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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134화 (134/150)

134화

134화

“베리 굿 뉴스는 말이야, N플릭스에서 <암행연인> 공개 요청이 왔대!”

최 대표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원래 지상파 드라마의 경우 쿼터제 때문에 1년에 2작품만 N플릭스에 공개가 가능했다.

“어? 그거 이미 정해진 거 있어서 N플릭스 방영은 안 될 것 같다고 들었는데, 아니었어요?”

하준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아니, 맞아. SBC가 내년에 공개할 작품 2개를 이미 N플릭스에 통보를 해 둔 상태였지. 근데 N플릭스 측으로부터 네가 출연하는 <암행연인> 소식 들었다고 그걸로 바꿔달라고 요청이 왔대.”

“와, 역시! 하준이가 <신비종>으로 N플릭스에 돈 많이 벌어다줬잖아요. 그러니까 이번에도 잘 되겠다 싶어서 요청했나 보네요. 하하, 하준아, 축하한다.”

옆에 있던 김유택이 좋아하며 하준에게 축하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하준은 조금 난감한 표정이었다.

하준의 표정을 본 최 대표가 하준에게 물었다.

“왜 그래? 안 기뻐?”

“기쁘긴 한데요, 이미 정해져 있던 작품을 빼고 <암행연인>이 들어가는 거라서 좀 미안하네요······.”

“음, 그럴 수 있어. 근데 N플릭스에서 요청한 거니 어쩔 수 없지. 우리가 그 제안을 거절할 위치는 아니니까.”

최 대표의 말이 맞았다. 이건 하준이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거절할 수 있는 당사자는 SBC였는데, SBC도 N플릭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위치였다.

그리고 한편으로 SBC는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바로 N플릭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사실 이번 <암행연인>이 급하게 편성돼서 N플릭스에서 공개하지 못하는 것을 아쉽게 생각하고 있던 차였기 때문이다.

“아휴, 우리 하준이, 이렇게 착해서 이 세상 어떻게 살아갈래? 세상은 원래 그런 거야. 누구든지 가능하면 이득이 더 많이 생길 것 같은 쪽을 선택하지.”

“그래, 그건 유택이 말이 맞다. 세상이 다 그런 거야.”

김유택의 말에 최 대표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준 역시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네······. 아무튼 더 열심히 해야겠네요. N플릭스에서 공개되면 전세계에 공개되는 건데, 망신당하면 안 되잖아요.”

하준은 N플릭스 공개에 부담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이에 최 대표는 하준을 믿는다는 듯 하준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넌 항상 열심히 하잖아. 하던 대로 하면 돼.”

***

“세자 저하, 요즘 잠행을 나서는 일이 잦으십니다.”

김 내관이 이훈 세자에게 말했다.

“아, 백성들이 살기가 어렵다기에 그 연유를 좀 파악해보려고 그러는 것이다.”

“그런데 왜 백성들을 만날 수 있는 낮에는 안 나가시고 밤에만 몰래 다니시는 겁니까?”

“그것은······ 진짜 속마음은 술이 좀 들어가야 나오기 때문이지. 밤에 주막에 가서 앉아 있으면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거든.”

이훈 세자는 잠시 당황하는 듯했으나 곧 잘 둘러대었다.

그러자 김 내관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의적놀이는 이제 그만 하시지요. 그러다 들키시기라도 하면 큰일 납니다.”

“의적놀이? 내가 하는 게 놀이로 보인단 말이냐?”

이훈 세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버럭 화를 냈다.

“오케이, 컷!”

<암행연인>의 오 감독이 컷을 외치자, 갑자기 힘찬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하준은 의아함에 박수 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보통 그날 촬영의 마지막 때나 서로 수고했다고 인사하며 박수를 치지, 이렇게 중간에 박수를 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아! 오셨어요? 안녕하세요!”

하준이 돌아본 곳에는 신나게 박수를 치고 있는 유재선과 조세후가 있었다.

유재선과 조세후는 하준과 <유퀴스> 촬영을 하기 위해 직접 <암행연인> 촬영장에 찾아온 것이었다.

“세자 저하, 안녕하십니까?”

유재선과 조세후는 얼른 머리를 조아리며 하준에게 인사했다.

하준은 당황해하며 두 사람에게 달려가 똑같이 맞절을 했다.

“추운데 먼 길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오랜만에 만날 하준 저하 생각에 아주 즐겁게 왔습니다.”

유재선은 얼른 하준의 말을 받아 사극 말투로 정중히 대답했다.

그러자 조세후도 한마디 거들었다.

“오는 길에 경치도 무척 좋아서 놀러 가는 것 같았씁죠.”

“아이, 참. 세후 씨, 씁죠가 뭐예요, 씁죠가. 무슨 머슴도 아니고, 너무 없어 보이잖아.”

유재선이 조세후를 놀렸다.

“아, 그런가요? 제가 꽁트에서는 주로 그런 역할을 잘 맡아서······ 저도 모르게······.”

오자마자 핀잔을 주고받는 두 사람을 보고, 하준은 옛날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오랜만에 봬도 여전하시네요. 두 분 케미가 참 좋으세요. 하하.”

“아, 하준 씨가 세후 개그를 좋아하죠, 참. ‘씁죠’ 괜찮아요?”

“하준 씨, 어떻게, 이번에도 좀 먹혔습니까?”

“네, 음, 실은 세후 님 얼굴만 봐도 웃겨요. 하하.”

하준의 말에 조세후가 다양하게 웃긴 표정을 지어 보였고, 하준은 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주변에서 세 사람을 지켜보던 배우들과 스태프들 역시 웃음이 터졌다.

“아, 여기 촬영장 분위기 너무 좋네요. 제 스타일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조세후는 자신을 보고 웃어주는 주변 사람들에게 사방으로 인사했다.

유재선도 조세후를 따라 주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더니 하준에게 말했다.

“하준 씨, 아직 촬영 좀 더 남았죠? 저희는 여기 좀 돌아보면서 구경하고 있을 테니까, 촬영 끝나면 연락 주세요.”

“네, 금방 끝내고 가겠습니다.”

유재선과 조세후는 <유퀴스> 스태프들과 함께 다른 곳으로 이동했고, 하준은 남은 드라마 촬영을 마저 했다.

약 1시간 후, 하준은 다시 유재선과 조세후를 만났다.

하준은 세자 복장 그대로 입은 채 두 사람의 사이에 앉아 인터뷰를 시작했다.

“하준 씨, <유퀴스>에 나왔던 게 언제였죠?”

“초등학교 때 한 번, 중학교 때 한 번 나왔었어요.”

“성인이 된 후에는 처음인 거죠?”

“네, 그렇죠.”

“와, 근데 너무 멋있어졌어요. 군대를 갔다 와서 그런가, 아니면 세자 옷을 입고 있어서 그런가, 아무튼 상남자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감사합니다.”

“너무 잘 자라줘서 팬 입장에서 제가 더 감사하네요. 시청자 분들도 국민아들이 이렇게 잘 자라줘서 무척 뿌듯할 겁니다.”

먼저 유재선과 조세후는 하준이 남자다워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근황 이야기에 앞서 군대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대 합격하자마자 자진 입대를 했는데요, 특별히 빨리 갔다 오고자 한 이유가 있었나요?”

“네, 저도 성인이 됐으니 아역 배우 이미지를 벗어야 하는데, 군대를 갔다 오면 자연스럽게 공백기도 생기고, 스스로도 진짜 남자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빨리 다녀왔습니다.”

“오, 그렇죠. 아역 배우들은 아역 때의 이미지가 대중들에게 박혀 있어서 성인이 되었을 때 그걸 해결하는 게 숙제라고 하더라고요. 오늘 하준 씨 보니까 진짜 남자다워 보이는 게, 군대에 빨리 다녀오길 잘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하하. 아, 그리고 한창 활동하다가 중간에 가면 뭔가 흐름이 끊길 것 같아서 그런 이유도 있어요.”

“아, 그렇군요. 여러모로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 같네요. 참, 한국대 복학은 올 3월에 하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올해는 드라마 촬영에, 학교 복학에, 무척 바쁘시겠네요.”

드라마 이야기가 나오자, 조세후가 자연스럽게 끼어들어 <암행연인>에 관련된 질문을 꺼냈다.

“이번에 촬영 중인 드라마에서 이 복장으로 나오시는 거죠? 이 복장이 세자 복장이죠?”

“네, 지금 <암행연인>이라는 사극 로맨스 드라마 촬영 중이고요, 제가 맡은 역할은 세자 이훈 역할입니다.”

“어릴 때 세자 아역을 하셨었잖아요? 근데 성인이 돼서 세자 역할을 또 해보시니까 어떠세요?”

“어릴 때는 앞에 잠깐 나오는 거라서 전혀 부담감이 없었는데요, 지금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주인공으로서 극을 이끌어 가야 하는 게 어깨가 무겁네요.”

“그렇군요.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어, 음, 그러니까······.”

조세후는 일단 주워들은 명언을 내뱉은 후 다음 말을 생각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유재선이 피식 웃으며 조세후를 다그쳤다.

“세후, 그래서 뭐 어쩌란 건지 말을 좀 해주세요.”

“음, 뭐, 그런 말이 있으니까 견디면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조세후가 아무렇게나 말을 마무리 짓자, 유재선과 하준이 폭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하준 씨, 아무튼 좋은 말입니다.”

“네, 제가 잘 견뎌 보겠습니다. 하하.”

유재선은 한바탕 웃어 젖히더니 곧 하준에게 질문을 이어갔다.

“<암행연인>은 하준 씨가 어머니이신 최선희 작가님과 함께 집필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맞나요?”

“네.”

“와, 하준 씨는 재주가 정말 많은 것 같아요.”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글 쓰는 건 아마도 부모님 두 분 다 시나리오를 쓰셔서 그런 것 같아요.”

“오, 그렇군요. 직접 집필에도 참여하셨으니까 내용을 더 잘 아실 것 같은데요, <암행연인>이 어떤 내용인지 소개 좀 해주시겠어요?”

“간단히 말하면, 세자 이훈과 역모의 죄를 뒤집어쓰고 몰살당한 좌의정 가문의 딸인 홍수련의 사랑이야기예요.”

“헉, 근데 이러면 서로 원수 집안 아닙니까?”

조세후가 급 드라마 내용에 몰입하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네, 맞아요,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느낌이죠.”

“근데 제목이 <암행연인>인 이유는 뭔가요?”

“암행의 뜻이 ‘어떤 목적을 위하여 자기의 정체를 숨기고 돌아다님’이거든요? 먼저, 세자는 조정대신들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느라 백성들을 수탈한다는 사실을 알고 어쩌다 보니 의적 활동을 하게 돼요. 조정대신들의 곳간을 털어서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눠주죠.”

“와, 세자가 의적이라니, 신선한데요? 멋지기도 하고요. 아무튼 그래서요? 그럼 여주인공은 뭐해요?”

“홍수련은 집안의 복수를 위해 사병을 모으고 있어요. 그런데 돈이 없으니까 양반집들을 털어요. 조금은 가난한 백성들을 돕기도 하지만, 주로 역모를 도모하기 위한 자금으로 사용하죠.”

“이야, 흥미진진한데요? 그럼 두 사람은 양반집 털다가 만나는 건가요?”

유재선이 하준에게 가까이 다가와 앉으며 물었다.

“네, 맞습니다. 양반집을 털다가 만나서 사랑에 빠지게 돼요. 당연히 두 사람은 서로의 정체를 숨길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제목을 <암행연인>으로 정했어요.”

“반역자의 딸이야 정체를 숨겨야 하지만, 세자는 자기 정체를 밝힐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백성들은 조정대신들만 욕하는 게 아니라 왕도 싫어하거든요. 극중 왕은 왕권이 약해서 조정대신들의 뜻대로 움직이는 허수아비니까요. 그래서 세자도 몰래 뒤에서 의적 활동을 하는 것이고요.”

“오, 이거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에, 정치적인 것도 섞여 있고, 의적 이야기도 나와서 너무 재밌을 것 같네요.”

유재선의 말에 조세후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 취향이네요. 꼭 봐야겠어요. 언제 한다고요?”

“2월 4일 금요일 밤 10시에 SBC에서 방송됩니다.”

“SBC 금토 드라마 <암행연인>, 우리 하준 씨가 딱 이 복장으로 등장하니까요, 많은 시청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드라마는 곧 방영 예정이시고, 앨범은 언제쯤 나오나요?”

“네? 앨범이요? 저 앨범 준비한다고 말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요?”

뜬금없는 조세후의 질문에 하준이 의아해서 되물었다.

“아, 그게 아니라 언제 앨범 내실 건지 궁금해서 물어본 겁니다. 앨범은 준비 안 하세요? 제가 하준 씨 노래 나오길 기다리고 있거든요.”

“아하······. 감사합니다. 앨범은 천천히 준비할 생각이에요. 이번에는 정규앨범을 내고 싶어서요.”

“오, 정규앨범이면 열 몇 곡씩 채운 꽉 찬 앨범이요?”

“네, 근데 아직 곡을 쓴 건 아니에요. 그냥 막연히 구상 중인 거예요. 아, 대신 이번 <암행연인> OST에 제가 부른 곡도 있을 테니까, 기대해주세요.”

“와, OST! 기대하겠습니다. 자, 그럼 다음으로······.”

유재선과 조세후는 하준에게 드라마 이외에도 다양한 질문들을 많이 했고, <유퀴스> 촬영은 3시간이 넘어서야 끝이 났다.

***

2월 4일, <암행연인>의 첫 방송 날, 하준은 가족들과 함께 TV 앞에 앉았다.

첫방송을 보면서 먹으려고 치킨도 시키고 맥주도 사 왔다.

그런데 하준은 방송이 시작하기도 전에 일단 맥주를 한 캔 따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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