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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113화 (113/150)

113화

113화

“하준아!”

“어?”

하준은 공항 게이트에서 나오다가 눈을 의심했다.

눈앞에 세계그룹 부회장의 딸 김유나가 열심히 손을 흔들고 있었던 것이다.

하준의 다른 일행들도 김유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뭐야, 우리 인천 공항으로 잘못 온 거야?”

공정환은 자기가 도착한 곳이 LA 공항이 아니라 인천공항이 아닌지 주변을 둘러보기도 했다.

“아니, 너 여기 어떻게 온 거야? 설마 나 만나러 한국에서 여기까지 왔어?”

놀란 토끼 눈이 된 하준이 김유나에게 다가가 물었다.

하준은 김유나와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고, 하준이 이번에 미국에 간다는 사실과 대강의 일정을 김유나가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이, 설마. 나 그렇게 할 일 없는 사람 아니야. 마침 엄마가 여기 LA 이모댁에 가자고 해서 온 거야. 곧 이모 생신이시거든.”

“아, 그렇구나. 근데 너도 그럼 지금 도착했어?”

“으응, 거의?”

“와, 그럼 우리 여기서 우연히 만난 거야? 완전 신기하다!”

“그치! 우린 통하나 봐. 호호.”

김유나가 당당하게 대답했지만, 그녀의 곁에 서 있던 김유나의 엄마 강미혜는 얕은 한숨을 쉬었다.

사실 김유나는 어제 LA에 도착했고, 하준이 오늘 오전에 LA 공항에 온다는 걸 알고 아침부터 내내 공항에서 대기 중이었던 것이다.

하준이 김유나와 대화하는 사이 다른 어른들은 다들 강미혜에게 인사를 하느라 바빴다.

세계그룹 부회장 사모님이니 잘 보여서 나쁠 게 없었으니까.

“사모님, 안녕하세요. LA에 볼일이 있으셨나 봐요.”

<너와 나의 연결고리> 촬영 때 한두 번 만난 적이 있는 최 대표가 강미혜에게 먼저 인사하며 말을 건넸다.

“아, 네. 저희 언니가 여기 LA에 살거든요.”

“그러시구나! 그럼 방금 도착하신 거예요?”

“뭐, 그런 셈이죠.”

“그럼 이제 언니분 댁으로 가세요?”

“아뇨. 유나가 디즈리랜드에 가자고 하도 졸라서 디즈리랜드로 가려고요.”

“어? 우리 지금 디즈리랜드 가는데! 저희랑 같이 가시죠!”

“어머, 정말요?”

최 대표가 얼른 강미혜의 떡밥을 덥석 물었고, 강미혜는 김유나에게 슬쩍 윙크를 보내며 말했다.

“하준이네 일행분들도 디즈리랜드 가신대. 같이 가면 되겠다.”

“응, 좋아! 하준아, 나도 같이 가도 되지?”

김유나가 방긋 웃으며 하준에게 물었다.

“그럼! 잘됐다! 우리 그럼 딱 4명이니까 같이 놀이기구 타기도 좋겠다.”

하준은 흔쾌히 대답했고, 공정환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단지 김유나와 묘한 라이벌 관계인 서희수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유나야, 너 디즈리랜드 처음 가는 거야?”

공정환이 김유나에게 물었다.

“아니, 난 몇 번 가봤어. 너희들은 처음이지?”

“응, 우리 전부 다 처음이야.”

“그럼 나만 믿고 따라와. 나 디즈리랜드 쫙 꿰고 있거든.”

“오! 대박! 네가 우리 가이드해주는 거야?”

“응, 너희들 디즈리랜드 파크 먼저 갈래, 아니면 캘리포니아 어드벤처 먼저 갈래?”

“그게 무슨 차인데?”

공정환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너네 기본 정보도 모르는 거야? 퍼레이드 같은 거랑 멋진 성 구경하고 사진 많이 찍으려면 파크를 가는 게 좋고, 미크마우스 관람차랑 놀이기구 많이 타려면 캘리포니아 어드벤처로 가야 돼.”

김유나의 설명에 삼총사는 각자 자기가 원하는 곳을 외쳤다.

“그럼 난······ 어드벤처!”

“나도 당연히 어드벤처!”

“난 파크! 공주가 사는 성 보고 싶어!”

하준과 공정환은 놀이기구 쪽을 선택했고, 서희수만 파크를 선택했다.

“음, 그래?”

김유나가 갈라진 의견에 잠시 고민하는 듯했다.

서희수는 수적 열세에다가 김유나가 하준을 좋아하니 당연히 어드벤처부터 가겠거니 하고 벌써 시무룩해 있었다.

하지만 김유나는 의외로 서희수의 편을 들어주었다.

“나도 파크 먼저 가고 싶으니까 우리 2대 2다. 근데 파크에도 놀이기구 몇 개 있고, 볼 거 정말 많은데. 너희 스타워스 안 좋아해? 남자애들은 그런 거 좋아하던데.”

“스타워스 거기 있어? 나 거기 갈래!”

공정환이 스타워스라는 말에 얼른 의견을 바꿨다.

하준은 사실 어차피 두 곳 다 갈 거니까 어디를 먼저 가든 상관없었다.

“그래, 그럼 파크 먼저 가자. 난 순서는 별로 상관없거든.”

“좋아! 근데 너희 오늘 파크랑 어드벤처 둘 다 가는 티켓 예약했어? 파크호퍼 티켓 말이야.”

김유나의 질문에 김유택이 얼른 끼어들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맞아. 파크호퍼 티켓.”

“으음, 근데 한 곳만 하루종일 봐도 시간 모자를 텐데······.”

“이미 그 티켓 끊어놔서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우리 여행 일정도 그렇고······.”

김유택이 난감해했다.

“아, 그럼 일단 오늘 파크 가보고 나중에 생각해 볼게요.”

김유나가 뭘 생각해 보겠다는 건지 김유택은 알 수 없었지만,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우리 차 렌트해 왔으니까, 그거 타고 다 같이 가자!”

“차를 렌트해왔어? 우리 다 탈 수 있어?”

차를 렌트해왔다는 말에 하준이 깜짝 놀라 물었다.

하준 일행은 어차피 하루종일 디즈리랜드에만 있을 거라 오늘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응, 15인승이야. 다 탈 수 있어.”

“와, 대박! 근데 너 왜 15인승 차를 렌트한 거야?”

하준을 우연히 만났다는 김유나가 쓸데없이 큰 차를 렌트했다니 하준은 의아했다.

“음, 뭐, 우리는 큰 차를 좋아하거든. 아무튼 가자!”

김유나는 대충 얼버무리고는 하준의 짐을 먼저 끌고 앞장섰다.

김유나의 엄마 강미혜도 하준 일행의 어른들을 이끌고 김유나를 따랐다.

하준 일행은 김유나 덕에 편안히 디즈리랜드로 이동했다.

“파크 안에서는 물이나 음식이 다 비싸거든요. 식수대가 있긴 한데, 그래도 좀 찝찝하니까, 물은 필수로 가져가시는 게 좋아요. 여기 얼음물 하나씩 드릴게요.”

강미혜가 미리 준비해온 얼음물을 하준 일행에게 나눠주었다.

“어머, 감사합니다. 저희는 그런 생각 못 했는데, 너무 감사하네요.”

최선희가 고마워하며 물을 건네받았다.

다른 사람들도 대접만 받을 것 같은 대기업의 사모님이 이렇게 친절히 챙겨주니 무척 감동받았다.

“제가 유나 따라서 여기 좀 많이 와 봤거든요. 경험자로서 도움을 좀 드리는 것뿐이에요. 그럼 가시죠.”

디즈리랜드에 도착한 하준 일행은 다 함께 파크로 입장했다.

“와아······! 공주님 성이다······. 나 저기서 사진 찍을래!”

서희수가 파크 입구의 성을 보고 너무 좋아하며 그 앞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하준, 공정환, 김유나를 비롯해 어른들까지 전부 카메라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너무 많이들 찍으시는 거 아니에요?”

서희수가 민망해했지만, 다들 이런 곳에서 남는 건 사진이라며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었다.

윤기철은 캠코더까지 들고 동영상에 아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디즈리랜드 파크에서는 디즈리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설치물들과 소품들을 구경할 수 있었고, 그런 것들을 구경하는 놀이기구들을 탈 수 있었다.

스타워스 같은 경우에는 정말 스타워스 배경 속에 들어간 것처럼 멋지게 만들어 놓아서 어른들도 무척 즐거워했다.

“여기 진짜 볼 거 많다! 오늘 하루 종일 봐도 다 못 보겠어.”

“동화의 나라에 와 있는 거 같아서 너무 좋네요.”

“나도 아직 마음은 어린가 봐. 이런 거 보면 왜 이렇게 행복하지?”

또한 파크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디즈리 애니메이션에 나온 캐릭터들을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만날 수 있는 미크마우스, 피타팬, 곰돌이 포, 신데렐러, 피누키오 등 많은 캐릭터들은 입장객들과 함께 다정하게 사진을 찍어주었다.

아이들은 이런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들에 열광했고, 어른들 역시 어릴 적 보았던 캐릭터들을 보며 동심으로 돌아갔다.

“와, 진짜 피타팬 같네!”

“팅카벨도 진짜 요정 같아.”

“나도 어릴 때 네바랜드 가려고 밤에 잠도 안 자고 창문 열고 피타팬 기다리고 그랬지.”

“전 피누키오 보고 고래 뱃속에 들어가 보고 싶었어요. 귀뚜라미랑 대화 시도도 해보고요.”

“하하, 피누키오 보고는 거짓말을 안 해야겠다 뭐 이런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도 사진 찍자.”

어른들은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들과 사진도 찍었고, 우연히 그런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으니 파크 내를 돌아다니는 것조차도 설레했다.

하준 일행은 중간중간 캐릭터 모양의 빵도 사 먹고, 캐릭터 기념품도 사며 파크를 돌았다.

그러던 중, 김유나가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키며 외쳤다.

“어? 저기, <담을 넘어서>에 글렌 아니야?”

“헐!”

정말 글렌이었다.

하준이 더빙했던, 그 글렌이 길에 나타난 것이다.

삼총사와 김유나는 누구보다 글렌을 반가워하며 글렌에게 달려갔다.

“하준아, 얼른 글렌 옆에 서 봐. 이건 사진으로 남겨야지!”

김유나가 하준을 재촉했고, 하준도 뭔가 신기한 감정으로 글렌에게 다가갔다.

글렌은 하준에게 다정하게 포옹해주고 포즈를 잡았다.

하준은 사진을 찍기 위해 선글라스를 벗었다.

혹시 다른 사람들이 삼총사를 알아볼까 봐, 현재 하준은 선글라스를, 서희수와 공정환은 알이 없는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하준이 선글라스를 벗자, 글렌이 하준을 알아보고 영어로 물었다.

“오? 설마 하준?”

“엇, 저 아세요?”

“그럼! <신비종> 주인공이고, 글렌 한국 더빙했잖아. 맞지?”

“와, 네, 맞아요. 영광인데요!”

“내가 영광이지! 와우!”

글렌은 하준을 와락 껴안으며 좋아했다.

자신이 이곳의 글렌을 맡기 위해 준비하면서 하준의 영상을 많이 봤다고 했다.

“네 ‘담을 넘어서’ 노래 영상 많이 봤어. 그, 이탈리아에 가서 부른 영어 버전 노래도 들어봤고. 아, 너 나랑 같이 그 노래 부르고 싶은데, 같이 부를래?”

글렌은 즉석에서 갑작스런 제안을 했다.

그 사이 두 사람 주변으로 아이들이 하나둘씩 몰려들었다.

“어? 쟤 <신비종> 하준이 아니야?”

“하준 맞죠?”

“맞다, 하준이다!”

“와아! <제이미쇼>에 나왔던 하준이?”

엊그제 <제이미쇼>에 나온 덕에 하준은 더 얼굴이 알려져 있었고, 사람들은 하준과 글렌, 두 사람 모두에게 관심을 보이며 다가왔다.

하준은 이미 얼굴이 드러났으니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해주었다.

“안녕하세요, 하준 맞아요. 오늘 저도 디즈리랜드에 놀러 왔어요.”

하준이 소개하자, 사람들은 환호하며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글렌은 하준과 함께 포즈를 취하며 팬서비스를 하더니, 몸을 씰룩대며 말했다.

“함께 노래하자!”

그리고 글렌은 곧바로 ‘담을 넘어서’ 노래를 선창했다.

“My village is too small~ (우리 마을은 너무 좁아~)”

글렌의 노래에 사람들은 환호했고, 하준 역시 노래에 함께 하기로 했다.

““My village is too small~ (우리 마을은 너무 좁아~)”

하준이 함께 노래하자, 사람들은 더 크게 환호했고, 아이들은 노래를 따라불렀다.

윤기철은 하준이 자신이 더빙한 캐릭터 글렌을 만나 함께 노래하는 이 운명적 순간을 놓칠세라 열심히 캠코더로 촬영 중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이 광경이 꽤 희귀할 거라는 걸 깨닫고 많이들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했다.

글렌은 그 어느 때보다 신나게 하준과 손을 잡고 몸을 흔들며 노래를 불렀고, 하준도 즐겁게 노래했다.

구경하던 아이들도 이 신기한 광경을 행복하게 바라보며 함께 노래를 따라불렀다.

“Beyond the wall~ I'm going to find my way~ beyond the wall!”

두 사람이 애니메이션에서처럼 오른팔을 쭉 위로 뻗으며 노래를 마치자, 사람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사람들은 곧 두 사람에게 몰려들어 사진을 요청했다.

하준은 얼떨결에 글렌과 함께 사람들에게 사진도 찍어주고 인사도 해주게 되었다.

하준은 이렇게 색다른 경험을 한 뒤, 다시 선글라스를 끼고 다른 곳을 돌아보러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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