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화
91화
박병우는 하준의 먹방 영상 편집을 도와주며 연신 감탄했다.
“하준이 말 되게 잘한다! MC 같은 거 해본 적 없을 텐데, 대단하네!”
“그치? 난 그래도 한 달 넘게 너튜브 했는데도 이 정도인데, 하준이는 처음 해본다면서도 엄청 자연스럽더라. 대본도 없이 그냥 말하는데 버벅거리지도 않고, 떨지도 않더라구. 역시 타고난 연예인 재질인가?”
“그럴 수 있어. 하준이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잖아. 아무튼 너 이거 올리면 대박 나겠다! 외국 애들도 와서 볼지도 몰라. <신비종>이 외국에서도 엄청 잘 됐잖아. 흐흐.”
박병우는 오세환의 채널이 잘 될 거라는 상상으로 실실 웃었다.
박병우는 오세환의 너튜브만큼은 제발 잘 되길 바랐다.
오세환은 고등학교 때부터 요리를 배워 각종 요리자격증을 땄고, 대학도 안 가고 음식점 주방에서 4년을 꼬박 일만 했다. 그리고 악착같이 돈을 모아 25세에 이 가게를 열었다.
그게 작년 5월쯤이었는데, 7개월 만에 실패하고 말았다.
행복 돈가스에 들어간 투자금만 4000만 원.
가게 보증금이 남아있지만, 적자를 대출로 때워서 보증금은 돌려받아도 고스란히 은행에 가져다 바쳐야 할 판이었다.
그러니까 이 돈을 모두 날렸다고 보면 되었다.
이 가게를 얻느라 집도 고시원으로 옮긴 상황이라 변변한 집도 없는 상태.
이런 상황에서 하준이라는 구원의 손길이 나타난 것이다.
“하준이 영상은 잘 나오겠지만······ 반짝 터졌다가 금방 돌아오지 않을까?”
“그렇겠지만, 일단 이목은 끌 수 있으니까, 너도 뭔가 색다른 걸 보여줘서 관심을 붙들어놔야지.”
“내가 할 줄 아는 건 요리밖에 없는데, 뭘 하지······?”
“당연히 요리와 관련된 걸 해야지. 요리도 하고, 먹방도 하고. 음, 일단 이 영상은 바로 올리지 말고 아이디어를 먼저 내보자. 유입 들어올 때 너도 뭔가를 어필해야 돼.”
“응, 알겠어. 항상 고맙다, 친구야.”
오세환은 항상 자신의 일에 발 벗고 나서주는 박병우가 고마웠다.
게다가 이번에는 박병우 덕분에 하준도 만나게 되었으니, 더 고마웠다.
“새삼스럽게 왜 이래? 크흠, 나 콜라나 줘. 목마르다.”
“어, 그래. 잠깐만.”
오세환은 콜라를 가지러 냉장고로 향했고, 박병우는 열심히 하준의 영상 편집에 매진했다.
***
“엄마, 아빠, 다녀왔습니다아!”
하준이 명랑하게 외치며 집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안방에 있던 최선희와 윤기철이 나와 하준을 반갑게 맞았다.
“잘 갔다 왔어?”
“돈가스 맛있었어?”
“응, 맛있었어. 돈가스하우스급이야.”
돈가스하우스는 집 근처에 있는 하준의 단골 돈가스 가게였다.
“오, 요리 잘하는 분이구나.”
“응, 좋은 재료를 쓴대. 근데 그러다 보니까 적자가 나서 망했나 봐.”
“저런······.”
“그래서 너튜브 하신다길래 내가 먹방 같이 찍어주고 왔어.”
“잘했네, 우리 아들.”
하준은 간단히 부모님과 대화한 후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최선희가 하준을 붙잡았다.
“하준아, 엄마, 아빠가 할 말 있는데, 여기 잠깐만 앉아봐.”
“뭔데?”
하준이 궁금해하며 소파에 앉았다.
최선희는 윤기철과 눈빛을 교환하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음, 하준아, 우리 이사 갈까?”
“이사? 어디로? 멀리?”
“아니, 멀리는 아니고, 집도 더 넓고, 더 안전한 곳으로.”
“근데 그럼 나 전학 가야 돼? 나 우주랑 떨어지기 싫은데······.”
하준은 이사를 가는 건 상관없었는데, 전학을 가기는 싫었다.
친한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었으니까.
“전학 안 가도 돼. 그럼 갈래?”
“전학 안 가도 되면 상관없어. 근데 그 집이 여기보다 좋아?”
“그럼. 엄청 좋지. 아빠가 <죽않백>으로 돈 많이 벌었잖아. 그래서 갈 수 있어.”
“좋아! 언제 가?”
“한두 달 뒤?”
“오케이. 난 찬성!”
하준은 전학은 안 가고 더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간다니 방긋 웃으며 좋아했다.
최선희와 윤기철은 하준을 방으로 들여보낸 뒤 안방으로 가서 대화를 나눴다.
“하준이가 좋아하니 다행이네.”
“응, 다행이야. 내일 아침에 당장 계약하러 가자. 하준이 덕에 고급 빌라 살아보겠네.”
최선희가 빙긋 웃었다. 하지만 마냥 기쁜 표정은 아니었다.
사실 이 이사 결정을 하게 된 이유는 하준의 전 양엄마가 찾아올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 월드 엔터의 최원상 대표가 최선희와 윤기철을 호출했다.
“하준이 전 양엄마라는 여자가 회사에 찾아왔었어요.”
“네? 아니, 염치도 없이 어떻게! 파양할 때는 언제고, 이제 하준이가 잘나가니까 찾고 싶대요?”
최선희는 분노하며 외쳤다.
윤기철은 최선희를 진정시키며 최 대표에게 물었다.
“하준이랑 만난 건 아니지?”
“응, 하준이 없을 때 와서 내가 돈 좀 줘서 돌려보냈어.”
“돈은 왜? 얼마나? 아니, 이 여자가 미쳤나! 너도 그래, 왜 돈을 줘?”
돈을 줬다는 소리에 이번에는 윤기철이 화를 냈다.
“윤 감독도 진정 좀 하고, 내 얘기 들어봐. 돈은 얼마 안 줬어. 밥이나 사먹으라고 5만 원 줬다, 5만 원.”
“하 참, 밥도 못 먹고 산대? 애도 버렸겠다, 둘만 잘 살면 될 텐데 왜? 아, 벌 받았나?”
윤기철은 좋은 소리가 안 나갔다.
하준에게 그렇게 상처를 주고, 키우는 동안 잘해주지도 않은, 못된 양부모였으니까.
“벌 받긴 받았나 보던데? 몰골이 말이 아니더라.”
“정말요······?”
이번엔 최선희가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 들어보니까, 하준이 파양하려고 양부모가 위장이혼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남자가 다른 여자랑 바람이 나서 이혼하려고 머리를 쓴 거였대요. 집도 남자 명의였어서 그 여자는 빈털터리로 쫓겨났고, 지금 힘들게 사나 봐요.”
“와······ 둘 다 나쁜 인간들이지만, 남자는 여자 뒤통수까지 치고, 완전 쓰레기네요.”
최선희는 그래도 뒤통수 맞은 여자가 불쌍하진 않았다.
다 자업자득이니까.
윤기철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그럼 그 전남편 놈한테 소송을 걸든, 돈을 달라 하든지 하지, 왜 하준이를 찾아와? 어이가 없네!”
“나도 어이가 없었는데, 빨리 보내려면 돈 좀 쥐여주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랬어. 또 찾아오면 경찰에 신고한다고 했으니까, 아마 안 찾아올 거야.”
최 대표의 말에 최선희가 불안한 표정으로 윤기철을 바라보았다.
“진짜 안 나타나겠지? 혹시라도 촬영장에 나타나면······.”
“파양했다는 거 사람들이 다 아니까, 사람들 많은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진 않을 거야.”
“그럼 집으로는?”
“음······.”
이건 가능성이 꽤 있었다.
지금 하준 가족이 사는 아파트는 들어오려면 현관키가 있어야 하지만, 단지 내에 들어와서 죽치고 기다리는 건 가능하니까.
윤기철과 최선희는 하준이 전 양엄마와 절대 마주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안 그래도 더 좋은 집으로 이사 갈까 했는데, 이렇게 된 거, 당장 이사 준비해야겠다.”
“그래, 여보. 좋은 생각이야. 그 여자 아니더라도 요즘 팬 애들이 꽤 많이 와서 이사할까 살짝 고민했었거든.”
마침 윤기철은 <죽않백>의 성공으로 고급 빌라로 이사할 돈이 있었다.
하준의 동네에는 고급 빌라가 2곳 있었는데, 고급 빌라들은 입구가 아예 대문으로 잠겨 있고, 경비원이 상주했다.
요 며칠 부동산을 다녀보니 다행히 그 두 곳 중 한 군데에 매매로 나온 집이 있었고, 내부도 꽤 마음에 들었다.
하준도 이사 가는 것을 허락했으니, 최선희와 윤기철은 본격적으로 이사 준비를 시작했다.
***
일주일 후, 하준이 촬영장으로 이동하는 중에 오세환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형. 잘 지내셨어요?”
-응, 덕분에 잘 지냈지. 바쁘니?
“지금 촬영장 가는 중이라 통화해도 돼요.”
-네 먹방 영상 이제 올리려고 하는데, 올리기 전에 보고하려고 연락했어.
“아, 네. 걱정 말고 올리셔도 돼요.”
-응, 그래, 고맙다. 아, 너희 삼총사 나온 토크쇼 영상 봤어. 너 영어도 엄청 잘하더라! 심지어 영국식 발음이라니. 역시 준비된 월드 스타야. 하하하.
오세환이 말하는 토크쇼는 영국의 인기 토크쇼 <헬로우쇼>였다.
영국에서는 동양의 해리포러 이야기라며 <신비종>에 관심이 많았고, 여러 나라의 N플릭스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인터뷰 요청을 해왔다.
하준과 친구들이 영국까지 가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하준은 여기서 멋진 영국식 영어를 선보여 좌중을 놀라게 했다.
진행자도 놀라서 입을 쩍 벌리며 하준에게 혹시 영국에서 산 적이 있냐고 물을 정도였다.
“에이, 월드 스타는 아직 멀었죠.”
-아니지, 외국에서 인터뷰 요청 올 정도면 이미 월드 스타지!
오세환은 호들갑을 떨며 하준을 추켜세웠고, 하준은 민망하게 웃었다.
“하하······ 참, 형, 제가 형 채널 영상들 봤는데요.”
-와, 내 채널 영상도 봤어? 영광이다.
“네, 요리를 다양하게 잘하시더라고요.”
-아, 내가 다양한 요리를 해봤거든. 한식, 일식, 양식, 중식, 제과, 제빵 자격증 다 있어. 너튜브 영상은 다양하면 좋을 것 같아서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것들 다양하게 올려본 거야.
“다양한 것도 좋긴 한데, 사람들을 끌려면 좀 더 특별한 걸 만드는 건 어떨까요?”
하준이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하준은 어떻게 하면 오마카세환 채널을 살릴 수 있을까 고민을 해보다가 자기가 어떤 영상을 볼 것 같은지 생각해봤다.
-특별한 거? 어떤 거?
“예를 들면,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같은 데 나오는 음식 만들기’ 같은 거요. <신비종>에도 다양한 음식 나오는데 그런 거 만드셔도 좋고요.”
<신비종>에는 구름에서 눈을 내리게 해서 팥빙수를 만들어 먹기도 했고, 토끼 모양의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떡도 나왔다.
특히 떡은 다양한 재료로 만든, 온갖 모양의 떡이 다양하게 나와서 보여줄 것이 많았다.
-오! 그거 괜찮은 생각 같은데? 진짜 고마워!
“뭘요. 잘 되셨으면 좋겠네요.”
하준은 오세환에게 아이디어를 주고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하준은 오세환의 너튜브 채널에 들어가 보았다.
채널에는 새로운 영상으로 [<신비종> 하준과 함께 하는 돈가스 먹방]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하준은 영상을 재생해보았다.
“와, 영어 자막도 넣고, 잘 만드셨네!”
영상은 <신비종>의 외국 팬들까지 겨냥해서 영어 자막도 있고, 중간중간 귀여운 효과도 들어가 있어 하준의 귀여움을 더 부각시켰다.
하준은 자신의 먹방을 먼저 본 후, 최 대표에게도 영상이 올라온 것을 알리고, 팬카페에도 슬쩍 글을 올렸다.
덕분에 하준의 돈가스 먹방 영상은 순식간에 조회수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거기다 댓글까지 폭발했다.
[하준이 진짜 귀엽다!! 오물오물 먹는 거 토끼 같아 ㅎㅎㅎ]
[하준이 돈가스 진짜 좋아하나봐~~ 넘나 행복해 보임ㅋㅋ]
[와, 오마카세환님, 하준이랑 어떤 관계?!]
[오오 하준이가 오마카세환님 응원차 출연했나봄~]
[오마카세환님 돈가스 진짜 맛있나보다.. 나도 먹고 싶다.. 하준아, 한입만ㅠㅠ]
[하준이 커엽 ㅋㅋ 돈가스 귀신이다~~]
그 시각, 오세환은 실시간으로 새로고침을 하며 댓글과 조회수, 좋아요를 확인하고 있었다.
“우와아······!! 하준이 진짜 인기 많네······.”
쭉쭉 올라가는 조회수와 빠르게 달리는 댓글들을 보며 오세환은 다시 한 번 하준의 인기를 실감했다.
또한 구독자수도 수직 상승 중이었다.
“올린 지 30분도 안 됐는데, 벌써 1000명이 넘었어?! 와······.”
하준은 이 동영상 하나만으로 오세환이 동영상 30여 개로 약 한 달 반 동안 모아온 구독자의 10배를 불려주었다.
그것도 단 30분 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