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꽃길만 걷는 천재스타-130화 (130/150)

130화

130화

1년 6개월 후.

“으아, 이날이 오긴 오는구나. 1년 6개월 언제 지나나 했었는데.”

“맞아요. 근데 너무 오랜만이라 더 떨린다······.”

“나두, 나두!”

“저두요. 실제로 본지 거의 2년은 된 것 같은데. 실제로 보고 기절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너무 좋아서!”

“꺄! 나도!”

전역일에 맞춰 팬카페 임원진들은 하준의 소속 부대 앞에서 들뜬 마음으로 하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팬카페 회원들을 대표해서 전역 선물을 잔뜩 가지고 이곳에 왔다.

“한 달 전쯤 군복 입은 사진 보니까 운동 많이 했는지 캡틴 아메리카 정도는 아니어도 캡틴 코리아 정도는 되는 것 같더라고요. 너무 멋있어졌어요.”

“에이, 원래 멋있었잖아. ‘더’ 멋있어진 거겠지.”

“맞아요! 음, 입대 전에는 미소년처럼 멋있었다면, 그 사진은 뭔가 상남자처럼 멋있었달까? 업그레이드된 멋있음이었어요.”

“크, 난 상남자 느낌이 더 좋더라. 우리 하준이도 그럴 나이 됐지.”

“이제 로맨스도 찍고, 액션 영화도 찍고 그럼 좋겠어요.”

“맞아, 소처럼 일하면 좋겠어. 생각만 해도 너무 너무 좋다!”

팬들은 하준이 다시 곁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이 너무 좋아서 다들 행복한 흥분상태였다.

하준의 소속 부대 앞에는 팬들 말고 취재진들도 잔뜩 몰려와 있었다.

그들은 하준의 전역 인터뷰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상태였다.

아예 하준이 서서 인터뷰할 자리를 정해두고 그 주변으로 카메라 세팅을 죽 돌려가며 해 두었고, 각각의 기자들이 가져온 마이크도 테이프로 칭칭 감아 하나로 만들어 놓았다.

몰려든 기자들을 본 하준의 팬들은 하준의 인기를 실감하며 뿌듯해했다.

그때, 하준의 밴이 기자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김유택이 전역한 하준을 태워 가기 위해 온 것이다.

하준의 차에는 윤기철과 최선희, 최 대표, 스타일리스트 박세은도 타고 있었다.

“어머, 우리 하준이 전역한다고 기자들이 저렇게나 많이 몰려왔네!”

최선희가 뿌듯하게 말했다.

“작가님, 기자들 말고 팬들도 저렇게 많이 왔어요. 선물도 바리바리 싸 들고 왔네요! 다들 얼마나 하준이 전역을 목 빠지게 기다렸겠어요?”

김유택이 흐뭇하게 웃으며 팬들을 가리켰다.

하준의 팬카페에서는 임원진들만 왔지만, 그 외에 개인적으로 찾아온 팬들도 많았다.

“하하하. 저기 보이는 기자들이랑 팬들만이 다가 아니지. 우리 하준이 전역만 기다렸던 사람들이 꽤 많아요. 전역할 때 다 돼 가니까 시나리오가 쏟아지더라고요. 거기다 시나리오들도 이제 꽤 다양해졌어요.”

“아마 하준이 요전에 휴가 나왔을 때 찍힌 사진 때문일 거예요. 근육질 상남자 스타일이 됐잖아요. 기사에서도 누나들이 ‘멋있으면 오빠’라면서 오빠라고 댓글 달더라고요. 국민오빠 될 기세였어요. 호호.”

최 대표와 박세은도 하준이 군대에 갔지만 전혀 잊히지 않은 게 자랑스러운지 몇 마디씩 거들었다.

“국민오빠? 호호, 재밌네.”

“하하하. 귀여운 하준이가 벌써 이렇게 듬직해져서 국민오빠 소리를 듣다니, 세월이 참 빨라.”

최선희와 윤기철은 하준의 새롭게 붙여질지도 모를 별명이 나쁘지 않은지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김유택은 하준을 직접 에스코트하기 위해 기자들 쪽으로 향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차에서 대기했다.

그리고 마침내 하준이 소속 부대에서 전역 신고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꺄아아!! 하준 오빠아!!”

“하준아! ‘사랑하준’ 왔다!”

“하준! 하준! 하준!”

하준이 등장하자, 팬카페 임원진들은 미리 준비해온 커다란 플래카드를 펼쳐 머리 위로 흔들어댔다.

플래카드에는 <하준의 전역을 축하합니다! ♥기다렸습니다♥> 라고 적혀있었다.

하준은 너무나 눈에 잘 띄는 플래카드를 가장 먼저 발견했고, 변치 않고 자신을 기다려 준 팬들에게 머리 위로 양팔을 올려 커다란 하트를 만들어 감사함을 표현했다.

그리고 기자들의 안내에 따라 마이크 뭉치를 받고 지정된 위치에 섰다.

“하준 씨, 먼저 전역 축하드립니다!”

한 기자의 말에 다른 기자들과 팬들이 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하준은 활짝 웃으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전역한다고 이렇게 먼 길, 발걸음해 주신 기자님들과 팬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주고받은 후, 본격적으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전역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빨리 다녀와서 시원하고, 좋은 경험 한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군대 생활은 어떠셨나요?”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배운 것도 많았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서 좋았습니다. 사회에서는 제가 연예인이지만, 군대에서는 다 똑같은 한국 남자로 대해주시니까 동기들, 선임들과도 편하게 지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입대 전보다 몸이 더 좋아지셨어요. 군대에서 운동 열심히 하셨나요?”

“음, 군대에서 훈련받다 보니 체력단련도 되고 그래서 저절로 근육이 붙었습니다. 아, 동기들이랑 서로 누가 팔굽혀펴기 더 많이 하는지 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까 몸이 저절로 좋아진 것도 같습니다. 하하.”

“내기 이기셨습니까?”

“사실 초반에는 제가 우리 생활관에서 거의 하위권이었는데, 점점 순위가 올라서 상병 이후로는 거의 1등이었습니다. 이게 먹을 거 내기나 잡일 대신 해주는 내기를 하다 보니까 승부욕이 막 불타서 열심히 했습니다.”

하준의 말에 여기저기서 팔굽혀펴기를 보여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여기서 말입니까? 음, 뭐, 먼 길 오셨으니까 보여드리겠습니다.”

하준이 팔굽혀펴기를 하려고 들고 있던 마이크를 어디에 내려놓을까 두리번거리자, 김유택이 재빨리 등장해 하준에게서 마이크를 받았다.

김유택을 본 하준은 반가운 미소를 지어 보였고, 김유택은 말 안 해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준은 기자들 앞에서 완벽한 자세로 빠르게 팔굽혀펴기를 20번 정도 보여주고 다시 일어섰다.

기자들은 연신 감탄하며 하준이 팔굽혀펴기 하는 모습을 카메라로 열심히 찍었고, 하준이 일어서자 박수가 터져나왔다.

팬들 또한 환호성을 질렀다.

“와, 너무 멋있다!”

“상남자다!”

팔굽혀펴기를 마친 하준은 다시 마이크를 받아들고 인터뷰를 이어갔다.

“전역한 지금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뭡니까?”

“소속사 구내식당 밥이 먹고 싶습니다. 구내식당 조리사님들이 아주 솜씨가 좋으시거든요.”

“보통은 집밥이 먹고 싶다고들 하던데, 하준 씨는 구내식당 밥이 집밥보다 맛있으신 건가요? 하하.”

“아하하. 그게······ 솔직히 다 맛있는데, 제가 집밥 먹고 싶었다고 하면 어머니가 고생하실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사실 어머니 솜씨도 좋으시고, 저희 할머니 솜씨도 좋으십니다.”

“어머님이 최선희 작가님이시죠?”

“네, 맞습니다. 아시다시피 어머니도 하는 일이 있으시니까 바쁘시거든요.”

최선희는 드라마 작가로서 이제 이름이 꽤 알려져 있었고, 2~3년에 한 작품 정도는 작품을 내고 있었다.

“지금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요?”

“너무 많은데, ‘가장’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가족들이 가장 보고 싶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월드 투어 팬미팅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전세계로 돌면서 팬들을 만날 계획이고요, 아직 차기작은 결정된 바 없습니다. 이제 천천히 골라볼 생각입니다.”

“여기 팬분들도 많이 오셨는데, 전역을 기다려준 팬분들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여러분, 제가 돌아왔습니다! 이제 군대는 갔다 왔으니까 더 이상 저와 떨어져 있을 일은 없을 겁니다. 군백기가 있었던 만큼 앞으로 더 소처럼 일해서 기다려주신 많은 팬분들에게 보답하겠습니다! 충성!”

하준은 멋진 경례로 팬들에게 인사했고, 팬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하준은 이 경례를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치고 김유택과 함께 팬들에게로 향했다.

“꺄아! 오빠, 더 멋있어지셨어요!”

“하준아, 이게 얼마만이야! 너무 보고 싶었어.”

“군대 갔다 오더니 더 잘생겨졌어!”

“저도 보고 싶었어요. 감사합니다.”

팬들과 하준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곧 팬카페 임원진들은 케이크를 꺼내 불을 붙였다.

케이크에는 하준의 얼굴이 프린트되어 있었고, ‘축전역’이라는 글자 모양의 초가 꽂혀있었다.

“전역 축하합니다~ 전역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하준님~ 전역 축하합니다~”

팬들은 축하 노래도 불러 주고 선물도 잔뜩 챙겨주었다.

하준은 무척 행복해하며 팬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이렇게 와 준 것도 고맙고, 선물도 너무 고마워요. 다들 조심해서 돌아가시고, 팬미팅 때 또 만나요. 감사합니다!”

팬들과 짧은 인사를 마친 뒤, 하준은 이제 밴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 아들!!”

“어머니, 아버지! 충성!”

최선희와 윤기철은 하준을 보자마자 일단 부둥켜 안았고, 하준도 그들의 품에 안겼다.

“장하다, 우리 아들! 내 아들이지만 어쩜 이렇게 군복도 잘 어울릴까? 호호.”

“고생했다. 너 없으니까 집이 허전했는데, 이렇게 듬직해져서 돌아오니 너무 좋다.”

“제가 이제 집 꽉 채워드릴게요. 아, 할머니는요?”

“할머니는 멀미하실까봐 같이 안 왔어. 집에서 기다리고 계셔.”

“그럼 얼른 집에 가야겠네요.”

가족과 인사를 한 하준은 이어 소속사 식구들과도 포옹하며 인사를 나눴다.

“네가 전역했으니 이제 걱정 없다. 하하. 혹시나 군대에서 네가 다칠까 걱정되고, 우리 회사 버팀목인 네가 없으니 회사도 걱정되고, 내 걱정이 산더미였는데 말이야. 전역 진짜 축하한다. 수고 많았어.”

최 대표가 하준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박세은과 김유택도 하준이 없어서 불편했던 점들을 털어놓으며 전역을 반겼다.

“하준이 너 만한 옷걸이가 없어서 영 코디하는 맛이 안 났어. 너한테 어울릴만한 옷들 잔뜩 생각해뒀으니까, 넌 입기만 하면 돼.”

“너 없으니까 나 진짜 허전했어. 우리가 거의 10년을 같이 붙어 있었잖냐. 돌아오니까 너무 좋다!”

하준은 이렇게, 듬직한 남자의 모습으로, 많은 이들의 환대를 받으며 전역했다.

***

하준은 예정대로 전역 후 약 한 달 반 동안 전세계 팬미팅 투어를 돌았다.

아시아 국가들은 물론이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성황리에 팬미팅을 마친 하준은 한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차기작을 고르기 시작했다.

“이거 새로 들어온 시나리온데, 한 번 봐봐.”

최 대표가 새로운 시나리오 몇 개를 하준에게 건넸다.

하준은 대표실 소파에 앉아 시나리오를 곧바로 훑어보았다.

“으음······.”

“왜, 이번에도 마음에 드는 거 없어?”

하준은 팬미팅을 돌면서 틈틈이 제안받은 시나리오들을 계속 살펴봤었다.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이 없다면서 아직도 작품을 고르지 못하고 있었다.

“전역 후 첫 작품이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특히 전 아역 배우 이미지도 벗어야 되고요. 그래서 고민이 많네요.”

“그래, 알지. 신중하게 고르는 게 맞지. 음, 작품이야 계속 들어올 테니까 너무 조급해하지는 마. 오늘은 이만 가서 쉬어. 작품 몇 개 쌓이면 연락할게.”

“네, 아, 옛날에 들어온 시나리오 중에 괜찮은 거 있는지 다시 생각해볼게요.”

“그래, 다시 생각해보면 좋은 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

집으로 돌아온 하준은 거실 소파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는데, 최선희가 자기 작업실에서 나와 하준에게 다가왔다.

“하준아, 아직 차기작 못 골랐어?”

“네, 고민이 많아요. 딱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요.”

“그래? 그럼 이거 한 번 볼래?”

최선희가 A4에 출력한 대본 뭉치를 건넸다.

하준은 최선희가 건넨 대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건, 제가 입대하기 전에 어머니한테 드린 그······.”

하준의 말에 최선희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네가 고친 내 원고. 그거 내가 또 조금만 수정 봤어. 한번 봐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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