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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139화 (139/150)

139화

139화

“제가 올해로 연기한 지 15년 차가 되었는데요, 백산예술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것도 처음이고, 이렇게 인기상을 받는 것도 처음이네요.”

하준은 이렇게 말하고는 잠시 손에 쥔 트로피를 벅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연기에 대한 상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성인 연기자로서 인정받았다는 의미의 상인 것 같아서 마음이 뿌듯했다.

관객석의 팬들이 살짝 촉촉해진 그의 눈망울에 반응해 환호성을 질렀다.

이에 하준은 활짝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감사합니다. 음, 어릴 때도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지금 이렇게 성인이 돼서 받는 인기상은 저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대를 한 후에 첫 작품으로 뭘 해야 아역이 아니라 성인 연기자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고 선택한 작품이 <암행연인>이었는데요, 다행히 많은 사랑을 받아서 무척 기쁩니다. 그리고······.”

하준은 이번 인기상 수상소감은 미리 준비한 만큼 조금 길었다.

“<암행연인>의 오지훈 감독님, 가은 누나, 함께 좋은 작품 만들어 주신 스태프와 모든 배우 분들 정말 감사드리고, 무엇보다 투표에 힘써주신 팬 여러분, <암행연인>을 사랑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이렇게 잘 키워주신 어머니, 아버지,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하준은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수상소감을 마무리했다.

관객석에서는 축하의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고, 하준은 행복하게 웃으며 무대를 내려왔다.

“후우.”

하준이 자기 자리로 돌아와 앉으며 긴장했던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자 오 감독이 씨익 웃으며 하준에게 슬쩍 물었다.

“하준아, 너 수상소감 좀 길더라? 완벽하게 준비해왔나 봐. 하하.”

“너무 길었죠? 그래도 감사 인사는 다 전해야 해서······.”

하준이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뭐, 괜찮아. 근데 수상소감을 여기서 다 말하면 이따가는 무슨 말 할래?”

“이따가요? 아, 최우수 연기상······ 그건 못 받을지도 모르니까 여기서 미리 다해야죠.”

“받을지도 모르잖아?”

“그럼 한 번 더 반복하죠, 뭐. 하하.”

하준은 최우수 연기상은 기대하지 않고 있어서 농담처럼 말했다.

하준이 최우수 연기상을 기대하지 않는 이유는 백산예술대상에는 우수 연기상 시상이 없고, 여러 방송사에서 방송한 지난 1년간의 전체 드라마 중에서 남녀 딱 한 사람씩만 주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무척 받기 어려운 상이었다.

“하하. 그래, 그것도 재미는 있겠네.”

오 감독도 하준의 농담을 웃으며 받아주었다.

시상식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TV부문과 영화부문의 남녀 조연상 시상이 있은 후, 드디어 최우수 연기상 시상 차례가 되었다.

여러 후보들의 영상이 짧게 보여지고, 시상자가 수상자가 적힌 봉투를 열었다.

긴장된 공기가 시상식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마침내 시상자의 입에서 수상자가 호명되었다.

“TV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 <암행연인> 하준 님 축하드립니다!”

발표와 동시에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나왔고, 하준 주변의 배우들도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정작 하준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대로 앉아 있었다.

“하준아, 너야, 너!”

오 감독이 하준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며 알려주었다.

하준은 잠시 넋이 나간 것처럼 멍하니 서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무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진짜 나라고? 내가 어떻게?’

하준은 무대로 걸어 올라가면서도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트로피와 꽃다발을 건네받자, 진짜 자신이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다는 실감이 났다.

하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아까 인기상도 남다른 감정이었지만, 최우수 연기상은 자신의 노력에 대한 보상 같아서 뭔가 더 뭉클했다.

“으음······.”

하준이 잠시 차오르는 눈물을 참느라 말을 삼키자, 관객석의 팬들이 위로의 함성과 함께 이렇게 외쳤다.

“울지마, 울지마!”

하준은 간신히 눈물을 참아낸 후, 수상소감을 시작했다.

“이 상을 받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솔직히 아까 인기상은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수상소감을 준비했거든요. 근데 최우수 연기상은 준비를 못 했습니다. 오 감독님이랑 농담으로 만약에 최우수 연기상 받으면 인기상 수상소감을 재활용할 거라고 했는데, 후우······ 그래도 그럼 안 되겠죠? 즉흥적으로 해보겠습니다.”

관객들은 하준이 꽤 떨려하는 것 같아서 박수로 응원을 보내주었다.

“먼저 이렇게 큰 상을 주신 백산예술대상에 감사드립니다. <암행연인>은 제가 현재 보여드릴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은 작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집필에 참여해서 제 역량을 최대한 보여줄 수 있도록 대본을 썼고요. 연기 역시 아역 배우 하준이 아니라 어른 하준으로 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오지훈 감독님, 동료 배우님들과도 더 좋은 장면을 만들기 위해 대화도 많이 했고요.”

하준은 울먹거리면서도 차분히 말을 이어나갔다.

“마지막으로 <암행연인>의 오지훈 감독님, 스태프 여러분, 가은 누나, 그 외 배우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연출진, 출연진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했기에 좋음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 상과 팬 여러분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멋진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관객들은 하준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냈고, 하준은 트로피를 꽉 잡고 무대를 내려왔다.

하준이 내려오는 것을 본 서재혁은 얼른 하준에게 가서 등을 토닥이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축하해. 내가 뭐랬어? 받을 수 있다니까.”

“감사합니다, 형.”

하준은 서재혁을 보자, 아까 서재혁이 한 말이 생각났다.

<월야>의 아역과 성인 주인공들이 둘 다 최우수 연기상을 받으면 재미있겠다는 말 말이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일이 진짜 일어났다.

“영화 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 <지평선> 서재혁 님, 축하드립니다!”

서재혁은 많은 상을 받아왔기에 침착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 배우들과 악수를 나눈 뒤 무대에 올랐다.

그는 환한 미소로 수상소감을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백산예술대상에서 TV 부문 최우수 연기상은 받아봤는데, 영화 부문은 처음 받아보는 것 같네요. 음, 일단 연기 잘했다고 주시는 상이라 칭찬받는 것 같아서 무척 기쁩니다. 그리고 특히 옛날에 제 아역이었던 하준이가 벌써 멋진 남자가 돼서 TV 부문, 영화 부문 최우수 연기상을 각자 하나씩 받으니까 더 기분이 좋네요. 하준아, 축하한다.”

서재혁의 말에 카메라가 하준을 비췄고, 하준은 엄지를 들어 화답했다.

가벼운 사담으로 수상소감을 시작한 서재혁은 <지평선>의 관계자들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하준은 자기가 상을 받은 것도 기쁘지만, 서재혁의 수상도 무척 기뻤다.

오 감독 역시 <월야>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두 배우가 TV 부문, 영화 부문의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다는 사실에 매우 뿌듯해했다.

“하하, <월야> 팀 대박이네, 대박이야.”

또한 오지훈 감독은 비록 연출상을 받지 못했지만, 하준이 2관왕을 한 것에 만족해했다.

<암행연인>이라는 드라마가 잘 돼서 보너스로 황금열쇠도 지급 받았고, 자신의 이름값도 더 높아진 상황이었으니까.

하준은 여기에 더해 상까지 받았으니 더할 나위 없이 기쁜 날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하준은 가족들의 환대를 받았다.

“아이고, 우리 하준이! 상을 2개나 받아왔구나!”

“축하해, 우리 아들. 백산예술대상에서는 상 받기 어려운데, 거기서도 상을 받아 오네, 호호.”

“내 말이! 거기다 최우수 연기상이라니! 이제 겨우 22살인데 대단해, 대단해. 하하하, 장하다, 아들!”

김복녀와 최선희, 윤기철은 하준을 축하했고, 하준은 좋아하는 가족들을 보니 더 행복했다.

“하준아, 트로피 좀 보여줘. 구경 좀 해보자.”

“여기요.”

“트로피는 언제 봐도, 어떤 모양이어도 참 이쁘단 말야.”

세 사람이 한창 트로피를 구경하고 있는데, 하준의 휴대폰은 연신 울려대고 있었다.

“엄마, 저 전화 좀 받고 올게요.”

“응, 그래. 트로피는 우리가 보고 트로피장에 잘 넣어 놓을게.”

“네, 감사해요.”

하준은 방에 들어가서 휴대폰을 확인해보고 깜짝 놀랐다.

두 달 넘게 연락이 없었던 김유나였던 것이다.

하준은 얼른 전화를 받았다.

“야, 너 왜 연락 안 됐어?”

하준이 다짜고짜 물었다.

-아, 그게, 사정이 좀 있었어. 내 연락 기다렸어?

“당연하지. 걱정했잖아. 내가 전화도 계속 했었는데 안 받더라?”

-미안. 참, 오늘 상 받은 거 축하해.

“응, 고마워. 근데 이제 네 연락 받으려면 상 받아야 하는 건 아니지?”

-에이, 아니야. 사정은 다 해결됐으니까 가끔 연락할게. 근데 네가 걱정했다니까 기분 좋다. 호호.

“으이구, 별 게 다 좋다. 아무튼 별일 없다니 다행이야.”

하준은 오랜만에 김유나로부터 전화를 받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길게 통화를 할 수는 없었다.

중간에 계속 다른 데서 전화가 걸려왔다는 수신음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하준은 결국 김유나와 짧게 통화를 마치고 다음 전화를 받았다.

다음 전화는 바로 최 대표였다.

하준의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전화를 한 것이다.

“여보세요, 네, 대표님.”

-하준아, 너무 너무 축하한다! 난 우리 하준이가 해낼 줄 알았어! 으하하.

최 대표의 축하전화에 이어 친구들, 소속사 식구들, 지인들의 수상 축하 전화가 계속됐고, 하준은 이날 한참 동안 휴대폰에 붙들려 열렬한 축하를 받았다.

***

2주 후.

하준은 백산예술대상에서 상을 받은 후로는 특별한 활동은 하지 않고 기말 시험 공부에 매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대 축제에 가수로 무대에 서달라는 요청은 거절할 수 없었다.

“하준아, 너 대학 축제 처음이지?”

김유택이 밴을 운전하며 물었다.

“무대에 서는 것도 처음이고, 대학 축제에 가보는 것도 처음이죠.”

“설레겠네? 궁금하고.”

“네, 희수랑 정환이가 대학 축제 재밌다고 얼마나 자랑을 했다고요.”

“하하. 근데 뭐 사실 가수들 공연 보고 술 마시는 게 다긴 한데, 또 그것만으로도 재밌긴 해. 아, 희수랑 정환이도 온대?”

“네, 구경 온대요. 한국대 구경도 하고, 제 얼굴도 보고, 축제도 즐긴다고요.”

“일석삼조네. 하준이 넌 공연하고 나서 친구들이랑 놀 거야?”

“네, 그래서 일부러 오프닝 달라고 한 거예요. 저도 다른 사람들 공연 보고 애들이랑 술도 마시고 놀려고요.”

“근데 이번 한국대 축제에 네 팬들 엄청 많이 몰릴 텐데 좀 걱정이다. 너 다른 축제는 안 가고 여기서만 하잖아.”

하준은 <암행연인>이 대박 나면서 스케줄이 많아져서 공부를 많이 못 했고, 그래서 다른 학교 축제들까지 돌 여유는 없었다.

“으음, 그게 좀 신경이 쓰이긴 하는데, 그래도 친구들이랑 노는데 경호원들 대동하긴 좀 그렇잖아요.”

“그래, 그래도 너무 술 많이 마시진 말고, 조심해.”

“네, 걱정 마세요. 그리고 저 술 세요.”

“오, 그러셔? 주량 어떻게 되는데?”

“몰라요. 취한 적이 없거든요.”

“진짜? 언제 한 번 테스트 해봐야겠군.”

대화를 나누는 사이 하준의 밴은 한국대에 도착했다.

하준이 공연장에 도착하자, 공연 스태프들이 후다닥 달려와 반갑게 인사했다.

“하준 님, 일찍 오셨네요! 감사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하준은 기타를 메고 스태프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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