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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116화 (116/150)

116화

116화

최선희가 <영재> 관련 북미 개봉 기사를 찾아보니, 개봉을 했다는 이야기는 많은데 아직 개봉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아 성적에 관한 기사는 없었다.

“하긴, 내가 너무 성급했네. 한 열흘은 돼야 뭐가 나와도 나오겠지.”

최선희가 자신의 설레발을 탓하며 웃었다.

“그치. 근데 뭐, 정혁구 감독님도 세계적으로도 꽤 유명하시고 한국에서도 성적 좋으니 잘 될 거야. 한국에서도 곧 천만 될 거고. 우리 아들이 언제 잘 안 된 적 있어? 하하.”

윤기철이 최선희를 따라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얼마 후, 윤기철의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개봉 23일 만에 영화 <영재> 1000만 관객 돌파]

[영화 <영재> 관객들 호평 속 천만 관객 달성]

[드디어 누적관객수 천만! 영화 <영재> 성공 비결]

[영화 <영재>, 전체관람가 최초 천만 영화 기록]

[아역 배우 단독 주연작 최초 천만 영화 <영재>]

[영화 <영재>의 하준, 최연소 천만 주연 배우 등극]

[영화 <영재>, 북미에서도 높은 예매율 기록]

[북미 박스오피스 10위, 영화 <영재> 순항 중]

[영화 <영재>, 북미 평론가들 호평 일색]

정혁구 감독은 관객수 천만 소식을 듣자마자 전시회장에 있는 하준에게로 달려왔다.

“하준아!”

정 감독이 두 팔을 쫙 펼치고 하준을 불렀다.

하준은 정 감독이 자신의 이름만 불렀는데도 그 표정과 목소리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정 감독에게 달려가 안겼다.

정 감독은 하준을 번쩍 들어 안아 신나게 몇 번 빙그르르 돌았다.

하준은 마치 비행기를 타는 기분이라 기분 좋게 까르르 웃었다.

“아이고, 이쁜 우리 하준이! 아하하. 소식 들었지? 우리 천만 됐다는 거.”

하준을 내려놓은 정 감독이 여전히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네, 방금 봤어요. 축하드려요!”

“나도 축하한다, 최연소 천만 주연 배우!”

“감사합니다!”

“사실 난 이 정도는 생각도 못 했는데, 우리 하준이가 너무 사랑스럽게 연기를 잘 해줘서 화제가 많이 된 것 같아. 그림 직접 그린 것도 한몫했고.”

사실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한 가족영화가 천만 영화가 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지금까지 그런 일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영재>가 그 엄청난 일을 이뤄냈다.

정 감독은 따뜻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사실 속으로 흥행은 좀 포기하고 이 작품을 만들었는데, 흥행까지 해버리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좋은 작품이니까 잘 된 거죠. 감독님 덕분이에요.”

“아하하, 우리 하준이는 말도 너무 이쁘게 해.”

정 감독은 하준이 예뻐 죽겠다는 듯 하준의 얼굴을 양손으로 비비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때, 기자들이 전시회장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정 감독님! 하준 군! 천만 관객 축하드립니다!”

“인터뷰 좀 부탁합니다!”

기자들은 플래시를 터뜨리고 마이크를 들이대며 하준과 정 감독을 에워쌌다.

하준과 정 감독은 갑작스러운 기자들의 등장에 깜짝 놀랐지만, 곧 밝게 웃으며 인터뷰에 응했다.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요?”

“저희 얼굴을 보면 아시겠지만, 정말 기쁩니다. 특히 하준이와 함께 한 영화가 천만 영화를 달성해서 더 기쁘네요.”

“저도 너무 좋아요! 감독님이 저한테 이 작품을 같이 하자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정 감독과 하준은 서로를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흥행할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아뇨. 정말 예상 못 했습니다. 원래 전체관람가는 천만 나오기 어렵잖아요. 근데 그래서 더 기쁜 것 같습니다.”

정 감독의 대답에 하준 역시 같은 생각이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준은 천만 관객이 꿈이라고 했지만, 사실 그게 이뤄질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영재>는 가족적인 영화고, 보통 이런 영화는 잘해야 500만 정도였으니까.

“영화 <영재>가 흥행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일단, 따뜻한 영화를 따뜻하게 봐주신 관객 여러분들의 덕이죠. 따뜻한 영화에서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훌륭한 연기를 펼친 하준이 덕도 크고요. 아, 근데 연기가 아니었을 수 있어요.”

“네? 연기가 아니었다니요?”

정 감독의 이상한 말에 한 기자가 다시 물었다.

“촬영하면서 느낀 건데, 정말 하준이는 영재 같았어요. 연기가 아니라, 진짜. 여기 그림들도 하준이가 직접 다 그린 것만 봐도 아시겠죠? 단언컨대, 하준이 말고는 이 영화의 영재 역을 맡을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정 감독의 극찬에 하준이 민망해하며 손사래를 쳤다.

“에이, 아니에요. 감독님이 워낙 디테일하게 디렉팅을 잘 해주셔서 전 그렇게만 연기했는걸요.”

“그게 대단한 거야! 내가 어떻게 하라고 알려줘도, 그걸 그대로 딱 표현해내는 건 아무나 못 하거든. 하준이는 아웃풋이 아주 훌륭해요. 연기 천재예요. 하하.”

정 감독은 하준에 대한 칭찬을 굽히지 않고 계속했고, 기자들 역시 이를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질문은 북미 흥행에 관련된 질문이었다.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10위 달성, 개봉 14일 만에 15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고 하던데요. 이 기세로 가면 곧 북미에서 흥행한 한국영화 탑 10에 들 것 같습니다. 두 분, 소감이 어떠신가요?”

한국 박스오피스는 관객수로 순위를 매기지만, 북미 박스오피스는 수익금으로 순위를 매겼다.

“제가 사실 천만 영화도 있고, 국제적인 상을 받은 영화도 있지만, 북미에서는 그렇게 흥행을 못 했거든요. 그런데 기대도 안 했던 이 작품이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으니 정말 기쁩니다.”

“저도 정말 기뻐요. 한국에서 이렇게 흥행한 것도 너무 기쁜데, 외국 사람들도 <영재> 같은 영화를 좋게 봐주신다니 더 기쁘고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해요.”

약 30여 분의 인터뷰 후, 기자들 중 하나가 마지막으로 하준에게 물었다.

“어린 나이에 벌써 천만 영화 주역이 됐는데, 앞으로의 목표는 뭔가요? 할리우드 진출이라든가, 연기대상이라든가 뭐 그런 목표요.”

“음, 저는 사실 특별히 정해둔 큰 목표는 없어요. 그냥 앞으로도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고 싶고, 관객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크, 이런 게 진짜 배우예요. 어떤 상을 받겠다, 흥행 성적을 달성하겠다, 뭐 이런 목표보다는 연기 자체에서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이 마음가짐이요. 이런 마음가짐으로 연기하면 보상은 저절로 따라올 겁니다. 하준이가 있는 한, 한국 영화계 미래는 아주 밝습니다. 하하.”

하준의 대답에 정 감독이 감탄하더니 또 한참을 칭찬했다.

***

약 한 달 반이 넘는 기간 동안 영화 <영재>는 1200만 명 가량의 누적관객수를 기록했다.

또한 북미 박스 오피스에서도 2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역대 한국영화 흥행 순위 8위를 기록했다. 액션이 전혀 없는 이런 잔잔한 가족영화가 10위권에 들었다는 것은 정말 굉장한 성적이었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 상영 날, 레온 갤러리에서는 <영재>에 나온 그림 경매가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레온 갤러리에 찾아와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미술품경매사 유지안입니다. 그럼 하준 군이 직접 그리고, 영화 <영재>에 등장한 추상화작품 7점에 대한 경매를 진행하겠습니다. 이번 경매의 수익금은 전액 기부됩니다!”

경매사의 말이 끝나자 갤러리를 가득 메운 경매참가자들은 박수를 쳤고, 이를 취재하기 위해 온 기자들은 그녀에게 집중했다.

하준 가족은 생전 처음 보는 미술품경매를 구경하려고 맨 뒤쪽에 앉아 있었다.

“첫 번째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영화 <영재>에서 극중 영재 군이 처음으로 그린 ‘마음’이라는 작품입니다. 파스텔톤의 색감과 부드러운 필체가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경매가는 200만 원에서 시작해 10만 원씩 호가합니다.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경매가 시작되자, 가장 먼저 응찰 팻말을 든 것은 다름 아닌 영화 <영재>에서 영재의 엄마 역할로 나왔던 배우 우미정이었다.

그녀는 대본 리딩 때 이 첫 번째 그림을 보자마자 사고 싶어 했고, 결국 이렇게 경매에까지 참여를 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냥 응찰 팻말을 든 것이 아니라 큰소리로 금액을 외쳤다.

“천만 원!”

그녀가 단번에 호가를 5배 올려버리자, 갤러리 안의 사람들은 다들 눈이 휘둥그레져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우미정은 선글라스에 모자까지 쓰고 있어서 사람들은 그녀가 부잣집 사모님인 줄 알았다.

물론 하준 가족은 그녀와 이미 아까 인사를 나누었기에 우미정인 줄 알고 있었다.

“헉, 하준아, 진짜 네 그림 사러 오셨다더니, 엄청 갖고 싶으신가봐.”

최선희가 놀라서 하준에게 속닥였다.

“처음부터 저 그림을 엄청 마음에 들어하시더니······. 근데 천만 원이라니! 너무 많이 부르셨는데······.”

하준이 당황스러워하는 가운데, 경매사는 계속해서 경매를 진행했다.

“아, 8번 손님이 단번에 천만 원을 부르셨습니다. 그럼 지금부터는 호가를 50만 원으로 올리겠습니다. 천오십 있으십니까?”

우미정은 옅은 미소를 띠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들 천만 원이 비싸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이 그림은 이 정도 가치는 있고도 남는데.’

우미정은 한 번에 다른 사람들의 기를 죽이고 고민할 시간을 단축하여 자기가 이 그림을 낙찰받고자 한 번에 천만 원을 불렀다.

하지만 이 그림을 탐내는 사람들은 꽤 많았다.

하준의 명성과 유명 영화에 나온 작품이란 것을 생각하면 이 그림은 미술 재테크용으로도 무척 훌륭했으니까.

24번 팻말이 훅 올라왔고, 거의 연달아 다른 팻말들도 솟아올랐다.

“24번 손님, 천 오십! 31번 손님 천 백! 3번 손님 천 백오십! 천이백 있으십니까?”

우미정은 잠시 당황했지만 얼른 다시 응찰 팻말을 들었다.

“8번 손님, 천이백 부르셨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그러나 더 없을 리가 없었다.

계속해서 응찰 팻말들이 올라왔다.

결국 ‘마음’의 호가는 순식간에 5000만 원이 되었다.

뒤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하준 가족은 눈이 커지다 못해 튀어나오려고 했다.

“와······ 하준아, 네 그림들 중에 최고가가 얼마에 팔렸지?”

“천이백만 원이요.”

하준은 <영재>에 나온 그림 말고 그 외에 전시한 작품들 중 하준이 꼭 소장하고 싶은 작품들을 뺀 나머지 몇 점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팔았는데, 그 중 가장 비싸게 팔린 그림 가격이 천이백만 원이었다.

이것도 정말 비싸게 팔렸다고 생각했는데, 5000만 원이라니. 하지만 이게 끝도 아니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두 사람의 경쟁이 이어졌던 것이다.

‘하아, 저 사람, 뭐지?’

우미정이 속으로 짜증을 내며 응찰 팻말을 들었다.

“8번 손님, 오천이백 부르셨습니다. 40번 손님, 오천삼백 하시겠습니까?”

경매사는 마지막까지 경쟁하고 있는 두 사람을 손으로 차례로 가리키며 물었다.

그러자 까만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40번 남자가 응찰 팻말을 다시 들었다.

“오천삼백 나왔습니다. 8번 손님?”

우미정은 예상보다 5배 이상 비싸졌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우미정은 이 그림이 정말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그림들은 재테크용으로 모으는 것이었지만, 이 그림만큼은 팔 게 아니라 자기가 소장할 용도였다.

‘그래, 그냥 기부도 하는데, 기부하고 그림을 얻으면 더 이득이지.’

잠시 우미정과 40번 손님의 핑퐁 경쟁이 이어졌지만, 결국 마지막은 우미정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땅!

경매사가 경매봉을 가볍게 내리치며 우미정을 가리켰다.

“첫 번째 작품 ‘마음’은 8번 손님께 1억에 낙찰됐습니다!”

우미정은 너무 기쁜 나머지 환호성을 질렀다.

“와악!!”

갤러리에 모인 사람들과 하준 가족은 엄청난 낙찰 금액에 놀라서 경악 섞인 환호성을 질렀다.

“헐!”

“대박!”

“200만 원에서 시작한 게 1억이 됐어······.”

이 쇼킹한 상황에 기자들도 곧바로 기사를 업로드하며 경매 상황을 전했다.

첫 그림이 1억에 낙찰되자, 그 영향 때문인지 다음 그림들까지 1억 언저리 가격으로 낙찰되었다.

경매가 마무리되자, 경매사는 작품의 작가로서 하준을 앞으로 불렀고,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뜨리는 가운데 하준이 마이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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