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화
115화
영화 <영재>는 개봉 전에 하준이 여러 매체를 통해 홍보도 많이 했고, 언론시사회에서 기자들의 반응도 매우 좋았기에 이번 가을 기대작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또한 유명한 정혁구 감독과 지금 한창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하준이 함께 작업한 것으로도 대중들의 관심이 높았다.
그래서 예매율이 매우 높아서 같은 기간에 개봉한 영화들 중에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영재>는 이런 좋은 분위기 속에서 개봉했고, 하준은 정혁구 감독과 다른 출연자들과 함께 무대인사를 다녔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영화 <영재>에서 주인공 영재 역을 맡은 하준입니다. 열심히, 재밌게 찍었으니까 관객 여러분들도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리고 레온 갤러리에서 극중 영재가 그렸던 그림들로 전시회도 열리니 영화를 보신 후에 한번 구경 오세요. 감사합니다!”
하준은 첫날부터 여러 영화관을 돌며 <영재>와 더불어 전시회 홍보도 했다.
무대인사가 끝난 뒤에는 첫날이니만큼 정혁구 감독과 함께 곧장 ‘영재&하준 콜라보 전시회’가 열리는 레온 갤러리로 이동했다.
그런데 하준은 갤러리에 가보고 깜짝 놀랐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발 디딜 틈이 없었던 것이다.
하준과 전시회를 취재하러 온 많은 기자들은 이 광경을 열심히 촬영 중이었다.
“아니, 사람이 이렇게 많아?”
정혁구 감독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외쳤다.
하준 역시 이 정도로 사람이 많을 줄은 몰랐기에 동그래진 눈으로 정 감독을 쳐다보았다.
“그, 그러게요.”
그때, 기자들이 하준과 정 감독을 발견하고 그들에게 카메라를 돌렸다.
하준과 정 감독은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갤러리 입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많이들 와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기자들은 하준과 정 감독에게 다양한 하트와 손인사를 부탁했다.
하준은 볼하트, 손하트 등 귀엽게 포즈를 취해주었고, 갤러리 입구에 몰려 있던 사람들 중 일부는 이 모습을 발견하고 얼른 기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사진 촬영이 끝난 뒤, 하준과 정 감독은 무대인사 때 대동했던 경호원들과 함께 인파들 사이를 뚫고 들어가야 했다.
하준은 경호원들이 혹시라도 과격하게 사람들을 밀칠까 봐 갤러리 내부를 향해 먼저 큰소리로 외쳤다.
“안녕하세요, 하준입니다!”
갤러리 입구 근처 내부에 있던 인파들은 하준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고 화들짝 놀라며 환호했다.
“와아! 하준이다!”
“진짜 하준이네!”
“하준아, 사랑해!”
“잘생겼다!”
“영화 잘 봤어!”
“그림 정말 멋있어!”
하준을 본 사람들은 그에게 손을 흔들며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하준은 환한 미소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해주었고, 곧이어 말했다.
“이렇게 영재와 저의 전시회에 찾아와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정말 많이 찾아주셔서 제가 깜짝 놀랐어요.”
“영화에서 보고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왔어요!”
“맞아. 그리고 여기 전시장도 영화 속 전시장이랑 똑같이 꾸며져 있다고 해서 그것도 보고 싶었어!”
‘영재&하준 콜라보 전시회’는 두 섹션으로 나눠 영재의 그림들은 영화에서 영재가 전시했던 전시장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두었다.
“난 하준이가 직접 그린 거래서 보러왔어!”
“어쩜 그렇게 그림을 잘 그리니! 정말 다재다능해.”
사람들은 하준을 만날 기회가 흔치 않으니 하준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마구 쏟아냈다.
“감사합니다. 근데 저희가 인터뷰 때문에 안으로 들어가야 하거든요. 죄송하지만 길을 좀 터 주세요. 부탁드려요!”
“아하!”
사람들은 하준의 말에 순식간에 홍해가 갈라지듯 양쪽으로 붙어 가운데 길을 터주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준은 경호원들과 함께 사람들 사이를 지나 갤러리 안으로 안전하게 입장했고, 사람들은 그런 하준의 사진도 찍고 손을 흔들며 인사도 했다.
오늘 인터뷰 예약이 되어 있는 시네마톡의 기자 일행도 하준이 만든 길을 따라 갤러리 안으로 들어갔다.
하준은 갤러리 안에서도 많은 팬들과 마주하게 되었는데, 그들 역시 하준이 인터뷰를 위해 일정 공간을 비워달라고 부탁하자, 얼른 자리를 내주었다.
하준은 극중 영재의 작품들이 걸려 있는 제 1섹션에서 정혁구 감독과 함께 인터뷰를 시작했다.
시네마톡의 주 기자가 물었다.
“와, 개봉 첫날부터 전시회 인기가 대단한데요, 예상하셨나요?”
“아뇨,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어요. 저희도 촬영하면서 하준이가 그림 그려오면 멋지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대중들 눈에도 그림이 멋졌나 보네요. 다행입니다. 극중 영재의 그림 실력이 인정받은 것 같아 좋습니다.”
“사실 관객들도 영재의 그림을 보고 잘 그린다는 걸 인정해야 영화 내용에 공감할 수 있잖아요? 저는 그 부분이 가장 걱정이었는데, 아까 관람 오신 분들이 그림 멋있다고 해주셔서 좀 안심이 됐어요.”
정 감독과 하준이 차례로 답했다.
“하준 군은 괜한 걱정을 한 것 같아요. 객관적으로도 무척 멋진 그림이라고 봅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영화에 등장한 전시회를 그대로 현실에서 진행하는 게 한국 최초가 아닐까 싶은데요, 정 감독님 아이디어인가요?”
“우리 미술감독 아이디어인데요, 이건 순전히 하준이의 엄청난 그림 실력 덕분이에요. 하준이가 이 그림들을 직접 그리지 않았다면 이 아이디어를 실행하지 못했을 거예요. 원래는 다른 성인 작가가 그림을 그려주기로 했었는데, 원작자가 극중 영재가 아니면 오히려 영화의 몰입도를 해칠 수 있어서 전시회는 전혀 생각도 안 했었거든요.”
정 감독이 하준을 사랑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정 감독님은 하준 군이 너무 사랑스러우신가 봐요.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시네요. 호호.”
“네, 맞습니다. 하준이가 연기도 너무 잘했지만, 직접 그림을 그려줌으로써 영화의 완성도를 굉장히 끌어올려 줬거든요. 제가 언제 이렇게 훌륭한 배우를 또 만날까 싶습니다.”
“과찬이세요. 저야말로 훌륭한 감독님을 만나 너무 좋은 작품에 출연하게 돼서 영광이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든 또 불러주시면 함께 작업하고 싶어요.”
정 감독과 하준은 서로 칭찬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훈훈하게 인터뷰를 이어갔다.
“사실 전 이 멋진 그림들을 하준 군이 다 그렸다고 해서 처음엔 믿지 못했습니다. 근데 여기 와보니 하준 군의 작업 영상도 한쪽 벽면에 재생되고 있더라고요. 저같이 의심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준비하신 겁니까? 하하.”
“아, 저 영상은 하준이 아버지인 윤기철 감독님이 찍어주신 거예요. 윤 감독님이 하준이의 어릴 때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싶으시다고 자주 찍어주신대요.”
“오, 윤 감독님이 찍어주신 거군요! 하준 군, 그럼 영상을 여기에 함께 재생하기로 한 건 누구 아이디어예요?”
“저희 엄마요. 엄마가 사람들은 그림 작업 과정도 궁금해한다고, 아빠한테 타이틀도 넣고 효과도 넣어서 멋있게 만들어달랬어요.”
“어쩐지 영상 퀄리티가 좋더라니, 영화감독님이 직접 손을 봐주신 거군요.”
“네, 아빠 찬스 썼어요. 헤헤.”
하준이 멋진 아빠를 두었다고 생각하며 뿌듯하게 웃었다.
“여기 전시된 작품들은 판매도 하시나요?”
“네, 전부 판매 가능한데요, 특히 영화에서 나온 영재의 그림은 판매해서 아이들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에요.”
“아이들이라면 어떤······?”
“다양한 아이들이요. 아픈 아이들이나 보육원 아이들, 힘든 아이들이요.”
하준의 대답에 정 감독이 흐뭇하게 웃으며 한마디 거들었다.
“네가 그린 그림이니 네 마음대로 하랬더니 기부하고 싶대요. 애가 참 속이 깊고 착해요.”
“그러게요. 정말 기특합니다. 근데, 얼마 정도에 파나요? 저도 좀······ 관심이 있거든요.”
판매에 관련된 질문을 한 주 기자는 정말 하준의 그림을 사고 싶어서 물었던 것이다.
“하하, 영화에 나온 그림들은 특히 구매하고 싶으신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제가 하준이한테 영화 끝나면 경매에 내놓는 게 어떻겠냐고 했어요.”
“그래서 경매에 내놓을 건가요, 하준 군?”
“네, 아마도 그래야 할 것 같아요.”
하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정 감독이 덧붙였다.
“벌써 제 지인들한테 연락 많이 왔어요. 그 그림 안 파냐고요. 아, 그림 보자마자 우미정 배우는 자기한테 팔라고도 했었죠. 이렇게 인기가 많으니 경매로 하는 게 그나마 공평하죠.”
“와, 역시······ 예술에 문외한인 제가 봐도 멋있는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더 하겠죠. 아쉽지만, 경쟁자가 너무 많을 것 같아서 포기해야겠네요.”
주 기자가 아쉬운 듯 말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오늘 갤러리에서의 인터뷰는 전시회 관련 인터뷰라서 영화 이야기보다는 전시회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
이미 시네마톡과 영화 관련한 1차 인터뷰는 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지막 질문은 영화 이야기였다.
“감독님, 영화 <영재>는 언론시사회 평가도 좋았고, 평론가 평도 좋았고, 덕분에 예매율도 굉장히 좋은데요, 관람객 몇만 예상하시나요?”
“사실 이거 손익분기점이 100만이거든요. 제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절대 손해는 안 날 거라는 겁니다. 하하.”
“최대치 예상은 안 하시는 거예요? 그럼 하준 군, 몇만 예상해요?”
“저는 예상 아니고 소망 얘기할게요. 천만 넘었으면 좋겠어요! 꿈은 크게 가지는 거랬거든요.”
“그렇죠! 하준 군은 시원시원하네요. 꼭 천만 넘기를 기원할게요. 두 분 오늘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아, 마지막으로 그림 배경으로 사진 찍을게요.”
하준과 정 감독은 극중 영재의 그림들 옆에 서서 사진을 찍었고, 이렇게 인터뷰는 끝이 났다.
하준은 인터뷰를 마친 후, 전시장을 돌며 관람객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관람객들은 영화도 너무 잘 봤고, 그림들도 너무 멋지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개봉 첫날도 갤러리는 인산인해였지만, 날이 갈수록 영화 <영재>와 전시회의 인기는 높아졌다.
<영재>는 개봉 첫날 30만 명을 시작으로, 개봉 10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고,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었다.
포털 사이트의 관람객 평점도 9점대를 기록하며 관객수와 비례해 높은 평점과 좋은 평가가 쏟아졌다.
[★★★★★ 넘나 감동적 ㅠㅠ 하준이 연기 대박]
[★★★★★ 은근히 유머 코드도 있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
[★★★★★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게 이렇게 중요합니다]
[★★★★★ 강요쟁이 우리 엄마가 꼭 봤어야 하는 영화]
[★★★★★ 영재와 엄마가 화해하는 과정이 너무 따뜻했음]
[★★★★★ 영화 때깔이 다름. 영상미도 좋고, 하준이의 그림만 봐도 돈 안 아까운 영화]
[★★★★★ 하준이 진짜 귀엽게 나옴 연기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대박 사랑스러움]
급격히 늘어가는 누적관객수에 연일 좋은 기사도 쏟아졌다.
[정혁구X하준, 영화 <영재> 흥행 순항 중, 10일 차 누적 관객수 500만]
[<신비종> 하준, 전혀 다른 천재 캐릭터로 따뜻한 연기 호평 속 영화 <영재> 대박날 조짐]
[영화 <영재> 흥행 비결 - 하준의 뛰어난 연기력, 정혁구 감독의 훌륭한 연출 + 아름다운 영상미]
[다재다능 하준, 실제로 <영재> 영화 속 그림 그려 영화의 완성도 높였다]
[영화 <영재>, 이 추이면 누적관객수 천만도 꿈 아니다, 하준의 꿈 이루어질까]
“와, 우리 아들, 이번에 천만 배우 되는 건가? 나보다 빠르네!”
하준이 학교에 간 사이, 윤기철이 최선희와 함께 기사를 훑어보더니 싱글벙글 웃었다.
윤기철은 아직 천만 관객 영화감독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게 아쉬워서 하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저 하준이 너무 자랑스러워서 하는 말이다.
“하준이 이번에 천만 배우 되고, 당신도 이번 영화 천만 되면 좋겠다.”
최선희가 빙긋 웃으며 희망사항을 말했다.
그러자 윤기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최고의 시나리오네!”
“그치? 아참, 근데 엊그제 <영재> 북미랑 캐나다에 개봉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거 관련된 기사는 아직 없나?”
영화 <영재>는 외국에도 시간 텀을 두고 차례로 개봉이 되었는데, 며칠 전에는 북미와 캐나다에 개봉했다.
최선희는 외국의 반응도 궁금했기에 기사를 찾아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