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꽃길만 걷는 천재스타-82화 (82/150)

82화

82화

하준은 VIT가 1위를 할 거라 예상했기에 점수는 보지 않고 하준의 팬카페 회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다.

관객석의 다양한 가수의 팬들은 저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을 부르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리고 그 중 가장 큰 소리를 내고 있는 팬들은 단연 1위 후보인 VIT였다.

“VIT! VIT!”

이런 혼잡스러운 와중에도 MC는 점수들을 공개하며 꿋꿋하게 멘트를 이어갔다.

“디지털 음원 점수입니다. 음반 판매 점수입니다······ 최종 점수는······. 네, 하준 군의 ‘바다 물결’!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하준 군. 앞으로 나와 주세요.”

1위 호명과 동시에 무대 위쪽에서 꽃가루가 터졌고, 잠깐 정적이 흘렀다.

팬들도, 무대 위의 가수들도, 충격적인 결과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하준의 노래는 겨우 발매된 지 1주일밖에 되지 않았고, 1위 후보 상대가 유명 아이돌인 VIT였기 때문에 대부분이 하준의 1위 등극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VIT 멤버들은 마음 속으로 소감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하준이 1위로 호명되자 당황해서 우왕좌왕했다.

하준 역시 생각지도 못했던 터라 MC들에게 되물었다.

“저요? 제가 1위라고요?”

“네, 맞아요. 하준 군, 축하드립니다!”

“여기 트로피 받으세요.”

하준은 얼떨떨해하며 트로피와 꽃다발을 건네받았다.

“가, 감사합니다.”

하준이 MC로부터 트로피를 건네받자, 그제야 뒤에 서 있던 가수들과 관객석의 팬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축하해주었다.

“축하해, 하준아.”

“와, 대단하다, 축하해!”

무대 아래에서는 하준의 매니저 김유택이 방방 뛰며 좋아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VIT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고, 그들의 팬들 또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넋을 놓고 무대를 바라보았다.

“하준 군, 1위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여자 MC가 허리를 숙여 하준에게 눈을 맞추며 말했다.

하준은 눈을 깜빡이며 뭐라고 얘기해야 할지 빠르게 고민했다.

“어······ 생각 못 했는데, 정말 감사드립니다. 음, 일단 월드 엔터의 최원상 대표님, 항상 저를 믿어주시고 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니저 유택이 형도 고마워요. 그리고 저를 항상 사랑으로 키워주시는 아빠, 엄마 감사합니다. 팬 여러분들, 감사드립니다. 아, ‘사랑하준’ 여러분, 저 여러분들이 주신 인이어 했어요! 앞으로 좋은 노래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준은 중간중간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수상소감을 짧게 말했고, 관객석에 있던 하준의 팬들은 열성적으로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네, 그럼 앵콜 무대 준비해 주세요.”

MC들은 하준에게 앵콜 무대를 준비하라고 한 뒤 프로그램 마무리 멘트를 했다.

그 사이 김유택은 하준의 기타를 얼른 가져와 하준에게 건네주었다.

하준은 자신이 앵콜곡을 부를 거라는 생각을 못해서 무대에 기타를 안 가지고 올라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생방송 <뮤직탱크>! 다음 주에 또 만나요!”

MC들이 멘트를 하고 무대 밖으로 빠지자, 곧바로 ‘바다 물결’ 반주가 깔렸다.

하준은 반주에 맞춰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처음 본 바다 물결은 내 마음을 닮았네~ 간질간질 반짝반짝~ 흔들리고 어지럽지만 네가 좋아~”

지금 하준의 마음은 바다 물결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1위가 되어 당황스럽고 정신이 없었지만, 너무 행복하고 좋았다.

하준의 자작곡 ‘바다 물결’은 하준에게 뜻밖의 1위를 안겨줌으로써 하준이 바다 물결을 보고 느꼈던 감정을 바다에 가지 않고도 느끼게 해주었다.

하준은 벅찬 이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다. 그래서 눈과 마음에 천천히 모든 것을 담았다.

하준의 팬들과 김유택도 하준과 같은 마음이었다.

하준의 팬들은 카메라를 꺼내 들고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할 영상을 찍었고, 김유택도 역시 아빠미소를 띤 채 신나게 하준의 무대를 찍어 주었다.

한편, 최선희는 윤기철과 함께 <뮤직탱크>를 집에서 시청했다.

안 그래도 번잡한 음악방송에 매니저와 엄마까지 따라가는 것은 괜히 하준을 불편하게 할 것 같아서 최선희는 일부러 따라가지 않고 본방사수를 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하준이 1위로 호명됐을 때, 최선희와 윤기철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돌고래 환호성을 질렀다.

“꺄아악! 우리 하준이가, 하준이가 1위라니! 여보, 이거 꿈 아니지?”

“응, 아니야. 으하하. 연기에, 노래에, 다 휩쓰네, 휩쓸어. 장하다, 우리 아들!”

“1위도 장하지만, 심지어 이게 하준이의 첫 자작곡이야. 너무 대단해. 그치?”

“맞아, 9살에 자작곡으로 <뮤직탱크> 1위라니, 이건 진짜 기록 아닌가?”

실로 대단한 기록이었다. 9살짜리의 자작곡이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하다니.

최선희와 윤기철은 하준의 수상소감과 앵콜 무대까지 두 손을 모으고 감격해서 지켜보았다.

그런데 앵콜 무대가 끝나기가 무섭게 최원상 대표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최 대표!”

-아하하하!

윤기철이 전화를 받자, 최 대표는 일단 호탕한 웃음부터 터뜨렸다.

윤기철은 최 대표가 왜 이렇게 웃는 건지 당연히 짐작이 갔고, 그 역시 최 대표를 따라 웃었다.

“으하하하.”

-봤지?

“봤지! 최 대표, 우리 하준이 잘 키워줘서 진짜 고마워.”

-아이고, 내가 뭐 한 게 있나. 하준이가 알아서 혼자 잘 컸지. 내가 더 고마울 따름이야. 난 <뮤직탱크> 1위 소감에서 내 이름을 이렇게 일찍 듣게 될 줄은 몰랐어. 거기다 그 소감을 하준이가 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고.

최 대표가 키우고 있는 두 아이돌 그룹은 데뷔한 지 2년이 지났건만, 아직 한 번도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해본 적이 없었다.

최 대표는 자신이 키운 아이돌 그룹이 음악프로그램에서 1위를 해서 자신을 언급할 날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소원을 황당하게도 하준이 싱글 앨범 하나로 단번에 풀어준 것이다.

“우리도 그렇지만 다들 예상 못 했을 거야. 근데 그래서 더 기쁘다!”

-맞아, 맞아. 나는 다음 주쯤에는 한 번 노려볼 수도 있지 않을까 했는데. 우리 하준이는 항상 어려운 걸 척척 해낸다니까.

“내 아들이라 하는 말이 아니라, 하준이는 정말 재능이 남다른 거 같아. 하하.”

윤기철과 최 대표는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하준의 칭찬릴레이를 이어갔다.

그러는 사이 최선희는 하준이 트로피를 가져오면 진열해야 한다며 재빨리 트로피장부터 닦기 시작했다.

조금 후, 하준이 트로피를 들고 집으로 뛰어 들어왔고, 세 사람은 부둥켜안고 좋아했다.

최선희는 트로피를 깨끗이 닦아 트로피장에 넣었다.

이리하여 트로피장에는 연기가 아닌 노래로 받은 트로피가 또 다른 칸을 차지하게 되었다.

“후후, 이 트로피장 금방 차겠다.”

세 사람은 1년 만에 벌써 트로피 3개나 진열된 트로피장을 바라보며 뿌듯하게 미소를 지었다.

***

8월의 무더운 어느 여름날, 하준은 땀을 뻘뻘 흘리며 야외촬영을 하고 있었다.

오늘의 야외촬영 장소는 바로 재래시장.

극중 안다정이 항상 집, 학교, 학원만 차로 왔다 갔다 하는 재벌집 아들 최대운에게 세상 구경을 하게 해주고 싶어서 데려온 곳이었다.

“레디, 액션!”

<너와 나의 연결고리>의 우 감독이 촬영 시작을 알리자, 안다정 역의 진유주가 시장 입구에서 대사를 시작했다.

“대운아, 이런 데 와 본 적 있어?”

진유주의 질문에 하준은 대답 없이 고개만 절레절레 저었다. 하준의 표정은 매우 불쾌한 표정.

하지만 진유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준에게 따라오라고 일렀다.

물론 하준은 그 자리에 발을 딱 붙이고 서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고.

“안 갈 거야? 그럼 나 혼자 간다? 기사 아저씨는 2시간 후에나 오실 텐데, 거기 그렇게 뙤약볕에 계속 서 있는 것보다 여기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 게 나을걸? 와, 저기 저게 뭐야? 맛있겠다아!”

진유주는 하준을 꾀기 위해 호들갑을 떨며 시장 초입의 꽈배기 가게로 향했다.

하준은 땀을 흘리며 그 자리에 고집을 부리고 서 있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갈등하는 표정이다. 코를 자극하는 고소한 냄새와 처음 보는 음식들, 물건들에 서서히 호기심이 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진유주는 하준의 시선이 닿는 곳에서 꽈배기와 음료수를 사서 맛있게 먹으며 하준에게 손짓했다.

“대운아, 이리 와서 이거 먹어봐. 진짜 맛있다?”

하준은 침을 꼴깍 삼켰지만, 자존심에 가지도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이를 눈치챈 진유주는 한입 크기의 찹쌀도너츠를 가져와 얼른 하준의 입에 넣어주고 손에는 시원한 오렌지맛 슬러시를 쥐어주었다.

하준은 마지못해 도너츠를 씹어 보더니 아주 잠깐 놀란 표정이 스쳤다.

이를 놓치지 않은 진유주는 하준에게 말했다.

“맛있지? 목마르니까 슬러시도 먹어봐. 엄청 시원하다?”

하준은 또 마지못해 슬러시의 빨대를 입에 물었으나 엄청 잘 먹었다.

“이거 뭐예요?”

“이거 처음 먹어보지?”

“네.”

“이건 슬러시라는 거고, 방금 네가 먹은 건 찹쌀 도너츠야. 여기 시장에 있는 것들은 거의 다 네가 처음 보는 것들일 거야. 맛있는 것들, 신기한 것들 정말 많아. 구경해볼래?”

진유주는 하준에게 손을 내밀었고, 하준은 슬러시를 빨대로 빨아먹으며 슬그머니 진유주의 손을 잡았다.

“컷! 하준이 표정 아주 좋았어! 표정 연기를 너무 잘한다니까.”

우 감독이 경쾌하게 컷 사인을 주며 웃었다.

“자, 그럼 이번엔 클로즈업 갑시다. 하준이 방금 한 대로만 연기하면 돼.”

원래 드라마나 영화는 같은 장면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해서 편집해 붙이기 때문에 한 장면을 여러 번 반복해서 촬영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역시 여러 번 촬영을 반복했고, 이 장면 촬영이 끝나자 하준은 땀범벅이 되었다.

김유택은 중간중간 카메라 위치 이동으로 하준이 쉴 때마다 땀도 닦아주고 햇빛을 차단할 우산도 씌워주고 휴대용 선풍기도 쐬게 했다.

그럼에도 이 한 씬이 끝나자, 하준의 볼은 더위 때문에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하준이 얼굴 빨간 거 봐. 너무 덥나 보다. 하준아, 차에 가서 10분만 쉬고 와. 얼굴 좀 식히고. 다들 10분만 휴식할게요.”

우 감독은 하준이 걱정되어 휴식시간을 주었다.

김유택은 얼른 하준을 데리고 근처에 주차해 둔 차로 향했다.

“하준아, 얼른 타.”

김유택은 차에 에어컨을 틀어 둔 상태였다.

요즘 날이 더워서 야외촬영 중간에 하준이 차에서 열을 식힐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와, 시원하다······!”

하준은 차에 타서 의자에 벌러덩 누웠다.

김유택은 하준의 옆에 타서 냉장고에 있던 시원한 물도 꺼내주고 더 시원하라고 부채질도 해주었다.

“괜찮아요. 형도 덥고 힘들 텐데, 여기 의자 젖히고 가만히 누워 계세요.”

사실 김유택도 뙤약볕에서 하준을 케어하느라 땀범벅이긴 마찬가지였다.

“응, 고마워. 후우, 한여름에 야외 촬영은 진짜 너무 힘들다. 진이 쭉쭉 빠져. 하긴, 난 그래도 가만히 너만 기다리면 되니까 덜 한 편이지. 스태프들은 막 반사판 들고, 붐 마이크 들고, 시중도 들고, 더 힘들겠더라.”

김유택이 의자에 벌러덩 누워서 중얼댔다.

하준은 김유택의 말을 듣더니 벌떡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진짜 스태프 분들은 너무 힘드시겠네요. 형, 우리 5분만 쉬고 나가봐요.”

“음, 그래. 그러지 뭐.”

잠시 후, 하준은 5분 만에 차에서 나왔지만, 10분 만에 촬영 현장에 돌아왔다.

하준과 김유택의 양손에는 커다란 봉지가 들려 있었다.

하준은 우 감독에게 조심스럽게 양해를 구했다.

“감독님, 더운데 다들 고생하시는 거 같아서 아이스크림 좀 사 왔는데, 나눠드려도 될까요?”

더위에 지친 스태프들은 배우들처럼 에어컨 빵빵한 차에서 쉬지도 못하고 그나마 그늘진 곳을 찾아 쪼그려 앉아 쉰다.

그걸 아는 하준은 스태프들을 위해 뭔가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오? 쉬라고 보냈더니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었어? 기특해라. 하하.”

우 감독은 하준의 볼을 꼬집는 시늉을 하며 활짝 웃었다. 그리고 자기 아이스크림을 하나 고른 뒤 조감독을 불렀다.

“조감독! 하준이가 아이스크림 돌린대. 같이 나눠줘.”

“아, 네! 다들 안 그래도 더워서 뻗어 있는데, 잘됐네요. 하준아, 고맙다.”

조감독과 하준, 김유택은 스태프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빠르게 나눠주었고, 덕분에 스태프들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더위도 식히고, 조금 더 쉬게 되었다.

“하준아, 고마워! 잘 먹을게.”

“크, 시원하다! 달달하니 당보충도 되고!”

“잘 먹을게, 하준아.”

“우리 하준이 배려심 봐. 이뻐 죽겠어.”

하준의 착한 마음씨에 스태프들은 감동받았고, 더위에 지쳐서 딱딱해져 가던 촬영 현장 분위기는 다시 훈훈하고 화기애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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