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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79화 (79/150)

79화

79화

김복녀가 반갑게 기옥의 손을 잡으며 어떻게 온 건지 물었다.

그러자 윤기옥은 활짝 웃으며 김복녀를 끌어안았다.

“엄마, 서프라이즈! 마침 우리 한국에 들어올 일이 있었거든. 그래서 깜짝 놀라게 해 주려고 말 안 하고 왔지! 놀랐지? 호호.”

윤기옥은 자신의 서프라이즈가 성공해서 기쁜지 신나서 말했다.

“아휴, 그랬어? 우리 딸, 오랜만에 보니 좋네. 근데 좀 일찍 오지! 우리 지금 엄청 맛있는 한정식 먹고 오는 길인데. 점심은 먹고 온 거야?”

“응, 우리도 맛있는 거 먹고 왔어. 감자탕.”

“뭐? 감자탕?”

맛있는 걸 먹었다면서 고작 감자탕이라니, 김복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미국에서 감자탕이 얼마나 먹고 싶었다구. 후식으로 볶음밥까지 먹고 왔어.”

“아, 미국에서 못 먹었겠구나. 맛있게 먹었으면 됐다.”

그때, 윤기철이 슬쩍 끼어들며 반갑게 말했다.

“나도 동생 얼굴 5년 만에 본다. 많이 이뻐졌네?”

“오빠도 얼굴 좋다? 영화 대박 났다는 소식은 들었어. 축하해. 근데, 아! 얘구나?”

윤기옥은 윤기철에게 인사를 하다가 옆에 있던 하준을 발견하고는 뚫어져라 하준을 쳐다보았다.

“안녕하세요······.”

하준은 뉴 페이스의 등장에 눈치를 보며 인사했다.

윤기철에게 미국에 사는 여동생이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정보는 들은 바가 없어서 낯설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도 모르니 조금은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어, 기사 봤지? 내 아들 하준이야. 하준아, 고모야, 이쪽은 고모부고. 매제, 오랜만이야.”

“네, 형님, 오랜만입니다.”

윤기철이 윤기옥에게 하준을 소개함과 동시에 매제인 박민국과 악수하며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여기서 이러지 말고, 안에 들어가서 인사도 하고 더 얘기 나누자. 들어와, 들어와.”

김복녀의 말에 다들 동의하며 집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윤기옥 부부까지 합세하니 총 8명이 되어 거실이 꽉 찼다.

“집이 좁네. 엄마, 오빠가 집 넓은 걸로 사준다고 할 때 이사 좀 가지! 왜 고집을 부린대.”

윤기옥이 남편 박민국과 딱 붙어 앉으며 김복녀를 타박했다.

그러자 김복녀는 반박했다.

“손님들이 이렇게 많이 올 일이 뭐 얼마나 많다고? 평소에는 나 혼자 사는데, 이 정도면 충분해. 그리고 내 친구들 다 여기 사는데, 나 혼자 아파트 가서 뭐해? 집 넓으면 휑하기나 하고, 친구도 없이 외롭잖아. 난 여기가 좋아.”

“엄마, 외로우면 우리 집 와서 같이 살까?”

“미국에? 아서라, 너랑 박 서방이랑 일 가면 나 혼자 집 지키는 개 되라고? 미국말도 못 하는 노인네가 거 가서 뭐하게?”

“치이. 엄마는 딸보다 친구가 좋은가 봐.”

“그럼! 너도 엄마보다 박 서방이 좋아서 미국으로 가버렸잖아.”

“아휴, 엄마 말빨을 내가 못 당한다, 못 당해.”

윤기옥은 투덜거리면서도 빙긋 웃었다.

말빨이 죽지 않은 걸 보니 아직 엄마가 쌩쌩한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던 것이다.

“그래도 에어컨이며, 김치 냉장고며, 기철이가 다 새 걸로 바꿔줬어.”

김복녀가 삐빅하고 에어컨을 작동시키며 말했다.

“나도 식기세척기 바꿔줬다? 그릇도 새로 싹 바꿔주고. 기억하고 있지?”

“그럼, 그럼. 아, 손님들도 왔으니 네가 세트로 맞춰준 것들 꺼내야겠다. 자, 다들 앉아. 차 줄게.”

“어머니, 제가······!”

“새언니는 쉬어요. 제가 도울게요. 엄마, 그릇 어디다 뒀어?”

최선희가 김복녀를 도우려 하자, 윤기옥이 얼른 나서며 말렸다.

에어컨이 거실을 시원하게 만드는 사이, 윤기옥은 김복녀를 도와 모두가 마실 차를 내왔다.

차를 마시며 윤기철이 준비해온 케이크를 나눠 먹었고, 곧 선물 증정식이 이어졌다.

“엄마, 여기 생신 선물. 생신 축하드려요.”

윤기옥이 하트모양의 상자를 김복녀에게 내밀었다.

“네가 이렇게 와 준 게 생일 선물인데, 뭘 또 이런 걸 준비했어?”

“에이, 그래도 그럼 안 되지. 열어보세요.”

상자 안에는 동그랗게 말린 5만 원권 지폐가 꽉 들어차 있었다.

“돈 하트야. 우리 엄마는 현찰 박치기 제일 좋아하잖아.”

“오호호, 그렇지, 현찰이 최고지.”

김복녀는 자기 취향이 확고해서 현금을 주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래야 자기가 마음에 드는 것으로 뭐든 살 수 있으니까.

그 사실을 아는 윤기철 역시 봉투를 꺼내놓았다.

“어머니, 저도 현찰 박치기요.”

“오, 봉투가 두툼하네. 고맙다, 얘들아.”

김복녀의 친구들도 저마다 작은 선물을 김복녀에게 전달했고, 선물 증정식이 끝나자, 슬금슬금 사람들의 시선이 하준에게로 향했다.

“하준아, 할머니 생신 선물로 준비한 거 보여드려야지.”

최선희가 하준에게 말하자, 하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기타를 꺼냈다.

하준이 기타를 꺼내기만 했는데도, 김복녀와 그녀의 친구들은 일단 박수부터 치고 봤다.

짝짝짝!!

다들 이 순간을 무척 기다려왔으니까.

윤기옥과 박민국은 윤기철이 하준이라는 아역 배우를 입양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하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지는 않아서 하준이 얼마나 대단한 아역 배우인 줄은 전혀 알지 못했다.

일하느라 바쁘기도 했고, 원래 애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결혼할 때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합의하고 결혼했다. 일명 딩크족.

그런 윤기옥이었으니, 오빠인 윤기철의 입양 소식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연적으로 생겨서 낳는 것도 아니고, 굳이 입양까지 해서 아이를 키우겠다니.

자기가 배 아파서 낳은 아이도 키우려면 속 터지는 일이 한둘이 아니고 힘든 점도 많다는데, 어떻게 피 한방울 안 섞인 애를 키운다고 하는 건지 대책 없어 보이기도 했다.

‘뭐, 일단 내가 본 애들 중에서 제일 잘생기고 귀엽긴 하네. 실제로 보니까 조용하고 말썽도 안 부릴 것 같고.’

윤기옥은 차를 마시면서도 계속 하준을 지켜보고 있었다. 근데 보면 볼수록 애가 볼도 통통하고 눈도 반짝거리고 귀여웠다. 아이답지 않게 의젓하기도 했고 말이다.

“할머니 생신 축하 기념 첫 번째 곡은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예요.”

김복녀가 하준에게 들려달라고 부탁한 곡이었다. 하준의 맑은 목소리로 들으면 옛날 추억이 생각날 것 같아서 고른 노래.

“와아!!”

벌써 들뜬 김복녀와 친구들은 환호하며 박수를 쳤고, 하준은 아르페지오 주법으로 반주를 시작했다.

따란 따라라란 따라라라~

아름답고 아련한 기타 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지자, 김복녀는 두 손을 모으고 반주에 맞춰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이미 표정은 추억에 잠긴 표정.

박정자와 이애숙도 같은 표정으로 가볍게 박수를 치며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풀잎새 따다가 엮었어요~”

하준이 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윤기옥과 박민국은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역 배우라고 했는데, 노래를 너무 잘해서 놀랐던 것이다.

게다가 윤기옥도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윤기옥이 대학을 다닐 때, 라이브 카페를 좋아하는 김복녀를 따라 라이브 카페에 간 적이 있었는데, 처음 간 곳에서 바로 이 노래를 듣고 통기타 노래에 푹 빠졌었기 때문이다.

“어머······.”

윤기옥은 추억에 젖어 김복녀처럼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흔들며 노래를 감상했다.

박민국은 사실 이 노래는 처음 들어보는 노래였지만, 아련한 멜로디와 풋풋한 가사가 하준의 맑은 목소리와 만나 참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도 역시 하준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고 푹 빠져서 노래를 경청했다.

모두가 옛날 감성에 흠뻑 취해 노래를 듣다 보니 금세 하준의 노래는 끝이 났다.

짝짝짝짝짝!

하준의 노래가 끝나자, 김복녀의 집은 우렁찬 박수갈채에 휩싸였다.

다들 감동 받은 만큼 열렬히 박수를 보냈고, 서로 칭찬 배틀을 하느라 거실은 왁자지껄해졌다.

“어머머, 진짜 노래 너무 잘한다!”

“기타 소리도 너무 좋네.”

“하준아, 할머니 감동 받아서 눈물 날 뻔했어. 어쩜 이렇게 목소리도 예쁘고, 노래도 잘하니!”

“와, 하준이 아역 배우 아니라 가수였어요?”

“오빠, 하준이 왜 배우 해? 가수 시켜, 가수!”

윤기옥이 흥분해서 윤기철에게 말했고, 윤기철은 헛웃음을 웃으며 대꾸했다.

“야, 너는, 조카에 대해서 그렇게 몰라서 되겠냐? 우리 하준이 당연히 노래도 해. 작년에 한범우랑 듀엣도 했고, 캐럴송도 냈어. 그리고 조만간 자작곡도 나올 예정이야. 기사도 좀 보고 그래.”

“어머, 진짜? 잠깐만······ 어? 진짜네! 대단한 애였구나?!”

윤기옥은 하준의 노래에 홀딱 빠져서 하준의 옆으로 자리를 옮기더니 노래를 더 불러달라고 졸랐다.

“하준아, 고모를 위해서 한 곡 더 해주면 안 될까?”

“네, 더 해드릴 수 있어요. 근데 먼저 할머니께 더 불러드릴 노래가 있어서······.”

“그래? 뭐든 난 다 좋으니까, 또, 또 해봐!”

윤기철은 애들이라면 질색하던 윤기옥이 이렇게 애한테 가까이 붙는 건 처음 봤다.

“너 의외다? 애들 싫어하잖아?”

“나 애들 싫어하지. 근데 하준이는 조카잖아! 일반 애들이랑 조카랑 어떻게 같아? 원래 조카 사랑은 고모야, 고모.”

“형님, 애가 이쁘면 좋아할 수 있죠.”

박민국까지 슬쩍 윤기옥의 옆으로 자리를 이동하며 윤기옥의 편을 들었다.

두 사람은 모두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하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윤기철과 최선희는 흐뭇하게 웃었다.

하준은 할머니를 위해 트로트 노래도 불렀고, 고모를 위해 ‘여수 밤바다’도 불러 주었다.

한 곡, 한 곡을 부를수록 박기옥과 박민국은 물론, 박정자와 이애숙까지 점점 더 하준에게 홀딱 반했고, 하준의 작은 공연이 끝나자, 모두들 하준의 팬이 되어버렸다.

“이런 엄청난 공연을 공짜로 들을 순 없지. 자, 하준아, 용돈!”

“고모부도 용돈 줄게.”

하준의 노래 재롱에 윤기옥과 박민국의 지갑이 활짝 열렸다.

하준이 돈을 받아도 되는지 윤기철과 최선희의 눈치를 보았는데,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도 된다고 허락했다.

“감사합니다, 고모, 고모부. 헤헤.”

하준은 활짝 웃으며 두 손으로 용돈을 받았다.

하지만 하준은 돈을 받아서 기분이 좋은 것이 아니었다. 돈은 사실 많았으니까.

윤기옥과 박민국이 용돈을 준다는 건 하준을 조카로 인정하고 예쁘게 봤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좋았다.

“하준아, 뭐 갖고 싶은 거 없어?”

“말만 해. 다 사줄게! 아, 다음에 미국에 놀러 올래? 고모가 맛있는 거 많이 사주고 미국 구경도 시켜줄게. 응?”

윤기옥과 박민국은 용돈을 주고 난 후에도 하준을 사이에 끼고 앉아 질문 공세를 펼쳤다.

“정말 미국에 놀러 가도 돼요?”

“그럼! 언제 올래?”

“제가 이번에 드라마 들어가는 거 때문에 당분간은 못 가는데······.”

“어머, 드라마 하니? 언제, 언제? 제목이 뭐야? 고모가 챙겨봐야지!”

윤기옥과 박민국은 하준과 실컷 대화를 나눴고, 나중에 헤어질 때는 아쉬움에 하준을 한참 동안 껴안고 있었다.

“우리 하준이 보고 싶어서 어쩌지?”

“가끔 전화드릴게요, 고모.”

“정말? 우리 영통하자, 영통. 내 친구들한테도 보여줘야지. 귀여운 우리 조카!”

하준은 점점 가족들이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는데, 다들 자신을 너무 예뻐해 주니 가족의 따뜻함과 사랑을 듬뿍 느낄 수 있어서 더 행복했다.

윤기철의 친가 가족들 역시 오랜만에 느껴보는 행복과 즐거움이었다.

하준이 하나 들어왔을 뿐인데, 이렇게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다니.

벌써 하준은 윤기철의 친가 가족들에게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

며칠 뒤, 드디어 <너와 나의 연결고리> 첫 촬영 날이 되었다.

“유택 씨, 유택 씨도 기대되죠?”

촬영지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최선희가 매니저 김유택에게 물었다.

“네, 저 이런 데 진짜 처음 가보거든요. 대저택이라니! 그 안에 여러 동이 있대요. 동이라고 하니까 무슨 아파트 같죠? 하하.”

최선희와 김유택이 이렇게 기대하는 이유는, <너와 나의 연결고리>는 재벌집이 배경이라서 첫 촬영이 진짜 재벌이 살았었다는 대저택에서 이뤄지기 때문이었다.

“저도 평생 처음이에요. 하준이 덕분에 좋은 구경하겠네요. 호호. 하준아, 하준이도 궁금하지?”

“응, 나도 진짜 궁금해!”

세 사람은 설레는 마음으로 촬영지로 향했고, 한참을 달려 커다란 대문 앞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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