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꽃길만 걷는 천재스타-98화 (98/150)

98화

98화

“우와!!”

“그거 보고 싶었는데! 좋아요!”

“신난다!”

아역 배우들은 디즈리 애니메이션을 보러 간다니 무척 좋아했다.

조감독은 아역 배우들이 당연히 좋아할 것을 예상했기에 뿌듯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성인들에게는 선택권을 주었다.

“애니메이션이라 보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일찍 들어가셔도 괜찮습니다. 이번 복지는 아이들 위주로 준비했지만, 다음에 따로 성인들을 위한 복지도 준비할 테니 서운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성인들도 좋은 반응을 보였다.

“전 애니메이션 좋은데요? 디즈리 애니메이션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들 좋아하지 않나요?”

“맞아, 디즈리 애니메이션은 무조건 콜이지!”

“그리고 바로 어제 개봉한 따끈따끈한 신작 아닙니까.”

“게다가 하준이가 더빙한 거면 더더욱 극장 가서 봐야지.”

그리하여 <신비종>의 배우진과 연출진들은 저녁을 먹은 후 다 함께 근처 영화관으로 이동했다.

아예 상영관 하나를 대관했기에, <신비종> 팀은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않고 마음 편히 상영관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 조감독은 팝콘과 음료수도 쫙 돌렸고, 아이들은 팝콘을 먹으며 조잘거렸다.

“예고편 보니까 하준이 목소리 되게 잘 어울리더라!”

“맞아, 노래도 잘하고! 내용도 재밌을 것 같아.”

“진짜 기대된다!”

아역 배우들은 대부분 한껏 들 떠 있었는데, 악역인 양백상을 연기하는 이민혁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하준이 주목받는 게 질투가 나서 같이 보러 가지 말까도 생각했으나, <담을 넘어서> 자체가 너무 궁금했기에 이곳에 따라 왔다.

‘쳇. 어디 얼마나 잘하나 내가 지켜보겠어.’

이민혁은 트집 잡을 준비를 하고 팝콘을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잠시 후, 광고가 몇 개 나오고, 드디어 애니메이션이 시작되었다.

할머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마을을 감싼 높은 벽을 넘어 모험을 떠난 글렌은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 중 가장 용감하고 멋진 사냥꾼 워드를 따라 사람들을 공포에 빠뜨린 그레이트 베어를 잡으러 빅 마운틴으로 향한다.

글렌의 마을 사람들 역시 이 그레이트 베어 때문에 벽을 세우고 살아가고 있던 것이라, 글렌은 그레이트 베어를 잡으면 마을 사람들 모두 자유를 얻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레이트 베어는 절대 나쁜 곰이 아니었고, 사람을 해칠 생각이 없는, 민물고기만 잡아먹는 착한 곰이었다.

단지 인간들이 그레이트 베어의 서식지 근처의 강을 막아 물이 안 흐르게 되면서 먹을 것을 찾아다니다 마을까지 내려오게 되었고, 그레이트 베어의 크기에 놀란 사람들이 괴담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글렌은 사냥꾼을 설득해 그레이트 베어를 죽이지 못하게 하고, 사람들도 설득해 강물을 다시 흐르게 해준다.

그러자 그레이트 베어와 마을 사람들 모두에게 평화가 찾아왔고, 마을의 벽 역시 허물어지며 영화는 끝이 났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상영관의 불이 켜지자, 아이들이 가장 먼저 환호했다.

“와, 엄청 재밌다! 그치?”

“응, 그리고 그레이트 베어 새끼 엄청 귀여워!”

“노래도 디게 좋다.”

어른들은 애니메이션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많다며 내용 속에 숨겨진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 그들은 하준의 더빙 연기를 칭찬했다.

“오, 왜 디즈리에서 하준이를 캐스팅했는지 알겠어. 목소리 연기가 쉬운 게 아닌데, 감정을 목소리만으로도 정말 잘 전달하네.”

“맞아요, 캐릭터 입모양에도 꽤 잘 맞게 했고요.”

“하준아, 노래도 너무 잘하더라. 역시 뮤지컬 배우야!”

“노래들도 다 좋아서 엄청 화제 되겠는데?”

하준은 칭찬의 말을 건네는 사람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한편, 이민혁은 뾰로통해져 있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트집을 잡을 부분이 없기도 했고, 애니메이션 자체가 너무 재밌어서 푹 빠져서 본 자신을 깨닫고 스스로 짜증이 났던 것이다.

‘하아, 이거 엄청 잘 되겠는데? 쟤는 뭐 하는 것마다 재밌는 작품이야? 맨날 잘 되고······ 힝, 짜증 나!’

그때, 조감독이 맨 앞으로 나가더니 관람 기념 사진을 찍자고 했다.

“기념 촬영 한 번 하시죠! 하준아, 하준이는 한가운데에 앉아.”

하준은 관객석의 한가운데 자리로 이동했고, 곧 조감독이 외쳤다.

“찍습니다, 하나, 둘, 셋!”

찰칵.

기념 촬영 후, 사람들은 하준에게 대박 나길 기원한다며 덕담을 해주고 상영관을 나섰다.

하준은 첫 더빙이라 평가가 어떨지 걱정이 되었었는데,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애니메이션이 재밌고, 또 더빙도 잘했다고 해주니 안심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간 하준은 포털 사이트에서 <담을 넘어서>의 평점을 확인해보았다.

“우와, 평점이 8.8이나 되네!”

게다가 어제 개봉했는데, 관람객이 벌써 40만 명을 넘었다.

하준은 관람객들의 한 줄 평은 어떤지 살펴보았다.

[역시 믿고 보는 디즈리]

[와, 하준 더빙 개잘함! 영어 원곡보다 하준이 부른 게 더 좋을 정도]

[더빙 원래 안 보는데, 하준이 더빙했다고 해서 한번 봄 근데 쩐다 ㄷㄷㄷ]

[내용도 좋고 노래도 좋고 애기곰 커엽]

[인간이 문제.. 곰은 아무 문제 없음..]

[진짜 재밌음! 어른이들에게도 강추!]

다행히도 대부분이 좋은 말들이었고, 하준은 만세를 부르며 최선희에게 달려갔다.

“엄마, 엄마! <담을 넘어서> 벌써 평점 되게 높아! 사람들도 다들 재밌다고 하고!”

사실 최선희 역시 평점을 찾아본 터라 내용을 다 알고 있어서 더 자세히 묻지는 않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랬어? 호호. 잘됐네.”

최선희는 기뻐하는 하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기특해했다.

최선희의 옆에서 싱글벙글 웃으며 <담을 넘어서>의 최종 관객수가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던 하준은, 갑자기 통장을 가져오더니 최선희에게 통장을 내밀었다.

“엄마, 나 <신비종> 팀에 내가 광고한 ‘리얼망고빙수’ 돌리고 싶은데, 여기서 돈 빼서 빙수 좀 사 줄 수 있어?”

“갑자기?”

“응, 오늘 <신비종> 제작사에서 단체관람도 시켜주고, <신비종> 팀 사람들도 다들 재밌게 봤다고 칭찬 많이 해주셨거든. 그래서 고마워서!”

“아하. 근데 이 정도는 엄마 돈으로 해도 돼. 엄마가 사줄게.”

최선희는 하준의 통장을 도로 하준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하지만 하준은 자기 돈으로 꼭 사고 싶다며 다시 통장을 주었다.

“<신비종> 팀에 내 돈으로 사주고 싶어서 그래. 여기서 돈 빼서 사줘.”

최선희는 하준의 고집에 결국 알겠다며 통장을 받았다.

“참, 근데 리얼망고빙수 살 수 있는지 모르겠네.”

“응? 슈퍼에 안 팔아?”

“그거 우리 하준이가 광고해서 불티나게 팔렸대. 그래서 요즘 구하기 어렵댔거든. 추가 생산 들어갔다는 기사 본 거 같은데, 어떻게 됐나 모르겠네.”

“정말?”

하준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잘 팔리는 것은 좋은데, <신비종> 팀에게 리얼망고빙수를 사줄 수가 없게 됐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때, 방에서 하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하준이 후다닥 달려가서 전화를 받아보니 세계제과 마케팅 팀장인 강 팀장이었다.

-하준 군! 잘 지냈죠? <담을 넘어서> 잘 되고 있다는 얘기 들었어요. 축하해요.

“아, 네. 감사합니다. 리얼망고빙수도 잘 팔린다면서요? 정말 잘 됐어요.”

-아하하. 기사 봤군요?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연락했어요. 요즘 아주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답니다. 주문이 많아서 거기 맞춰서 생산하느라 공장이 24시간 돌고 있거든요. 다 하준 군 덕분이에요. 하하. 광고 효과가 정말 엄청 나더라고요.

강 팀장이 연신 웃음을 터뜨리며 흥분해서 말했다.

“감사합니다. 근데 제가 먹어보니까, 엄청 부드럽고 맛있어서 잘 팔릴 것 같았어요.”

-하하, 그래요? 그거 개발하느라고 우리 세계제과에서 노력 많이 했는데, 보람이 있네요. 참, 하준 군, 이번에 리얼망고빙수가 너무 잘 팔려서 하준 군한테 작은 선물을 보내고 싶은데, 소속사로 보내면 될까요?

“네, 소속사로 보내 주시면 되는데······ 음, 선물보다 리얼망고빙수를 따로 구할 수 없을까요? 요즘 리얼망고빙수 구하기가 어렵다고 해서요.”

하준이 슬쩍 직구입을 할 수는 없는지 물었다.

-아, 몇 개 정도 필요하신데요?

“좀 많이요. 제가 촬영 중인 현장에 돌리고 싶거든요. 한 100개 정도······.”

-헉. 그렇게나 많이요? 그건 당장은 좀 어려울 것 같은데······.

“그럼 언제 가능할까요?”

-일단 앞으로 한 달 물량은 꽉 차 있어요. 계속 주문도 들어오는 상황이고······. 음, 제가 알아보고 물량 뺄 수 있으면 연락 줄게요.

“네, 감사합니다. 근데 너무 무리해서 빼지는 마세요.”

전화를 끊은 하준은 최선희에게 방금 통화내용을 알려주고는 말했다.

“엄마, 요 앞에 편의점 가보자. 혹시 리얼망고빙수 있나 보게.”

“엄마가 이미 지나가면서 봤어. 아예 유리문에 붙여져 있더라. ‘리얼망고빙수 없음!’ 이렇게.”

“헉, 진짜 그 정도야? 후우······.”

하준이 아쉬움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최선희가 하준을 위로했다.

“강 팀장님이 구해보겠다고 하셨다며.”

“이미 한 달 치 물량은 꽉 차 있다는데, 어떻게 구하겠어? 그냥 한 달 기다려야겠네······.”

하준이 아쉬워하며 중얼거렸다.

하준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강 팀장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강 팀장에게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

“레디, 액션!”

도술 학교 세트장에서 <신입 도사와 비밀의 종소리> 촬영이 진행되고 있었다.

“분명히 저 그림에서 종소리가 들렸어. 가보자.”

“학칙 몰라? 교내 봉인된 그림에는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 저건 봉인된 그림이야.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잖아.”

“너 무서워서 그러는 거지?”

서희수가 공정환을 놀렸다.

“아, 아니야. 학칙 어기면 어떻게 되는지 알잖아. 최악의 경우 퇴학까지 당할 수 있다고.”

“그래, 그럼 넌 여기서 망이나 봐. 민후랑 나는 들어가 볼 테니까.”

“에이······ 알았어. 나도 갈게.”

공정환은 혼자 남느니 친구들을 따라가기로 했고, 세 사람은 그림에 동시에 손을 댔다.

“컷! 클로즈업 촬영 한 번 더 할게. 근데 셋 다 메이크업 좀 다시 해야겠어. 땀이 좀 많이 났네.”

김 PD의 말에 메이크업 담당 스태프가 달려왔고, 스태프들이 선풍기도 가져와 그들에게 틀어주었다.

실내 세트장이라 에어컨이 있긴 했지만, 전체 세트장이 너무 크기가 커서 효율이 떨어지기도 했고, 도술 학교 의상이 겹겹이 입는 옷이라 삼총사는 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삼총사가 열을 식히고 있는데, 갑자기 세트장에 누군가 스티로폼 아이스박스가 쌓인 핸들카를 밀고 들어왔다.

“실례하겠습니다!”

목소리는 들리는데, 핸들카를 밀고 들어오는 사람은 아이스박스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조감독과 김 PD는 처음에 오늘 인터뷰차 오기로 한 기자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도 그렇고, 카메라도 보이지 않아서 의아해하며 그 사람을 쳐다보았다.

하준은 눈을 감은 채 메이크업을 받는 중이었기에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누구세요?”

조감독이 황당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얼른 조감독과 김 PD에게 달려와 밝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세계제과의 마케팅 팀장입니다. 하준 군이 모두들 촬영하는데 고생하신다고 리얼망고빙수를 돌리고 싶다고 해서 가져왔습니다.”

하준은 그 소리에 눈을 번쩍 뜨고 강 팀장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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