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꽃길만 걷는 천재스타-106화 (106/150)

106화

106화

제작진은 오늘 버스킹할 자리에 보면대와 디지털피아노, 마이크 등 음향기기를 설치해 주었다.

한범우는 피아노 담당이었고, 하준과 김도현은 기타 담당이었다.

뭔가 버스킹을 한 것 같은 분위기에 길을 가던 이탈리아 사람들이 하나둘씩 그들에게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세팅이 모두 되자, 오늘 오프닝을 열 김도현이 마이크를 잡고 영어로 간단히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우리는 한국에서 온 가수들입니다. 저는 락을 하는 김도현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첫 곡은 스팅의 Englishman in Newyork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첫 곡은 사람들이 알만한 곡을 부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선택한 곡이었다.

몇몇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박수를 쳐주었고, 김도현이 하준에게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하준이 기타로 힘찬 반주를 시작했다.

외국의 어린 아이가 버스킹을 함께 하는 것은 꽤 드문 일이었기에, 하준이 기타를 치자 더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게다가 하준의 집중한 표정과 능숙한 연주가 사람들에게 감탄을 자아냈다.

이어 김도현이 매력적인 허스키 보이스로 반주에 맞춰 노래를 시작했다.

“I don’t drink coffee, I’ll take tea my dear~”

김도현은 담백하고 파워풀한 락 스타일로 신나게 노래를 불렀고, 그의 목소리와 하준의 기타 소리에 이끌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김도현은 몰리는 사람들에 흥이 더 올라 열창을 했고, 마지막에는 가사를 바꿔서 마무리했다.

“We’re Koreans in~ Rome~”

김도현이 노래를 마치고 인사하자, 주변에 모인 이탈리아 사람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감사합니다! 근데 전 커피 좋아합니다. 이탈리아 커피가 정말 맛있더라고요. 하하.”

가사와는 반대되는 김도현의 말에 이탈리아 사람들은 더 환호하며 즐거워했다. 이탈리아는 에스프레소의 원조이자 커피의 나라였으니, 김도현의 말에 호응이 높은 것도 당연했다.

그런데 그때, 관객들 중 한 명이 손을 번쩍 들며 이탈리아어로 뭐라고 외쳤다.

“네?”

김도현이 무슨 말인지 몰라 제작진을 두리번거리며 찾는데, 갑자기 하준이 마이크에 대고 대답했다.

그것도 이탈리아어로.

“Esatto. Sono un attore che ha recitato lì.(맞아요, 저는 거기서 연기한 배우예요.)”

하준의 대답에, 질문을 한 이탈리아인은 활짝 웃으며 좋아했다.

반면 하준의 능숙한 이탈리아어를 들은 다른 가수들과 제작진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뭐야, 하준이 너 이탈리아어도 할 줄 알아?”

한범우가 놀라 물었다.

“아······ 이탈리아로 버스킹 간다고 해서 공부 좀 했어요.”

“와, 대박! 좀 한 게 아닌데? 프리토킹이 되는 거잖아!”

한범우가 감탄했고, 이어 김도현도 하준에게 물었다.

“방금 저분이 뭐라고 물은 거야? 넌 뭐라고 대답한 거고?”

“제가 <신비종>에 출연한 배우 아니냐고 물어보셔서 그렇다고 답한 거예요.”

“오, <신비종>이 외국에서도 인기 많았다고 하더니, 하준이 월드스타였구나! 거기다 이탈리아어까지 공부해 오고, 월드스타 자격 있네. 대단해!”

제작진들 역시 웅성거리며 벌써 하준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라고 기뻐했다.

하준의 인지도 덕분에 잠시 멈췄던 버스킹은 한범우의 노래로 이어졌다.

한범우는 피아노를 치며 감미로운 팝송을 불렀고, 박정윤도 잔잔한 옛날 팝송을 부르며 분위기를 무르익게 만들었다.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우리 팀의 마스코트, 아티스트 하준을 소개합니다.”

박정윤이 하준을 가리켰고, 기타를 멘 하준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이탈리아어로 간단히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의 배우이자 가수인 하준입니다. 다른 가수분들이 팝송 많이 불러주셨으니까 전 연주를 한 곡 할까 합니다.”

이렇게 말한 하준은 대금을 꺼내 설명을 이어갔다.

“이건 한국의 전통악기인 대금인데요, 제가 <신입도사와 비밀의 종소리>에서 무기로 사용했던 악기이기도 해요. <신비종> OST에 수록된 ‘그리운 그림자’라는 대금 독주곡을 들려드릴게요.”

구경하던 이탈리아 사람들은 자기들이 잘 아는 팝송도 좋아했지만, 생소한 악기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하준이 연주를 시작하자, 다수의 사람들이 이 음악이 생소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신비종>의 OST 중에서도 주인공 박민후의 테마곡이었던 ‘그리운 그림자’는 외국에서 꽤 인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이렇게 그 곡의 실제 연주를 직접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관객들은 저마다 감동 받은 표정으로 아름답고 구슬픈 대금 소리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하준의 연주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를 쏟아내며 환호했다.

“브라보!”

“브라보!”

그들이 어디서 이렇게 어린 아이가 멋지게 대금을 연주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겠는가.

하준의 대금 연주는 그야말로 희귀한 장면이었다.

“감사합니다!”

하준은 첫 무대를 대금으로 장식한 뒤, 곧바로 김도현과 ‘나는 나비’를 함께 불렀다.

이번 곡은 두 사람이 마치 아빠와 아들처럼 나란히 서서 기타를 치며 불렀는데, 그 모습이 무척 훈훈했다.

거기다 노래 자체도 신나고 두 사람의 화음이 잘 어우러져서 멋진 무대가 꾸며졌다.

하준은 김도현과의 듀엣곡 후에도 쉴 틈이 없었다.

한범우와 박정윤의 듀엣곡에 대금 반주를 해줘야 했기 때문이다.

한범우와 박정윤은 ‘눈의 꽃’을 불렀는데, 심금을 울리는 하준의 대금 반주가 더해지자, 노래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아름다움이 배가 되었다.

그리고 이때 가장 많은 관객들이 몰렸다.

두 손을 기도하듯 모은 사람, 눈물을 글썽거리는 사람, 눈을 감고 소리에만 집중하는 사람 등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들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동일한 감정은 바로 ‘감동’이었다.

‘눈의 꽃’은 반주와 간주도 꽤 시간이 길어서 중간중간 단독 대금 연주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관객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눈의 꽃’ 노래가 끝나자, 이번에도 역시 관객들은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브라비!”

“브라비!”

그 중 부모와 함께 무대를 구경한 8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노래가 끝나자 하준에게로 돌진해왔다.

“Suono di campana! Min-who!(종소리! 민후!)”

<신비종>에 출연한 배우라는 것을 알아본 것이다.

하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부모님에게 손짓하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아이들의 부모님은 하준에게 사진을 찍어 줄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 촬영 중이라······ 감독님, 잠깐만 사진 찍어줘도 괜찮을까요?”

하준은 박 PD의 눈치를 보았지만, 박 PD는 오히려 좋아했다.

“그럼! 이런 자연스러운 상황 좋아.”

해외에서 우리나라 연예인들을 알아본다는 것은 국내 시청자들에게 호기심과 뿌듯함을 유발했다.

게다가 귀여운 외국 여자아이들의 출연 역시 반길 일이었고.

하준은 여자아이들과 사진을 찍어주었고, 사인도 해주었다.

그 사이 다른 가수들은 그 모습을 귀엽게 바라보다가 한범우가 불쑥 하준에게 제안했다.

“하준아, 팬 서비스 차원에서, 꼬마 아가씨들이 좋아할 노래 하나 불러주는 건 어때?”

“어떤 노래요?”

“그거 있잖아, 네가 더빙한 애니메이션. <담을 넘어서>인가, 그거 전 세계적으로 흥행해서 노래도 엄청 유명하잖아.”

한범우의 말에 제작진도, 다른 가수들도 좋은 의견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아, 그럴까요?”

하준이 주인공 역할을 맡아 더빙한 디즈리 애니메이션 <담을 넘어서>는 한범우 말대로 전세계적으로 대흥행했다.

국내에서는 하준의 더빙이 굉장히 훌륭하다는 점과 하준의 인기에 힘입어 자막판보다 더빙판이 훨씬 더 많은 인기를 누렸다.

또한 하준이 부른 ‘담을 넘어서’ 한국어 버전은 전 세계 더빙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전문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얘들아, 너희 ‘Beyond the wall’ 아니?”

하준이 여자아이들에게 이탈리아어로 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반짝이는 눈으로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그러더니 하준이 불러주려고 물은 건지 아는지, 대뜸 박수부터 신나게 쳤다.

“알았어, 불러줄게.”

하준은 오빠미소를 지으며 기타를 들었다.

그러고는 관객들에게 이탈리아어로 설명했다.

“즉흥적으로 생각난 노래가 있어서 한 곡 불러보겠습니다. 제가 이 곡의 한글버전을 불렀었는데, 여기서는 영어버전으로 부를게요.”

하준은 원곡인 영어버전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기 때문에 영어버전을 부르기로 했다.

한범우가 피아노 반주를 해주었고, 거기에 하준이 기타 연주까지 얹어 노래를 시작했다.

“My village is too small~ (우리 마을은 너무 좁아~)”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관객들은 다들 ‘아, 이 노래!’ 하는 표정으로 작게 노래를 따라 불렀다.

방금 하준과 사진을 찍은 여자아이들도 신나게 박수를 치며 목청 높여 노래를 따라 했다.

대부분의 흥행한 디즈리 애니메이션의 대표곡들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기에, 이 노래 역시 많이들 알아서 노래의 클라이맥스로 접어들 때는 떼창이 나왔다.

“Beyond the wall~ I'm going to find my way~ beyond the wall!”

“Beyond the wall~ I'm going to find my way~ beyond the wall!”

관객들은 함께하는 노래에 무척 즐거워했고, 하준은 관객들의 호응과 참여가 고마웠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준은 자신의 노래를 함께 해준 관객들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하준의 즉흥 노래가 끝난 뒤, 서로 돌아가면서 듀엣곡을 불렀는데, 하준은 한범우와는 원래 함께 불렀던 ‘단 하루만’을, 박정윤과는 ‘2002’를 열창했다.

마지막으로는 네 명이 다 함께 단체곡을 불렀고, 로마에서의 첫 버스킹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버스킹이 끝나고 제작진들과 출연진들은 서로 수고했다며 인사를 나눴다.

정리가 끝나자, 박 PD가 큰소리로 다음 촬영 장소를 알려주었다.

“로마에 왔으니 콜로세움은 보고 가셔야죠? 거기로 이동하는 길에 편하게 대화하는 거 촬영할게요.”

하준은 물론 김유택과 최선희도 콜로세움을 보러 간다는 말에 무척 기뻐했다.

“으하하, 너무 좋다! 저 진짜 하준이 매니저 되길 너무 잘한 거 같아요. 일하러 온 건데, 유적지 구경도 하고, 유명한 가수들 노래도 1열에서 직관하고, 이런 직업이 어딨겠습니까!”

“나도 진짜 하준이 아니면 이런 구경을 어떻게 해보겠나 싶어. 노래도 너무 좋았는데, 다음 코스로 관광이라니. 호호.”

하준은 두 사람이 좋아하니 더 기분이 좋았다.

비록 아예 셋만 함께 자유롭게 다니는 여행은 아니었지만, 첫 여행으로는 이렇게 제작진들과 함께 오는 것도 편하고 좋았다.

셋 다 해외여행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으니 오히려 이끌어줄 제작진이 있어 든든했던 것이다.

그래도 하준은 나중에는 촬영 말고 진짜 유럽 여행을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 나중에 아빠랑 할머니도 같이 해외 여행 가자.”

“좋지! 근데 시간이 날까 몰라. 우리 아들 이렇게 찾는 데가 많아서. 호호.”

“시간은 만들어야지! 가족이 우선이니까.”

하준이 씽긋 웃었고, 최선희는 기특하다며 하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때, 박 PD가 하준을 불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