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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89화 (89/150)

89화

89화

“하준아, 빙판 미끄러워! 조심해!”

하준이 저수지의 빙판에 막 도착했을 때, 최선희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하지만 하준은 괜찮다며 손을 흔들고는 저수지 빙판 위를 마치 스케이트를 신은 것처럼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나아갔다.

그 모습을 본 최선희와 윤기철은 호들갑을 떨었다.

“어머, 여보, 하준이 좀 봐! 균형 감각도 타고났나 봐.”

“와, 우리 하준이 스케이트 시킬 걸 그랬나? 남자 김연아로 키워 봐? 아하하.”

물론 그냥 하는 소리였지만,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잠시 두 사람은 하준이 빙판 위를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다가 챙겨온 텐트와 빙어 낚시 준비물들을 챙겨 저수지로 향했다.

그 사이 하준은 저수지 위를 둘러보다가 유일하게 빙어 낚시를 하고 있는 한 남자에게 접근해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많이 잡으셨어요?”

접이식 비비큐 의자에 앉아 견지대를 흔들며 낚시를 하던 박병우는 하준의 목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았다.

“어? 어?”

박병우는 하준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 말을 더듬었다.

그러더니 금방 균형을 잃고 비비큐 의자와 함께 옆으로 픽 쓰러지고 말았다.

“앗, 죄송해요.”

하준은 곧바로 박병우의 팔을 잡고 일어나는 걸 도와주었다.

박병우는 방금까지 흔들던 견지대는 내팽개치고 벌떡 일어나 하준에게 반갑게 물었다.

“하준이! 하준이 맞지?”

“네, 맞아요. 안녕하세요. 저도 여기 빙어 낚시하러 왔어요.”

“와, 나 오늘 날 진짜 잘 잡았네! 여기서 인기 스타를 만나다니! 악수 부탁해도 될까?”

“그럼요.”

하준이 손을 내밀자, 박병우는 신나게 하준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내 손이 좀 차갑지? 미안. 아, 미안한데 사진도 한 장만······. 자랑할 사람이 좀 있거든!”

하준은 흔쾌히 박병우와 함께 셀카를 찍어주었고, 박병우는 하준에게 고맙다며 따뜻한 꿀물을 주었다.

“감사합니다. 근데 빙어 많이 잡으셨어요?”

“아, 빙어? 여기!”

박병우는 빙어가 담긴 플라스틱 통을 보여주었다.

플라스틱 통 안에는 빙어들이 이리저리 헤엄치고 있었다.

“우와! 지금 여기 구멍에서 잡으신 거예요?”

“응.”

“하나, 둘, 셋······ 17마리나 잡으셨네요! 빙어 잘 잡히는 곳인가 봐요.”

“응, 여기 잘 잡히는 편인 거 같아. 하준이는 얼마나 잡았어?”

“전 방금 와서 이제 잡으러 가려고요.”

“아하.”

그때, 박병우가 내팽개쳐 놓았던 견지대에 입질이 오는 것을 발견했다.

“어어!”

박병우는 얼른 견지대를 낚아챘고, 빙어 2마리가 함께 걸려 올라왔다.

“우와아!”

하준은 눈앞에서 빙어를 낚는 광경을 처음 보았기에 환호성을 지르며 신기해했다.

“하준이는 오늘 빙어 낚시 처음 온 거야?”

“네.”

“형이 빙어 낚시하는 법 가르쳐 줄까? 사실 뭐 엄청 간단해서 가르쳐 줄 것도 없긴 한데.”

“그래도 가르쳐주시면 감사하죠.”

박병우는 미끼를 끼우고 얼음 구멍에 견지대를 넣어 흔들며 낚시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아하. 감사합니다!”

하준이 설명을 잘 듣고 막 일어서려는데, 마침 윤기철이 하준을 데리러 왔다.

“하준아, 아빠가 저쪽에 얼음 구멍 다 뚫었어. 이제 가서 텐트 치자.”

“응! 형, 감사했습니다!”

하준은 박병우에게 인사하고 윤기철을 따라갔다.

윤기철은 최선희와 함께 얼음 구멍 위에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아빠, 근데 텐트를 왜 이 위에다 쳐?”

하준은 얼음 구멍이 텐트 안에 들어와 있는 게 이상한 듯 윤기철에게 물었다.

“아빠가 조사 해봤는데, 이렇게 텐트 안에서 낚시를 하면 따뜻하고 편하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하준일 알아보면 편하게 낚시를 못 즐기잖아.”

윤기철과 최선희 역시 빙어 낚시는 처음이었는데, 하준에게 완벽한 빙어 낚시를 체험하게 해주려고 열심히 장비와 방법을 조사해왔다.

“아······! 그래서 사람들이 안 보였구나!!”

하준은 아까 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이 왜 그 형 하나인지 의아했었는데, 다들 텐트 안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윤기철은 텐트를 얼음 구멍 위치에 맞게 설치한 후,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사방을 얼음에 박아 고정시켰다.

그리고 얼음 구멍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두툼한 매트를 깔고 난로도 설치했다.

“와, 여기 진짜 아늑하다! 너무 좋아!”

하준이 매트에 벌러덩 누우며 좋아했다.

“하준아, 난로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많이 나오니까, 꼭 중간중간 환기를 해야 돼. 안 그러면 질식해서 죽을 수도 있어.”

“응, 알겠어.”

최선희는 주의사항을 알려주었고,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낚시 전 준비를 마친 윤기철은 이제 본격적으로 하준에게 견지대의 낚싯바늘에 미끼를 끼우는 걸 가르쳐주었다.

하준은 조금 전 낚시를 하던 형에게 설명을 들었기에 금방 미끼를 낚싯바늘에 잘 끼웠고, 얼음 구멍 속에 낚싯줄을 드리웠다.

“자,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엇! 벌써?”

구멍 속에 낚싯줄을 드리우자마자 견지대가 까딱거리며 입질이 왔다.

하준이 좋아하며 견지대를 잡아올리려 했는데, 윤기철이 하준을 말렸다.

“하준아, 바늘이 여러 개니까, 여러 마리가 물 때까지 견지대 조금씩 흔들면서 조금만 더 기다려봐.”

“아하. 응, 알겠어.”

하준은 견지대를 조금씩 움직이며 기다렸고, 몇 번의 입질이 더 있었을 때 견지대를 끌어올렸다.

“우와아!! 아빠, 한 번에 3마리나 잡혔어! 신난다아!”

하준은 빙어가 달린 견지대를 흔들며 너무 좋아했다.

“우리 하준이, 낚시에도 소질이 있나 본데? 하하. 잘했어!”

윤기철과 최선희는 하준이 너무 신나 하니 빙어낚시를 하러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기철은 하준이 낚은 빙어들을 바늘에서 빼서 준비해둔 플라스틱 통에 집어넣고 견지대를 다시 하준에게 주었다.

하준은 재밌다면서 얼른 또 미끼를 끼워 견지대를 얼음 구멍에 드리웠다.

윤기철도 이제 하준이 혼자서도 잘할 거라 생각하고 바로 옆에 뚫어둔 다른 얼음 구멍에서 자기도 낚시를 시작했다.

최선희는 낚시를 좋아하지 않아서 두 사람을 구경하고 있었다.

“빙어야, 빙어야~ 이리 오너라~ 맛있는 거 줄게~”

하준은 즉흥적으로 노래를 부르며 빙어를 꾀었다.

그런데 그 노래가 효과가 있었는지, 하준이 이번에는 한 번에 4마리나 걸려 올라왔다.

“와, 아빠! 이번엔 4마리야!!”

“오, 빙어들이 우리 하준이 노래를 듣고 홀려서 왔나? 하하. 수완이 좋네, 우리 하준이가.”

“호호, 하준이 노래는 물고기도 홀리나 봐!”

윤기철과 최선희가 활짝 웃으며 하준을 기특해했다.

하준은 낚시를 하는 행위 자체도 재밌지만, 빙어가 많이 걸려 올라오니 더 재밌었다.

하준은 열심히 다시 미끼를 끼워 견지대를 얼음 구멍에 넣었다.

“둘이 빙어 많이 잡아. 그럼 내가 집에 가서 빙어 튀김이랑 도리뱅뱅 해줄 테니까. 알겠지?”

“와, 좋아! 나 100마리 잡을래! 많이 먹을 거야.”

하준이 의욕을 불태우며 외쳤다.

윤기철 역시 직접 잡은 신선한 빙어로 만든 요리는 먹어본 적이 없어서 기대가 되었다.

“그럼 아빠도 100마리! 우리 셋이 200마리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겠지?”

윤기철도 낚시에 열중했고, 최선희는 두 사람에게 간식거리를 챙겨주며 낚시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약 2시간 후, 두 사람은 목표치를 훌쩍 넘게 빙어를 잡을 수 있었다.

“하나, 둘, 셋······ 아빠, 난 122마리야!”

“확실해? 아니 이렇게 빙어가 움직이는데 어떻게 그걸 다 셌어? 아빠는 못 세겠는데······.”

“센 걸 기억하면 되지! 내가 대신 세줘?”

하준은 윤기철의 플라스틱 통에 든 빙어를 눈을 굴리며 빠르게 세더니 말했다.

“아빠는 102마리! 내가 더 많이 잡았네! 헤헤.”

“우리 하준이는 낚시도 잘하네. 하하. 근데 안 힘들어?”

“음, 좀 힘들어. 우리 여기 누워서 좀 쉬자.”

하준은 한 자세로 계속 낚시를 해서 몸이 좀 찌뿌둥했고 목표치를 채웠으니 매트 위에 벌러덩 누워 휴식을 취했다.

다 함께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쉬고 있는데, 텐트 밖에서 누군가 하준을 불렀다.

“저, 하준아?”

“어? 누구지?”

“나 아까 낚시하던 형인데······.”

아까 텐트 안이 아닌 밖에서 낚시를 하던 박병우였다.

하준이 텐트를 열고 나가자, 박병우는 하준에게 빙어튀김을 내밀었다.

“빙어튀김 먹을래?”

“우와! 감사합니다!”

하준은 기뻐하며 빙어튀김을 건네받았고, 윤기철과 최선희도 나와서 잘 먹겠다고 인사했다.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아, 네. 빙어튀김을 만들다 보니 많이 만들어서······ 맛있게 드세요. 저기, 근데 언제쯤 돌아가세요?”

박병우가 은근슬쩍 하준 가족이 돌아가는 시간대를 물었다.

“음, 이제 많이 잡아서 곧 갈 것 같아요.”

“아, 네. 참, 저 먹을 거 많은데 이거 드시고 계시면 좀 가져다 드릴게요.”

“아휴, 괜찮아요. 이거만 먹어도 충분해요.”

“제가 드리고 싶어서 그래요. 잠시만요.”

박병우는 후다닥 자기 텐트로 돌아갔고, 하준 가족은 일단 박병우가 주고 간 빙어튀김을 맛봤다.

“와! 엄마, 이거 되게 고소해!”

“그러게. 방금 튀겼는지 따뜻하고 맛있네.”

“난 빙어가 통째로 먹을 수 있어서 좋더라. 편해! 호호.”

하준은 빙어튀김이 너무 맛있다며 집에 가서 얼른 해 먹고 싶다고 했다.

심지어 빙어를 더 잡아갈까 고민까지 했다.

세 사람은 빙어튀김을 순식간에 다 먹어버렸다.

그리고 박병우를 기다렸다.

“하준이 팬인가 봐. 저렇게 뭘 챙겨주고 싶어 하는 걸 보니 말야.”

“그러게. 고맙네.”

그런데 박병우는 10분이 다 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바로 근처인데 박병우가 오지 않자, 하준이 한번 가보고 오겠다며 일어섰다.

“아빠랑 같이 가자.”

윤기철은 하준과 함께 가보려고 자리에서 일어섰는데, 텐트 밖에서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하준이 텐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보니 박병우가 다른 한 남자와 함께 뛰어오고 있었다.

두 남자는 곧 하준의 텐트 앞에 멈춰 섰고, 박병우와 함께 온 남자가 잠시 헉헉거리더니 반갑게 말했다.

“안녕, 하준아! 나는 오세환이라고 해. 네 팬이야!”

“아, 안녕하세요.”

오세환은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이 친구가 하준이 팬이라서 서울에서 여기까지 달려온 거예요.”

박병우가 설명했다.

오세환은 하준에게 남다른 팬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오세환도 보육원 출신이었기 때문이었다.

평소 하준을 좋아하는 걸 아는 친구 박병우는 오늘 하준을 만났다면서 오세환에게 사진을 보내주었고, 오세환은 그걸 보자마자 한달음에 이곳 저수지로 달려온 것이었다.

“우와······ 감사합니다. 근데 저 보러 너무 멀리 오신 거 아니에요?”

하준이 감격하면서도 미안해하며 물었다.

“아니야. 실제로 보니까 너 더 귀엽다! 하하. 아, 그리고 내가 너한테 꼭 부탁하고 싶은 게 있었거든.”

“사진 찍어드릴까요? 아니면 사인······ 아, 둘 다 해드릴게요!”

하준은 멀리서 자신을 보기 위해 찾아온 팬에게 잘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오세환의 부탁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사진도 찍어주면 너무 고맙고, 사인도 고마운데, 내 부탁은 그게 아니라······ 너한테 돈가스 만들어 주고 싶어!”

“네?”

하준이 뜻밖의 부탁에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

“내가 요리사거든. 아, 요리사였거든. 지금은 좀 사정이 생겨서 일은 쉬고 있는데, 원래 돈가스집 했었어. 근데 네가 돈가스를 좋아한다고 그래서 꼭 한번 대접하고 싶었어. 내 돈가스 한번 먹어줄래?”

오세환은 무척 간절하게 하준에게 부탁했다.

“우와, 형, 요리사예요? 돈가스 먹어달라는 건 부탁이 아니죠! 전 무조건 좋아요!”

하준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인 돈가스를 만들어 준다는데, 하준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하준은 흔쾌히 승낙했고, 시간을 맞춰보기로 했다.

“무조건 네가 되는 시간에 내가 다 맞출게! 진짜 고마워!”

오세환은 무척 기뻐했는데, 그런 그를 바라보는 박병우는 짠한 표정을 지었다.

오세환은 하준에게 연락처를 전해주고는 시간을 빼앗아 미안하다며 돌아갔다.

하준은 자신에게 돈가스를 꼭 만들어주고 싶다는 오세환이 조금은 의아했는데, 오세환이 돌아간 뒤 그 이유를 박병우에게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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