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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103화 (103/150)

103화

103화

“캠핑장 버스킹 영상······ 아! 그걸 보셨대요?”

하준이 놀라 물었다.

캠핑장에서 하준이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걸 여러 사람들이 영상으로 촬영했는데, 그 중 일부는 너튜브에 올라왔다.

하준도 팬카페 회원들이 너튜브 영상 여러 개를 모아 올려줘서 본 적이 있었다.

-응, 그 영상들 네 희귀영상이라고 인기 많았잖아. 그래서 <비긴버스킹> 관계자들도 보게 됐나봐.

하준이 기타 치면서 팝송을 부르는 게 대중들에게 공개된 적도 없거니와, 이렇게 캠핑장에서의 버스킹은 처음 있는 일이었으니 해당 영상들은 당연히 희귀영상으로 취급받을 만했다.

“근데 제가 곧 영화 촬영 들어가서 국내에서 잠깐 촬영하는 거면 모를까 해외는 못 가잖아요?”

-그렇지. 그쪽에서도 네가 <영재> 촬영 들어가는 거 다 알고 있더라고. 근데 미리 섭외 요청 해두는 거래. <영재> 촬영 끝나고 가면 좋겠다고. 대충 두세 달이면 끝날 테니까, 1월 말이나 2월 초에 가면 되지 않겠냐고 말이야.

“음, 영화 촬영이 혹시 길어지면 어쩌죠?”

-그쪽에서 최대한 맞춰 줄 거라고 하긴 했는데, 혹시 영화 촬영 길어지면 다음에 출연하면 되지, 뭐. 하준이 해외에 한 번도 안 나가봤지? 이번 기회에 해외여행도 좀 하고, 버스킹도 해보고 그러면 좋은 경험이 될 거 같아.

최 대표는 하준의 <비긴버스킹> 출연을 적극 추천했다.

“네, 저도 재밌을 것 같아요. 할게요.”

-잘 생각했어. 다른 가수들이랑 같이 가니까 배우는 것도 있을 거야. 아, 외국에 네 팬들도 꽤 있지 않을까? <신비종>이 외국에서도 흥행했으니까. 하하.

“참, 근데 만약 가게 되면 저 유택이 형이랑 같이 가요?”

-유택이 영어가 되던가? 그건 그때 상황 봐서 정하자. 근데 참, 이건 하준이 부모님께도 허락을 맡아야 할 일이겠다. 집에 가서 한 번 여쭤봐. 알겠지?

하준이 어리기 때문에 국내 스케줄이 아니라 해외로 나가는 건 아무래도 부모님의 의견도 물어봐야 했다.

“네. 집에 가서 물어보고 연락 드릴게요.”

하준은 화실에서 그림을 한참 더 그린 후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하준은 최선희에게 <비긴버스킹>에서 섭외가 온 이야기를 하며 질문했다.

“엄마, 근데 해외에 가는 거면 엄마나 아빠랑 같이 가면 좋겠는데, 엄마 시간 되겠어?”

하준이 알기로, 최선희는 요즘 드라마 대본을 여러 드라마 PD들에게 보내고 있는 중이라 언제 드라마에 들어가게 될지 몰랐다.

“당연히 같이 가야지! 잘됐네. 우리 아들이랑 해외 가야 돼서 퇴짜 맞았나 보다. 호호.”

최선희가 방긋 웃었다.

하지만 하준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최선희를 쳐다보았다.

“다 퇴짜 맞았어?”

“응, 요즘 트렌드에 안 맞는다네. 새로 써야지, 뭐.”

하준은 여전히 대수롭지 않은 듯 웃으며 말하는 최선희를 말없이 꼬옥 안아주었다.

위로의 포옹이라는 걸 느낀 최선희는 자기도 하준을 더 꼭 안으며 말했다.

“역시 우리 아들밖에 없네. 따뜻해.”

“엄마 그동안 드라마 쓰느라 힘들었으니까 나랑 같이 해외 나가서 머리 좀 식히면 되겠다. 맞다! 여행 같은 거 다니면 글 쓰는 데도 좋대.”

“그래, 그래. 엄마한테도 딱 필요한 힐링 여행이 되겠네! 역시 우리 아들은 효자야, 효자.”

“헤헤. 음, 아빠도 같이 가면 더 좋을 텐데, 아빠는 그때까지 영화 촬영 다 안 끝나겠지?”

“그럴걸? 이번에 촬영하는 건 액션 영화라서 좀 더 걸린댔어.”

현재 윤기철은 액션 영화 촬영에 들어간 상태였다.

<죽지 않는 백화점>의 흥행 성공으로 제작사 투자도 많이 받을 수 있어서 윤기철은 이번에 스케일이 꽤 큰 액션영화를 촬영하고 있었다.

그래서 촬영 기간도 꽤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아빠 오늘도 늦게 온댔지? 대표님이 부모님 허락받아오랬는데, 아빠한테 전화해볼까?”

“그래.”

하준은 윤기철에게는 전화로 허락을 받았고, 곧바로 최 대표에게 연락해 <비긴버스킹>에 출연하겠다고 알렸다.

***

10월 말, 드디어 영화 <영재>의 대본 리딩날이 되었다.

하준은 대본 리딩이 이뤄질 사무실로 가기 전 먼저 안 작가의 화실에 들렀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가져가기 위해서였다.

“이거 겉에만 마른 거라서 조심해서 가져가야 돼. 알겠지?”

안 작가는 하준의 그림을 직접 차에 실어주었는데, 의자 위에 그림을 눕혀 놓고 그 위에 딱 맞는 밥상 덮개를 덮어 주었다.

그러고는 김유택에게도 당부했다.

“매니저님, 운전 조심히 해주세요. 이거 떨어지면 안 돼요.”

“네, 알겠습니다!”

김유택은 안 작가의 말대로 조심조심 운전해 대본 리딩장으로 향했다.

하준이 대본 리딩장에 나타나자, 언제나처럼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하준에게 몰려들었다.

“오, 우리 주인공! 어서 와.”

“와, 드디어 하준이를 보는구나! 실물이 더 귀엽네!”

“하준아, 진짜 보고 싶었어.”

“반갑다! 듣던 대로 귀공자처럼 잘생겼네. 하하.”

하준은 사람들과 다정하게 인사를 나눴고, 곧 정혁구 감독의 바로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매니저 김유택은 가져온 하준의 그림 2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아까 안 작가가 해준 대로 밥상 덮개를 덮었다.

“이게 뭐예요?”

<영재>에서 극중 영재에게 미술을 가르쳐주는 젊은 하가 역할을 맡은 민윤호가 김유택에게 물었다.

“하준이 그림이에요.”

“아, 이게 하준이 그림이에요? 근데 왜 밥상 덮개로······?”

그림에 밥상 덮개를 덮어놓은 것이 의아했던 민윤호가 재차 물었다.

“유화라서 겉에는 일단 말랐는데, 혹시 몰라서 건드리면 안 되거든요. 화실 선생님이 이렇게 해주셨어요.”

“아하. 근데 하준이 그림은 왜 가져 온 거예요?”

민윤호는 궁금한 게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배우들은 하준이 극중에서 직접 그림을 그릴 거라는 걸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정혁구 감독과 미술감독뿐.

하지만 미술감독 역시 하준의 실력을 보지 못했기에 오늘 그림을 직접 보고 결정을 내리려고 그림을 가져오라고 한 것이었다.

“극중 영재가 그림을 잘 그리잖아요? 그래서 하준이가 그림을 배우려고 화실을 좀 다녔는데,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해서 한 번 보려고 가져오라고 했어요. 하준아, 밥상 덮개 좀 열어봐도 되겠니? 그림 좀 보게.”

미술감독이 대신 대답을 해주더니 하준에게 그림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동시에 미술감독은 그림으로 가까이 다가갔고, 테이블 주변으로 쭉 둘러앉아 있던 배우들 역시 궁금한 나머지 다들 그림으로 몰려들었다.

이에 하준은 밥상 덮개를 열었고, 각 그림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이 그림이 난해한 그림이고요, 요 그림이 잘 그린 그림이에요.”

하준이 그림을 공개하자마자, 미술감독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른 배우들 또한 놀라기는 마찬가지.

“와, 이게 진짜 하준이가 그린 거라고요? 엄청 잘 그렸는데요?”

“난해한 거도 뭔가 어지러워서 그렇지 느낌이 되게 좋아요.”

“잘 그린 건 진짜 잘 그렸네. 몽환적이고 아름다워······.”

“어머머······ 난 원래 추상화 싫어하는데, 이건 색감으로만 쳐도 너무 멋있다!”

칭찬이 쏟아지는 가운데, 정혁구 감독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미술감독에게 물었다.

“어때? 하준이 그림으로 가도 되겠지?”

“가도 되는 정도가 아니라, 이 그림으로 하는 게 훨씬 좋겠어요. 그림이 정말 뭐랄까, 순수하게 멋지다고 해야 하나, 와······.”

미술감독은 훌륭한 인재를 발견한 듯한 눈빛으로 하준을 바라보았다.

“전공자가 봐도 그렇지? 하하. 안 작가도 하준이 작품으로 하는 게 낫겠다고 할 정도였으니, 뭐.”

정 감독은 그럴 줄 알았다면서 활짝 웃었다.

“우와, 감독님, 그럼 하준이가 극중 영재 그림을 직접 그리는 거예요?”

민윤호가 놀라워하는 배우들을 대표해 물었다.

“응, 하준이 미술적 감각이 남다르더라고. 그래서 하준이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하려고.”

“와······! 하준이는 정말 못 하는 게 없구나!”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진짜 못 하는 게 없네!”

“감독님이 그래서 하준이를 캐스팅 하셨구나! 영재가 영재를 연기하는 거네요.”

“맞네, 맞아. 근데 그림 정말 좋다······.”

그런데 그때, 극중 영재의 극성스러운 엄마 역할을 맡은 우미정이 뜬금없이 정 감독에게 물었다.

“감독님, 이거 영화에 쓰고 나면 제가 사도 돼요?”

“응? 그림을 사겠다고?”

“네, 저 그림 모으거든요. 하준아, 이 그림 나한테 팔아라. 응?”

우미정의 말에 하준은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정 감독을 쳐다보았다.

정 감독도 난감해하는데, 아무 말 없이 하준의 그림만 쳐다보고 있던 미술감독이 말문을 열었다.

“감독님, 이건 어떨까요? 하준이가 영화에서 그린 그림들로 전시회를 여는 거요.”

“전시회?”

“네, 영화와 현실이 연계되는 거죠. 예전부터 이런 거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하준이를 만나서 드디어 해볼 수 있겠어요. 극중 영재가 그린 그림이 사실 영재를 연기한 하준이 직접 그린 그림들이고, 영재는 영화 안에서 전시회를 열 거잖아요? 하준인 현실에서 전시회를 여는 거예요. 영화 상영 기간에요.”

미술감독은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영화와 현실을 연결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해서 설명했다.

“와, 그거 정말 멋진데요?”

“영화 속 영재의 전시회를 본 관객들은 현실에서 똑같은 전시회가 열린다면 직접 영화 속에 들어간 느낌이 들 것 같아요.”

“그리고 영화 속 영재가 이 세상 어딘가에서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겠죠.”

“전 드라마 같은 데서 응원하고 싶은 캐릭터들이 나오면 드라마가 끝나도 가끔 생각나요.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이 전시회 하면 관객들에게 영화 그 이상의 감동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배우들 역시 적극 찬성했다.

정 감독도 홍보 면에서도, 영화 자체의 감동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미술감독의 아이디어는 꽤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사실 이 아이디어의 결정권은 그림 작가인 하준에게 있었다.

“하준아, 네가 그린 그림들로 전시회 하는 거, 괜찮겠니? 네가 싫으면 안 해도 돼.”

정 감독은 하준이 최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고 결정할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물론 대본 리딩장의 수많은 사람들이 하준을 주시해서 분위기가 좀 부담스럽긴 했지만 말이다.

“제 생각에도 너무 멋진 일인 것 같아요. 전시회 할래요.”

하준은 미술감독과 다른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전시회를 상상해보았고, 상상만으로도 무척 감동적일 것 같았다.

“으하하, 좋았어. 아이고, 이뻐라.”

정 감독은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좋아했고, 배우들도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와아!”

“좋다, 좋다!”

“감독님, 이거 진짜 대박이에요.”

“우리 영화 정말 잘 될 것 같아요!”

“빨리 촬영하고 싶다!”

배우들이 좋아하고 있는데, 우미정이 조심스럽게 또 물었다.

“근데 그럼 전시회 하고 나서 이 그림 제가 사면 안 돼요?”

“음, 그건 미리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 그때 상황 봐서 하준이가 팔고 싶으면 파는 걸로 합시다.”

“네, 어쩔 수 없죠.”

정 감독은 일단 결정을 미뤘고, 우미정은 더이상 조르는 건 실례일 것 같아 아쉬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대본 리딩 시작합시다!”

“네!”

정 감독의 말에 배우들은 열의에 찬 모습으로 대본을 펼쳤다.

언제나처럼 하준은 펼칠 대본이 없었으나, 다들 하준의 뛰어난 암기력을 아는지라 곧바로 대본 리딩에 돌입했다.

***

“엄마랑 오랜만에 같이 가 보네! 좋다, 헤헤.”

<영재>의 첫 촬영날, 하준은 오랜만에 최선희와 동행했다.

<신비종> 시즌 2 촬영 때는 시즌 1 촬영을 했었기 때문에 스태프들이나 배우들과 친했고, 촬영도 익숙했기에 굳이 최선희가 함께 가지 않아도 괜찮았다.

물론 그때 최선희가 드라마를 쓰고 있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최선희가 쉬고 있으니 하준을 따라나선 것이다.

“엄마도 너무 좋다. 호호.”

최선희는 이렇게 좋다고 표현해주는 하준이 고마웠다.

하준은 연신 싱글벙글 웃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쉴 새 없이 조잘대더니 자연스럽게 최선희에게 물었다.

“참, 엄마, 엄마가 썼던 드라마 대본 궁금한데, 나도 읽어 보면 안 돼? 어차피 새로 쓸 거라며.”

“음, 그래. 어차피 버릴 건데, 보여줘도 되지. 파일로 보내 줄게.”

최선희는 메일에 저장된 대본 파일이 있었기에 그 자리에서 곧장 파일을 보내주었다.

“고마워. 심심할 때마다 읽어야지. 헤헤.”

하준이 씽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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