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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108화 (108/150)

108화

108화

“제가 진짜 맛있는 집 알아놨어요.”

영화 <영재>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 하준 가족은 최 대표에게 한 스시 오마카세에서 식사대접을 받았다.

최 대표는 그 무렵 하준이 초밥에 푹 빠졌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동안 열심히 일해준 하준을 위해 거하게 한번 쏜 것이다.

그때 하준은 물론 최선희와 윤기철도 너무 맛있게 먹어서 하준은 오세환의 생일에 여기서 식사대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와, 드디어 오마카세환이 오마카세 리뷰를 찍게 되는구나! 우리 하준이 덕분에!”

박병우가 박수를 치며 감격에 겨워 말했다.

오세환 역시 감동한 표정으로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 안 그래도 언제 한번 가봐야지 했는데······ 진짜 고맙다, 하준아.”

“헤헤, 좋아하시니 다행이에요. 제가 촬영도 미리 허락받아놨어요.”

“오, 고마워. 기대된다!”

오세환도 너무 좋아하며 하준에게 연신 고맙다고 인사했다.

운전을 하는 김유택도 함께 오마카세를 먹을 생각에 입이 귀에 걸려 있었다.

음식점으로 가는 내내 그들은 벌써부터 군침을 흘리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음식점 입구에서부터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하며 입장하던 오세환이 눈이 왕방울만 해져서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아니, 가격이! 하준아, 이건 너무 비싸다······.”

놀란 오세환이 하준의 귀에 속닥였다.

가격은 무려 인당 20만 원.

박병우도 이건 너무 얻어먹기 미안하다며 난감해했다.

“에이, 오랜만에 만난 형들한테 이 정도는 사드릴 수 있어요. 제가 생일 선물로 밥 사는 거라고 생각해주세요. 생일 선물은 준비 안 했거든요. 그럼 괜찮죠?”

하준은 오세환과 박병우가 부담스럽지 않도록 생일 선물로 치자고 설득했다.

“그래도 너무 비싸니까 생일인 나랑 반반하자.”

“아휴, 참. 아, 그럼 이렇게 해요. 다음엔 형이 밥 한번 사주세요.”

“음······.”

오세환이 망설이자, 박병우가 끼어들어 결론을 지어 주었다.

“그래, 여기서 너무 그러는 것도 밥 사겠다고 한 하준이한테 실례야. 다음에 네가 사면 되지. 그 다음엔 내가 사고!”

박병우의 말에 오세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것도 그러네. 미안, 하준아. 그래, 다음에 내가 살게. 고마워, 오늘 진짜 입이 호강하겠다.”

“저도 덕분에 호강할 거예요. 들어가요.”

하준이 싱긋 웃으며 오세환을 잡아끌었다.

김유택까지 네 사람이 예약된 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바 테이블로 되어 있지만 칸막이가 있어 얼굴이 알려진 하준도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 편한 자리였다.

“안녕하세요! 하준이 또 왔구나! 우리 요리 맛있었어?”

스시 오마카세의 사장인 홍 셰프가 하준에게 친근하게 인사했다.

“네, 너무 맛있어서 다른 지인들한테 대접하고 싶어서 같이 왔어요.”

“하하, 고맙다. 우리 하준이네는 특별히 더 맛있게 해드려야지. 참, 최 대표님이랑 윤 감독님은 잘 지내시고?”

“네, 잘 지내세요. 아빠는 영화 촬영 중이시고요.”

“오, 윤 감독님 영화 준비하시는구나. 개봉하면 꼭 보러 가야지. 아, 여기 카메라 드신 분이 너튜브 하신다는 분이구나?”

“네, 오마카세환이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너튜버예요.”

하준이 오세환을 소개하자, 오세환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촬영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 음식이 정말 맛있다고 해서 한 수 배우고 가겠습니다.”

오세환은 전직 요리사의 입장에서 말했다.

“네, 근데 오마카세환이라면 오마카세를 많이 다녀보신 거 아니에요? 오늘 제가 긴장해야겠는데요. 다른 데보다 맛없으면 안 되잖아요. 하하.”

“아, 어쩌다 보니 채널명이 그렇게 됐는데, 전 오늘이 오마카세 첫날입니다. 하준이가 이렇게 데려와줘서 처음 먹어보게 됐네요.”

“그렇군요. 스시 오마카세의 첫 이미지를 구축하는 임무를 맡게 됐으니 어깨가 무겁습니다. 첫인상을 멋지게 남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하하, 말씀을 참 잘하시네요. 아무튼 오늘 잘 부탁드려요.”

홍 셰프는 간단히 손님들과 인사한 후, 요리를 내주기 시작했다.

전체 요리과정을 모두 볼 수는 없지만, 일부 과정은 눈앞에서 볼 수 있기에 오세환은 흥미로워하며 촬영을 했다.

처음 시작은 쥐치간에 버무린 쥐치였다.

오마카세는 그때그때 나오는 메뉴가 다르지만, 하준은 이건 저번에 맛있게 먹었던 것이라 다른 사람들의 반응부터 구경했다.

“어때요?”

하준의 물음에 오세환, 박병우, 김유택은 각자 다른 표정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오세환은 진실의 미간 찌푸림으로, 박병우는 눈, 코, 입이 모두 크게 벌어진 상태로, 김유택은 황홀한 미소를 띠고.

“으아, 첫 접시부터 미쳤다!”

“와, 진짜 살살 녹는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그냥 너무 맛있어!”

다들 첫 접시부터 난리였다.

하준은 이렇게 좋아하니 여기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접시에서도 감탄사는 계속 이어졌다.

“와, 이 옥돔구이 너무 맛있어!”

“고등어가 하나도 안 비리고 고소해.”

“튀김도 진짜 바삭하다.”

“이 조개 국물도 진짜 시원해.”

“보리멸은 처음 먹어보는데, 맛있다······!”

“참치는 와, 입에서 그냥 녹아서 사라졌어!”

오세환은 촬영에도, 먹는 것에도 열심히였다.

또한 중간중간 하준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하준아, 진짜 너무 맛있다. 너 아니었으면 이런 데 구경도 못 해봤을 거야. 고마워, 정말.”

오세환은 심지어 박병우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병우야, 네가 작년에 빙어낚시를 딱 그때 가서 내가 그 덕에 진짜 하준이 만나서 인생 폈다. 너튜브로 먹고 살고, 이런 데도 와보고. 너도 고맙다, 친구야.”

김유택도 오세환의 이야기를 듣더니 자기도 하준이 덕에 이런 데 와 본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갑자기 하준의 손을 꼭 잡더니 부탁했다.

“하준아, 나 평생 네 매니저하게 해주라. 너 잘 크는 거 옆에서 보고 싶어. 오늘 이렇게 비싼 거 사줬다고 하는 말이 아니라, 계속 그런 생각하고 있었어. 너처럼 사고도 안 치고 착한 연예인 만나는 거 쉽지 않거든.”

“헤헤, 저도 형이랑 오래 같이 하고 싶어요. 형이랑 정도 많이 들었고요.”

“그치! 귀엽고 착한 우리 하준이!”

김유택은 하준을 와락 껴안으며 좋아했다.

맛있는 음식 덕분에 이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는 끝이 났고, 하준은 디저트를 먹고 싶다며 한강 근처의 어느 카페로 그들을 데려갔다.

카페에는 따로 룸이 준비되어 있어서 하준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와, 한강 야경 진짜 대박이다······!”

“야, 찍어, 찍어. 이런 건 찍어야 돼. 크으, 멋있다······.”

한강 야경에 반한 오세환과 박병우는 창밖을 구경하느라 바빴다.

하준은 음료를 주문한 뒤,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잠시 후, 하준은 초를 꽂은 케이크를 들고 나타났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세환이 형 생일을 축하합니다~”

오세환은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케이크를 들고 들어오는 하준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갑자기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하준아······ 진짜······ 고마워······.”

훌쩍.

“뭐야, 너 우냐?”

박병우가 당황해서 물었다.

오세환은 박병우의 물음에 대답도 못 하고 눈물을 훔쳤다.

지금은 아니지만, 오세환처럼 고아였었던 하준은 그 눈물의 의미를 알 것 같았기에 짠한 표정으로 오세환의 앞에 케이크를 내밀었다.

“형, 촛불 불고 소원 빌어야죠.”

“으응.”

오세환은 간신히 눈물을 참고 촛불을 불었다.

그리고 하준에게 말했다.

“오늘은 정말 잊지 못할 생일이 될 것 같아······. 누가 내 생일에 이렇게 축하해주고 챙겨준 게 처음이거든. 난 항상 내 생일이 싫었어. 난 왜 태어났을까 싶고. 근데 지금은 태어난 게 행복해! 고맙다, 하준아.”

하준은 울먹이며 말하는 오세환을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하준도 과거에 그랬으니까 오세환의 마음을 이해했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오세환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었다. 지금까지 혼자여도 열심히 살아온 오세환을 위한 위로였다.

“형, 앞으로 더 잘 될 거예요. 행복할 거고요. 생일 진짜 축하해요.”

“고마워, 하준아. 너도 앞으로 더 잘 될 거고, 행복해라. 아, 지금도 행복하지?”

“네, 매일 매일 행복해요.”

하준의 말에 박병우와 김유택도 두 사람을 감싸며 외쳤다.

“맞아, 우리도 행복해!”

“하준이를 만나서 행복해!”

하준은 자기를 만나서 행복하다는 형들의 말에 자기도 행복해졌다.

그리고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 되리라 다짐했다.

***

얼마 후, 하준이 이탈리아에 가서 찍은 <비긴버스킹> 시즌 5가 방송되었다.

매주 한 에피소드씩 방송이 되었는데, 특히 하준이 한범우 대신 피아노 반주도 하고, 이탈리아 노래까지 부른 6화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헐, 하준이 대박······ 못하는 게 없네!]

[넬라 판타지아라니! 하준이 목소리 너무 아름다워요 ㅠㅠ]

[저번 대금 연주도 대박이었지만, 오늘 하준이 넬라 판타지아로 찢었다 ㄷㄷㄷ]

[하준이는 못하는 노래가 없는 듯~ 진짜 이건 음원으로 나와야 해..]

[하준이 약간 그 빈 소년합창단 같지 않아요? 목소리 천상계급!]

[이건 진짜 귀한 영상이다 하준이가 어리니까 저런 목소리가 나오지 변성기 지나면 저거 못 부름. 고로 음원을 달라!!]

하준이 부른 기타 버전 넬라 판타지아는 현지에서도 엄청 반응이 좋았고, 역시 한국에서도 난리가 났다.

<비긴버스킹> 시즌 중에서 이번 시즌이 전체적으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이었는데, 6화는 <비긴버스킹> 사상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박 PD는 덕분에 방송국 국장에게 칭찬을 잔뜩 듣고, 주변 직원들에게 축하 인사도 많이 받았다.

기분이 한껏 업된 박 PD는 곧장 하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으하하하.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하준아, 대박이야, 대박!”

-네, 시청률 잘 나왔더라고요. 다행이에요.

“다 우리 하준이 덕분이야. 우리 하준이가 잘하는 게 좀 많아야지! 아하하.”

-감사합니다. 근데 선배님들도 워낙 인기가 많으시니까 잘 된 거죠.

“그래, 그래. 아무튼 그래서 말인데, 하준아, 다음에 시즌 6도 출연해줄래?”

-스케줄 맞으면 저도 출연하면 좋죠. 해외여행도 가고 노래도 부르고 재밌었거든요.

“좋아, 그럼 다음 시즌 스케줄 나오면 또 연락할게. 이번에 정말 수고 많았다! 잘 지내고, 또 보자!”

박 PD는 미리 하준을 찜하고는 싱글벙글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

시간은 빠르게 흘러, 여름이 되었고, <신입 도사와 비밀의 종소리> 시즌 2 방영 날이 다가왔다.

“내일이지?”

최선희가 잠자리에 드는 하준에게 물었다.

“응, 내일 저녁 7시에 공개된대.”

“다들 목 빠져라 기다리고 있더라. 애들도 팬들도.”

“시즌 2도 잘 돼야 할 텐데. 은근 떨려.”

“잘 될 거야. 우리 하준이 좋은 꿈 꾸고. 잘 자.”

최선희가 하준의 이마에 뽀뽀를 해주고 방을 나갔다.

하준은 천장에서 반짝이는 야광별을 구경하며 <신비종> 시즌 2가 대박 나는 상상을 했다.

시청률도 잘 나오고 전세계적으로 호평을 받는······.

그러다 스르르 잠이 들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하준은 뭔가 자다가 놀라서 깬 듯 갑자기 눈을 번쩍 뜨더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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