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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136화 (136/150)

136화

136화

다음 날, 하준은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김유택은 하준의 첫 등교라며 학교에 데려다주고 싶어 했으나, 하준은 정중히 거절했다.

하준의 밴은 새하얗고 큰 데다가 금색 띠가 둘러져 있어 사람들의 주목을 매우 끌기 때문이었다.

대신 윤기철이 자신의 차로 하준을 데려다주기로 했다.

“하준아, 너도 이제 면허도 있는데, 차 한 대 뽑을래?”

윤기철이 운전을 하며 하준에게 물었다.

그러자 하준이 눈썹을 팔(八)자로 만들며 되물었다.

“왜요? 저 데려다주기 귀찮으세요?”

“아이고, 그건 절대 아니지!”

“하하, 농담이에요.”

하준은 당황한 윤기철의 표정을 보고 장난이었다며 웃었다.

윤기철 역시 하준의 이런 농담이 싫지 않은지 함께 웃으며 말했다.

“하하, 이제 아빠도 놀리네? 아빠 놀려 먹으니까 좋아?”

“네!”

하준이 씨익 웃으며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그러더니 곧 다시 윤기철에게 물었다.

“차 뽑는 게 나을까요? 안 그래도 학교 다니면 개인적으로 다닐 일이 많아질 텐데, 대중교통 이용하기는 좀 불편할 것 같고, 그렇다고 아버지한테 매번 데려다 달라고 하기도 좀 그래서 고민 중이었어요.”

“그래, 나도 네 개인 스케줄 다닐 게 걱정돼서 물어본 거야. 아, 마침 너 자동차 광고 들어온 거 때문에 한 번 돌아봐야 하잖아? 그때 골라보자, 어때?”

“좋은 생각 같아요!”

“근데 대신 새 차 끌고 다니기 전에 내 차로 연습 좀 해. 원래 새 차 사기 전에 아빠 차로 연습하고 그러는 거니까.”

“네, 그럼 아빠가 연습시켜주시는 거예요?”

“그럼, 당연하지!”

“감사합니다. 하하.”

하준은 운전 필기와 실기 모두 만점으로 통과했고, 실전 운전도 잘 할 자신이 있었지만, 아빠와 함께 운전연습을 해보고 싶었다.

생각만 해도 너무 행복할 것 같았으니까.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올 때는 유택이가 데리러 온댔지?”

“네, 바로 촬영가요. 운전 조심해서 가세요.”

하준은 윤기철에게 인사하고 한국대 입구에서 내렸다.

백팩 하나를 매고 뚜벅뚜벅 학교로 들어가자, 등교하던 다른 학생들의 시선이 하준에게 하나둘씩 꽂히기 시작했다.

“하준 아니야?”

“어머, 하준이다!”

“대박, 이훈 세자······!”

“드라마 찍어서 올해 복학 안 할 줄 알았는데, 대박이다······.”

“와, 진짜 잘생겼어!”

학생들은 수군거리며 하준의 주변으로 슬금슬금 다가왔다.

하준은 그 중 한 여학생과 눈이 마주쳤고, 눈이 마주친 여학생은 얼굴까지 빨개지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하준의 포스에 선뜻 말을 걸지는 못하는 모습.

하준은 그 여학생에게 활짝 웃으며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

“안녕하세요.”

“어머, 어머! 안녕하세요! 하준 씨, 너무 팬이에요!”

“감사합니다.”

“저, 악수 한 번만······.”

여학생은 용기를 내서 손을 내밀었고, 하준은 기꺼이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반갑습니다. 한국대 학생이신 거죠?”

“네, 저 서양화과예요.”

“아, 미대시구나. 전······.”

“신문방송학과! 맞으시죠?”

이미 하준이 한국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다는 사실은 너무 잘 알려진 사실이라 이 여학생은 먼저 알은 척을 했다.

“네, 하하.”

하준이 여학생과 대화를 나누고 있자, 주변에서 어슬렁대던 다른 학생들도 그들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하준 님, 너무 팬이에요!”

“오빠, <암행연인> 진짜 재밌어요.”

“실물이 진짜 깡패시다······.”

“멋있어요!!”

학생들은 하준의 사진을 찍고 악수 요청도 했다.

하준은 잠시 시계를 확인한 뒤 팬들에게 팬서비스를 해주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번에 복학하신 거예요?”

“네, 맞아요.”

“드라마 촬영 때문에 바쁘실 텐데, 대단하세요.”

“감사합니다. 바쁘긴 한데, 빨리 대학교도 다니고 싶어서요. 캠퍼스의 낭만, 이런 거 있잖아요. 하하.”

“꺄아······!”

하준이 웃자, 주변의 여학생들이 반한 듯 탄식을 내질렀다.

남학생들 역시 하준을 바라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와, 연예인은 진짜 다르다.”

“포스 장난 아니야. 개멋있네.”

“남자가 봐도 멋있어.”

하준은 학생들과 인사를 나눈 후, 수업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강의실에 들어갔다.

하준이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먼저 와 있던 학생들은 거의 동시에 낮은 탄성을 질렀다.

“오!”

“진짜 하준 선배님······!”

하준은 복학생이기 때문에 1학년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었다.

그래서 다들 하준보다 어렸다.

하준은 1학년 학생들에게 눈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찾아 앉았다.

첫 수업은 ‘커뮤니케이션의 이해’였는데, 교수님도 들어오자마자 하준을 알아보고는 반갑게 말했다.

“월드 스타를 가르쳐 보기는 처음이네요. 하하. 드라마 찍느라 바쁠 텐데, 학업이랑 병행 가능하겠어요?”

“네, 드라마 촬영은 3주 정도면 끝나거든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준 학생 덕분에 이번 학기 우리 과목 출석률이 매우 높겠네요. 다들 한 학기 동안 열심히 해봅시다.”

하준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걸 무척 좋아했기에 수업을 듣는 게 즐거웠다.

그리고 하준이 유명 배우다 보니 같은 과 학생들이 호감을 보이며 먼저 다가와서 친구들을 사귀는 것도 편했다.

점심 때는 같은 과 후배들이 서로 같이 밥을 먹자고 해서 그들 모두와 함께 학생 식당으로 이동했다.

“오늘 너희들 만난 기념으로 내가 쏠게. 다들 먹고 싶은 거 다 말해 봐.”

“우와! 감사합니다, 선배님! 저는 돈가스 먹을래요.”

“저도요! 감사합니다.”

“아싸! 감사합니다! 저······ 근데 돈가스랑 닭볶음탕 둘 다 먹어도 돼요? 제가 좀 많이 먹는 편이라······.”

하준은 후배들이 마냥 귀여워 보였다.

이렇게 밥을 사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것도 기분 좋았고.

그래서 많이 먹고 싶다는 후배들의 요청도 흔쾌히 수락했다.

“그래, 다 먹어!”

“하준 선배님, 최고!!”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후배들은 연예인이랑 이렇게 밥을 같이 먹어본 건 처음이라며 신기해했다.

그럼에도 하준을 어려워하지 않고 거리낌 없이 질문도 많이 했다.

“선배님은 활동하시면서 공부 어떻게 하셨어요?”

“천재라고 하던데 진짜예요?”

“우리 언제 노래방 같이 가면 안 돼요? 선배님 노래 라이브로 듣고 싶은데!”

“<암행연인> 뒤에 어떻게 돼요?”

“뭘 먹어야 선배님처럼 잘생겨질까요?”

대부분 하준이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들이었지만, 대답 가능한 질문에는 성심성의껏 답해주었다.

떠들썩한 점심 식사 후에 하준은 넓디넓은 한국대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도서관과 건물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물론 다니면서 마주치는 학생들과 사진을 찍어주는 것은 덤이었다.

하준은 알차게 등교 첫날을 보내고 수업이 모두 끝난 뒤 <암행연인> 촬영장으로 향했다.

“하준아, 첫 등교 어땠어? 한국대는 공기부터 다르지 않니?”

김유택이 하준을 픽업하자마자 물었다.

“재밌었어요. 공기는 뭐, 산에 둘러싸여 있어서 그런지 좋긴 좋았고요. 후배들도 많이 사귀었는데, 연예인은 이런 게 좋은 거 같아요. 어디서든 먼저 알아봐 주니까 내가 먼저 친구 사귀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게요.”

“긍정적으로 보면 그렇지. 대신 뭘 해도 주목받으니까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잖아.”

“네, 일장일단이긴 한데, 전 어릴 때부터 활동해서 그런지 다들 알아봐주는 게 불편하기보다는 고마워요.”

“너 은근 관종기 있는 거 아냐?”

“헛, 그럴지도요. 하하.”

“하하. 그럼 오늘 촬영도 안 떨리겠네?”

“아휴, 그건 다르죠. 지금 엄청 떨려요.”

하준이 금방 웃음을 멈추고 입술에 힘을 주었다.

오늘 촬영은 바로 하준의 생애 첫 키스신이었기 때문이다.

“너 키스신 처음이지?”

“네.”

“실제로도 처음이고?”

“네, 형 아시잖아요, 저 모쏠인 거.”

“알지, 알지. 그래서, 어떻게, 키스 연습은 좀 했니?”

김유택이 하준을 놀리듯 물었다.

“그거 연습을 어떻게 혼자서 해요······. 그냥 드라마 키스신 모음 열심히 찾아봤어요.”

“시뮬레이션만 열심히 돌렸구나? 하하.”

“네, 저 진짜 너무 걱정이에요. 키스 잘 못하면 어떡하죠? NG 많이 내면 가은 누나한테도 미안하고······.”

“에이, 하준아, 네가 못하는 게 어딨니? 지금까지처럼 키스신도 잘 할 수 있을 거야. 너 스스로를 믿어!”

김유택은 하준이 이렇게 걱정을 하는 것은 처음 봐서 놀리는 것은 그만두고 격려를 해주었다.

약 1시간 후, 하준은 촬영장에 도착했고, 분장을 한 뒤 심가은에게 찾아갔다.

“누나.”

“어, 하준아.”

“미리 죄송해요. 저 오늘 키스신 NG 많이 낼지도 몰라요. 근데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라는 거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호호, 괜찮아. 나도 첫 키스신 때 엄청 떨고 NG 진짜 많이 냈어. 욕도 좀 먹었지. 다 이해해. 그리고 뭐, 너도 내가 NG 많이 내도 다 이해해줬잖아. 걱정 말고 편하게 해.”

평소에 하준이 자기 잘못으로 NG를 낸 적은 거의 없었다. 대사도, 행동도 완벽하게 숙지하고 오니까.

하지만 심가은은 하준보다는 NG를 좀 내는 편이었다.

“고마워요.”

“내가 리드하는 거였으면 네가 편했을 텐데, 내가 도와줄 게 없네. 아, 지금 미리 연습 좀 해볼까?”

“지금요?”

갑자기 연습을 하자고 하니, 하준의 심장이 갑자기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응, 이리 와, 해보자.”

하준은 키스신 합을 맞춰보자는데 거절할 수 없었다.

그는 심가은에게 다가가 정면에 섰다.

“자, 우리 둘이 눈이 마주쳤다, 세자 웃다가 순간 긴장된 표정 짓고, 기습 키스 들어오는 거야. 고개 어느 쪽으로 돌릴 거야?”

“오른쪽······이요.”

“알겠어. 그럼 내가 고개 살짝 틀어줄게.”

심가은은 대충 동작을 맞춘 뒤 하준과 키스신 연습을 시작했다.

하준은 어제 봤던 키스신 장면들을 다시 한번 상기하면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뒤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오른손으로 심가은의 목덜미와 귀 부분을 부드럽게 감싸며 그녀의 입술을 자기 입술로 지그시 터치했다.

‘아랫입술을 가볍게 먹듯이······.’

하준은 키스 장인이라 불리는 남자 연예인들의 키스신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는 커다란 손으로 상대 얼굴을 부드럽게 감싼다는 것, 그리고 둘째는 상대 입술을 가볍게 먹듯이 움직인다는 것.

하준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눈을 감은 채 오로지 키스를 잘 해내겠다는 일념으로, 공부한 모든 키스 노하우를 이 연습 키스에 쏟아부었다.

몇 분 같던 몇 초의 시간이 흐르고, 하준은 서서히 눈을 뜨고 심가은에게서 떨어졌다.

하준이 입술을 뗐음에도 여전히 눈을 감고 있던 심가은은 살짝 입을 벌린 채 볼이 붉어져 있었다.

“누, 누나? 어땠어요?”

하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심가은이 눈을 번쩍 뜨더니 갑자기 하준의 팔뚝을 퍽퍽 때리며 소리쳤다.

“아, 뭐야, 너! 키스 못한다며? 왜 거짓말해?”

“네? 거짓말이요? 아닌데, 저 지금 키스 처음 해봐요.”

“진짜 처음 맞아? 완전 베테랑인데? 솔직히 말하면, 나 지금까지 해본 키스 중에서 제일 좋았어······.”

심가은은 조금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정말요? 진짜? 고마워요! 아하하.”

하준은 심가은이 좋았다고 말해주자, 뛸 듯이 기뻐했다.

“지금 한 것처럼만 하면 될 거야. 넌 어떻게 된 애가 키스까지 잘하냐······ 누나 설레게. 후우. 나 먼저 간다.”

심가은은 자신의 속마음을 작게 읊조리며 자리를 피했다.

여기 더 있다가는 심장이 터질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하준은 그런 심가은의 마음도 모르고 방금 한 첫 키스를 속으로 복기해보고 있었다.

‘손으로 얼굴을 이렇게 감싸고, 입술을······. 아, 근데 이거 화면에도 이쁘게 나오려나? 흠, 그건 직접 찍어봐야 알겠다······.’

잠시 후, 드디어 이훈 세자와 홍수련의 키스신 촬영이 시작되었다.

두 사람은 본 촬영에 들어가기에 앞서 가볍게 리허설로 동작을 맞춰본 다음,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갔다.

“레디, 액션!”

군관들을 따돌린 이훈 세자와 홍수련은 안도의 숨을 몰아쉬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무사히 위기에서 빠져나왔다는 생각에 웃음 짓던 두 사람은 일순간 야릇한 눈빛이 오고 가게 되었고, 이훈 세자는 홍수련의 입술을 덮쳤다.

긴장된 공기가 감도는 가운데, 주변 스태프들은 모두 숨을 멈추고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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