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꽃길만 걷는 천재스타-101화 (101/150)

101화

101화

“앵콜, 앵콜!”

“와, 이게 웬 횡재야!”

“대박! 여기서 하준이 노래를 듣게 되다니!”

“오늘 완전 계 탔네!”

몰려든 사람들은 저마다 감탄했고, 하준은 다소 당황했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내준 사람들에게 꾸벅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사람들은 노래를 더 들려달라고 조심스럽게 요청했다.

“하준아, 노래 너무 좋은데, 한 곡 더 불러주면 안 될까?”

“이 가을밤에 하준이 노랫소리가 너무 잘 어울려! 더 듣고 싶다!”

“한 곡만 더 해주라, 부탁이야.”

하준은 윤기철을 슬쩍 쳐다보았다.

윤기철이 음식들을 다 구우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듯했다.

“네, 그럼 더 불러볼게요.”

하준의 말에 사람들은 좋아하며 또 한 번 환호했다.

하준은 어떤 노래를 부를까 잠시 고민하다가 가을에 딱 맞는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을 부르기로 했다.

“가을이 오면~ 눈부신 아침 햇살에~”

옛날 노래였지만, ‘바람이 불어오는 곳’처럼 많이들 아는 노래라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노래였다.

캠핑장의 어른들은 어린 하준이 이렇게 오래된 노래를 안다는 것에 놀라워하면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라 감상에 젖었다.

일부 사람들은 하준의 노래 부르는 모습을 휴대폰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가을이 오면’이 끝나자, 사람들은 첫 노래보다 더 크게 호응했다.

“와, 너무 좋다!”

“하준! 하준! 하준!”

“노래 너무 잘한다!”

하준이 이번에도 일어서서 인사를 하는데, 갑자기 한지예가 나타나 하준에게 다가왔다.

“어? 지예야.”

하준이 한지예의 이름을 부르자, 한지예는 자기 이름을 기억해줘서 감동을 받았는지 활짝 웃으며 일회용 접시를 내밀었다.

“이거······ 오빠 먹어.”

일회용 접시에는 수박과 포도 등의 과일이 담겨 있었다.

“아, 고마워. 근데 이거 부모님께는 말씀드리고 가져온 거 맞지?”

혹시라도 한지예가 몰래 음식을 가져왔을까 봐 걱정이 된 하준이 물었다.

이에 한지예의 부모가 손을 번쩍 들고 흔들었다.

“하준아, 우리가 주라고 했어. 맛있게 먹어.”

“아, 네, 감사합니다. 지예야, 고마워. 잘 먹을게. 이따 후식으로 먹어야겠다.”

하준은 지예에게 환한 미소로 다시 인사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캠핑장의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하나둘씩 각자의 차로 흩어졌다.

마침 윤기철의 바비큐도 어느 정도 구워졌기에 하준은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우왕, 맛있어!”

“맛있어? 하하. 아빠가 고기 엄청 잘 굽지?”

“응! 아빠가 최고야!”

“여보, 당신은 어때?”

“두말하면 입 아프지. 엄청 맛있어.”

하준과 최선희는 고기와 새우, 채소를 번갈아 먹으며 연신 감탄했다.

“밖에서 먹으니까 더 맛있는 것 같아.”

“맞아, 꿀꿀꿀맛이야!”

“여보, 당신도 아~.”

최선희는 아직 바비큐를 굽고 있는 윤기철의 입에 고기를 넣어주며 함께 맛있게 식사했다.

그런데 아까 흩어졌던 캠핑장의 사람들이 다시 하나둘씩 하준네 테이블로 찾아왔다.

그들은 다들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하준아, 이거 빵인데, 맛있어. 먹어봐.”

“이건 치즈랑 단호박 구이야.”

“방금 만든 유부초밥인데, 조금 가져왔어.”

“요거 홍합탕인데, 시원해. 고기랑 같이 먹으렴.”

“하준이 식혜 좋아하니? 이거 직접 만든 식혠데 안 달고 맛있어.”

“우린 어른들만 와서 하준이가 먹을 만한 게 없어서 와인 하나 가져왔어요. 하준이 어머님, 아버님 드시라고요.”

아까 한지예가 과일 주는 것을 보고, 다들 하준의 노래에 뭔가 보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머, 감사해요. 잘 먹겠습니다.”

“다들 인정이 많으시네. 감사합니다.”

하준 가족은 밀려드는 음식 선물에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

또한 윤기철은 받기만 할 수 없다면서 고기가 구워지면 좀 가져다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손사래를 치며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아휴, 괜찮습니다. 이건 아까 하준이 노래에 대한 보답이에요.”

그 말을 들은 하준은 다시 한 번 감사인사를 하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음, 그럼 저 저녁 먹고 나서 앵콜로 노래 몇 곡 더 불러드릴게요.”

“어머, 그래도 되겠니?”

“그럼 우리야 너무 좋지만, 네가 힘들까 봐······.”

사람들은 반가워하면서도 하준을 걱정했다.

“괜찮아요. 어차피 노래하려고 기타 가져온 건데요, 뭐.”

“와, 그럼 이따가 노랫소리 들리면 또 와도 돼?”

“네, 그럼요. 기타 소리 들리면 오세요.”

“고맙다! 귀 쫑긋 세우고 있어야지. 이따 올게!”

사람들은 신나서 돌아갔고, 최선희는 빙긋 웃으며 하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하준이 노래가 얼마나 좋았으면, 이렇게 다들 맛있는 것도 가져다주시고, 노래 또 들으러 오신다고 하실까. 하긴, 우리만 듣기 아까운 노래긴 하지.”

“하준이 기타 소리는 또 얼마나 좋다고. 딱 이 가을밤과 찰떡이라니까. 나도 막 옛날 생각났어. 가을밤에 통기타 소리 들으면서······.”

“옛날 생각? 나랑은 가을밤에 통기타 소리 들은 적 없는 것 같은데. 누구랑 들은 거야?”

최선희가 윤기철에게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어? 아니, 아니야. 기억 조작이다, 조작.”

“기억 조작?”

“응, 노래 들으면 없던 추억도 생기는 것 같은 그런 거 있잖아. 노래가 너무 좋아서 말이야.”

윤기철의 설명에 최선희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지원군 하준이 불쑥 끼어들었다.

“아! 그런 노래 있어, 엄마. 너튜브에서 봤어.”

“응? 어떤 노랜데?”

“그게 뭐냐면, 음, 이따가 내가 불러줄 테니까, 엄마도 한번 기억 조작되는지 들어봐. 헤헤.”

하준은 어떤 노랜지 알려주려다가 직접 들어보라며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래, 좋아. 빨리 들어보고 싶네. 호호.”

“무슨 노래인지 아빠도 엄청 기대된다!”

윤기철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더니 더 빠르게 고기를 자르고 야채 꼬치를 구웠다.

잠시 후, 세 사람은 저녁 식사를 마쳤고, 한지예가 가져다준 과일을 디저트로 먹었다.

그리고 하준이 드디어 기타를 들었다.

하준은 들을 사람은 모이라는 뜻에서 노래 없는 기타 연주곡 ‘로망스’를 연주했다.

사람들은 익숙한 멜로디의 기타 연주가 들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하준의 캠핑카 앞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이번에는 아예 구경을 제대로 하겠다는 듯 각자 간이의자를 들고 와서 하준의 캠핑카 주변으로 빙 둘러앉았다.

사람들이 거의 다 모인 것 같자, 하준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맛있는 음식도 가져다주시고, 감사합니다. 저도 이왕 기타 치면서 노래하는 거 다 함께 즐기면 좋은 거니까 구경 오시라고 했어요. 일단 첫 곡은 저희 엄마를 위한, 없던 추억도 떠오르게 하는 팝송 하나 부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와아’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그 와중에 한 사람이 손을 번쩍 들고 물었다.

“저, 하준아, 촬영해도 될까?”

“네, 하셔도 돼요. 그럼 노래 시작하겠습니다.”

하준은 곧바로 기타를 잡고 숨을 고른 뒤 노래를 시작했다.

“I will always remember~”

첫 가사를 듣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무슨 노래인지 알아채고 입을 쩍 벌리며 기뻐했다.

최선희는 눈을 감고 하준의 노래에 심취했다.

영어 가사는 특별히 어려운 단어는 없어서 최선희도 어떤 내용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노래 자체도 가사와 잘 어울리게 발랄하고 상큼해서 최선희는 단번에 이 노래에 푹 빠져들었다.

그리고 하준의 노래가 끝나자, 가장 먼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쳤다.

“와, 하준아, 엄마 시간 여행 갔다 온 기분이야. 너무 좋다······! 이 노래 제목이 뭐야?”

최선희의 물음에 일부 사람들이 대신 답해 주었다.

“2002요! 앤 마리 노래예요.”

이 노래는 앤 마리의 ‘2002’라는 곡으로 2002년 여름 11살 때 친구와 했던 키스와 구체적인 추억들을 가사로 쓴 곡이었다.

하준은 기타 음악을 찾다가 이 노래를 발견했는데, 가사도 너무 좋고 노래도 발랄해서 연습해두었다.

“어머, 유명한 노래구나! 다들 아시네. 근데 제목이 2002야? 우리 월드컵 4강 갔던 그 해잖아?”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잊혀지지 않는 해가 여럿 있지만, 그 중에서 너무 즐겁고 행복해서 잊혀지지 않은 해로는 2002년이 독보적이었다.

2002년 하면 바로 월드컵이 떠오를 정도로 말이다.

“맞아요! 우리 그때 정말 대단했지. 크으!”

“붉은 악마 티셔츠 입고 진짜 열렬히 응원했어.”

“길에 막 다들 빨간 티셔츠 입고, 태극기 흔들고.”

“누구든, 어디서든, ‘대~한민국!’ 이렇게 외치면 서로 모르는 사람도 바로 박수로 ‘짝짝짝 짝짝’하고 받아 줬잖아요.”

어른들은 각자 2002년 월드컵의 추억을 소환해 웅성거리며 떠들어댔다.

하준은 월드컵의 추억을 겨냥해 부른 노래는 아니었으나 다들 행복해하며 과거를 회상하니 그것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

“대~한민국!”

그러자 각자 이야기를 하던 사람들은 자동반사적으로 손뼉을 쳤다.

짝짝짝 짝짝!

누군가 곧바로 한 번 더 외쳤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으하하하! 다들 감 싸롸있으시네!”

선창을 한 남자가 자동적 반응에 감동해 호탕하게 웃으며 외치자, 사람들도 그를 따라 웃음을 터뜨렸다.

“와, 몸이 기억한다, 몸이 기억해.”

“저 대한민국 듣고 박수 안 치면 우리나라 사람 아니지. 하하하.”

“크으, 진짜 추억 소환이네요.”

사람들은 한바탕 웃은 후, 하준에게 또 다른 추억을 선물해달라고 청했다.

“하준이는 어린데도 옛날 노래 너무 잘 알아서 더 좋아.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아름답게 옛날 노래 불러주니까 진짜 과거 미화 절로 된다니까.”

한 남자의 말에 하준이 그럼 옛날 노래를 불러줄지 물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냐, 하준이 부르고 싶은 거 아무거나 불러도 돼.”

“어떤 노래를 부르든, 지금 이 순간이 추억으로 남을 테니까. 안 그렇습니까, 여러분?”

“맞아요, 뭐든 불러만 줘!”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하준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가을 산에 잔잔히 울려 퍼졌다.

“Starry starry night~”

사람들은 하준의 노래와 이 순간의 느낌을 기억하기 위해 숨을 죽이고 하준의 노래에 집중했다.

이날 하준은 캠핑장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에게 1시간가량의 행복한 추억을 선사했고, 하준 역시 여행지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하나 얻었다.

***

얼마 후, 하준은 영화 <영재>의 감독인 정혁구와 함께 어느 화실을 찾았다.

화실에 들어가니 열심히 유화를 그리고 있는 한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안 작가! 나 왔어. 하준이도 같이 왔어.”

정 감독이 안 작가를 부르자, 안 작가가 벌떡 일어나 하준과 정 감독을 돌아보았다.

“아, 감독님, 오셨어요! 안녕하세요.”

안 작가는 정 감독과 악수를 한 뒤 하준과도 악수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하준입니다.”

“와, 너 실물이 더 잘 생겼구나! 하하. 반갑다.”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하준은 영화 <영재>에서 유화를 그리는 장면이 많아서 유화 그리는 법을 조금 배울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정 감독은 영화 들어가기 전에 미리 안 작가에게 그림을 좀 배우라고 이곳에 데려온 것이었다.

“나도 잘 부탁해. 하준이 그림도 잘 그린다고 들었는데, 유화는 안 그려봤니?”

“네, 처음이에요.”

하준의 대답에 정 감독이 끼어들어 말했다.

“하준이 잘 가르쳐 줘. 뭐, 잘 그릴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그림 그리는 모습 자체는 자연스러워 보여야 하니까.”

“네, 그럼요.”

“난 여기 조금 앉아서 구경하다 갈 테니까, 하준이랑 그림 한 번 같이 그려봐.”

영화에서도 화실에서 하준이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뭔가 참고할 만한 부분이 있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정 감독은 화실의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고, 안 작가는 하준에게 손짓했다.

“하준아, 이리 와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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