 큰 꿈을 가지고 연기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연기 쪽으로는 잘 풀리지 않아서 어쩌다 보니 극본 쪽으로 일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그렇게 극본을 쓰다 보니 제가 여기에 와 있네요!”

최선희가 촉촉한 눈으로 웃으며 이야기하자, 관객들이 박수를 보냈다.

“배우로 이루지 못한 꿈을 작가가 되어서라도 이루게 돼서 정말 기쁩니다. 혹시 지금 하는 일이 잘 안 돼서 힘든 분들이 계시다면, 저처럼 다른 일로 좋게 풀릴 수도 있고, 인생은 다 살아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으니 희망을 놓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선희의 희망을 전하는 말에 관객들은 크게 환호를 보냈고, 최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무대를 내려왔다.

잠시 후, 이번에는 남우주연상 시상이 이어졌다.

“남우주연상은, <솔로> 하준!”

최선희가 각본상을 받은 것도 모자라 남우주연상에 하준의 이름이 불리자, <솔로> 팀은 거의 축제 분위기였다.

다들 입이 귀에 걸린 채 하준에게 축하인사를 건넸고, 하준은 관객들의 환호 속에 앞으로 걸어 나갔다.

하준은 기뻤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대신 최선희와 윤기철이 폭풍 오열하고 있었다.

하준은 상을 받은 뒤 소감을 말하기 위해 마이크 앞에 섰다.

“와, 정말 감사합니다. 먼저 어머니의 꿈을 대신 이뤄드릴 수 있어서 기쁩니다. ······제가 이런 영광스러운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솔로>의 주인공 이석현 캐릭터를 섬세하고 깊이 있게 써 주신 어머니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함께 촬영한 윤 감독님, 배우님들, 스태프님들의 노고가 아니었다면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겁니다. 그 분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고요······.”

하준은 이어 자신을 항상 잘 서포트해주는 소속사와 팬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음, 알고 있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솔로>의 주인공 이석현처럼 보육원에서 자라다가 그곳에서 스스로 뛰쳐나온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석현이의 고생이 남일 같지 않았고, 나쁜 길로 빠질 수밖에 없었던 그의 삶이 이해도 되었습니다. 물론 저는 석현이와는 달리 곧바로 좋은 부모님을 만나 지금까지 이렇게 행복하게 살았지만, 제 운명의 길이 아주 조금만 빗나갔어도 석현이의 삶이 제 삶이 되었을 겁니다.”

관객들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하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부모님이 없는 아이들에게 세상은 무척이나 험한 곳입니다. 저는 세상이 절망으로 가득했을 때, 저희 부모님을 만나 세상이 따뜻한 곳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고아인 아이들에게는 세상 어른들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어른들의 사랑과 관심이 있다면 그들은 좀 더 일찍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마치 아동구호기구 관계자의 연설 같은 하준의 말에 관객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시상식장이 떠나가라 박수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저를 이 자리에 서게 해준 석현이에게 한마디 하겠습니다. 석현아, 고맙다. 그리고 이제 너도 행복해라! 감사합니다!”

하준은 <솔로>의 주인공 석현에게 마지막 말을 전할 때는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이석현은 하준이면서, 또 하준이 아니었다.

하준은 지금까지 역할 중에 가장 깊게 몰입하고 내면을 이해할 수 있었던 이석현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며 마지막 작별인사를 던졌다.

관객들은 하준의 수상소감에 감동해서 그가 다시 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기립박수를 보냈다.

하준이 자리로 돌아와 보니 <솔로> 팀도 다들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다.

하준은 그런 <솔로> 팀들에게 따뜻한 포옹을 해주고 자리에 다시 앉았다.

하준이 착석한 후에도 여운이 남은 <솔로> 팀은 다들 훌쩍대고 있었는데 여기에 한 번 더 감격스러운 발표가 이어졌다.

감독상 수상자로 윤기철이 불린 것이다.

“감독상, <솔로> 윤기철!”

“꺄아악!!”

“와악!”

<솔로> 팀은 윤기철까지 감독상을 받게 되자 경악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만세를 불렀다.

윤기철은 어리둥절했다가 주체할 수 없는 기쁨에 숨을 헐떡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여보, 괜찮아? 당신이 감독상이래! 축하해!”

최선희는 윤기철을 안아주며 기쁨의 눈물을 또 한 번 흘렸다.

하준은 윤기철에게 심호흡을 하라고 안정을 시켜주었고, 윤기철은 몇 번 깊게 숨을 쉬어 흥분을 가라앉힌 뒤 무대로 향했다.

숨은 차분해졌으나 여전히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상을 받은 윤기철은 곧 수상소감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최선희나 하준처럼 함께 <솔로>를 촬영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소감을 마무리했다.

“사실 <솔로>는 주인공을 캐스팅 못 해서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한 작품입니다. 하준이가 힘들까 봐 하준이한테는 이 역할을 맡기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하준이가 꼭 자기가 해보고 싶다고 저와 최선희 작가를 설득했죠. 덕분에 저도, 최선희 작가도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네요. 아까 하준이가 수상소감으로 저와 아내에게 좋은 부모님이었다고 했는데요, 저는 하준이에게 너야말로 정말 좋은 아들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준아, 넌 우리에게 축복이야.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사랑한다, 아들. 감사합니다!”

윤기철은 수상소감을 마치고 다시 객석으로 내려와 하준과 최선희를 와락 끌어안았다.

관객들은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리하여 <솔로>는 한국 역사상 유례없이 한 작품으로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 남우주연상, 감독상을 휩쓴 최초의 한국영화가 되었다.

거기다 가족 세 명이 함께 만들고, 가족 세 명이 모두 칸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었기에, 전세계적으로 대서특필되었다.

[칸 영화제, 그야말로 <솔로>의 밤! 윤기철-감독상, 하준-남우주연상, 최선희-각본상 수상]

[칸 역사상 최초, <솔로>의 하준, 최선희, 윤기철 가족 3인 모두 수상 기염!]

[3년만의 한국 영화 공식 초청작 <솔로>, 칸을 뒤흔들다]

[전세계 외신들, 하준 가족 일컬어 ‘어벤져스 영화 가족’ 극찬]

[영화인 가족 하준 패밀리, <솔로>로 전세계를 홀리다]

그리고 그들의 수상소감 역시 엄청난 이슈가 되었다.

[칸 영화제, 최선희-하준-윤기철의 품격 있었던 수상 소감, 전세계를 울리다]

[칸 영화제 시상자 크리스 스월, “하준의 수상소감 매우 인상적”]

최선희는 개개인에게 희망을 주는 소감을 전했고, 하준은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윤기철은 비혈연관계로 맺어진 가족의 사랑을 보여주었기에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던 것이다.

하준 가족은 꿈같았던 칸 영화제 시상식을 마친 뒤 애프터 파티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배우들에게 축하를 받았고, 그 다음 날은 언론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은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공항에서부터 수많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느라 바쁜 날들을 보냈다.

그리고 6월 말, 한국 팬들이 그렇게 궁금해하던 <솔로>가 한국에서 개봉되었다.

***

“우왁!! 하준아, 드디어 천만이야! 천만!”

최 대표가 하준을 얼싸안으며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개봉한 지 딱 한 달 만에 <솔로>가 천만 관객을 넘은 것이다.

“와, 너무 좋아요!”

“크으, 근데 난 천만 될 줄 알았어. 칸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는데, 사람들이 궁금해서 안 보고 배겨? 게다가 평도 너무 좋잖아.”

<솔로>는 개봉 초반부터 평점 9점대를 달리고 있었다.

“다들 너무 재밌게 봐주셔서 뿌듯해요. 석현이도 행복하겠죠?”

“그럼! 사람들이 다들 석현이의 행복을 응원해주더라. 희망을 보여주면서 해피엔딩이라서 너무 좋았대.”

하준은 극중 주인공인 이석현을 떠올리며 빙긋 웃었다.

“와, 이거 윤 감독이 제작사 따로 차려서 만든 거잖아? 그럼 수익 엄청 나겠다! 외국에서 수입까지 하면······ 우와······! 너네 자체 제작하길 정말 잘했다. 아하하.”

최 대표는 하준 가족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감사합니다. 제가 아무 때나 그만둘 수 있게 하려고 아버지가 자체 제작을 하기로 한 건데, 그게 오히려 득이었네요. 하하.”

“역시, 윤 감독이 그렇게 착하게 사니까 복을 받지.”

최 대표는 자신의 일인 양 싱글벙글 기뻐하다가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하준에게 물었다.

“아참, 근데 너 할 말 있다며? 무슨 일이야?”

“네, 저 부탁드릴 게 있어서요.”

“뭔데?”

최 대표가 호기심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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