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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135화 (135/150)

135화

135화

“크으!”

하준이 한 번에 맥주 반 캔 정도를 들이켜더니 캔을 테이블에 탁 내려놓았다.

“어머, 우리 하준이 술 잘 마시네! 맥주 광고 해도 되겠는데? 오호호.”

김복녀가 하준의 맥주 마시는 모습을 보고 냅다 칭찬부터 했다.

김복녀의 눈에는 하준이 뭘 하든 예뻐 보였으니까.

“하하, 할머니, 저 잘은 못 마셔요. 지금은 좀 긴장이 돼서 마신 거예요.”

“그래, 잘 못 마시는 게 건강에는 낫지. 그럼, 그럼.”

김복녀는 금방 태세를 전환하며 하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윤기철이 피식 웃더니 하준에게 물었다.

“15년차 배우님이 왜 긴장이 되실까나?”

“아역일 때랑은 다르잖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는 로맨스 드라마 남주니까······. 근데 사람들은 아직 날 아역으로만 기억하고 있을 거고요. 로맨스 연기 오글거린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이에요.”

하준이 솔직한 속마음을 말했다.

윤기철이 하준을 격려해주려고 말문을 열려는데, 김복녀가 한발 빨랐다.

“아이구, 하준아, 걱정 마! 이 할미가 보기에 우리 하준이 너무 늠름하고 멋져! 여자들이 보면 다들 홀딱 반할걸?”

“할머니 말씀이 맞아. 엄마 친구들도 너 군대 갔다 오더니 너무 멋있어졌다고 든든한 아들 있어서 좋겠다고 얼마나 그랬다구.”

최선희도 김복녀를 거들며 하준을 안심시켰다.

“정말요?”

“그럼! 촬영 때도 여자 스태프들이 다들 너 너무 멋있다고 엄청 얘기한다고 유택이가 뿌듯해했어. 대중들 눈도 그 사람들이랑 별반 다르지 않을 거야.”

윤기철은 김복녀와 최선희가 자기 대신 하준을 위로하니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하준은 다른 사람들의 입으로 걱정 말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확실히 걱정이 덜 되는 것 같았다.

그때, TV에서는 광고가 모두 끝나고 드디어 <암행연인>이 시작되었다.

“어? 한다, 한다!”

윤기철의 말에 하준 가족은 얼른 말을 멈추고 다들 TV로 시선을 돌렸다.

<암행연인>의 첫 장면은 한밤 중에 복면을 한 세자와 세자의 호위무사가 양반집의 곳간을 터는 장면으로 시작되었다.

김복녀는 담을 휙휙 뛰어넘고 지붕 위를 날아다니는 하준의 모습을 보고 엄지를 치켜들어 하준에게 내밀었다.

하준은 언제나 하준을 격하게 응원해주는 김복녀가 고마워 김복녀의 손을 꼬옥 잡아 감사함을 전했다.

곳간을 턴 장면 다음에는, 날이 밝은 후 백성들이 자기 집 마루나 마당에서 돈주머니와 쌀주머니를 발견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김복녀는 이 훈훈한 장면이 마음에 드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1화에서는 세자와 왕권의 상황, 양반들의 백성 수탈, 세자와 조정대신들의 대립, 1년 전 좌의정의 역모 사건 등이 짧게 보여졌고, 세자와 홍수련이 복면을 한 채 맞닥뜨리는 장면으로 끝이 났다.

김복녀는 1화가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박수를 치며 외쳤다.

“오, 브라보!”

그러자 최선희와 윤기철도 덩달아 박수를 쳤고, 하준은 활짝 웃으며 인사를 했다.

“하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재밌으셨어요?”

“그럼! 진짜 재밌었어. 하준 에미도 수고했다. 내용이 아주 재밌네.”

김복녀가 최선희에게도 칭찬했다.

윤기철도 하준과 최선희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둘 다 너무 수고했네. 하준이 액션 연기도 좋고, 비주얼도 좋고, 스토리도 아주 좋았어. 아, 연출도 좋더라. 오 감독님이 역시 실력이 좋으셔.”

한바탕 칭찬을 받은 하준은 남은 치킨과 맥주를 마시며 검색을 시작했다.

가족들의 반응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대중들의 반응이었으니까.

[이훈 세자 개멋있다······♥♥♥♥♥]

[설정 개쩜 ㄷㄷㄷ 세자+의적이라니!! 세자만으로도 멋있는데 복면의적 간지 대박~]

[하준 오빠♥ 패션쇼 보는 줄!! 블랙복면 보고 심쿵했는데 세자복 보고 한번 더 심쿵함]

[엔딩 눈빛 설렘사 ㅠㅠ 내가 여주였으면 이미 반했을 듯]

[와~ 상남자 돼서 돌아온 하준이는 the love 그 잡채! 하준아 누나가 격하게 아낀다!!]

[잘 자랐다 하준이 bb 이제 국민아들 아니고 국민남친 될 듯^^]

[그 귀엽던 하준이가 벌써 이렇게 커서 로맨스를.. 커헙 ㅜㅜ 랜선이모 뿌듯~]

[드라마 존잼 필~ 하준이도 너무 멋있고, 내용도 흥미진진!]

여러 커뮤니티와 드라마 클립의 댓글들을 보니 호평 일색이었다.

무엇보다 다행인 건 다들 하준을 여전히 귀여운 아역으로가 아니라 멋진 남자로 받아들인 것 같았다.

하준은 그제서야 활짝 웃었다.

“와, 반응 괜찮아요. 다행이다······”

최선희와 윤기철은 기사들을 훑어보다가 하준에게 맞장구를 치며 기사 제목들을 읽어주었다.

“기사도 다 좋게 났어. 들어봐. ‘진짜 남자가 되어 돌아온 하준, <암행연인>에서 세자로 완벽 변신’, ‘아역 배우 하준은 잊어라, 정의로운 세자 납신다’, ‘<암행연인> 하준, 첫 화부터 팔색조 매력 선보여’······.”

“‘<암행연인> 하준, 시크세자와 다정의적, 반전미로 여심 저격’,‘<암행연인>, 첫 화부터 하준 매력 대방출’, ‘<암행연인>, 소문난 잔치에 볼거리 많다! 시청자들 호평 일색’······.”

최선희와 윤기철이 기사 제목을 하나씩 읽을 때마다 하준의 입꼬리는 점점 더 위로 솟구쳐올랐다.

“오호호, 내가 걱정말라고 했잖니! 자, 우리 축하의 의미로 건배하자, 건배.”

김복녀는 웃으며 맥주를 먼저 치켜들었고, 다른 가족들도 그녀를 따라 얼른 캔맥주를 들었다.

“우리 하준 에미와 하준이의 성공적인 첫 방송 축하한다!”

“축하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어 윤기철이 건배사를 하나 더 했다.

“아, 나도 한 마디! <암행연인> 시청률 대박을 위하여 건배!”

“건배!”

하준은 신나게 가족들과 맥주캔을 부딪치며 건배를 했다.

하준은 새삼스럽게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의 위로와 축하,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며 가볍게 맥주 한 잔 마시는 이 화목한 분위기.

금방 끝내고 싶지 않을 만큼 행복한 자리였다.

하준의 가족들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그날 밤 그들은 이것저것 안주도 추가해가며 밤늦도록 이야기꽃을 피웠다.

***

<암행연인>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첫 방송 시청률이 8%로 시작해서 회를 거듭할수록 쭉쭉 상승해 8화에 벌써 15%를 돌파했다.

또한 함께 공개된 N플릭스에서도 국내 주간 시청 시간 1위를 기록 중이었고, 화제성 여론조사에서도 1위에 등극했다.

덕분에 여주인공인 심가은은 인지도를 확 높였고, 하준은 아역 배우 이미지를 훌훌 벗어버리고 성인 배우로서 다시 한 번 단번에 스타덤에 올랐다.

“하준아, 광고, 인터뷰, 화보, 사방에서 난리다, 난리! 으하하하. 그리고 들어온 광고들 전부 멋진 남자 배우들이 찍는 광고야.”

최 대표가 신이 나서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그러자 하준보다 김유택이 더 궁금해하며 물었다.

“어떤 광고 들어왔는데요? 궁금해요, 빨리 말해주세요!”

“가만 있어 봐. 일단 하준아, 너 면허 땄댔지?”

“헐!! 설마, 자동차 광고 들어왔어요?”

최 대표의 말에 김유택이 금방 알아채고는 되물었다.

“어, 맞았어! 터프한 남자라면 자동차 광고 하나쯤은 해줘야지!”

“<암행연인> 촬영 들어가기 전에 따 놓길 잘했네요. 자동차 광고는 당연히 해야죠!”

하준은 좋아하며 얼른 답했다.

하준이 면허를 따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자동차 광고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남자다운 이미지를 구축하기에도 좋고, 멋있어 보이니까.

“좋아, 근데 여러 군데서 제안 와서 골라야 돼. 선택권은 우리에게 있지. 하하. 자동차 보고 네가 마음에 드는 걸로 하자. 그리고, 부드러운 남자라면 해야 하는 광고가 또 있는데······.”

“오! 저 알 것 같아요. 커피죠? 맞죠?”

김유택이 호들갑을 떨며 끼어들었다.

“정답! 근데 하준이 커피 싫어하잖아? 그치? 안 먹는 커피를 맛있다고 광고하는 건 좀 그렇지? 이건 아쉽지만 뺄까?”

최 대표가 하준에게 물었다.

그런데 하준 대신 김유택이 뿌듯하다 못해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대표님, 제가 하준이의 매니저로서 이번에 커피를 좀 가르쳤습니다.”

“커피를 가르쳐?”

“네, <암행연인>이 밤샘 촬영이 많잖습니까? 그래서 하준이가 졸려 하길래 커피를 먹였죠. 이제는 하준이도 맛을 좀 알겠다면서 잘 먹습니다! 하하.”

“정말? 하준아, 진짜 커피 잘 마셔?”

최 대표가 놀라면서도 반가워하며 하준에게 물었다.

“네, 커피도 먹다 보니까 씁쓸한 맛 속에서 뭔가 고소한 맛도 나고 맛있더라고요.”

“좋았어! 유택아, 잘했다, 잘했어. 커피 광고 진짜 아까웠는데, 하준아, 이것도 하자.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거야.”

“음, 네. 부드러운 남자라면 해야 한다고 하셨으니까, 해볼게요. 자동차 광고와는 다른 이미지를 보여줄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래, 그래! 넌 팔색조 매력의 남자잖니! 으하하.”

최 대표는 기분이 너무 좋은지 계속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아, 다음은 술인데, 맥주랑 소주 둘 다 들어왔어. 이게 또 고민이야.”

“맥주는 그렇다 치는데, 소주도 들어왔어요? 소주는 보통 여자 연예인들이 하는 거 아닌가?”

하준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보통 맥주는 남자 연예인들이, 소주는 여자 연예인들이 광고했기 때문이다.

하준은 이 점이 신기해서 한 번 그 이유를 검색해 본 적이 있었다.

그 이유는 주 타겟층이 맥주는 여자, 소주는 남자였기 때문이었다.

알콜 도수가 낮은 맥주는 주로 여자들이 많이 마시고, 도수가 높은 소주는 주로 남자들이 많이 마시니 서로 반대되는 성별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것이다.

“그렇지, 근데 <암행연인>에서 세자가 혼술하는 장면들 나오잖아? 그 모습을 보고 소주 광고해도 멋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대. 그리고 요즘에는 남녀를 따지기보다는 인기 많거나 브랜드 이미지와 부합하면 기용한다나 봐.”

“아하.”

하준은 납득이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그래서 고민이라는 거야. 신선하게 소주 광고로 갈지, 무난하게 맥주 광고로 갈지. 솔직히 술 광고도 하나 하는 게 성인 이미지 각인시키는 데 좋을 것 같거든.”

“음, 고민이긴 하네요. 이건 고민 좀 해봐야겠어요.”

“오케이. 아, 다음으로······화장품도 많이 들어왔어. 참참, 그리고 참신한 거 하나 있다. 렌즈 광고가 들어왔더라고. 아하하. 너 복면 쓰면 눈만 보이잖아? 근데 눈이 너무 예뻐서 렌즈 광고하면 너무 잘 어울릴 것 같대. 나 이 얘기 듣고 은근 설득됐잖냐.”

최 대표의 말에 김유택도 박수를 짝 치며 동의했다.

“오, 진짜 하준이 눈이 촉촉하니 엄청 반짝이잖아요. 렌즈 광고도 괜찮다!”

“제 눈이 그렇게 반짝여요?”

“그렇다니까! 반짝이는 렌즈 낀 거 같아.”

“근데 저 시력 좋아서 렌즈 안 끼는데······. 원래 렌즈 안 끼는 사람이 렌즈 광고 하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

“음, 그건 좀 그렇긴 하지. 나도 특이한 광고 품목이라 그냥 얘기한 거야. 그럼 이건 패스하고······.”

하준은 광고도 자기가 그 제품이 마음에 들고, 직접 사용해보고 괜찮으면 선택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렌즈 광고는 바로 포기했다.

최 대표는 계속해서 제안 온 광고들과 각종 인터뷰, 화보 촬영 요청 등을 하준에게 설명했고, 마지막에 자료를 건네주며 말했다.

“자, 설명은 다 했으니까, 검토해보고 골라서 알려줘.”

“네, 알겠습니다.”

“하준아, 내일 개강이랬지?”

“네, 대학 첫 등교라 엄청 기대돼요.”

“그렇겠네. 그럼 학교 잘 다녀와. 친구도 많이 사귀고.”

“네!”

하준은 들뜬 목소리로 대답하고 대표실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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