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화
137화
“컷!”
“오호······!”
“크으······!”
오 감독의 ‘컷’소리와 함께 스태프들의 놀라움과 감탄이 섞인 탄식 소리가 터져나왔다.
몇몇 사람들은 박수까지 치고 있었다.
오 감독 역시 놀라워하며 소리쳤다.
“와, 뭐야, 하준이 첫 키스라며? 왜 이렇게 잘해?”
“정말요? 잘 나왔어요?”
“어, 장난 아니야. 와서 한번 봐.”
오 감독이 손짓하자, 하준은 얼른 모니터로 다가와 자신의 키스신을 확인했다.
다른 배우들도 모니터로 몰려들어 다시 하준의 키스신을 감상했다.
“오······! 괜찮게 나왔네요.”
하준이 보기에도 키스 장인이라 불리는 남자배우들처럼 움직임이 매우 자연스러웠다.
“괜찮은 정도가 아니야. 키스 하기 전 눈빛 변화도 좋고, 손 위치도 너무 좋고, 입술 움직임도 과하지 않고 딱 좋았어. 너무 적극적으로 입술을 움직이면 더러워 보이고, 그렇다고 너무 뻣뻣해도 어색해 보여서 연기하는 티가 나서 별론데, 너무 잘했다.”
“다시 봐도 기가 막히네.”
“진짜 아름답게 나왔어.”
“첫 키스라더니, 하준이 키스도 신동이구나? 아하하.”
“이 장면 방송 되면 시청자들 난리 나겠네.”
오 감독은 말할 것도 없고, 함께 촬영하는 배우들도 하준을 칭찬했다.
“자, 요 느낌 그대로 풀샷 따자. 하준이 방금 키스 완벽했으니까, 계속 그렇게만 하면 돼. 가은이도 놀라는 표정 좋았어. 키스도 자연스럽게 잘 받아줬고. 그럼 한번 더 갑시다!”
하준의 생애 첫 키스신 촬영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완벽한 그림이 나왔다.
그리고 이 키스신이 방송된 날, 예상대로 인터넷은 하준의 키스신으로 난리가 났다.
[오, 오빠······! 키스신 미쳤······ 뭐야뭐야 모쏠이라더니 키스는 왜케 잘하는 것?!?!?!]
[와!! 키스 장인 모음집에 추가될 급의 명키스임 ㅜㅜ]
[이훈 세자는 도대체 못하는 게 무엇입니까? 키스 신동bb]
[으아, 키스신 무엇?? 오늘은 여기 누워야겠다 ㅠㅠ]
[오늘 잠은 다 잤다.. 키스신 개설레ㅜㅜ]
[키스신만 열 번 넘게 돌려봄 보고 또 봐도 넘 멋지다~ 이훈 세자는 사랑입니다♥♥♥]
또한 각종 커뮤니티와 너튜브에는 키스신 관련 영상과 이미지들이 잔뜩 올라왔다.
[<암행연인> 키스신 (영상)]
[좋은 건 크게 봅시다 - 이훈 세자X홍수련 키스 확대]
[좋은 건 나노로 봅시다! 이훈 세자 키스신 나노 캡쳐]
[이훈 세자X홍수련 키스신 1시간]
기사도 쏟아져서 하준은 인터넷 어느 사이트를 가든 자기 키스신 영상이나 사진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준은 민망했지만, 다들 키스신을 잘했다고 칭찬해주니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또한 ‘키스 신동’이니, ‘키스 장인’이니 하는 소리를 들으니 키스에도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궁금증이 일었다.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랑 키스하면 어떤 느낌일까?’
그러다 문득 외국 유학 중인 김유나도 내 키스신을 봤을까 궁금해졌다.
‘그러고 보니 요즘 통 연락이 없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연락했었는데.’
군대에서는 연락이 뜸했지만, 제대한 뒤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꼭 전화했던 김유나였다.
그런데 벌써 한 달째 연락이 없었다.
하준은 생각난 김에 곧바로 김유나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음, 안 받네······ 바쁜가?”
다시 걸어봐도 김유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일단 전화를 안 받으니 하준은 문자를 남겨 놓았다.
하준은 뭔가 서운한 느낌이 들었다.
김유나는 하준이 연락하면 항상 신호가 3번 가기 전에 빠르게 전화를 받았었는데, 오늘은 3번이나 전화를 걸었는데도 받지 않았던 것이다.
서운한 감정은 점차 걱정으로 변했다.
“설마 무슨 일 있나?”
하준은 급히 인터넷에 ‘세계그룹’을 검색해 보았다.
김유나는 세계그룹 부회장의 딸이니 무슨 일이 있다면 기사에 났을 테니까.
하지만 특별한 사건은 없었다.
‘나한테 화났나?’
하준은 자기가 뭔가 잘못한 게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는 것 같았다.
‘뭐지······?’
하준은 김유나가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고민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
<암행연인>은 마지막화에 최고시청률 27.7%를 달성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남자주인공인 하준은 <암행연인> 덕분에 신드롬급 인기를 얻었고, 하준의 팬카페 회원은 순식간에 10만을 훌쩍 넘게 되었다.
각종 예능에서도 <암행연인>의 이훈 세자가 자주 언급되었고, 많은 명대사가 패러디 되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하준은 드라마가 종영한 뒤에도 각종 광고와 인터뷰를 소화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준 씨, 다른 회사 제안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저희 R 자동차의 광고 모델이 되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R 자동차의 마케팅 팀장인 고 팀장이 하준의 손을 덥석 잡고 흔들며 고개를 숙였다.
“R 자동차의 SUV가 마음에 들었어요. 디자인도 멋있고, 승차감도 좋고요. 그래서 저도 한 대 뽑았습니다.”
하준은 S 자동차와 R 자동차의 광고 모델 제의를 받았는데, 두 곳의 매장에 들러 자동차를 비교해 보고 R 자동차를 선택했다.
“와, 정말요? 감사합니다! 아, 미리 말씀해 주셨으면 할인을 많이 해드렸을 텐데! 지금이라도 할인해 드릴 수 있는지 제가 알아보고······.”
고 팀장이 휴대폰을 꺼내려는데, 하준이 얼른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미 샀는데요, 뭐.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하준은 현재 충분히 돈이 많았다.
<신비종>으로도 많이 벌었고, 이번 복귀작도 회당 출연료 2억, 거기다 각종 광고 출연으로 몇십억 모델료도 받았다.
또한 최 대표로부터 작년에 상장한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주식을 10만주 받았었는데, 현재 급등해 수익이 6배나 난 상황이었다.
5000원에 상장한 월드 엔터의 주식은 하준이 곧 제대할 것에 대한 기대감으로 조금씩 오르다가, 제대한 후에 한 번, <암행연인>이 대박 나자 또 한 번 급등해 현재 주가가 3만 원을 넘었던 것이다.
“아, 네. 아무튼 오늘 광고 잘 부탁드립니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준은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찍는 광고인 데다가, 자동차 광고 또한 처음이기에 더 열정적으로 촬영에 임했다.
“하준 씨, 회사에서 걸어 나와서 주변 사람들 한번 돌아보고 멋지게 차에 타주세요. 표정은 약간 거만하게요. ‘나 멋있지?’ 그런 느낌이요. 아시겠죠?”
“네, 해볼게요.”
블랙 수트를 빼입은 하준은 모델 워킹으로 높은 빌딩에서 걸어 나왔고, 주변 사람들은 다들 반한 눈빛으로 하준을 쳐다보았다.
하준은 그들에게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어보인 후, 차에 올랐다.
“컷! 좋습니다! 이제 운전하는 모습 찍을게요.”
차에 탄 하준은 액셀을 세게 밟는 발연기도 하고, 핸들을 부드럽게 돌리는 손연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후진 주차하는 모습도 선보였다.
외부에서 촬영하는 거라 엑스트라들 말고도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사람들은 하준이 차에서 내릴 때마다 익룡 소리를 내며 소리를 질러댔다.
“꺄아악!!”
“하준 오빠, 사랑해요!!”
“꺄아, 너무 멋있다!”
하준은 언제나처럼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해주었지만, 어릴 때 받던 환호와는 그 크기와 느낌이 사뭇 달라 속으로 꽤 놀랐다.
어릴 때는 귀엽다고 응원하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느낌이랄까.
“소리는 안 따서 다행이네요.”
팬들의 고함소리를 들은 뮤직비디오 감독이 웃으며 말했다.
이번 광고 촬영에서 하준은 대사를 하지 않고, 나중에 내레이션만 입히는 거라 소리를 녹음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게요. 엄청 좋아해 주시네요. 하하.”
“그럴 만도 하죠. <암행연인>에서 너무 멋있게 나왔잖아요. 여자들도 좋아하지만 남자들 사이에서도 멋있다고 인정하는 분위기예요. 저기 보세요. 남자 분들도 구경 많이 하시네요.”
하준이 둘러보니 여자 팬들 뒤로 남자들이 꽤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하준이 쳐다보자 손을 흔들기까지 했다.
하준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느끼며 자동차 광고를 촬영했고, 자동차 광고를 찍은 후에는 다른 광고 촬영도 차례로 진행했다.
***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하준 가족은 저녁 식사 후 다함께 거실에 모여 TV를 보고 있었다.
“하준아, 학교 다니는 건 어때? 인기 너무 많아서 불편하진 않아?”
김복녀가 사과를 집어 먹으며 물었다.
김복녀는 하준 가족의 끈질긴 설득 끝에 하준네 집으로 들어와 살고 있었다.
“괜찮아요. 학생들은 처음에는 몰려와서 악수나 사인 요청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다들 저 보면 그냥 안면 있는 친구 정도로 대해줘요. 눈빛으로 인사만 하거나 손 흔들거나, 뭐 이 정도요.”
“오, 다행이구나. 수업은 재밌고?”
“네, 새로운 거 배우니까 재밌어요.”
“마음에 드는 여자는 없니?”
김복녀가 슬쩍 물었다.
“하하. 할머니도 참. 후배 여자애들 다들 착하고 좋아요.”
“그런 거 말고, 여자친구 삼고 싶은 애는 없냐고.”
“에이, 없어요.”
하준이 피식 웃자, 윤기철이 끼어들었다.
“아이고, 엄마, 얘 이제 겨우 스물두 살이에요. 요즘은 다들 서른은 넘어야 결혼하는데, 벌써부터 웬 여자친구 타령?”
“결혼은 나중에 해도 연애는 할 수 있잖아.”
“뭐, 그럴 수 있지만, 하준이는 연예인이라 연애하기 쉽지 않죠. 비밀 연애도 힘들고, 그렇다고 공개 연애는 더 힘들고······. 또 이제 막 성인 배우로 인정받았는데, 급할 거 없잖아요. 연애는 천천히 해도 되죠.”
“하준 애비 그렇게 안 봤는데, 늙은 나보다 생각이 올드하다? 연예인도 연예인이기 이전에 사람이야. 연예인 하준이 인간 하준보다 더 중요한 게 되면 안 되지. 난 하준이가 지금 나이에 해볼 수 있는 거 많이 해봤으면 좋겠어. 풋풋한 20대의 사랑 같은 거 말이야. 괜히 연예인이라서 몸 사리지 말고.”
김복녀의 말에 최선희가 얼른 맞장구를 쳤다.
“저도 어머니 말씀에 동의해요. 하준아, 물론 억지로 연애를 하라는 건 아니고, 연예인이라서 연애나 사랑을 포기하진 말라는 거야.”
“그렇지! 내 말이 그 말이야. 역시 여자들끼리는 말이 잘 통해. 오호호.”
김복녀가 최선희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웃었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하준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활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할머니, 좋은 말씀 감사해요. 저도 생각 좀 해봐야겠네요.”
윤기철도 김복녀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반박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TV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하준이 목소리······ 어? 하준이 나온다!”
김복녀가 가장 먼저 하준의 목소리를 알아채고 TV로 고개를 돌렸다.
TV에서는 하준이 찍은 커피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캐주얼한 남친 룩의 하준이 멋지게 커피에 얼음을 넣더니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기, 힘들지? 이 커피 마시면서 잠깐 쉬어.
“어머, 어머! 너무 멋있다!”
“오, 하준이 역시 여기서도 연기 잘하네. 하하.”
광고 속 하준은 곧 커피 2잔을 들고 창가로 이동했고,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아, 시원해.
그러고는 다시 화면을 마치 여자친구를 바라보듯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쿠션을 부둥켜안은 김복녀와 최선희는 이 모습을 흐뭇한 미소로 보고 있었고, 하준은 민망한지 살짝 눈을 가리고 TV 화면을 힐끗거리고 있었다.
광고의 끝에는 ‘지친 일상의 휴식, 레스티’라고 내레이션이 나왔다.
그렇게 광고가 끝난 줄 알았는데, 마지막으로 하준이 다시 등장해 화면을 지그시 바라보며 물었다.
-같이 마실까?
최선희와 김복녀는 마지막 하준의 멘트를 듣고 호들갑을 떨며 좋아했다.
“어머머머!”
“오호호호. 이거 보고 여자애들 여럿 쓰러지겠네!”
하준은 쑥스러웠지만 최선희와 김복녀가 좋아하는 걸 보니 광고가 꽤 잘 나왔다고 생각했다.
최선희와 김복녀는 광고가 끝나고도 한참을 광고가 잘 나왔다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몇 분 후, 윤기철이 TV 화면을 또 가리켰다.
“어어? 하준이 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