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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83화 (83/150)

83화

83화

드디어 <너와 나의 연결고리>의 첫방송 날이 되었다.

<너와 나의 연결고리>의 첫방송 시간이 다 되어가자, 세계그룹 부회장의 늦둥이 막내딸 김유나가 엄마 강미혜에게 달려왔다.

“엄마, 아빠 안 온대?”

“아빠는 회사일로 바쁘시잖아. 드라마 보려고 일 팽개치고 온다는 게 말이 되니?”

“치이, 사위가 나오는데 와서 봐줘야지. 아빠는 나한테 관심도 없어.”

김유나가 입을 쭈욱 빼고 툴툴댔다.

“아빠가 너 얼마나 이뻐하는데 그래? 근데 네가 벌써부터 하준이랑 결혼할 거라고 그래서 아빠가 얼마나 서운해한다구.”

세계그룹 부회장 김길한은 딸바보 그 자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김유나는 늦둥이인데다가 위로는 13살, 15살 차이 나는 오빠만 2명이 있었다.

물론 오빠들도 김유나를 끔찍이도 아꼈다.

그런데 작년에 가족끼리 간 뮤지컬에서 하준을 보고 첫눈에 반한 김유나는 이상형이 아빠에서 하준으로 바뀌고 말았다.

이 대저택을 촬영장소로 제공하자고 조른 것도 김유나였다.

“그거야······ 내가 아빠랑 결혼할 수는 없잖아? 아빠한텐 엄마가 있는데.”

“아이구, 그걸 그렇게 잘 아시는 분이 크면 아빠랑 결혼할 거라고 그렇게 노래를 부르고 다니셨어요?”

“그때는 어렸고, 지금은 좀 컸으니까. 아무튼 드라마 할 시간 됐으니까, 엄마 빨리 나와. 이모오!! 이모들도 빨리 거실로 와!”

김유나는 안방을 달려 나가며 큰 소리로 가정부 이모들도 불러모았다.

“아휴, 집 떠나간다. 이모님들, 잠깐 와서 같이 드라마 보세요.”

강미혜는 김유나의 성화에 못 이겨 하던 일을 멈추고 거실로 나왔다.

가정부들은 이미 김유나가 며칠 전부터 오늘 <너와 나의 연결고리>가 시작한다고 꼭 같이 봐야 한다며 계속 떠들어댔던 터라 오늘 할 일들을 조금 빨리 해둔 상황이었다.

김유나는 하준의 드라마 시청률을 올려줘야 한다며 꼭 모든 이모들이 함께 봐야 한다고 우겼다.

가정부 이모들은 시청률이 따로 표본 가구를 대상으로 집계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 사실을 알려줘도 바뀔 건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강미혜는 원래 드라마를 챙겨보지 않는 사람이었으나, 가정부들은 드라마를 좋아했다.

그래서 김유나가 이렇게 같이 드라마를 보자고 하는 것이 은근히 기뻤다.

가정부들 중 식사를 전담하는 주방 이모는 김유나가 먹을 간식을 가져와 거실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김유나의 간식은 부드러운 수제 카스테라와 우유.

김유나는 드라마를 볼 때 과자나 바삭한 걸 먹으면 드라마에 방해가 될까봐 일부러 먹을 때 소리가 나지 않은 부드러운 빵을 간식으로 선택했다.

“이모, 이거 진 우유 맞지?”

김유나는 하준에게 빠진 후로 우유는 무조건 진 우유만 마셨다.

“그럼, 당연하지. 카스테라에도 진 우유 넣었어.”

“좋아! 한다, 한다! 이모들도 얼른 여기 앉아.”

김유나의 말에 가정부들은 조심스럽게 소파에 착석했다.

드디어 <너와 나의 연결고리> 방송이 시작되었고, 김유나는 TV 속으로 들어갈 듯 집중했다.

<너와 나의 연결고리> 첫 화는 한세그룹의 막내 아들 최민석 부부와 그들의 아들인 최대운이 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바닷가 별장으로 놀러 가는 장면으로 시작되었다.

그런데 즐겁게 노래를 부르며 국도를 달리던 차는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음주운전 차량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교통사고가 나고 만다.

교통사고 장면은 그리 자세히 나오지 않았지만, 다친 가족들이 피를 흘리는 장면이 나오자, 강미혜는 얼른 김유나의 눈을 가렸다.

그러자 김유나가 짜증을 부리며 강미혜의 손을 치우려했다.

“엄마! 안 보이잖아!”

“안 돼. 이런 건 아직 애들이 보면 안 된다고.”

“에이, 정말! 나 이런 거 잘 봐. 하나도 안 무섭다구!”

김유나가 버둥거렸으나, 강미혜는 피 장면이 다 끝날 때까지 김유나의 눈을 가리고 있었다.

다행히 피 흘리는 장면은 금방 지나갔고, 바로 장례식장 화면으로 이어졌다.

장례식은 최민석 아내의 장례식이었고, 최민석이 다친 몸으로 통곡을 하고 있었다.

“엄마, 하준이는? 하준이는 어떻게 된 거야?”

김유나가 조급하게 강미혜에게 물었다.

“몰라, 아직 안 나왔어. 그래도 주인공인데 안 죽었겠지.”

강미혜는 시크하게 답했고, 그와 동시에 머리에 붕대를 두르고 누워있는 최대운의 모습이 나왔다.

“으아······!”

김유나가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듯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아휴, 유나야, 걱정 마. 저건 드라마잖아. 진짜 다친 게 아니라고.”

“엄마는 내가 뭐 그런 것도 모르는 바본 줄 알아? 그게 아니라, 머리에 붕대를 저렇게 칭칭 감았는데도 너무 잘생겼잖아!”

“뭐? 하아······.”

김유나의 말에 강미혜가 못 말린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고, 가정부들은 피식 웃었다.

그런데 그때, 현관문이 열리며 김유나의 아빠인 김길한이 뛰어들어왔다.

“어? 여보? 어떻게 벌써 왔어?”

강미혜가 놀라서 먼저 벌떡 일어섰다.

“우리 유나가 드라마 같이 보자고 해서 왔지! 유나야!”

김길한이 김유나를 부르며 양팔을 넓게 펼쳤다.

평소에 김유나는 김길한이 귀가하면 항상 달려가 안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김유나는 하준이 나오는 부분이라 드라마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어, 아빠, 왔어? 얼른 이쪽으로 와서 앉아. 하준이 나오고 있잖아. 얼른!”

김길한을 쳐다도 안 보고 말하는 김유나에 김길한은 서운했지만, 그래도 김유나의 말대로 옆에 가서 앉았다.

“치이, 아빠가 유나 부탁 들어주려고 이렇게 일도 다 안 마치고 일찍 왔는데, 이러기야?”

“고마워, 아빠. 근데, 저거 빨리 봐봐. 하준이 엄청 멋있지?”

김유나는 자신에게 향해 있는 김길한의 얼굴을 TV 쪽으로 돌려놓으며 말했다.

영혼 없는 ‘고마워’였지만, 그래도 김길한은 좋은지 금방 씽긋 웃으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러네. 엄청 멋있네. 꼭 아빠 어릴 때 같네. 아하하.”

김유나는 말도 안 된다는 듯 김길한을 잠시 쳐다보았지만, 드라마를 봐야 했기에 별말은 하지 않았다.

<너와 나의 연결고리> 첫 화에서는 남자주인공 최민석과 그의 아들 최대운이 각각 아내와 엄마를 잃고 웃음을 잃은 차가운 남자들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었고, 그 화의 말미에 여자주인공 안다정이 최대운의 가정부 대타로 오면서 끝이 났다.

“우와아!! 엄마, 너무 재밌지? 잘 될 것 같지?”

첫 화가 끝나자마자, 김유나는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뭐, 재미는 있네. 차가운 재벌가에 발랄한 가정부. 분명 집안 반대도 있을 거고, 라이벌로 재벌집 딸도 나오겠고······.”

강미혜는 첫 화를 꽤 흥미롭게 봤는지 김유나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가정부 이모들은 원래 이런 드라마를 무척 좋아했기에 말할 것도 없이 즐거워했다.

“처음부터 너무 재밌네! 배우들도 다 멋있고, 예쁘고.”

“연기도 잘해. 하준이가 역시 연기 잘한다.”

“하준이는 어린데도 진짜 멋있다.”

가정부들이 하준의 칭찬을 늘어놓자, 김유나는 무척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치? 우리 하준이가 얼마나 멋있다구.”

그러더니 곧바로 김길한에게 매달리며 물었다.

“아빠, 아까 하준이 멋있댔지? 그럼 나 하준이랑 결혼해도 되지?”

“유나야, 너 얼굴만 보고 결혼하면 안 돼. 성격도 보고, 재력도 보고, 능력도 보고, 두루두루 괜찮아야지.”

“하준이 엄청 착해. 돈도 벌써 많이 벌걸? 지금부터 버니까 커서 우리 결혼할 때쯤 되면 엄청 부자 돼 있을 거야. 그리고 능력은,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고, 글씨도 잘 쓰고, 뭐 못하는 거 하나도 없는데?”

“으음······.”

김유나가 하준의 장점을 하나씩 나열하자, 김길한은 할 말이 없어졌다.

그때, 강미혜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결혼은 20살이 돼야 할 수 있거든? 20살 때도 네가 하준이 좋아하고, 하준이도 네가 좋다고 하면 결혼 허락해 줄게. 됐지?”

어린 아이들의 이상형은 노다지 바뀐다. 그걸 아는 강미혜는 결정을 미래로 미뤄버렸다.

“아싸! 진짜지? 고마워, 엄마!”

김유나가 엄마를 와락 껴안으며 좋아했다.

그 모습을 본 김길한은 김유나의 포옹을 받기 위해 얼른 숟가락을 얹었다.

“아빠도 그럼 그때 허락할게!”

“진짜? 아빠, 고마워!”

김유나는 이번에는 김길한에게 포옥 안겼고, 김길한은 싱글벙글 웃었다.

하지만 곧 김유나는 시청자 반응을 봐야 한다며 후다닥 자신의 방으로 가버렸다.

씁쓸하게 김유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김길한은 강미혜에게 물었다.

“드라마 촬영 언제 또 온대?”

“내일도 촬영 있을걸?”

“밤에도 있나?”

“몰라. 한 번 오면 저녁까지는 촬영하던데. 근데, 그건 왜?”

“그냥.”

무심하게 답한 김길한은 휴대폰을 꺼내 스케줄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안방으로 향했다.

***

다음 날, 하준은 백화점에서 촬영이 있었다.

백화점 개점 전에 촬영을 해야 했기 때문에 하준은 학교를 빠지고 아침 일찍 서울의 한 백화점으로 향했다.

하준이 백화점에 도착해보니, 떠들썩한 게 분위기가 무척 좋았다.

“감독님, 안녕하세요.”

“하준아!! 대박 났다, 대박! 첫 방송 시청률이 역대급이야, 으하하.”

우 감독이 흥분해서 소리치며 하준에게 달려왔다.

“정말요? 얼마나 나왔는데요?”

지금은 이른 아침이라 아직 시청률 기사가 나지 않았기에 하준은 시청률이 얼마나 나왔는지 모르고 있었다.

“17.8%! 어때, 잘 나왔지?”

“와, 올해 첫 방송으로 14% 넘은 거 없지 않았어요?”

보통 일일드라마나 주말드라마는 시청률이 잘 나오는 편이라 첫 방송 시청률이 10% 정도는 나왔다.

하지만 하준이 알아본 바로 올해의 모든 드라마 중에 첫 방송 시청률이 14%를 넘은 작품은 없었다.

“어, 작년에도 없었지. 으하하하. 이대로만 쭉쭉 가자!”

우 감독은 기분이 너무 좋은지 하준을 번쩍 들어 돌리기까지 했다.

하준도 기뻐서 까르르 웃으며 좋아했다.

다른 스태프들도 하준에게 달려와 시청자 반응들을 말해주었다.

“시청자 반응 진짜 좋아. 너무 재밌고, 흥미진진하대.”

“한 배우랑 너랑 아빠와 아들이 똑같이 차갑게 변한 게 짠하면서도 재밌고 기대된대. 앞으로 변할 게 말이야.”

“네 오열 연기도 엄청났다고 난리야. 맴찢이라고. 우리도 그 장면 찍으면서 많이들 훌쩍댔지.”

극중 최대운은 사고로 보름 정도 의식이 없다가 깨어나 엄마가 죽은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그때 하준이 오열 연기를 선보였는데, 자타공인 눈물 장인인 하준은 소름 돋는 연기력을 펼쳐 촬영장을 울음바다로 만들었었다.

“진짜 다행이에요. 다들 한여름에 고생하면서 찍었는데, 시작이 좋아서요. 끝까지 잘 되면 좋겠어요.”

“그래야지.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열심히 찍어보자!”

우 감독이 열의를 불태우며 외쳤고, 스태프들도 높은 시청률에 힘이 불끈 솟는지 우렁차게 대답했다.

“네에!”

오늘 백화점에서 촬영할 장면은 극중 최민석에게 들이대는 재벌집 딸이 최대운의 환심을 사기 위해 백화점으로 최민석과 최대운 부자를 데려와 선물을 사주는 장면이었다.

재벌집 딸 역할의 여배우는 대사를 틀려서 NG를 조금 냈으나, 시청률 덕분에 기분이 매우 좋은 우 감독은 화도 안 내고 촬영 내내 싱글벙글이었다.

“자, 수고했습니다! 그럼 이제 대저택으로 장소 이동할게요.”

우 감독이 철수 명령을 내리자, 스태프들은 일사불란하게 촬영 장비들을 정리했다.

잠시 후, <너와 나의 연결고리>의 배우진과 연출진은 세계그룹 오너가의 대저택으로 향했다.

백화점과 대저택은 거리가 꽤 있어서 대저택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그런데 대저택에 도착한 스태프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대저택 내의 야외 연회장으로 쓰일 법한 넓은 잔디 광장 같은 곳에 뷔페가 차려져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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