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꽃길만 걷는 천재스타-140화 (140/150)

140화

140화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하준의 유일한 축제 무대를 보기 위해 수많은 팬들이 한국대로 모여들었다.

“와, 사람들 진짜 많다! 언제부터 우리 축제가 이렇게 사람이 많았지?”

한국대 3학년인 이민영이 한국대 내부 도로에 바글바글한 사람들을 보고 놀라서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친구가 당연하다는 듯 대꾸했다.

“하준 때문이겠지. 하준이가 우리 축제에만 나온댔잖아. 저기 플래카드 든 애들 봐. 거의 다 하준 팬들 같잖아.”

“국민남친 하준······ 대세남 하준······ 사랑하준······ 그렇네. 하긴, 나도 우리 하준이 보러 가는 거니까. 호호.”

“뭐야, 너 하준이랑 알아? 엄청 친근하게 부른다?”

이민영의 친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길에서 인사 몇 번 했어. 하준이도 나 알걸? 내 얼굴 알아보더라고.”

“진짜?”

“응, 원래 기억력 좋아서 한번 본 얼굴은 안 잊어버린대.”

“아하. 하준이면 그렇겠다. 천재로 소문났잖아.”

이민영의 친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이민영에게 물었다.

“하준이 오늘 오프닝 공연이랬지?”

“응, 그래서 난 지금 바로 가보려고. 넌 집에 가?”

“아니, 나도 하준이는 보고 가야지.”

“헐? 지난 2년 동안 축제 한 번도 안 즐겼잖아?”

이민영이 눈이 동그래져서 물었다.

그녀의 친구는 유명 가수들의 공연에도 관심 없다며 축제에서 논 적이 없었다.

“뭐, 그거야 좋아하는 가수가 공연을 안 왔으니까.”

“아니, 너 하준이 팬이었어?”

“솔직히 우리나라에 하준이 팬 아닌 사람이 있을까? 연기 잘해, 노래 잘해, 얼굴 존잘이야, 착해, 기타에 피아노에 대금까지 잘 불고, 못하는 게 없잖아.”

“그건 그렇지. 와, 난 너 연예인 아무도 안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아무튼, 같이 가면 나도 좋지. 아, 그럼 달리자! 이러다 먼발치에서도 못 본다. 빨리 가야 돼!”

이민영은 친구의 손을 잡고 공연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민영과 친구가 함께 어딘가로 달리는 것을 본 사람들이 하나둘씩 이들을 따라 뛰기 시작했다.

“왜 뛰는 거예요?”

“저도 몰라요. 일단 다들 뛰니까 뛰는 거예요.”

사람들은 서로 이유를 물었지만, 아무도 이유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달리기를 멈추는 사람도 없었다.

처음에는 안 뛰던 사람들도 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결국 덩달아 달리게 되었고, 영문도 모르는 레이스가 펼쳐졌다.

“헉헉, 뭐, 뭐야? 다들 왜 따라와?”

이민영이 당황했지만, 뒤에서 다른 사람들이 함께 뛰어오니 자리를 빼앗길세라 계속해서 뛸 수밖에 없었다.

소떼를 연상케 하는 이들의 레이스는 공연장에 다다라서 멈췄다.

이민영과 그녀의 친구가 공연장에 도착해 자리를 잡고 앉자, 다른 사람들도 공연장에 빨리 오려고 달린 것이라는 걸 깨닫고 후다닥 각자 자리를 잡았다.

김유택은 하준을 기다리면서 이 광경을 목격하고 깜짝 놀랐다.

엄청난 인파가 다 함께 빠르게 몰려드니 무슨 일이 난 건가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공연장 객석에 착석하는 것을 보고 안도하며 피식 웃었다.

“한국대 축제 인기 없다더니 엄청 많이들 왔네. 우리 하준이 덕인가? 훗.”

잠시 후, 하준이 준비를 마치고 대기하는 가운데, 공연이 시작되었다.

“와, 제가 한국대 축제에서 사회를 4년째 보고 있는데, 오늘처럼 사람들 많이 오신 건 처음이에요. 지금 누구 보러 오신 거예요, 솔직히?”

이번 공연의 사회자가 관객들에게 마이크를 뻗으며 물었다.

그러자 관객들은 거의 한 목소리로 우렁차게 외쳤다.

“하주운!!”

“역시! 제가 그럴 줄 알았습니다. 하준 씨 인기가 하늘을 찌르네요. 하하. 그럼 오프닝 무대를 뜨겁게 달굴, 한국대의 자랑스러운 재학생, 하준 씨를 모시겠습니다!”

사회자가 하준을 소개하자, 관객석에서는 하준의 이름을 신나게 연호했다.

“하준! 하준! 하준!”

하준은 기타를 메고 무대로 뛰어 올라갔다.

“안녕하세요, 한국대 신문방송학과 1학년 하준입니다!”

하준의 소개에 한국대 재학생들은 자랑스러워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아!!”

그 외에 하준을 보러 한국대를 찾은 사람들은 하준의 등장만으로도 좋아서 환호했다.

“꺄아아!”

하준은 큰 호응에 활짝 웃으며 첫곡을 소개했다.

“첫 곡으로 <암행연인>의 OST ‘숨길 수 없어’ 들려드릴게요. 이거 라이브는 처음 하는 거예요.”

관객들은 <암행연인>의 OST라는 말을 듣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다.

하지만 곧 하준의 노래를 잘 듣기 위해 얼른 입을 다물고 귀를 기울였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찾아낸 내 운명~ 너에게 향하는 내 마음 숨길 수 없어~”

하준은 MR 반주에 맞춰 부드럽게 노래를 불렀다.

관객들은 <암행연인>의 장면들이 생각나는지 감상에 푹 젖은 모습으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양팔을 머리 위로 들어 흔들었다.

하준은 ‘숨길 수 없어’를 다 부른 후 관객들에게 몇 마디 농담을 했고, 추가로 2곡을 더 불렀다.

마지막 곡은 하준의 첫 자작곡이었던 ‘바다물결’이었는데, 사람들은 오랜만에 듣는 ‘바다물결’ 라이브에 추억을 떠올리며 좋아했다.

“감사합니다!”

“앵콜! 앵콜! 앵콜!”

관객들은 하준이 마지막 노래까지 마치고 무대를 내려가려 하자 아쉬워하며 앵콜을 외쳤다.

하지만 뒤에 예정된 가수가 있는 상황이라 하준은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무대를 내려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사회자와 스태프들이 다급하게 하준을 붙잡았다.

“하준 씨, 혹시 빨리 가야 돼요? 다음 스케줄 있어요?”

“네? 그건 아닌데······ 왜요?”

“그럼 지금 다음 순서 가수가 안 와서 시간을 좀 떼워야 하는데, 도와줄 수 있을까요? 제발요!! 부탁드려요!”

“어······ 뭐,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는데요? 노래를 더 불러야 할까요?”

“일단 사회자랑 인터뷰처럼 대화를 좀 해주시고, 노래도 불러 주시면 좋고요.”

하준의 다음 스케줄은 그냥 친구들 만나서 노는 것뿐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간절히 부탁하는데 거절할 수 없었다.

“음, 네. 그러죠.”

“진짜 진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스태프는 하준에게 연신 고개를 숙여 감사인사를 했고, 하준은 사회자와 함께 다시 무대에 올랐다.

하준이 다시 무대로 올라오자, 관객들은 신이 나서 환호성을 질렀다.

“우와아!!!”

“하준! 하준! 하준!”

사회자는 이런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진행을 시작했다.

“여러분, 하준 씨 노래 정말 잘하죠?”

“네에!!”

“저도 직접 라이브로 들어본 건 처음인데, 목소리도 너무 좋고, 라이브도 진짜 끝내주더라고요. 하준 씨, 목소리 관리 비법 같은 거 있으세요?”

사회자의 즉흥적인 질문이었으나, 하준은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음, 물을 자주 마셔주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목이 말라 있으면 안 좋거든요. 아, 도라지가 목에 좋다고 해서 도라지청도 자주 먹어요. 오늘도 여기 오기 전에 집에서 먹고 왔습니다.”

“오, 도라지청! 저는 하준 씨 목소리가 너무 스위트해서 꿀 같은 걸 먹지 않을까 했는데, 도라지청을 드시는군요. 도라지청도 달달하죠?”

“네, 하하.”

“참, 하준 씨, 드라마 끝나고 요즘은 뭐하고 지내세요?”

“기말 시험 준비하느라고 바빠요. 드라마 촬영이랑 광고 촬영 때문에 공부를 많이 못 해서 요즘 공부만 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근데 그럼 열공하는 와중에 한국대 축제는 특별히 와 주신 거네요?”

“네, 우리 학교니까요. 하하.”

‘우리 학교’라는 말에 한국대 학생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크, 의리 좋습니다. 아, 그럼 혹시 앵콜곡 같은 거 한 곡 더 불러 주실 수 있나요?”

“음, MR은 준비된 게 없어서 기타 반주로 불러야 할 것 같은데, 어떤 노래를 부르면 좋을까요? 여러분, 뭐 원하세요?”

하준은 이왕 앵콜로 부르는 거, 관객들이 원하는 곡을 불러주면 좋을 것 같아 물었다.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봄 노래요! 봄이 좋냐!”

“꽃바람!”

“팝송이요! 2002!”

“Shape of you!”

관객들은 현재 계절에 맞는 봄 노래를 원하기도 했고, 기타 반주와 어울릴 곡을 외치기도 했다.

사회자는 다양한 신청곡들을 취합해서 하준에게 물었다.

“봄 노래 신청이 많은데요? 한범우 씨와 함께 불렀던 ‘꽃바람’도 괜찮은데, 어떤 노래로 불러 주시겠어요?”

“음, 그럼 메들리로 갈까요?”

“아니, 그게 즉흥적으로 가능해요? 지금 나온 곡들 기타 반주랑 가사, 멜로디 다 알아야 가능하잖아요?”

하준의 제안에 사회자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음, 다 아는 노래들이어서 가능할 것 같아요.”

하준의 말에 관객들이 감탄 섞인 환호를 보냈다.

“우와아!”

“대박! 좋아요!”

“꺄악! 하준 오빠 최고!”

사회자는 놀란 표정으로 혀를 내두르더니 관객들에게 말했다.

“와, 즉흥에서 메들리가 가능하다니 기대가 됩니다. 여러분,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뒤에 가수 분이 아직 도착을 안 하셔서 하준 씨가 대신 이렇게 시간을 벌어주고 계신 거예요. 그러니까, 이건 찐 즉흥이라는 거죠! 큰 박수로 메들리 들어보겠습니다.”

하준은 그 사이 머릿속으로 방금 나왔던 노래들의 악보를 떠올리며 빠르게 메들리 조합을 짰고, 곧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 속에 노래를 시작했다.

“바람에 실려 날아온 꽃잎은~ 너의 향기를 품었네~”

가장 먼저 하준은 한범우와 함께 듀엣을 했던 ‘꽃바람’을 불렀고, 멜로디가 비슷한 부분에서 자연스럽게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로 노래를 이어 불렀다.

다음으로는 ‘봄이 좋냐’와 ‘2002’를 잇고, 마지막에는 Shape of you로 마무리했다.

거의 10분에 가까운 하준의 미친 메들리가 끝나자, 관객석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다.

현란한 기타 반주, 출중한 노래 실력, 틀리지 않는 가사, 이 노래에서 저 노래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기가 막힌 편곡, 거기다 미국인 뺨치는 영어 발음까지, 완벽 그 자체였으니까.

“와아아!”

“미쳤다, 미쳤어!”

“이러니 내가 안 반해? 하준 최고!!”

“너무 섹시해!! 기타 어쩜 저렇게 멋있게 치지?”

“하준! 하준! 하준!”

사회자 역시 물개 박수를 치며 경이롭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저 진짜 감동했습니다! 이래서 하준, 하준 하는군요! 그래서 다음 앨범은 도대체 언제 나오는 겁니까?”

“아하하, 제가 이번에는 정규 앨범을 내고 싶어서, 죄송하지만 확답을 못 드리겠네요.”

“오, 정규 앨범이면 10곡 이상 담긴 앨범 말씀이시죠?”

“네, 나중에 발매되면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하준이 관객들에게 외치자, 관객들은 머리 위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우렁차게 답했다.

“네!”

“당연하죠!”

그때, 스태프가 사회자에게 다음 가수가 왔다는 사인을 보냈다.

“아, 아쉽게도 이제 하준 씨를 보내드려야 할 때가 됐습니다.”

“아아, 안 돼요!”

“노래 더 해주세요!”

관객들이 아쉬운 탄성을 내질렀다.

이에 하준은 관객들을 달래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저보다 더 멋진 가수 분들도 이어서 많이 나오시니까 아쉬워하지 마시고, 신나게 즐기다 가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갈게요. 감사합니다!”

관객들은 하준이 무대에서 내려갈 때까지 계속해서 박수를 보냈다.

하준은 즉흥적으로 무대를 꾸미긴 했지만, 스스로도 즐겁고 만족스러운 무대라 재밌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무대에서 노래하니까 되게 좋다! 이번 방학 때는 앨범 준비를 열심히 해볼까······?’

하준은 이런 생각을 하며 친구들을 만나러 신문방송학과 주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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