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화
87화
하준과 서희수, 공정환은 모두 갑작스러운 박수갈채에 당황해하며 동그래진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가 서로 눈치를 보더니 사람들을 따라 박수를 쳤다.
귀여운 그들의 모습에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지사장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우리 아역 배우들, 모두 너무 수고했어요. 이건 수고와 축하의 박수였어요. 알다시피 <신비종> 반응이 너무 좋잖아요?”
“아하······. 감사합니다.”
박수의 의미를 들은 세 사람은 꾸벅 감사인사를 했고, 곧 비워져 있던 그들의 자리에 일렬로 쪼르르 앉았다.
“드디어 오늘 <신비종> 시즌 2가 확정이 났습니다. 일단 제작, 연출진은 시즌 1 그대로 갈 거고요, 주연 배우들도 세 사람 다 가능하죠?”
“네, 당연하죠!”
하준이 경쾌하게 대답했고, 다른 두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실에서는 앞으로 시즌 2 제작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며 촬영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자, 이제 얘기할 건 다 한 것 같으니······.”
지사장은 어딘가로 연락을 했고, 잠시 후 비서가 들어왔다.
“나눠드려.”
“네!”
지사장의 지시에 비서는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의 앞에 봉투 하나씩을 놓아주었다.
다들 이게 뭔가 싶어 서로를 쳐다보는데, 지사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건 일종의 격려금입니다. 시즌 2 제작도 잘 부탁드립니다.”
“오!”
“와······.”
“감사합니다!”
회의실의 사람들은 원래 웃는 표정이었지만, 지금 이 격려금을 받고는 오늘 중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하준과 친구들도 봉투를 슬쩍 열어봤다.
봉투 안에는 5만 원권 지폐가 꽤 두둑하게 들어 있었다.
삼총사는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곧 활짝 웃었다.
“참, 삼총사는 내 방에서 따로 좀 봐요.”
보너스를 나눠준 지사장은 삼총사와 그들의 엄마들과 함께 지사장실로 향했다. 물론 하준은 매니저인 김유택까지 동행했다.
지사장은 모두를 자리에 앉힌 다음 삼총사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시즌 2 출연 계약서입니다. 검토해 보시고 답변 부탁드립니다. 계약금은 상식적인 금액 내에서 협의 가능하니까, 어려워 마시고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그런데 계약서를 받아든 삼총사는 모두 계약금을 보자마자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헙!”
서희수는 소리를 지를 뻔했는데, 얼른 자신의 입을 스스로 틀어막아 이상한 소리를 냈다.
삼총사뿐만 아니라 그들의 엄마들도 깜짝 놀라 계약서를 바로 코앞에 놓고 계약금의 숫자에 0이 몇 개인지 세고 있었다.
“하하, 다들 뭘 그렇게 놀라십니까?”
지사장이 웃으며 묻자, 서희수가 기다렸다는 듯이 되물었다.
“여기 0이 하나 더 붙은 것 같은데요?”
서희수가 계약서의 계약금 부분을 가리켰다.
“어디? 아, 이거 0 더 붙은 거 아니야. 맞아, 3천만 원.”
“히이익!”
서희수는 기겁을 했다.
서희수와 계약금이 같은 공정환도 깜짝 놀라 입을 쩍 벌렸다. 자기도 0이 하나 더 붙었나 생각했던 것이다.
“아니, 정말 3천만 원을 주시는 거예요? 시즌 2 10화 촬영에요?”
이번에는 공정환이 물었다.
그러자 지사장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니. 10화 촬영에 3천이 아니고, 1화당 3천이야.”
“네에?!”
“그럼 10화에 3, 3억?!”
공정환과 서희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실 두 사람은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생신인이었기에 <신비종> 시즌 1 때 각자 10화 촬영에 2천만 원씩 받았다.
이때도 두 사람은 무척 만족했었는데, 이번에는 거기에 10배도 넘는 금액을 받게 된 것이다.
“응, 맞아. 3억.”
지사장이 씽긋 웃었다.
공정환과 그의 엄마, 서희수와 그녀의 엄마는 다들 입이 귀에 걸렸다.
그런데 하준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
서희수는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하준을 발견하고 물었다.
“하준아, 넌 계약금 얼마야?”
“아, 나는······.”
하준이 조금 난감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리자, 지사장이 대신 입을 열었다.
“어차피 세 사람은 서로 알게 될 것 같으니 내가 말해줄게. 아, 근데 계약금에 대해서는 여기 계신 분들 모두 되도록 입단속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비밀 유지조항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지만, 배우들마다 계약금이 다른데, 서로 알아봐야 좋을 게 없거든요. 무슨 말인지 아셨죠?”
지사장의 말에 다들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고, 지사장은 하준의 계약금을 말해주었다.
“하준이는 회당 1억입니다. 아시다시피 하준이는 경력도 있고 해서 기존 몸값이 높거든요. <신비종>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기도 하고요.”
“우와아!”
“장난 아니다!”
하준이 회당 1억을 받는다는 걸 들은 서희수와 공정환은 소리를 지르며 놀라워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럼 며칠 생각해 보시고 마음의 결정 하시면 연락 주세요.”
지사장은 생각을 해보라며 하준과 친구들을 보내주었다.
계약서를 받은 하준은 곧장 회사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대표실로 들어가자마자 최 대표에게 물었다.
“대표님, 저 <신비종> 계약서를 받았는데요, 회당 1억을 주신대요! 근데 너무 많은 것 같은데······. 다른 애들은 회당 3천만 원이라고 했거든요.”
하준은 내심 자신이 회당 1억을 받아도 되는지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아, 얘기 들었어. 일단 여기 앉아 봐.”
“네.”
최 대표는 하준에게 자리를 권하고 맞은편에 앉아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하준아, 너 정도면 그 정도 받아도 돼. 다른 애들이랑 비교해서도 그 정도 받는 게 맞고, 네 인기를 생각해서도 맞고.”
“정말요? 이 정도 금액은 진짜 너무 처음이라서······. 근데 <신비종>은 CG도 많이 들어가서 제작비가 많이 들 텐데, 제가 이렇게 많이 받으면 안 되는 거 아닌지······.”
하준의 제작비 걱정에 최 대표가 빙긋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착해라. 근데 걱정할 필요 없어. 이번에 N플릭스가 그 정도 금액을 제시했다는 건 그 정도 투자해도 이득이 훨씬 많이 남을 작품이라는 뜻이니까. 그리고 시즌 1으로 벌써 엄청난 수입을 얻었을 거야.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으니까.”
“아하······.”
하준은 그제야 마음이 편해졌는지 표정이 밝아졌다.
“사실 이것도 생각해 보면 적을 수도 있어. 시즌 2에 더 잘 되면 그때는 확 올려서 받아야지. 영화는 러닝개런티로 계약을 하기도 하는데, N플릭스는 그런 게 없으니까, 한 작품이 잘 되면 그 수입은 고스란히 N플릭스가 다 먹는 거거든.”
아직까지는 어른들의 사업과 투자에 대해 잘 모르는 하준은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어쨌든 자신이 이 정도 금액을 받아도 된다는 사실은 확실히 인지했다.
“네, 그럼 맘 편히 받고 열심히 찍으면 되겠네요. 헤헤.”
“그래. 아, 계약서 줘. 우리 담당 변호사한테 계약서에 문제 없는지 확인하고 진행할 테니까.”
“네,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그럼. 우리 회사 에이스 계약서인데 당연히 꼼꼼히 잘 봐줘야지. 아무튼, 하준아, 이제 우리 하준이 월드 스타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하하.”
최 대표가 싱글벙글 웃으며 기뻐했고, 하준도 회당 1억, 10화에 10억을 받게 된다는 사실에 너무 기뻐서 최 대표를 따라 웃었다.
“참, 제가 희수랑 정환이한테 기획사 들어갈 거냐고 물어봤는데요, 여기저기서 제안 많이 받았더라고요. 스타우드, JS에서도 연락 와서 가봤대요.”
“아, 그렇겠네. 둘 다 기획사 없다는 거 다들 알 테니까. 그래서 어디로 간대?”
최 대표가 편하게 물었다.
사실 월드 엔터에는 하준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두 친구가 월드 엔터에 오든 말든 별로 상관은 없었으니까.
“둘 다 별로 활동 많이 하고 싶진 않다고 대형 기획사 가는 건 오버 같댔어요. 대형기획사에서는 팍팍 밀어준다고 했다던데 그럴 필요 없다고요. 그래서 언제 한번 여기 와보겠대요.”
“그래, 활동 많이 안 할 거면 굳이 큰 데 갈 필요 없지.”
“그럼 다음에 제가 연락하고 애들 데리고 올게요.”
“응.”
며칠 후, 하준은 서희수와 공정환,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을 모시고 월드 엔터에 방문했다.
그리고 두 친구는 최 대표도 마음에 들고, 하준과 같은 기획사에 들어오고 싶다며 월드 엔터와 계약을 했다.
***
얼마 후, 하준과 서희수, 공정환은 <신입 도사와 비밀의 종소리>의 원작 도서 양장본 출판 기념 사인회를 위해 서울의 대형 서점으로 향했다.
세 사람은 하준의 차에 함께 타고 갔고, 부모님들은 자식들의 첫 팬 사인회라고 각자 자가용을 타고 그들을 따라갔다.
“우와, 하준이 차 진짜 좋다. 겉으로 보기에도 엄청 좋은데 타보니까 더 좋아.”
“맞아! 그리구 같은 소속사니까 같이 차 타고 다니고 좋다! 특히 이런 복장일 때는 혼자보다는 함께 다니는 게 좋고.”
공정환과 서희수가 신나서 몸을 흔들며 말했다.
부모님과 함께 보다 또래끼리 함께 다니는 것을 더 좋아할 나이였다.
게다가 오늘은 특별히 <신입 도사와 비밀의 종소리> 관련 첫 팬사인회라서 셋은 신입 도사 복장을 했다.
혼자서 이 복장으로 돌아다니면 좀 부끄러울 것 같은데, 그래도 셋이 모이니 당당해졌다.
“자, 다 왔다. 안에는 따뜻할 테니까 패딩 벗어 놓고 들어가자.”
“네에!”
김유택은 서점의 지하 주차장에 도착해 세 사람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
곧 삼총사의 부모님들도 모두 주차장에 도착했고, 아이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서점으로 올라갔다.
당연히 하준의 부모님인 최선희와 윤기철도 하준을 따라왔다.
윤기철은 아예 캠코더까지 준비해서 지하 주차장에서부터 하준과 친구들을 촬영하며 그들을 따랐다.
“역시 감독님이라 캠코더까지 준비해오셨네요. 멋지십니다!”
“윤 감독님, 영화도 너무 멋지게 찍으셨던데, 우리 애들도 같이 예쁘게 찍어 주세요.”
다른 두 친구의 부모님들은 윤기철이 누군지 알고 있었기에 친근하게 인사하며 말을 건넸다.
“아, 네. 하하. 두 친구들도 멋지게 찍어서 편집해서 보내드릴게요.”
“미리 감사드립니다.”
“하준이는 영화감독 아빠 있어서 좋겠다. 아, 서로 좋은 거겠네요! 하준이는 배우고, 아빠는 영화감독이니까. 호호.”
엘리베이터는 곧 팬 사인회가 있을 서점의 5층에 도착했고, 문이 스르르 열렸다.
그와 동시에 엄청난 함성소리가 서점에 울려 퍼졌다.
“꺄아아! 왔다, 왔어!”
“와아!”
“하준이다!”
“삼총사다!”
“우와, 멋있다!”
엘리베이터에 탄 일행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깜짝 놀랐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6명의 보안요원들이 하준 일행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 중이었고, 그 뒤로 수많은 팬들이 환호성을 질렀기 때문이다.
“어······ 와······!”
“오······.”
하준과 친구들은 자신들을 환영하는 인파를 보고 벅찬 마음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들을 둘러보았고, 윤기철은 놓칠 수 없는 이 대단한 광경을 캠코더로 열심히 찍고 있었다.
그때, 보안요원 중 한 명이 삼총사에게 인사하며 큰 소리로 설명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오늘 삼총사분들 경호를 맡았습니다. 저희가 사인회장으로 안내할 테니 가시죠.”
"아,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보안요원들은 삼총사를 위해 앞에서 길을 만들며 나아갔고, 삼총사와 김유택, 부모님들은 그 뒤를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